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와 30여년을 고향같이 생각하며 살던 함(Hamm)을 떠나온 지가 벌써 7개월이나 되었다.
내가 살던 Hamm지방 박성하 한인회장으로부터 '야유회에 참석해 달라'는 정중한 초청을 받고, '오랜 세월을 함께 했던 사람들을 만난다'는 설레임과 기대감이 마음 가득히 채워진 체, 지난 6월 16일 먼 길을 달려 모임장소로 정해진 Maximilian-park Hamm으로 달려갔다.
초여름의 푸르름으로 장식된 산하, 빛나는 초록의 물결이 더욱 화사하게 눈에 들어오니 '언제 이렇게 숲이 꽉 들어찼을까?' 일찍이 느껴보지 못했던 그야말로 너무나 장관을 이루는 풍경이 눈에 새롭게 들어왔다.
6월의 계절을 드러내 보이고자 하는 이들 마음에 시적인 감흥을 가져다주는 듯한 자연의 위력과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루는 Maximilian 공원에서 어느새 젊어진 마음으로 서로 반기며 얼싸안고 만남의 기쁨에 어쩔 줄 모르며 나눈 대화와 웃음소리는 녹색의 푸른 잎들을 덩달아 흔들흔들 춤을 추게 하는 듯 했다.
숲속의 맑은 공기를 타고 코 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불고기 굽는 냄새는 입맛을 다시게 했으며 회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안내방송이 들리는 순간 당겼던 구미를 잠재워야만 했다.
박성하 회장은 인사말에서 "우리 함 한인회는 그동안 스스로 참여하고 봉사하는 정신으로 끓임 없이 성장해 나온 단체로서 이제 우리에게는 보다 알찬 한인회 발전과 결속만이 남아있다" 고 하면서 "그동안 여러분들이 서로를 사랑하며 서로를 받들어준 결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박 회장은 Hamm 한인회가 생긴 이후, 아직 정관문제로 떠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은 상식과 인격으로 이해하고 협력하였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뒤, 상식은 정관의 상위 개념이라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박 회장의 인사말이 끝나고 한인회장을 역임한 노춘식 목사님는 감사 기도에서 "사상 이념을 앞세운 이남과 이북 간의 갈등과 대립이 세계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살기위해 죽음을 무릅쓰는 이들에게 같이 사는 지혜를 주시고 평화를 꿈꾸는 나약한 우리 인간들의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지구촌을 보살펴 달라" 는 간절한 기도가 끝난 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면서 때 맞추어 선을 보인 막걸리 잔을 서로 건네며 우정을 나누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날 함 한인회 야유회에는 오스나브뤽크 천주교 지역회장 최덕용 씨가 참석했고, 브레멘에서 김현숙씨, 그리고 쾰른에서 김남수씨가 내빈으로 참석해 자리를 빛내 주었다.
식사를 마친 후, 꽃향기처럼 떠오르는 추억들을 떠올리며 덕담들을 나누며 남자 분들은 바둑 열전에 들어갔고 여자 분들은 김영동씨의 특이한 넉살과 재롱에 여러 차례 유쾌하게 웃었다보니 어느새 즐거웠던 하루가 서서히 저물어 갔다.
잠시 푸른 잔디에 누워 주변을 둘러본다. /
신록의 계절, 그 숲은 우리에게 자연의 풍성함을 선사하고 있었다. /
'나도 그런 숲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얼핏 머리를 스친다./
나를 만나는 이들 모두에게 그런 풍성한 삶을 느끼게 하고 싶다. /
연금자의 욕심이겠지.. 그러나 나는 그런 사람이기를 꿈꾸어 본다./
잎들을 가득히 달고 바람에 춤을 추는 모습은 순식간에 또 다른 생각도 하게 했다. “눈에 들어오는 이 푸르른 향연도 입추(立秋)를 지나고 나면 스산한 모습으로 바뀌고 말겠지”.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쓸쓸함이 찾아든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만년 청년일 것 같았던 우리가 어느 날 황혼기를 맞이하여 과거를 추억하는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일 것이란 생각이 드니 나무의 푸르름과 인간이 누리는 청춘이 저 먼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추억 속에 들어있는 지나간 현실임을 깨닫게 해 준다.
소고기 구이와 생선구이 냄새가 다시 한 번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빙 둘러 모인 모두는 Hamm지방의 자랑인 음식솜씨와 한국적인 끈끈한 정을 나누며 친목을 다지고 우의를 더욱 돈독히 했다. 즐거운 시간은 짧다라고 누가 말했던가. 어느새 주변정리를 하고 짐을 챙길 시간이 되고 말았다. 이날 야유회에서 즐거움을 나누던 이들은 진정 서로에게 편안한 마음들을 가져다주었으며 이웃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작별인사를 나눈 우리 내외는 아직은 정이 덜든 것 같은 아직은 새 동네인 뒤셀도르프로 향하는 귀가 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