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나온 깡통
글쓴이 : 박진희
구연 : 경수빈 <연지초 3년>
공원 자판기 앞에서 주스를 다 마신 재혁이는 소리쳤지요.
“얘들아! 우리 깡통축구 하자.”
아이들은 깡통을 발로 차기 시작했어요.
“아야, 아프단 말이야. 그만 해!”
아이들은 한참을 즐거워하더니 깡통을 발로 힘껏 찼어요.
“으아 아 ~ ”
깡통은 높이 떠오르다가 동백나무 사이에 뚝, 떨어지고 말았어요.
“이렇게 찌그러지고 아무 곳에 버려지다니......”
깡통은 훌쩍이다 잠이 들었어요.
“정말 안됐어. 빗방울이 떨어지는데, 어떡하지?”
지나가던 개미가 걱정스럽게 말했지요.
얼마나 지났을까? 깡통은 빗물에 둥둥 떠내려가고 있었지요.
“어, 내가 어디로 가는 거야. 도와주세요!”
“아이 시끄러워. 그만 소리 지르고 눈 좀 떠봐.”
우유 곽의 말에 깡통은 겨우 눈을 떴지요.
“여기가 어디야?”
“호수 입구인데 망에 걸려 있어.”
깡통 옆에는 비닐봉지, 우유곽, 일회용 스티로폼 용기, 다른 깡통들이 한 몸처럼 뒤엉켜 있었어요.
“우린 어떻게 되는 거니?”
“글쎄. 나도 모르겠어. 호수로 들어가지 않은 것은 다행이야.”
“호수로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데?”
“깊은 바닥으로 가라앉아 누렇게 녹이 슬어 밝은 세상도 볼 수 없겠지.”
“그것보다 무서운 것은 우리가 녹이 슬면 물이 오염된다는 거야. 그러면 물고기와 물속의
생물들을 병들게 한단다.”
포도가 그려진 깡통이 슬프게 말했어요.
어느새 비가 그치고 호숫가에 그림처럼 무지개가 떴어요.
“와! 아름다워. 내가 무지개를 볼 수 있다니 이건 행운이야.”
그 때였어요.
“어허, 오늘도 쓰레기들이 가득 찼구먼. 먹고 마시고 나면 쓰레기통에 넣어야지. 아무 곳에
막 버리니 온통 쓰레기 세상이지.”
청소부 아저씨는 깡통을 집어 깡통만 담는 자루에 넣으셨어요.
“얘, 우린 어떻게 되는 거니?”
“걱정 마. 공장으로 가서 재활용될 거야. 다시 깡통? 아니면 멋진 로봇일지도 몰라.”
찌그러진 깡통은 너무 좋아서 옆 친구를 꼭 끌어안았어요.
“그래. 무섭기는 했지만 다시 되돌아갈 수 있다니 꿈만 같아. 참! 재혁아! 주스를 마시고 나면
꼭 분리수거 해줘. 알았지?”
소풍을 마친 깡통의 마지막 인사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