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태항산(천계산, 만선산) 기행
평소 산을 좋아하고 여행을 즐기는 편이지만 국내의 산과 여행지를 두루 다 섭렵한다는 게 쉽지 않은 노릇이다. 하물며 해외, 그것도 중국 이라는 나라는 말해 무엇하랴. 알아도 알아도 끝이 없는 미지의 땅, 이웃나라 중국은 한두 번 여행했다고 해서 다 안다고 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동안 열 번 정도 갔어도 갈수록 볼게 많고 볼수록 신기한 곳이 중국이다. 주로 관광지보다는 산을 찾았다. 이번에도 그랬다. 태항산은 3년 전에 다녀왔지만 그 때의 느낌이 너무 좋아 다시 가게 되었다. 백두산(장백산), 황산, 노산, 태산, 화산, 고무당산, 태항산, 호도협과 옥룡설산을 다녀왔는데 일부러 힘든 코스를 택해 등산을 했지만 대부분의 중국산은 등산 보다는 관광개념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케이블카 등 인공시설이 많고 남녀노소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산이 태반이다. 중국의 그랜드 캐니언으로 불리는 태항산만 해도 적당한 계곡 트레킹과 빵차를 타고 대협곡을 감상하는 코스로 누구나 부담 없이 걸으며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중국의 22개 성 가운데 하남성과 산서성 그리고 하북성에 걸쳐있는 태항산맥(남북으로 600km, 동서로 100km) 남쪽에 솟아 있는 태항산(임주대협곡)과 천계산, 만선산을 3박4일의 일정으로 다녀오게 되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제남국제공항 까지 1시간 40분 날아간 다음 하남성 휘현이라는 인구 82만의 작은 도시로 관광버스타고 6시간 동안 이동하여 하룻밤을 묵은 후 이튿날 새벽에 출발, 30분 만에 천계산 입구에 당도했다.
‘하늘과 땅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 산’이라는 뜻의 천계산(天界山)은 정상(노야정) 부근 운봉화랑에서 보는 비온 뒤의 운해가 일품인데 이날은 날씨가 너무 맑아 오히려 아쉬웠다. 그러나 시야가 좋아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산세는 이름대로 하늘과 경계를 이루며 아침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산 위로 빵차를 타고 가면서 중간 중간에 내려 구경을 했다. 산 속에도 집이 드문드문 있는데 이 산을 이루고 있는 점판암으로 벽을 쌓고 지붕도 얹은 돌집이다. 주민들이 집 앞에 나와 좌판을 벌이고 과일 종류를 팔고 있다. 자두처럼 생긴 산 사과가 주로 많고 호두, 대추도 사 먹을 만하다. 대개의 중국인들은 산길을 걸어서 다니는데 그럴 때마다 빵빵~~코너를 돌 때도 빵빵거려서 빵차 라고 부른다. 길 아래는 천 길 낭떠러지로 태항산에 비해 폭이 좁고 비포장 상태가 많아 엉덩이는 불편해도 스릴이 있어 더 좋다. 여기서 최고의 백미는 왕망령이다. 만선산과 이어지는 곳에 위치하여 멋진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산 위에는 단풍이 물들어 제법 가을답다. 우리가 아침 일찍 서둘러왔지만 때마침 중국 국경절 기간(10.1~7)이라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중국인들의 옷 색깔이 전과 달리 화려해졌다. 그만큼 경제사정이 좋아졌다는 증거다. 왕망령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황산과 장가계를 합쳐놓은 듯 황홀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비경은 바로 비나리길이다. 1시간 반 정도의 왕망령 트레킹을 마치고 산정에 위치한 대형식당에서 중식 후 찾아갔는데, 산골마을 사람들이 1962~1967년 동안 산 중턱에 터널식으로 길을 내고 중간 중간에 구멍을 뚫어 놓아 그 사이로 보이는 경치가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길이다. 처음엔 이동목적으로 만들었지만 지금은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입구에서 입장료 징수) 관광수입만 해도 대대손손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라고. 여기서 우공이산(愚公移山) 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우공은 사람이름으로 옛날 이 지역 태항산 속에 살던 할아버지인데 집 앞에 산이 가로막혀 답답하고 불편하자 가족들을 위해 곡괭이로 산을 파내기 시작한다. 자기가 하다 못하면 아들이, 그리고 손자가 계속 하겠거니 하고 계속했다. 이런 미친 할아버지에게 기분이 상한 산신령이 옥황상제에게 고하니 오히려 이 할아버지에게 감동하여 도와주라고 해서 결국은 산을 통째로 옮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공이산의 유래인데 무모하지만 상식을 뒤엎는 발상으로 우리말로 ‘하면 된다’ 는 교훈을 주고 있다. 비나리길을 내려와 만선산으로 이어지는 계곡 길을 걸었다. 만선산은 ‘만 명의 신선이 사는 곳’이라는 이름처럼 남태항산 깊숙한 협곡에 위치하고 있다. 얼마쯤 내려가다 보니 하늘에서 수직으로 흰 금을 그은 듯 떨어지는 흑룡담폭포가 기다리고 있었다. 깊은 계곡에는 역시 폭포가 제격이다. 아래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콘크리트 포장길을 달려 정상(1,672m)을 행해 올라갔다. 많은 사람들이 걸어가면서 우리를 부러운 듯 바라본다.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 중에서 아기를 안은 젊은 엄마가 유독 힘든 표정으로 차를 세웠으나 빈 좌석이 있음에도 기사는 외면하였고 그 때 아기엄마의 간절한 눈빛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여행을 하다보면 처음엔 아름다운 경치에 매료되지만 나중엔 이런 사람들의 눈빛이 더 오래 남는다. 다시 만선산 주차장으로 돌아 내려와 당초의 우리 전용버스로 갈아타고 오는데 수많은 인파와 차량으로 교통체증이 심하고 심지어 역주행하는 차도 간혹 있었다. 알고 보니 중국 공산당 당원이라는 것이다. 지저분한 거리와 무질서, 특권의식, 빈부격차 등 중국이 경제대국(G2)으로 성장한 거인이지만 절름발이의 모습이다. 3시간 반 정도 걸려 임주시(휘현시와 함께 태항산 덕분에 현에서 승격된 도시)로 와서 호텔에 투숙. 이튿날 아침식사를 하는데 옆 테이블에 한국 단체관광객으로 온 중년 남자들이 고추장, 장아찌, 깻잎, 김치, 컵라면에 심지어 소주병 까지 꺼내놓고 냄새를 피운다. 이런 행동은 남의 나라에 와서 예의가 아니다. 오늘은 태항산 대협곡(임주)을 트레킹 하기로 하고 황룡담~ 흔들다리~ 백룡담~ 함주~ 어룡회수~ 구련폭포 등 계곡 길을 1시간 남짓 걸어 도화곡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마치 태곳적 신비가 살아있는 시원의 세계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맛보았다.
트레킹이 끝나는 지점에 우리 교민이 운영하는 매점이 있는데 장수막걸리, 컵라면 등이 진열되어 있다. 식혜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도화곡 주차장에서 빵차를 타고 왕상암까지 가면서 중국의 그랜드 캐니언이라고 불리는 태항 태협곡을 감상했다. 표면이 온통 붉은 색으로 점철된 바위산이 시루떡 같이 켜켜이 쌓여있고 때로는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서 있는 모습이 장관인데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약 300만년 전 바다 속에 잠겨있던 땅이 대륙 간 이동에 따라 융기하면서 형성된 것이란다. 3년 전에는 빵차 기사가 그당시 한창 유행하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틀어주어 신나게 흔들어대며 달렸는데 이번엔 중국 노래를 들으며 조용히 경치를 음미했다. 똑같은 여행지라도 언제 누구와 가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다를 수 있다. 왕과 신하의 일화가 있는 왕상암에서 내려 다시 걸어서 하산, 그런데 태항산 트레킹코스의 명물이자 하이라이트인 88m 나선형계단(일명 회오리계단)이 안전사고 이후 일방통행으로 바뀌어 내려갈 수 없게 되어 우리는 우회로로 내려와야 했다. 나는 이미 경험을 했지만 다른 일행들은 못내 아쉬운 듯. 하지만 어느 여행이고 하나 정도는 아쉬움으로 남겨두고 좋은 추억만 가져가자고 저녁 술자리에서 내가 한마디 하면서 건배를 제의. 좋은 여행은 많이 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느끼는 것이다. 비록 짧은 여정이었지만 여운은 길다. 친구와 둘이 가서 함께 일정을 보낸 일행(총 10명)에게 감사하고 또 이렇게 건강한 몸으로 여행(산행)을 할 수 있는 나 자신에게도 감사하다. 끝 |
출처: leewoonpa 원문보기 글쓴이: 운파
첫댓글 제대로 느끼셨다니 다행 입니다.. 부럽심더~~~
멋진여행 하셨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