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근혁(bulgom) 기자 ▲ 초등학생에 대한 '일제고사'와 '상중하 식 단계별 생활성적표' 추진 등을 뼈대로 한 서울학생 학력신장방안 내용 가운데 교육부 고시와 훈령 등 행정규칙을 어긴 월권요소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1월 31일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내놓은 학력신장방안이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관에 바탕했다는 비판뿐 아니라 교육감 권한밖의 것을 발표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될 전망이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달 31일 기자회견에서 8년 전에 사라진 초등학교의 기말, 월말고사와 같은 일제고사를 학교 자율에 맡겨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또 현재 7차 교육과정과 교육부 훈령에서 문장으로 적도록 되어 있는 초등 생활성적 기록을 '매우 잘함, 잘함, 보통, 노력 요함'과 같이 등급을 매기는 4·5단계형 성적통보방식으로 바꿀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기자가 확인한 결과, 시험방식과 생활성적 기록 방식 등 교육과정 관련 내용 등은 교육부 고시와 훈령 등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교육감이 자의적으로 바꿀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고시 제 1997-15인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따르면, "평가의 결과는 학생의 서열화가 아니라 교수·학습 방법 개선을 위한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석차를 적는 중고등학교와 달리 "초등학교의 교과활동 평가는 학생의 활동 상황과 특징 등을 파악하여 그 결과를 서술적으로 기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못박고 있다.
교육부에서 펴낸 '초등학교 교육과정 해설'은 한 발 더 나아가 "제 7차 교육과정에서는 초등학교 전 과정에서 교과 활동 평가 결과를 문장으로 기술하게 되어 있다"고 적은 뒤, "따라서 종전의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와 같은 선다형 일제식 시험에 대한 요구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일제고사를 지양하고 평가기록 또한 문장으로 할 것을 각 교육청과 초등학교에 지시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또 "통지표와 평가기록부는 각 학교의 재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면서도 "적어도 초등학교에서는 학생의 활동, 상황, 진보의 정도, 특징 등을 누가적으로 기록해야 무엇을 어느 정도 성취하였으며, 무엇을 잘 하는지 종합적인 개선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적어 '초등학교 교육과정' 고시대로 문장식으로 적을 것을 지시했다.
이 같은 '초등학교 교육과정' 고시에 따라 교육부는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학교생활기록부전산처리및관리지침(교육부훈령 제607호)에서도 '교과학습발달사항'란에 중고등학교는 석차를 입력하도록 한 반면 "초등학교는 각 교과의 학습활동 진보 정도, 수행평가 결과, 특징 등을 종합하여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란에 문장으로 입력한다"고 명시했다.
일선 초등학교는 그동안 문장으로 기록한 생활성적표 내용을 바탕으로 학교생활기록부를 작성해왔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 학력신장방안의 권고대로라면 법정장부인 학생생활기록부와 비 법정장부인 학생성적표 내용을 다르게 적어야 해 학생성적표의 신뢰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공 교육감의 월권 논란에 대해 교육부 학교정책과 관계자는 3일 "세계 교육의 추세에 따라 고시된 7차 교육과정의 취지대로 초등학교 성적통지방식은 서술식이 바람직한 것"이라면서 "교육부훈령이 문장으로 학생생활기록부를 적도록 규정한 것도 이와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 훈령이 학생생활기록부를 문장으로 적도록 한 것이지 통지표를 규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별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교육부 고시인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7차 교육과정이 고시된 것이 97년인데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교육청에서 시대에 맞춰 새로 지침을 내릴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올 1월 중, 학력신장방안을 만들어 교육부와 조율하면서 일각에서 이 같은 교육부 고시와 훈령 위반 등 논란이 일자 '특정 교원단체와 합의했기 때문에 별 문제 없다'고 해명하고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