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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키는 건 슈퍼히어로들만의 동아리 활동이 아니다. 평범한 당신과 나, 우리가 그동안 남몰래, 심지어 우리 자신조차 모르게! 지구를 지키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저 예뻐서,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어떤 건지 궁금해서 해보고 써보았던 것들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있었다는 유쾌한 증거가 있다. 매일 조금만 신경 쓰면 우리가 사는 이 푸른 별을 보호할 수 있는 6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못생긴 채소를 맛있게 잘 먹는다면 당신은 이미 지구를 구하고 있다.
슈퍼마켓에는 늘 완벽하게 푸른 채소와 예쁜 과일들만 진열돼 있다. 좀 이상하지 않나? 2011년, 독일 영화제작자 발렌틴 턴은 다큐멘터리 'Taste The Waste'를 통해 단지 못생겼단 이유로 매시간 400톤의 음식물이 버려지는 현장을 고발했다. 지구 한켠에선 기아로 사람들이 죽어가는 가운데, 다른 한켠에서는 수십억 톤의 음식물이 썩으며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메탄가스를 내뿜고 있다. 조금 못생긴 채소와 빵도 마트에 진열하고, 조금 흠집이 있어도 맛있게 먹자는 캠페인에 동참해, 오늘 저녁은 울퉁불퉁 못난이 감자로 끓인 카레 어떨까?
2. 그저 예뻐서 켠 램프가 자연을 아끼는 마음까지 밝혀준다.
추운 겨울밤, 작고 예쁜 램프는 짙은 어둠과 지친 우리 마음을 함께 밝혀 준다. 파도 소리 머금은 성게가 귀여운 램프로 되살아난 업사이클링의 기적! 뾰족한 가시를 버리고 삶을 마감한 성게에 불을 밝히는 순간 우리는 자연스레 푸른 바다와 지구별의 숱한 생명을 생각하게 된다. 이 성게 램프는 제이드 소사이어티가 만든 제품이다. ‘좋은 뜻에 동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쁘고 갖고 싶어서’ 잘 골라 사는 것, 바로 지구를 지키는 첫걸음이 아닐까. 에코파티메아리의 청바지 백팩과 넥타이 숄더백, 폐자전거 부품으로 만든 리브리스의 벽시계를 올 연말 쇼핑리스트에 올려보자.
3. 재생 에너지로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재미있는 캠페인 키트를 써 본다.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고, 짤방을 저장하고, 음악을 듣는 동안, 이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느라 100만 가구의 한 해 전력량이 소모된다. 그린피스의 ‘딴거하자’ 캠페인은 일명 ‘지구를 살리는 검색’. ‘딴거하자’를 검색하고 서명함으로써 거대 IT 기업이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 요즘은 놀이처럼 즐거운 캠페인도 많다. 테이크아웃 컵에 작은 식물을 심어 서로 공유하는 ‘테이크아웃 유어 가든’, 등산 중 배변을 막고 생태계를 살리자는 이동식 변기 ‘응가몬’ 등 일상에서 쓸 수 있는 재미있는 캠페인 키트를 찾아볼 것.
4. 옥상 한켠에 미니 정원을 꾸미는 순간, 당신은 가장 환경친화적인 트렌드 세터다.
지금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친환경 트렌드는 도시정원이다. 서울고등법원 동관 옥상과 헌법재판소 옥상에 예쁜 정원이 있다는 사실, 혹시 아는가?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옥상에 만든 정원에선 학생들이 매년 배추, 깻잎 등의 채소를 수확해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나눠준다. 일본에는 5개 기차역 옥상에 꾸민 ‘소라도 농장’이 있다. 통근자들이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가드닝을 하며 여유를 찾을 수 있는 도시 농업 프로젝트. 자전거 바퀴 위에 잔디를 얹은 미국의 이동식 도시정원 ‘파크사이클 스왐(Parkcycle Swarm)’ 같은 기발한 정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5. 어떤 노래는 듣는 것만으로도 지구를 보호하는 선한 마음을 갖게 한다.
제이슨 므라즈는 뮤지션이자 유기농법으로 아보카도를 키우는 농사꾼이다. 월드투어 기간 동안 자신과 스태프들의 차량에 바이오디젤 연료를 사용하고, 투어 버스에서 직접 콩나물을 키워서 먹으며, 공연마다 유리병에 물을 담아서 마신다. 자연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는 뮤지션의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 넣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감성은 숲 속 공기처럼 청명해지지 않을까? 제이슨 므라즈의 'Live High', 제주도에서 자급자족 하는 가수 윤영배의 ‘키 큰 나무’, 북극을 지키자는 예술가들의 메시지인 ‘북극빙하를 위한 레퀴엠’을 들어보자.
6. 종이팩에 FSC 마크가 있는지만 확인해도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다.
FSC, 이 세 글자를 잘 기억해두자. 내가 집어 든 음료팩에 삼림인증제도인 FSC(Forest Stewardship Council)로고가 있다면 이것이 합법적으로 채집, 유통, 가공한 목재로 만든 ‘착한 종이팩’이란 의미다. FSC인증은 무분별한 벌채로 삼림이 훼손되고 생태계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제도. 앞으로는 음료를 살 때마다 이 FSC 인증마크가 있는지 눈을 부릅뜨고 살펴볼 것. 착한 종이팩만 골라 사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숲을 지키는 슈퍼 히어로가 될 수 있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우유 한잔으로 아침을 열어보는 건 어떨까. 1분이 아쉬운 분주한 출근길, 허기를 달래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니까. 다 마신 후엔 빈 팩을 헹궈 재활용 쓰레기로 분리배출하고 있다고? 훌륭하다. 종이팩만 제대로 재활용해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6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럼 이젠 훌륭함을 넘어 완벽해질 차례. 오늘부터는 종이팩 바닥에 ‘Aseptic(무균)’이라고 적혀있는 것으로 고르자. 상온에서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제품이라 보관 및 운송 시 냉장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우유 한 팩을 마시면서도 지구를 구할 수 있다니, 환경을 지키는 ‘착한 소비’가 이렇게 쉽고 즐거울 줄이야!
허핑턴포스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