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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막한 소설 한 편을 옮겨본다.
이 소설의 클라이막스, 고조(高潮)를 느끼게 하는 것은 ‘반전(反轉)’에 있다.
장거리 여행하는 그들의 한쪽은 젊고 활달하며 호기(豪氣) 넘치는 젊은이들이고,
다른 한 쪽은 늙고 초라하며 풀죽어있는 늙은이며, 한쪽은 서로 어울리는 군중이요, 다른 한 쪽은
쓸쓸한 외톨이다.
한쪽은 모범생들로서, 밝은 양지(陽地)만을 겪어왔으며, 다른 한 쪽은 전과자로서 어두운 음지(陰地)를 겪어왔다. 그리고, 부화(富華)한 젊은 세계에만 진실과 사랑만이 넘칠 것 같고, 퇴락(頹落)한 늙은 세계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진실과 사랑....
분위기는 이런 기막힌 대조(對照)를 보여주다가, 막바지에 이르러, 노란 손수건으로 강렬하게
시각화(視覺化)되었다.
화려한 욕망의 도시 뉴욕의 회색빛으로 시작한 버스 여행은, 적적한 시골 읍인 브런스윅의 선명한 노란색으로 막을 내렸다.
복역수는 미안함과 사랑 속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내가 노란 손수건을 매달지 않더라도 이 현실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아내를 사랑한다. 그리고, 3년 반의 끊어진 편지 왕래는 아내의 용서와 사랑을 확신하지 못하게 하여, 그를 더욱 초조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여기에서, 4년 동안 가정을 저버린 자신을 포기해도 좋다는 그 마음에서, 사랑이란 상대를 소유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지만, 한편으론 자신을 받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사랑은 때로는 이기심(利己心)과 병행함을 보여준다.
복역수의 아내는 그 고뇌와 고독의 시간, 그 한스러움을 수백 장 노란 손수건을 통해, 용서와 사랑으로 표출하였다. 물론, 노란 손수건을 매달지 않았더라도, 복역수 아내의 선택을 폄하할 수는 없겠다. 다만, 해피엔딩이기에, 이들의 재결합은 멋있는 사랑으로 느껴질 뿐이다.
그리고, 사랑은 공감(共感)하는 마음이다. 머나먼 인생의 동반자처럼, 같은 버스에 탄 젊은이들은 빙고를 챙겨주면서, 브런스윅의 참나무에 걸린 노란 손수건에 자신의 일인양 환호작약(歡呼雀躍)하였다.
아무튼, 감동이다.
기다림, 자책, 용서의 빛깔이 참나무에서 노랑빛으로 용해되어, 사랑빛으로 절절하게 타올랐다.
아, 노랑빛은 사랑빛이라...
<맹강현 글>
피트 하밀(Pete Hamill)의
<귀가(歸家: Going Home)> * 「노란 손수건」
세 사람의 총각과 세 사람의 처녀, 그들은 포트 로더데일로 가는 길이었다. 그들은 샌드위치와
포도주를 담은 종이 꾸러미를 들고서 버스에 올랐는데, 금빛 모래밭과 푸른 파도를 보려는 마음
으로 들떠 있었다. 뉴욕의 흐릿하고 추운 봄날이 차창 밖에서 그들의 뒤로 사라져 갔다.
뉴저지를 지나갈 무렵에 그들은 빙고를 주목하게 되었다. 그는 그들의 앞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남루한데다 몸에도 잘 맞지 않는 옷을 걸치고 앉아서 꿈적도 하지 않고 있었으며, 먼지를 뒤짚어
쓴 얼굴에서 그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줄곧 입술을 깨물은 그 표정은 냉랭했으며, 한 마디
말도 내뱉지 않고 있었다.
밤이 깊어서 버스는 위싱턴 교외의 하워드 존슨이라 부르는 식당에 멈추었다. 모두 차에서 내렸
는데, 빙고만이 그 자리에 뿌리박은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같은 차의 젊은이 몇은 호기심을 느끼고 그의 신원을 추측하기 시작했다. 배를 탔던 선장일까,
아니면, 처자식을 버리고 집을 나온 사람일까, 또는 제대하고 고향에 돌아가는 퇴역 군인일까 하며
상상의 나래를 폈다. 그들이 다시 차에 올랐을 때, 한 아가씨가 그의 옆자리에 앉아서 자기 소개를 했다. “우리는 플로리다로 가거든요, 그 곳은 아주 멋진 곳이지요? ” 라고 명랑하게 물었다. "그렇지요" 그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는데, 머릿속에서 떨쳐버리려 했던 일이 다시 생각난 듯한 표정이었다.
그 아가씨가 "콜라 좀 드시겠어요?" 라고 말하자, 엷은 미소를 짓더니, 한 모금 들이켰다. 그리고, “고맙다”고 한 마디 하더니, 다시 침묵하였다. 조금 있다가 그 아가씨가 자기 일행 속으로 돌아가고, 빙고는 졸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고, 그들이 깨어났을 때 버스는 다시 또다른 하워드 존슨의 문 밖에 서있었다. 이번에는
빙고도 주점 안으로 들어왔는데, 그 아가씨가 빙고를 자기 일행과 같이 자리하도록 했다. 그는 몹시 수줍은 표정이었으며, 블랙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고, 해변의 야영 분위기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들
을 한 귀로 들으면서, 초조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웠다.
버스에 다시 오르자, 그 아가씨가 또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얼마 후에 그는 자기의 괴로운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뉴욕의 형무소에 있었으며 이제 석방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 했다.
"결혼은 하셨던가요?" 아가씨가 물었다. 그가 "잘 모르겠소" 라고 대답하자, 그녀는 "잘 모르다니요?" 하였다.
"형무소에 있는 동안 나는 아내에게 편지를 썼소." 이어서 말했다. “내가 아내에게 무슨 말을 했는가 하면, 만약 기다림을 견디기 힘든다든지, 아이들이 자꾸 이 것 저 것 묻는다든지, 혹은 너무 고달프면 나를 잊어 달라고 했소. 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재혼해도 좋다고 말이오. 아내는 훌륭한 여인이고 멋진 사람이지만, 그냥 잊어버려 달라고 썼소. 편지 안 해도 좋다고 말했소. 이 말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내는 그 뒤 3년 반 동안에 한 통의 편지도 내게 쓰지 않았소."
"그러니까, 지금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데, 집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죠?" 라고
아가씨가 묻자, "그렇소", 그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런데, 가석방 결정이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어서, 지난 주에 나는 그녀에게 한 통의 편지를 썼소. 우리는 잭슨빌 앞쪽에 있는 브런스윅에 살았는데, 그 마을 어귀에 커다란 참나무가 한 그루 있소. 그 마을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오. 나는 편지에
서, 만약 재혼하지 않고서 내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면 그 참나무에 노란 손수건을 붙들어 매어 두라고. 노란 손수건이 보이면 나는 차에서 내려 집으로 갈 것이라고. 만약 날 원하지 않으면 나의
이런 부탁을 무시하길 바란다고. 그래서, 손수건이 보이지 않으면 나는 버스를 타고 그냥 지나쳐서 딴 곳으로 갈 것이라고."
아이구머니! 아가씨가 놀라 소리쳤다. 그리고, 그녀가 나머지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말해줘서
다들 금방 알게 되었다.
그들은 모두 브런스윅에 도착하기를 기대하면서, 빙고가 보여준 몇 장의 사진들을 돌려보았다. 사
진에는 그의 아내와 아이 셋이 있었는데, 그 아내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가진 여자였고, 아이들은
아직 어렸다. 손때묻은 그 사진들을 보니, 빙고가 얼마나 많이 만졌는지 알 수 있었다.
브런스윅과는 20마일이 남아있었는데도 몇 젊은이들은 벌써 오른쪽 창가에 있는 자리에 옮겨 앉
아서 그 커다란 참나무의 등장을 기다렸다. 빙고는 밖을 내다보기를 그만두었는데, 얼굴 근육은 긴
장한 듯 하여 그 표정은 굳어있었다. 마치 스스로 힘을 불어넣으며 또 하나의 실망감을 극복하려고 다짐하는 듯 했다. 그 즈음, 버스는 브런스윅으로부터 10마일, 5마일로 거리가 줄어들었다.
갑자기 버스에 있던 모든 젊은이들이 자리에서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들은 소리치고 환호하였다.
기분이 좋아서 춤까지 추었다. 빙고만이 가만히 있었다.
빙고는 자리에 않아서 그 참나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무에는 노란 손수건이 스무 장, 서른 장,
아니 수백 장이 걸려 있었다. 이 나무는 그야말로 환영 인파가 흔드는 깃발처럼 바람에 펄럭거렸
다.
젊은이들이 소리높여 환호할 때, 이 늙은 복역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버스 앞쪽 길을 통하여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Going Home Written By Pete Hamill
They were going to Fort Lauderdale—three boys and three girls. When they boarded the bus,
they were carrying sandwiches and wine in paper bags, dreaming of golden beaches and sea tides
as the gray cold of New York vanished behind them. As the bus passed through New Jersey, they
began to notice Vingo. He sat in front of them,dressed in a plain, ill fitting suit, never moving, his
dusty face masking his age. He chewed the inside of his lip, frozen into some personal cocoon of
silence.
Deep into the night, outside Washington, the bus pulled into a Howard Johnson’s restaurant and
everyone got off except Vingo. He sat rooted in his seat, and the young people began to wonder
about him, trying to imagine his life situation; perhaps he was a sea captain, a runaway from his
wife, an old soldier going home. When they went back to the bus, one of the girls sat beside him
and introduced herself.
―We’re going to Florida, she said. ―I hear it’s beautiful there at this time of year.
―Oh, it is, he said quietly, as if remembering something he may have attempted to forget.
―Want some coke?
He smiled and took one; then thanked her and retreated back into silence. After a while, she went
back to the others, and Vingo nodded in sleep.
In the morning, they awoke outside another Howard Johnsons, and this time Vingo went in with the
group. The same girl insisted that he join them. He seemed very shy, and ordered black coffee and
smoked nervously as the young people chatted about sleeping on beaches.
When they returned to the bus, the girl sat with Vingo once again, and after a short time, slowly and painfully, he told his story. He had been in jail in New York for the past four years, and now he was
going back home.
―Are you married?
―I’m not sure.
―You’re not sure?
―Well, I wrote to my wife when I was in the can. I told her that I was going to be away a long time,
and that if she couldn’t stand it, if the kids kept asking questions—if it hurt too much—well, she
could just forget me, that I would understand. Find another and rebuild your life, and forget me.
She’s a wonderful lady—really something. I told her she would not have to write me. She didn’t.
Not for three and one half years.
―And you are going home, now…not knowing?
―Yeah, he said shyly. ―Well, last week, when I was sure the parole was coming through, I wrote
her again. We used to live in Brunswick, just before Jacksonville. There’s a big oak tree just as you
come into town. I told her that if she’d take me back, she should put a yellow handkerchief on the
tree, and I’d get off the bus and come home. But if she didn’t want me to come home, forget me—no handkerchief, and I’d keep on going.
―Wow, the girl said, ―Wow!
She told the others, and soon all of them were in it, caught up in the approach to Brunswick, looking at the pictures Vingo showed to them of his wife and three children—the woman, pretty in a plain
way the children still uninformed in the cracked, much handled photos.
Now they were 20 miles from Brunswick, and the young people took over window seats the right side,
waiting for the approach of the great oak tree. The bus acquired a dark hushed mood, full of the silence of absence and lost years. Vingo stopped looking, tightening his face into the ex-con’s mask, as if fortifying himself against still another disappointment.
Then Brunswick was ten miles, and then five. Then, suddenly, all of the young people were up out
of their seats, screaming and shouting and crying, doing small dances of exultation.
All except Vingo. Vingo sat there stunned, looking at the oak tree. It was covered with yellow
handkerchiefs, twenty of them, thirty of them, probably hundreds—a tree standing as a banner of
welcome Billowing in the wind. As the young people shouted, the ex-con rose from his seat and
made his way to the front of the bus to go home.
皮特·哈米爾 《回家》
他們要到勞德代爾堡去——共三個小夥子和三個姑娘——上公共汽車時,他們拎著紙袋,裏面裝有三明治和葡萄酒,夢想見到金色的沙灘和大海的潮汐。這時,紐約灰暗而寒冷的春天已經在他們身後消失。
公共汽車駛過新澤西州時,他們開始注意到文戈。文戈坐在他們前面,衣著簡樸,但不很合身。他坐在那裏,從來沒有動一下,滿是灰塵的臉上看不出他的實際年齡。他一直咬著嘴唇,表情冷漠,一語不發。
深夜,汽車抵達華盛頓郊外,在霍華德·約翰遜飯店停下。大家都下了車,只有文戈坐在座位上像生了根似的一動也不動。幾個小夥子感到奇怪,試圖猜想他的身世:也許他是一個船長,也許是抛下妻子,離家出走的人,也許是一個回家的老兵。他們回到車上時,一個姑娘坐在他身邊,作了自我介紹。
“我們要到佛羅裏達去,”她欣喜地說,“聽說那兒真美。”
“是的。” 他平靜地說,仿佛他想起了曾極力忘掉的事情。
“想喝點葡萄酒嗎?” 她問。他微微一笑,對著酒瓶喝了一大口。他向她道了謝,又陷入了沈默。過了一會兒,她回到夥伴中間,文戈則打著盹睡著了。
早晨他們一覺醒來發現汽車已停在另一家霍華德·約翰遜飯店門外。這次文戈進了飯店,那個姑娘堅持要文戈與他們坐在一起。他看來很害羞,要了一杯不加牛奶的清咖啡。他聽著年輕人閑聊海灘露宿的情景,緊張不安地抽著煙。回到車上後,那個姑娘又與文戈坐在了一起。過了一會兒,他講述了自己辛酸的經歷。他在紐約監獄裏關了四年,現在回家去。
“你結婚了嗎?” “我不知道。” “你不知道?”她問。
“是這樣,在我坐牢時我曾給妻子寫過信,” 他說,“我告訴她,我要離開很長時間,如果她受不了,如果孩子們總是問這問那,如果她太傷心,那麽她可以把我忘掉。我能理解。再找一個丈夫。我說——她是一個極好的女人,確實了不起——把我忘掉吧。我告訴她不必給我寫信。果真如此,三年半裏她沒有給我寫過一封信。”
“你現在回家,對家裏的情況什麽都不知道?”
“是的,” 他羞怯地說,“不過,上一周,當我確信假釋就要批準時,我又給她寫了信。我們過去住在布倫斯威克鎮,就在傑克遜維海港前邊。鎮口有一棵高大的橡樹,你一進鎮就能望見。我告訴她,如果她沒有改嫁,願意等我回家,那就在橡樹上系一條黃手帕。我看見黃手帕就會下車回家。如果她不想要我,就忘掉這件事——不系手帕,這樣我就繼續坐在車上走過去。”
“哇,” 那個姑娘叫起來,“哇!”
她告訴了其餘的人,很快大家都知道了。他們都關注著布倫斯威克鎮的到來,並相互傳看著文戈拿出來的幾張照片,照片上是他妻子和三個孩子——妻子透露出一種純樸之美,孩子們尚未發育成熟。可以看得出來,照片不知被文戈撫摩多少次了。
現在他們離布倫斯威克鎮還有二十英里,幾個年輕人都坐在右邊靠窗的座位上,等待著那棵大橡樹的出現。文戈停止張望,臉上的肌肉繃得緊緊的,好像他在給自己鼓勁,決心戰勝另一次失望。
這時離布倫斯威克鎮只有十英里,五英里……突然,所有年輕人都從座位上站了起來,他們叫呀,喊呀,高興得手舞足蹈。但只有文戈除外。
文戈坐在那兒望著橡樹驚呆了。樹上挂滿了黃手帕——二十條,三十條,也許有幾百條;這棵樹,真像一面歡迎的旗幟,在迎風招展。正當年輕人高聲歡呼的時候,這位老囚犯慢慢地從座位上站起來,朝著汽車前面的方向,回家去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