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만남
무척이나 자신의 일을 갖고 싶어하던 L은 작년 여름에 북부여성개발센타에서 취업을 위한 호텔룸메이드 교육강좌가 열리자 당장에 교육신청서를 냈고 무더운 여름동안 긴 교육을 받은 후 곧 취업을 했었다.
이처럼 녹색의 주선으로 취업에 성공한 경우가 흔치 않아 여러가지로 궁금했다.
‘과연 잘 해내고 있을까?’
‘혹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문제로 힘들어 하는 것은 아닐까?’
‘가족이나 남편이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은 엄마의 부재로 인한 문제를 어찌 해결하고 있나?’
그러나 웬일인지 연락을 취해도 답이 없거나 아주 형식적인 대화만이 가능했다.
“네, 잘있어요. 선생님!”
“힘들지 않아요. 고맙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같은 기회가 다시 마련되어 교육과 취업을 원하는 후배(?)들을 추천하여 교육을 하던 중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L에게 시간을 내어 이들에게 멘토링을 하는 과정이 꼭 필요할 것 같아 현재 다문화팀을 맡고 있는 박선생님께 뜻을 전달하고 먼저 북부여성개발센타에 문의하여 같은 내용이 교육과정에 포함되어있는지 알아본 후 없다면 자체적으로 기회를 만드는게 좋겠다고 건의했다.
그런데 내가 L을 꼭 보고싶어 하는 마음이 통했는지 그렇게도 연락이 없던 그에게서 연락이 와 만나고 싶으니 시간을 내라는 것이었다. 얼마나 반가운지. . .
.2, 3일 후 만나기로 하고 기다리는 중에 슬며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연락이 없더니 무슨 일이지? 뭐 안 좋은 일이라도...’
‘별일 없고 ’그냥 보고 싶어서‘ 라고 하기는 했지만 뭘까?’
L은 수요일이 쉬는 날이고 화요일이 주말인 셈이라 화요일 근무 후에 만난 그는 아주 활기찼고 2, 3일의 근심은 그야말로 기우였다. 같이 저녁식사를 하면서 근무지에서의 이야기, 직장동료들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등으로 두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고 있는데 어디선가 자주 전화가 오길래 물었더니 아이들이란다.
“맞다! 오늘 엄마가 주말인 셈인데 애들이 얼마나 기다리겠어? 저녁 안 먹고 차나 마시며 이야기하고 헤어질 것을.” 하며 일어서려는데
“선생님, 조금 더 있어요. 실은 오늘이 제 생일이라 가족말고 선생님과 밖에서 밥 먹고 싶었어요.” 하는게 아닌가?
그 마음이 정말 고마웠다. 이미 식사비는 몰래 계산을 했길래 나가서 축하 케잌을 사려고 했더니 아이들이 이미 준비해놓고 빨리 들어오라고 보채고 있다고 했다.
서둘러서 헤어져 L을 보내고 나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따뜻해져 왔다.
집에만 있다가 종일 근무를 하자니 처음 해 보는 일이라 몸도 힘들고 집에 오면 아이들 챙기고 살림도 해야하는 L의 사정은 생각해보지 않고 섭섭하게 생각했던게 또 얼마나 어리석었나 하는 생각과 함께 진짜 ‘친정언니’ 같은 친밀감을 느꼈다.
타국으로 생활의 터전을 옮겨 새로이 삶을 개척하고자 하는 L에게 앞으로도 좋은 일 만 있기를 바라며 현재 준비하고 있는 친정동생들도 모두 취업이 되고 잘 적응할 수 있을꺼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이 만남의 힘으로 당분간 ‘화이팅!’ 할 수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