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수명(창세기 5,1-31)
하느님처럼 되고 싶은 교만해진 인간이 하느님이 불허하신 선악과를 따먹고 죄를 짓자 하느님은 당신의 모습을 감추시고 인간의 영원한 삶을 제한하고 에덴에서 추방하셨다(3,23). 이 벌로 인류의 조상 아담은 930년을, 아담의 아들 아벨은 형 카인의 손에 죽고, 아우를 죽인 살인자 카인의 수명에 대해 성서 저자는 침묵한다. 그의 아우 셋은 912년을 살았다. 이렇게 노아의 홍수 징벌 이전 사람들은 500~1,000살 가까이 살았다. 홍수심판에서 인류를 구한 구원자 노아는 950년을 살았다. 아담보다 더 많이 산 것이다. 노아를 기점으로 홍수 후에는 120살로 붙박았고(창6,3) 이 시대 사람들은 대략 100~200살까지 살게 되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는 127년을 살고 남편보다 먼저 죽었다. 아브라함은 175년을 살았다(창 23, 1). 성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요셉은 110년을 살았으며, 히브리인 동족을 이끈 위대한 지도자 모세는 창세기 6,3절에서 고정시킨 120살을 꽉 채워 살았다. 그의 후계자 여호수아는 110살을 살았다. 후대 시편에서는 인간 수명은 한껏 해야 70~80살로 제한된다. (시편 90, 10)
그런데 한 권의 책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은 이렇게 영원을 상실한 인간 수명이 원상 복귀되어 영원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을 가르치고 있다. 당연하다 한처음의 인간은 영원을 살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영원한 생명의 본질이 물리적인 것인지 아니면 마음과 정신 영적인 것인지 그도 아니면 둘 다 합친 것인지, 또는 또 다른 어떤 현상인지는 똑떨어지게 밝혀진 바 없다. 인간이 실제적으로 한 번 죽어본 경험을 하고 다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조치하신 이 장치는 형언할 수 없는 신비인 채 남겨져 있고 탁월하다 생각든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한 처음 영원을 허락한 인간의 수명을 1,000 단위 이상으로 제시하지 않는 편집자의 심오한 연구와 고뇌의 결과이다. 이것은 일종의 착시 효과 같은 것은 아닐까? 가령 성경 한 권 값이 50,000만 원이면 비쌀 것 같은데 4, 9,000원이라면 왠지 싼 것 같이 느껴지는 효과처럼, 나이도 딱 떨어지는 ‘0’으로 처리했다면 무척 터무니없어 보이는데, 그 아래 숫자 950살이라고 하니 그런대로 납득할만한.
입력: 최 마리 에스텔 수녀/ 2024년 09월 06일 PM 22시 46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