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원 사장 '기조연설' "통신업체 넘어 서비스업체로 애플·구글 같은 사업자 될것"
"SK텔레콤의 자산을 마음대로 가져다 쓰십시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성장하는 길입니다."
이번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전 세계 30여 개국의 글로벌 모바일 전문가들이 집결한 자리에서 '완전 개방'과 '탈(脫)통신'을 선언했다. SK텔레콤이 10년 동안 구축한 각종 서비스를 다른 회사나 개발자들이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도록 하고(개방), 이동통신망 구축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통신 사업자를 벗어나 구글·애플과 같은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로 자리 매김(탈통신)하겠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이는 지난 10년 모바일 역사를 뒤돌아보고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가운데 나온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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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일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글로벌 모바일 비전 2010’에서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이‘새 모바일 시대(New Wireless Era)’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한국 모바일 산업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세계의 주목을 받았으나, 2006년부터 뒤처지기 시작해 현재는 애플과 구글을 따라가는 형국이라는 게 정 사장의 진단이다. 2003년 SK텔레콤이 모바일 음악 서비스 '멜론'을 선보였을 때만 해도 비즈니스위크가 '아이팟의 킬러'가 될 것이라고 극찬했고 싸이월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원조로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의 SK텔레콤이 내놓은 온라인 프로그램 장터 'T 스토어'는 오히려 애플과 구글을 모방한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초기에는 통신 사업자들이 폐쇄 정책을 바탕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애플, 구글 등 서비스 플랫폼이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세계 IT 기업의 시가총액(주가에 주식 수를 곱한 값)을 보면 95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IBM을, 2004년에는 구글이 야후를 추월했으며 올해는 애플이 MS의 시가 총액을 추월했다. SK텔레콤의 시가총액도 2001년에는 매출의 2.22배였으나, 현재는 매출의 0.75배에 불과하다. 애플은 누구든지 아이폰에서 구동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팔 수 있는 '앱스토어'라는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어 승승장구했다.
이에 따라 정 사장은 "이제 SK텔레콤은 통신업체가 아니라 서비스업체가 되려 한다"면서 "T맵(위치기반서비스), 네이트온(단문문자서비스), 싸이월드 등을 누구든지 쓸 수 있도록 공개하는 등 '뉴 와이어리스 시대(New Wireless Era·새 모바일 시대)'를 맞아 외부와의 협력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