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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철 저 상상 가능한 외계인의 모습. |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윤성철 지음 /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상상 가능한 외계인의 모습
우리는 SF영화나 만화를 통해서 여러 외계 생명체의 모습을 접할 수 있다. 영화 <E.T.>에 등장한 외계인 이티는 징그럽기도 하면서 친근했고, 1997년에 개봉한 영화 <맨 인 블랙>에서도 상상으로 형상된 여러 외계 생명체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과학이 발달된 2020년에는 외계 생명체의 존재와 함께 그 형상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 윤성철의 치밀한 논리를 소개한다.
지구 탄생 후 포유류가 등장하기까지 46억 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중 하나인 인간은 높은 지능과 자의식을 지니고 있다. 지능과 자의식은 인간에게만 있는 고유한 특성이 아니다. 돌고래에게도 높은 수준의 복잡한 언어 체계와 자각 능력이 있다. 문어 역시 보기와는 달리 매우 높은 지능과 자의식을 갖고 있음을 여러 연구가 보여준다. 이처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화해온 생명체에게 높은 문제 해결 및 자각 능력이 있다는 사실은 ‘지능과 자의식’조차도 특정한 역사에 의존하는 고유한 현상이라기보다는 생명체에게서 보편적으로 발현될 수 있는 현상임을 보여준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을 바둑으로 이긴 사건이 보여주었듯, 심지어 지능이라는 기능은 기계로도 쉽게 구현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외계의 고등 생명체 중 일부에서는 인간처럼 높은 지능이 발현되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만일 인간처럼 과학기술 문명을 성취한 외계인이 있다면, 과연 그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지구의 수렴 진화 현상으로부터 우리는 다음과 같은 추측이 가능하다. 일단 그들은 돌고래처럼 바다에 살기보다는 인간처럼 지상에 거주하고 있을 것이다. 돌고래는 인간처럼 복잡한 언어를 구사하고 지역마다 사투리가 존재하며 심지어 다른 지역의 언어를 통역해주는 경우도 발견되는 등 매우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돌고래가 미적분과 리만기하학을 사용하여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등의 과학기술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 아마 바닷속의 안락한 환경 속에서 도구를 사용하는 문명을 발달시키는 일이 그들에게는 불필요할 것이다. (...) 또한 외계인들은 ‘적당한 크기의 몸’을 가졌을 것이다. 쥐처럼 작으면 정보처리에 충분할 만큼 큰 뇌를 담을 수 없고, 지나치게 커도 중력 때문에 충격에 따른 부상에 취약해진다. 에너지 효율의 관점에서도 공룡처럼 지나치게 큰 몸은 부담스럽다. 지상에 사는 문명인이라면 시각 정보를 활용하는 기능이 중요할 것이고 외계인에게도 분명 두 개의 ‘눈’이 있을 것이다. 지상의 대기 영역에서는 생존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음파를 통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하므로 청각을 위한 ‘귀’도 필요하다. (...) 아무래도 울퉁불퉁한 지표면의 이동에는 바퀴 형태보다는 ‘다리’ 형태가 유리하고, 다리가 하나면 안정성이 부족하고 지나치게 많으면 뇌가 쉽게 과열되기에 인간처럼 에너지 효율에 가장 좋은 이족 보행을 할 가능성이 높다. (...) 매우 솜씨가 뛰어난 ‘손’ 역시 복잡한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 문명인의 필수 요소일 것이다. 손이 말굽처럼 생겨서 손가락이 없다면 도구 문명이 세련되기 어렵다. 그들에게도 분명 손가락과 유사하거나 손가락을 대체할 수 있는 기관이 있을 것이다. (...) 이쯤 되면 대충 외계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표면 중력이 지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힘도 인간에 비해 지나치게 세거나 약하지는 않을 것이다. 키도 인간에 비해 너무 작거나 크지도 않을 것이고 다리와 팔, 눈과 귀도 인간처럼 두 개의 코도 있을 것이다. 결국 인간의 모습과 많은 유사점이 있을 것이다. (250~254)
저자는 외계인을 만나면 수학이나 과학을 통한 소통이 가능하다고 추측하면서 정서적 교감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우리가 야생에서 맹수를 만났을 때 느끼는 두려움을 외계인이나 우리 또한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두려움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도 유추했다.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가한 학살의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