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심원의 내 영혼의 독서묵상 (가장 가난한 아이들의 신부님 )

[홍혜숙 ( 데레사)]

빛의 자녀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는 것은 종교적인 명제가 아니다.

종교행위를 열심히 해서 얻어진 자격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는 것은 하나님의 특별한 선택과 은총인 것이요, 영광의 생명을 얻는 것이다.

세상의 그 어떠한 존귀함도 이것보다 귀한 것은 없다. 천하를 얻었다 할지라도 이 생명을 얻지 못한다면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라 주님은 말씀하셨다.

하나님의 자녀가 된 사람들에게 이러한 영광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분명 주님은 삶을 통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라 하셨다.

 “이같이 너희 빛을 사람 앞에 비취게 하여 저희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마5:16)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것은 빛 자체가 된 것이다. 하나님은 이 어둠의 세상에서 우리를 빛으로 부르신 것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마5:14) 빛이 되었다면 삶에서 그 증거가 나타나야 한다. 그것은 빛의 열매를 맺는 것이다. “너희가 전에는 어두움이더니 이제는 주 안에서 빛이라 빛의 자녀들처럼 행하라. 빛의 열매는 모든 착함과 의로움과 진실함에 있느니라.” (엡5:8-9)

세상이 어두운 것은 악함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러한 빛의 자녀들의 행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빛의 용도는 어둠을 몰아내는 일에 있다. 그런데 나를 포함한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은 때론 빛을 감추어 놓았기 때문에 세상이 어두운 것이다.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안 모든 사람에게 비취느니라.” (마5:15)

빛의 자녀, 내 인생은 그렇게 하나님으로부터 부름 받았다. 어둠의 자식이었지만 어둠을 몰아내 주셨다. 그런데 문제는 있다.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본질이 빛의 자녀로 거듭났지만 습관은 여전히 어둠의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 빛 된 삶이란 무엇일까? 영광, 화려한 박수갈채인가? “가장 가난한 아이들의 신부님”의 저자이신 ‘소 알로이시오’ 신부님은 자신의 빛 된 삶을 이렇게 정의 하셨다.

“나는 판잣집 생활을 통해 무엇을 증거한다거나 누구에게 교훈을 주려는 뜻은 조금도 없었다. 그래서 그들의 지적에 상당히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판잣집 생활은 긍정적인 면이 부정적인 면보다 무게를 달면 훨씬 무거웠다. 그래서 나는 그 생활을 계속했던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판잣집 생활은 내게 빛과 은총의 생활이었다.” (p254)

신부님의 고백은 사도 바울의 고백으로 연결되게 하였다.
“유대인들에게는 내가 유대인과 같이 된 것은 유대인들을 얻고자 함이요 율법 아래 있는 자들에게는 내가 율법 아래 있지 아니하나 율법 아래 있는 자 같이 된 것은 율법 아래 있는 자들을 얻고자 함이요 율법 없는 자에게는 내가 하나님께는 율법 없는 자가 아니요 도리어 그리스도의 율법 아래 있는 자나 율법 없는 자와 같이 된 것은 율법 없는 자들을 얻고자 함이라.

 약한 자들에게는 내가 약한 자와 같이 된 것은 약한 자들을 얻고자 함이요 여러 사람에게 내가 여러 모양이 된 것은 아무쪼록 몇몇 사람들을 구원코자 함이니 내가 복음을 위하여 모든 것을 행함은 복음에 참예하고자 함이라.” (고전9:20-23)

신부님은 스스로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한국을 택하여 그의 젊음을 불태웠다. 그를 태워서 어둠의 한국을 밝히셨다. 그의 꼼꼼하게 기록되어진 당시의 한국 상황을 읽는 내내 부끄러웠다.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란 단어가 가득 메워졌다.

저 깊은 수렁을 메우듯 그렇게 부끄러움으로 메워지고 넘쳐나고 있었다. 한국전쟁 직후 그는 스스로 선택하여 한국 땅을 밟았다. 우리 조국이 얼마나 가난했고, 어둠속에 있었던지 그의 글들이 실감나게 증언하고 있다. 그가 한국에 첫 발을 딛었던 당시의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기차는 서울역을 벗어나 대전, 대구, 부산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내뿜는 증기량이 많아질수록 기차의 속도는 빨라졌다. 고개를 돌려 옆 사람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거친 피부와 주름진 얼굴에서 오랜 세월 동안 고난을 이겨낸 강한 의지력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불평이라고는 전혀 모를 순박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검은 두 눈동자는 고요한 한국의 밤하늘처럼 슬프고 우울해 보였다."(p28)

서울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그가 경험한 한국의 가난은 이러했다.

“한참 걷다 보니 배가 고팠다. 먹은 것이라곤 8시간 전에 비행기에서 먹은 커피와 스크램블한 계란이 모두였다. 주위를 살펴보니 골목 한 모퉁이에 구멍가게가 있었다.

 1백 환을 내고 초콜릿 과자를 샀다. 포장을 벗기고 한입 깨물었더니 곰팡이 냄새가 심하게 나고 지독히 썼다. 놀라 입에 든 것을 그대로 내뱉고 나머지도 길에 버렸다. 순간, 멀리서 내 행동을 보고 있던 한 여자아이가 쏜살같이 달려와서는 과자를 집어 한 입에 먹어 버렸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pp25-26)

그러한 낯선 이국땅에서 그는 결심한다. “나는 부산 시내를 쳐다보며 한국 사람들과 함께 하는, 완전한 한국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다.” (p33) 그의 첫 한국 생활은 세상에서 가장 처절한 삶 그 자체였다. 그러한 상황가운데서도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한국에 도착한 뒤 부산에서 보낸 몇 주간은 마치 신혼기 같았다. 마음은 여전히 신혼여행을 온 것처럼 더없는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p89)

사도 바울의 고백이 곧 신부님의 고백이었다. 어둠의 한국 땅에 그의 연약한 육체를 태워 빛이 되었다. 그렇게 얻어진 병으로 그는 1992년 3월 16일 마닐라 산타 메사의 소녀의 집 사제관에서 임종한다. 그의 나이 62세였다.

기독교 목사인 내게는 세상과 동화됨이 부족하다. 예배당 안에서만 웅크리고 있다. 빛을 밝히기 위해 세상으로 뛰쳐나가려는 용기가 없다. 내 인생에 빛이요, 은총은 안정됨, 안락함으로 마치 엘리 제사장처럼 비대해졌다.

그래서 신부님의 사역들의 증언을 읽으면서 부끄러워 숨을 곳을 찾기에 분주했다.

마지막 때에 권력자들이 어린양의 진노를 피했던 것과 같다고나 할까.(계6:16) 하나님이 나를 이 땅에 보내신 그 뜻을 다시금 되새긴다. 빛의 자녀로서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을 향해 오늘 나는 고통의 무릎을 꿇는다.

                                                                               - 옮겨온 글-

[이승태[이냐시오]]

목사님께서 쓰신 글이군요.
정말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홍혜숙 ( 데레사)]

감사합니다. 알로이시오 몬시뇰께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뿌린 복음의 씨가
곳곳에서 많은 열매를 맺었으면 합니다.

[남진희(임마누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