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영화배우 박중훈 님을 아세요?
만산은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국민배우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평소의 모습이 소탈하고, 사람 좋은 이웃의 아우 같아서요.
그리고 영화 ‘라디오 스타’를 보고 더욱 친근감을 가졌는데요,
참 열심히 연기하는 배우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신문 칼럼에 글이 올라와서 읽어 보았는데요. 역시나 사람 좋고 선한 모습에 걸맞는 글이라 여러분들께도 소개 하려합니다.
1966년 3월 22일 (서울특별시) 출생. 신체 178cm, 68kg
가족 배우자 윤순, 학력 뉴욕대학교대학원 연기교육학 석사
영화 ‘깜보’로 1986년 데뷔
[삶의창] 화내지 마세요 / 박중훈
.....................................................한겨례 신문 2010년 6월 11일자 신문에 게재된 글입니다.
지금도 극장에서 상영하고 있는 제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은 지난해 9월부터 준비하여 10~12월을 거의 매일 촬영한 영화입니다. 영화에서 제가 맡은 역은 3류, 요즘말로 ‘루저’ 깡패 역이었습니다. 시나리오를 받아 본 순간 참 좋은 작품이 되겠다는 생각에 흔쾌히 출연을 결정하였지만 막상 하려고 하니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별 볼 일 없이 사는 깡패에다가 자기 조직에서조차 이용당하는 지질한 인물 오동철은 실제 제가 사는 모습과는 제법 차이가 나기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이의 과분한 사랑을 받는 저의 처지를 물론 늘 감사히 여기지만 배우가 진심으로 몰입을 해야 관객들은 믿어주기에 이 깡패 역에 어떻게 저를 버리고 진심으로 다가설 수 있을까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첫 단계는 우선 몸을 ‘훈제’시키는 것이었습니다. 트레이너 한 명과 한 달간 작정하고 집을 떠나 조용한 곳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그 한 달 동안 저는 새벽운동 1시간, 오후운동 3시간, 저녁운동 1시간을 매일 쉬지 않고 하며 소금기나 양념이 전혀 없는 야채, 두부, 닭가슴살만으로 6㎏ 감량을 하며 지내는 고난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것은 어찌보면 단순히 운동을 하고 살을 빼는 일에 지나지 않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넉넉함보다는 배고픔과 결핍감 같은 극중 인물 정서에 다가서는 데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연기할 오동철이란 인물은 자기의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상황이 거듭되면서 자기 자신에게는 물론 세상에 참으로 화가 많이 나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심지어 우연히 반지하 원룸 이웃으로 만난 취직준비중인 여성에게조차도 위악적인 언행을 서슴지 않습니다. 다행히 전체 영화가 조화롭고 사랑스럽게 그려져 그 인물이 흉측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 본 이 인물은 불만덩어리의 화난 인물이었습니다. 촬영 대사엔 매일 어김없이 ‘씨×’이란 욕이 들어 있었고 매일 때리고 맞고 싸우고 미워하는 역할이었습니다.
배우는 주어진 가정을 현실로 충실히 믿고 순간을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토록 배우가 그 인물을 사실로 믿어야만 비로소 보는 관객도 믿기 때문입니다.
촬영하는 서너달을 눈만 뜨면 화를 내는 고통의 감정노동을 하고 있자니 저도 힘들었지만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저를 대하는 주위사람들도 참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가족들에게는 화나 있는 역할을 연기할 때마다 항상 깊이 미안합니다. 선진 영화 외국에서는 배우가 이렇게 화난 인물을 연기하고 모든 촬영을 마친 후 정신상담이나 치료를 적극적으로 한다고 합니다.
<내 깡패 같은 애인>의 화난 오동철이라는 인물을 떠나보내고 곧이어 임권택 감독님의 <달빛 길어올리기>를 올해 1, 2, 3, 4월 촬영했습니다. 전 이 영화에서 전주시청에서 우리 한지를 담당하는 아주 선한 7급 공무원 역을 연기했습니다. 영화 촬영 내내 수개월간 전주에 머물며 전주시청 공무원들의 근면함과 과욕 없는 소박함을 닮으려 애쓰며 연기했고 아버지같이 따뜻한 임권택 감독님과 흉금없이 인생의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제 마음이 그렇게 맑게 변해갈 수 없었습니다. 전 영화에서 받은 감정노동의 고단함이 새 연기를 하면서 치유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전 연기를 하면서 사람을 배웁니다.
25년간 수많은 사람을 제 안에서 만나고 또 떠나보냈습니다.
이번엔 깡패 오동철이 제게 일러줍니다.
화를 낸다는 것은 화내는 자신이 가해자이자 동시에 가장 큰 피해자라고….
20~30대를 회상하는 것이 제게 고통인 이유는 열정이라는 이유를 내세우며 너무나도 쉽게 화를 내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제 화 때문에 상처받은 다른 사람들에게 사과하기 앞서 저 자신에게 한없이 미안해집니다.
“화내지 마라! 왜 남의 잘못으로 자신을 벌하려 드느냐!”
첫댓글 만산은 많은 공감을 가집니다. 참! 사랑스러운 친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