평창의 스키장 주변 맛집
황태구이, 한우, 산채, 막국수, 송어회… 빠짐없이 즐겨라
대관령을 품은 평창군 북동부 일대는 한국 스키의 발상지이다. 평창군에 용평리조트, 알펜시아리조트, 휘닉스파크까지 스키장이 3개나 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더구나 2018년에는 이곳에서 최초로 동계올림픽이 열리지 않는가? 스키장에서 활기찬 시간을 즐기는 틈틈이 주변 맛집들도 순례해보자. 황태구이, 한우, 막국수, 산채정식, 송어회 등 청정 자연에서 자란 먹을거리들이 여행객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준다.
슬로프 정상으로 스키어들을 실어 나르는 휘닉스파크의 곤돌라
고속도로 출구부터 시작되는 맛집의 행렬
평창군 대관령면은 본디 이름이 도암면이었는데 2007년 대관령면으로 바뀌었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한양에서 대관령까지 말이나 나귀를 타고 7일이나 걸렸다. 그렇듯 산간오지였던 대관령 주변이 이제는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돼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에 이르렀다. 평창군은 군 단위 지자체로는 가장 많은 스키장을 보유하고 있다. 3개의 스키장 중 용평리조트와 알펜시아리조트가 대관령면에 위치하고 휘닉스파크만 봉평면에 자리 잡았다.
평창군을 찾는 스키어가 많은 탓에 스키장 주변 맛집들이 당연히 성황을 이룬다. 특히 용평리조트와 알펜시아가 자리한 대관령면 횡계리의 경우 영동고속도로 인터체인지를 빠져나가면서부터 맛집 행렬이 시작돼 스키장 입구까지 이어진다. 이토록 많은 맛집 중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지기 일쑤다. 스키장 입구가 붐빌 때 이웃 마을로 조금만 이동하면 비록 ‘평창 5미’에는 들지 못할지라도 오삼불고기, 만둣국, 순두부, 청국장 등 전통의 별미가 반겨준다. 또 스키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가볼 만한 곳이 많아서 겨울 평창 여행은 볼거리 욕심에 식탐을 부리지 않을 수 없다.
[왼쪽/오른쪽]알펜시아 스키장 / 용평리조트
횡계리에는 황태덕장도 많고 황태구이 식당도 즐비
대관령면 횡계리는 황태의 본고장이다. 횡계천변 등 곳곳에 들어선 황태덕장 풍경은 한국만의 서정미이다. 예전에는 횡계천에서 명태를 씻어 덕장에 널어 황태로 만들었지만,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환경오염을 고려, 아예 바닷가에서 세척을 하고 횡계에서는 덕장에 걸기만 한다. 주문진이나 속초, 양양 등 바닷가에서 해풍에 그대로 말린 명태를 북어라 하고, 횡계에서 눈을 맞혀가면서 말린 맛좋은 황금빛 북어를 황태라고 한다.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통통하게 부풀어 오른 최상급 황태는 요즘 들어 ‘금태’라고도 불린다. 황태의 최고 산지로 해방 전에는 함경남도 원산을 꼽았지만 지금은 강원도 평창군 횡계와 인제군 용대리를 가장 좋게 평가한다.
횡계의 황태 전문 식당들은 대부분 황태구이정식을 내놓는다. 매콤하게 양념한 황태구이를 중심으로 시원한 황태국, 여러 가지 묵나물, 두부구이, 꽁치구이, 배추쌈 등이 푸짐하게 차려진다. 황태구이정식이 다소 부담스럽다면 황태국이나 황태미역국 등 단품 메뉴만 주문해도 좋다. 술안주로는 황태찜이나 황태전골을 추천한다. 몇 년 전부터는 황태전골에 굴을 넣는 식의 퓨전 메뉴도 등장했다. 덕장에서 겨울바람을 맞으며 제 맛을 익혀가는 황태를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면서 황태구이정식을 맛보는 추억은 이곳 횡계에서만 가능하다. 횡계의 식당이나 건어물상회에서는 황태와 황태채 등을 판매한다.
[왼쪽/오른쪽]황태구이정식 상차림 / 두부를 넣은 황태국 [왼쪽/오른쪽]미역을 넣은 황태미역국 / 횡계리 황태덕장
청정 고원에서 키운 대관령한우도 유명 브랜드
사람이 살기 좋은 해발고도가 700m라고 한다. 평창은 ‘해피 700’이라는 슬로건으로 살기 좋은 고장임을 강조한다. 그런 청정 지역에서 소를 키웠으니 한우의 품질이 얼마나 우수할지 절로 짐작이 간다. 평창군이 자랑하는 한우 브랜드는 ‘대관령한우’다. 평창영월정선축산업협동조합이 관리하는 이 브랜드는 1996년에 등장, 이력추적시스템에 따라 사육, 도축, 판매 과정을 거치고 있다.
횡계리에 있는 대관령한우타운은 한우 정육을 판매하는 마트다. 고기를 등급별, 중량별로 사다가 직접 구워먹을 수 있는 셀프 식당, 단체 모임에 적당한 다이닝, 특급 호텔 레스토랑 수준의 노블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셀프 식당의 경우 상차림비(세팅비)를 내면 참숯, 채소 무한 리필 등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마트에서 고기를 구입하지 않더라도 뚝배기불고기, 육회비빔밥, 버섯불고기 등 식사가 가능하다. 이곳을 들른 사람들은 귀가할 때 고기를 사가는 경우가 많다. 안심, 등심, 부채살, 치마살, 차돌박이, 제비추리, 안창살 등 각 부위별 한우와 수제소시지, 찜갈비 등도 판매한다. 대도시보다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한우를 구입할 수 있다.
대관령한우는 이곳 외에 평창본점 하나로마트(평창읍), 진부지점 하나로마트(진부면), 대화농협 하나로마트(대화면), 대관령 J마트(대관령면), 정선지점 하나로마트(정선읍), 영월 하나로쇼핑타운(영월읍) 등에서도 판매한다.
대관령한우타운의 한우 마트 [왼쪽/오른쪽]고기를 사서 직접 구워먹을 수 있는 셀프 식당 / 대관령한우 등심
스키 변천사가 궁금하다면 대관령스키역사관으로
용평리조트와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스키를 즐겼든, 횡계에서 대관령한우와 황태구이로 별미 잔치를 벌였든 간에 여행객들이 꼭 들러봐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알펜시아스타디움 안에 조성된 대관령스키역사관이다.
눈의 나라, 한국 스키의 발상지, 동계 스포츠의 메카라는 찬사를 받는 대관령에 스키역사관이 들어선 것은 매우 당연한 일. 세계 스키 발상설, 스키의 역사, 대한민국 스키 변천사, 세계 속의 대한민국 스키 등으로 구성되었다. 나비처럼 허공을 가르는 스키점프 선수의 모습을 감상하고 안으로 들어서면 스키의 신 ‘우루’가 반겨준다. 스키를 신고 화살을 쏘려는 포즈를 취한 우루는 아이슬란드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이라고 한다. 노르웨이에서 스키 타는 사람이 그려진 바위가 발견되고 스웨덴에서는 스키가 발견되었는데 모두 4,5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다.
선사시대부터 스키와 썰매를 이용했던 우리나라의 경우 썰매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 조선시대 이익이 쓴 《성호사설》에 보이고, 함경남도 칠보산에서는 2,000∼3,000년 전 썰매가 발견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근대 스키가 도입된 것은 1920년대. 조선철도국 직원이었던 나가노 현 출신 일본인들이 1923년 금강산의 외금강 온정리에서 스키를 처음 탄 것이 시초라고 한다. 그 당시 원산에서 핀란드 상인들이 노르웨이 스키를 탔다는 목격담도 전해진다. 한국은 1948년 스위스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대관령스키역사관이 들어서 있는 알펜시아스타디움 [왼쪽/오른쪽]대관령스키역사관에 전시된 설피 / 대관령스키역사관 입구 벽면의 스키점프 선수
산채정식, 막국수, 송어회로 평창의 겨울여행 완성
횡계에서 휘닉스파크 방면으로 가려면 진부면과 용평면을 거쳐야 한다. 영동고속도로 진부나들목으로 나가면 진부면소재지와 오대산 월정사로 길이 이어진다. 산채정식은 이곳에서 맛보는 것이 정석이다. 진부면소재지에는 산채정식으로 소문이 자자한 식당이 2곳 있고, 월정사로 가는 도로변과 사찰 입구에도 식당 10여 곳이 채식을 좋아하는 겨울여행객들을 맞이한다. 대부분 식탁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음식을 차리는데 전라도 한정식이 결코 부럽지 않은 밥상이다. 생선구이와 황태구이 정도를 제외하고는 죄다 산나물 일색이다. 엉겅퀴, 취나물, 곤드레나물, 가죽나물, 머위, 고사리, 엄나무, 산마늘(명이), 누리대 등 저마다 향이 다르고 맛이 다르다. 중간 중간 된장찌개를 한 숟가락 떠먹는다든지 감자전, 두부구이, 더덕구이, 도토리묵, 버섯무침 등으로 미각의 변화를 주고 주인장에게 나물 이름을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도 재미있다. 식사 전후로 월정사나 상원사를 답사하고 눈 쌓인 월정사 전나무 숲길을 걷는 것도 호사이다.
평창의 겨울여행은 막국수와 송어회까지 맛봐야 완성된다. 막국수로 소문난 맛집들은 휘닉스파크와 가까운 봉평면 소재지와 이효석 생가 인근에 몰려 있다. 지난 가을 메밀꽃이 하얗게 피어났던 들판이 흰 눈으로 덮여 있다. 눈이라도 내리는 날, 이효석과 소설 속 주인공들이 걸었을 묵밭을 바라보면서 메밀막국수 한 그릇을 비워내는 일은 얼마나 그리운 정경인가. 물막국수, 비빔막국수를 한 그릇씩 시킨 김에 메밀전, 메밀묵말이까지 한 접시 추가하고 메밀막걸리 한 병을 곁들이면 집으로 돌아가야 할 마음이 멀리멀리 눈 속으로 사라진다.
송어회는 운두령 가는 길, 금당계곡을 품은 대화면과 양식장이 모여 있는 미탄면의 전문 식당들을 추천한다. 차가운 돌판 위에 얹혀 나오는 주황색 송어회는 겨자간장이나 초장에 찍어 먹어도 좋고, 콩고물과 다진 마늘, 채소를 곁들여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섞은 다음 비빔회로 먹어도 기막히다.
[왼쪽/오른쪽]비로봉식당의 산채정식 상차림 / 눈에 파묻혀 고요한 월정사 경내 [왼쪽/오른쪽]물막국수 / 비빔막국수 [왼쪽/오른쪽]송어회 / 송어회비빔
여행정보
1.주변 음식점
대관령황태촌 : 황태구이 / 평창군 대관령면 송전길 14 / 033-335-8885 / korean.visitkorea.or.kr
황태회관 : 황태구이 / 평창군 대관령면 눈마을길 19 / 033-335-5795 / korean.visitkorea.or.kr
대관령한우타운 : 한우 / 평창군 대관령면 올림픽로 38 / 033-332-0001
미가연 : 막국수 / 평창군 봉평면 기풍로 158 / 033-335-8805 / korean.visitkorea.or.kr
고향막국수 : 막국수 / 평창군 봉평면 이효석길 142 / 033-336-1211 / korean.visitkorea.or.kr
비로봉식당 : 산채정식 /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로 184 / 033-332-6597
부일식당 : 산채백반 / 평창군 진부면 진부중앙로 104 / 033-336-7232
운두령횟집 : 송어회 / 평창군 용평면 운두령로 825 / 033-332-1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