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찬히 거시기한 꼬막이 돌아왔다
꼬막은 생각보다 꼬장꼬장한 녀석이다.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해감 빼내기와 삶기 또한 제대로여야하는데 그 절차가녹록치 않다. 그렇다고 진정한 고수를 만나기도 쉽지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꼬막을 즐겨야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그건 솔찬히 거시기하다. 만약 희대의 바람둥이였던 카사노바가 꼬막의 효능을 제대로 알았다면 굴보다느 꼬막 애호가로 소문이 났을 정도랄까. 11월부터 이듬해 3,4월까지가 제철인 꼬막을 바로 지금, 제대로 맛있게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다.
좌우의 극단적인 이데올로기 속에 빚어지는 첨예한 대결과 갈등을 배경으로 한 조정래의 대하소설<태백산맥>, 여순반란사건에서부터 한국전쟁, 휴전협정에 이르기까지 왜곡과 굴절로 얼룩진 분단사를 포함해 한국 현대사를 이해하는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무려 11년 넘게 불온성 시비에 휘말린 바 있어 1980년대 최대의 문제작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렇듯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온 이 소설 속에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연이 등장한다. 그것은 바로 꼬막과 관련 된 이야기다. <태백산맨>의 주 배경인 벌교의 특산물이자, 인물간의 복잡한 애정관계 등을 묘사하는 장치로 사용되는 꼬막, 한편으론 벌교 사람들이 지닌 강인한 힘의 원천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사실 이러한 이야기는 근거 없는 뜬소문이 아니다. 꼬막은 스태미나 증진에 도움을 주는 리보핵산이 다량으로 함유된 것은 물론,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고 헤모글로빈이 많아 노약자와 임산부에게 좋고, 단백질과 칼슘 비타민 등의 영양까지 풍부해 성장기 아이들을 위한 최상의 식재료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이는 벌교에서 주먹 자랑하지 말고, 여수에서 돈 자랑하지 말고, 순천에서 얼굴 자랑하지 말고, 전라도에서 음식 자랑하지 말라는 옛날의 속뜻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꼬막, 맛있게 즐기는 법
그렇다면 벌교 꼬막이 지닌 참맛이란 대체 어떤 맛일까? 책의 저자인 조정래 작가는 본문 중 벌교꼬막의 맛에 대해 ‘간간하고 쫄깃쫄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그 맛’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알 듯 모를 듯, 그러면서도 투박한 듯 묘사되고 있지만 그러한 점 때문에 오히려 책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먹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끔 만드는 매력을 지닌 것이 벌교의 꼬막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손질의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꼬막을 먹고 싶어하는 이유도 모두 다 그러한 투박함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호기심을 자극하는 벌교의 꼬막을 맛보기 전 우선 그 종류에 대해 알아보자.
벌교 앞바다 갯벌에서는 참꼬막, 새꼬막, 피꼬막등 3종류가 채취된다. 이중 햅쌀 맛에 비유되는 참꼬막을 최고로 친다. 참꼬막은 쫄깃한 맛이 강하고 은은한 갯내가 입 안 가득 퍼지지만, 새꼬막은 상대적으로 맛이 떨어져 벌교에서 일명 ‘개꼬막’이라 불리며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지만, 최근에는 새꼬막의 맛에 반해 찾는 사람이 상당수다.
꼬막을 맛있게 즐기는 법 첫 번째
1. 큰 볼에 약간의 소금과 꼬막을 넣고 달그락거리는 요란한 소리가 귀를 따갑게 할 정도로, 바락바락 문질러 씻는다.
2.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계속 씻고 헹궈내기를 여러번 반복해 뽀얀 껍데기를 드러낼 때까지 씻는다.
3. 씻어낸 꼬막은 깨끗한 소금물에 넣고 반나절 정도 담가 나머지 빠지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해감을 토해내게 한다.
깨끗하게 해감을 빼 낸 꼬막은 삶기 또한 중요하다. 삶은 꼬막은 그대로 먹기도 하지만 무침, 비빔밥 등 거의 모든 꼬막요리에 재료로 이용되는 만큼 잘 삶아야 하는데, 꼬막 맛은 어떻게 삶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너무 오래 삶으면 맛있는 육즙이 모두 빠져나가 질기고, 덜 삶으면 비린내와 갯내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핵심은 ‘데치듯 익히는 것’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본고장 스타일은 이렇듯 데치듯 익힌 꼬막을 최고로 친다. 때문에 벌교 출신의 한 요리연구가는 “꼬막을 데치듯 익혀 팔지 않는 서울에서는 꼬막 먹기가 꺼려진다"라는 여담을 전하기도 했다.
꼬막을 맛있게 즐기는 법 두 번째
1.끓는 물에 찬물 1컵을 넣어 온도를 80~90도로 낮춘다.
2.씻어놓은 꼬막을 물에 잠길 정도로 넣고, 한족 방향으로 1~2분간 저어준다.
TIP 꼬막을 데칠 때 한 쪽 방향으로만 저어주는 이유는 꼬막의 살이 한쪽으로 기울게 해 겁데기를 깔 때 살이 찢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것.
3.공기방울이 올라올 때 혹은 꼬막이 3~5개 정도 입을 벌렸을 때 바로 꺼낸다.
굳이 간장 양념을 만들어 찍어 먹지 않아도 간간한 맛에 자꾸 입으로 무한 반복 가져가게 되는 중독성 강한 맛, 꼬막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설사를 하거나 배탈이 나지않으며, 꼬막 속의 붉은 육즙은 헤모글로빈이 많다는 증거로 실제 빈혈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도 있다.
여기에 명심할 사항 하나 더 있다. 아무리 잘 삶아진 꼬막이라도 식탁에서 바로 까서 먹어야 더 실한 육즙과 꼬막살의 신선함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스테이크를 미리 썰어 놓으면 육즙이 말라버려 풍미가 떨어지는 것처럼, 수고를 줄이고자 꼬막을 미리 까놓은 것은 본연의 감칠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자제해야 할 행동이라는 것을 알아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