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dow.google_render_ad();
배번 : 60049 기록 : 2:42:45 (역대 고성대회 최저기록) 순위 : 전체 9위 (청년부 7위)
* 구간기록 * 18'31" ▼ 18'50" ▼ 18'57" ▲ 18'55" ▲ 3'36" ▼ (반환 ; 1:18:50) 15'07" ▼ 19'20" ▲ 19'39" ▼ 20'49" ▼ 09'00" ▼
복장 : 회사 저지 + 숏 + 팔토시 신발 : 타사재팬 08 견본
=================================================================
훈련의 일환으로 참가하는 대회일지라도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렇듯이 테이퍼링이나 식이요법 같은 요란함을 떨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준비는 한다고 했다. 분당에서 고성으로 출발하는 그 순간까지도……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아 라 했던가? 먼 곳에서 친구가 부르니 또한 어찌 마다 하겠는가?
그러한 기쁨을 완전 억누르지는 못할지라도 적정수준에서 마쳤으면 좋았으련만… 목적지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대회를 위한 다짐은 봄 햇살에 하얀 눈 녹듯, 술 한 잔 한 잔의 알코올에 희석되어 사라져 버리고 그간의 대회를 위해 끌어올린 컨디션은 어느새 과음을 위한 몸 다듬기로 전락(?)해 있었다.
평소엔 몸에서 받아주지 않던 소주-정말 평소엔 잘 마시지 않는다-가 이 날 따라 왜 그리도 잘 넘어가는지……원…ㅉ~ 급기야는 횟집 노 주인장과 함께 잔을 기울일 정도가 되어 버렸으니…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 아니겠습니까? ㅎㅎ
결국 숙소 귀환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통영 바닷가의 아름다운 불빛과 어우러진, 휘영청한 보름달과 초롱초롱 빛나는 밤 하늘을 수 놓은 별들을 바라보며 친구들과 함께 해저터널을 지나 숙소로 향하는 밤길을 거닐며 얘기 꽃을 피우고… 마라톤이 별거냐? 좋은 친구들과 이렇게 진솔한 얘기 나눔 또한 인생마라톤 아니더냐? 즉, 인생이 마라톤이고 마라톤이 곧 인생 아니겠느냐? ㅋㅋ 달이 너무 밝았는지 한 친구는 해라 하더구만…ㅍㅎㅎ
여하튼 모자란 잠을 자고 일어나 아침을 먹으며 괜한 객기를 부려본다. 어차피 어제의 술기운으로 1차 목표 달성은 힘들겠고 생체실험이나 한 번 해보자! 복분자주를 종이컵에 담아 2잔을 들이킨다. 커억~ 조오타~ ㅋㅋ 이런 무모함이란…ㅜ.ㅜ;;; 이 대목에서 지금 나의 존재가치가 파악이 안 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하는가? 진정 원하는 것이 술 이었던가? 하고…
그러나 이미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 버렸고 먼 길 떠날 배는 출항을 해 버렸으니 오늘 고생 좀 엄청시리 해야 할끼고마~ 그라모 알코올 기운으로 함 뛰어 볼까나? 대회장으로 Go~
날이 추워 복장 정하기가 만만찮다. 그래도 기록주를 하겠다고 작년에 디자인하여 호주지사로부터 구랍 날라온 회사로고가 박힌 저지와 숏으로 최종 결정하고 출발선에 서니 아마추어의 쟁쟁한 별들과 국민마라토너 이봉주선수가 출발선에 보인다. 간단히 인사하고 출발!
오늘도 그 두려운 105리 장도에 오른다. 벌써 51번째 마라톤 참가지만 아직도 출발선에 서면 결승점에 어떤 모습으로 도달할 지 걱정스럽고 두렵기만 하다. 그만큼 변수가 많은 것이 마라톤임을 잘 알면서도 술을 마셔댄 스스로가 이제 와서 조금씩 후회된다. 이건 또 왠 변덕이란 말인가?
출발 후 곧바로 빠질 줄 알았던 우리의 국민영웅 이봉주선수는 계속해서 학생선수들 과 함께 선두그룹에 묻혀 그룹을 리드하고 잠시 옆에서 따라 뛰었지만 이러다 후반 에 엄청 고생하지 싶어 속도를 줄였는데 화장실이 가고 싶은거다~ 쉿~ ^^* 왠만하면 참고 가고 싶었지만 방광이 부풀어 터지지는 않더라도 한 없이 커져 위로 역류라도 하게 되면 그야말로 황당초절정 아니겠는가?
이러한 상황은 누구라도 원하지 않을 터인 즉 잠시 옆으로 빠져 체중 조절 쪼~매 하고 다시 돌아 온 사이 선두는 200미터 정도 벌어져 버리고 게임은 여기서 종료.
선두 그룹도 5km가 지나니 대열이 많이 흩어져 그룹에서 떨어진 주자들이 일렬로 늘어서 달린다. 먹잇감을 발견한 하이에나처럼 따라는 가고 싶은데 도대체가 몸이 무거워 속도가 붙질 않는다. 알코올과 함께 날라가 버린 1차 목표는 차치하고라도 30분대 완주라는 2차 목표는 올해의 당면 과제이기에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데 몸이 말을 안 듣네!
아니 이건 몸이 말을 안 듣는 게 아니고 지난 밤과 아침의 내 행동에 대한 신체의 반항이며 항명이자 쿠테타이다. 아니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자구책일 것 이다. 설상가상으로 숏 하나로 차가운 기온을 그대로 받아내며 자라목 하고 있던 놈이 얼어 붙기 시작하는지 통증이 오기 시작한다. 난감하네…그렇다고 어디서 응급처치 할 만 한 곳이나 물건도 없으니 일단은 참고 가는 수 밖에. 어차피 그 넘은 내 것이 아니잖 어~ㅋㅋ
15km를 지나니 몸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것 같다. 동해 초등학교부근의 구실잣밤나무 길을 달리며 지난 여름 제주도를 떠 올려본다. 가이드아저씨가 길가의 나무 이름을 맞춰 보라는데 뭔…대추나무, 잣나무, 밤나무, ? 이렇게 보기를 주는데 도대체가 내가 보기엔 붉가시나무나 태산목 정도로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밤나무라 하니…세상엔 모르는 게 너무 많음을 느끼며 새로이 머릿속에 담아 두었는데 오늘 다시 한 번 아로새기며 확실히 인지해 둔다.
한참 멀게만 보이던 앞선 주자들이 속속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더니 17km를 넘어서며 추월을 시작한다. 그렇지! 이제부터 다 주거쓰~~~ ㅋㅋ ‘취권’ 아니지 ‘취주’라고 알랑가 모르겄네이~ 허허실실 이라고...ㅎㅎㅎ 어디 근처에 술 좀 보충할 곳 없나? ㅡ.ㅡ;; 이쯤에서 또 두어잔 들어가면 끝내줄 듯 한데...
드디어 반환점을 도는데 허걱~ 맞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하프지점이 반환점을 약 100여미터 지난 지점쯤임을 감안하여 시간을 보니 30분대에 겨우 턱걸이 진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바람이 이렇게 세게 불어댄다면 불가능 할 것 같다는 느낌이다. 술만 있다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더욱이 27km 지점쯤 부터는 차가운 바람으로 코가 얼어붙어 호흡마저 잘 안 된다. -달리기를 하면 콧물이 흐르는 알러지가 있슴- 바람은 또 어찌나 거센지 잠시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몸이 휘청거릴 정도이다. 하지만 스스로와의 약속이 있었기에 어쨌든 할 수 있는데 까지는 최선을 다해야 할 것 아니겠는가?
눈에 보이는 가시권의 주자들을 하나 둘씩 추월하며 달리지만 속도를 올릴수록 바람의 저항도 비례하여 커지기에 더욱 힘이 들 뿐 기대만큼의 구간기록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3” 이라는 숫자의 끈을 붙들고 37km까지 최선을 다했건만 남은 5km를 18분 초반에 통과해야만 수정된 2차 목표라도 달성할 수 있기에 정말 사력을 다해 봤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1km 랩타임을 보고 2차 목표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이 순간! 너무나 나 자신이 후회스럽다! 새해 첫 대회, 처음으로 회사로고가 새겨진 저지를 입고 참가한 대회에서 왜 그런 터무니없이 황당한 행동-적당히 끝맺지 못한-을 했을까?
결승점 통과 후 트랙에 잠시 무릎을 꿇고 다시는 마라톤을 경시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반성하고 고성마라톤에서의 레이스를 반추하며 앞으로 100일 동안 일체의 술을 하지 않을 것이며 음주의 세계에서 잠수하련다.
앞으론 결코 이러한 레이스를 하지 않겠음을 공표하여 스스로와의 약속은 물론 불특정다수에게 다짐을 함으로써 더욱 공고히 하고자 한다.
죄송합니다.
|
첫댓글 위 글은 저랑 동갑인 마스터즈계의 강자 강호님의 대회참가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