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마트에서 웁니다 (4)
H 마트에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그리워하는지 궁금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노점에서 산 음식 쟁반을 들고오면서 그들을 생각할까요. 그들은 음식을 통해 유대감을 느끼기 위해서라든지 혹은 이들을 기념하기 위해 먹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올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지난 10년 동안 돌아가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중에는 나처럼 영원히 사라진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어디 있지 않을까요?
한 테이블에는 미국의 학교를 다니기 위해 가족을 떠나 혼자 떨어진 젊은 중국인 학생들이 앉아 있습니다. 이들은 외국에서 45분이나 버스를 타야 도달하는 시내 외곽의 교외로 국물 만두를 먹기 위해 모여서 함께 왔습니다. 또 다른 테이블에는 한국인 3대가 다른 종류의 고깃국을 먹고 있었습니다. 딸, 엄마, 할머니 삼대는 서로의 뚝배기에 담긴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 맛보거나 쟁반에 놓인 반찬을 젓가락으로 집어 먹고 있습니다. 그들 중 누구도 개인적인 공간이란 개념에 신경쓰거나 혹은 조금도 개의하지 않습니다.
또 다른 테이블에는 젊은 백인과 그의 가족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메뉴에 적힌 발음을 농 하면서 함께 낄낄 웃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부모들에게 그들이 주문한 음식들을 설명해주었는데 아마도 그는 군복무를 위해 서울에 주둔했거나 거기에서 영어를 가르쳤을 것입니다. 어쩌면 가족 중에 유일하게 여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그의 가족들이 이런 것들을 직접 경험하며, 앞으로 여행을 할 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한 쪽에선 동양인 남자가 여자친구에게 전혀 다른 맛과 질감의 새로운 세계를 소개하며 그녀의 정신을 빼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녀에게 식초와 매운 겨자를 먼저 넣으면 더 맛있는 냉국수인 물냉면을 먹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부모님이 어떻게 이 나라에 왔는지 그리고 자기 엄마가 이 요리를 만드는 걸 옆에서 보았던 이야기를 합니다. 그의 엄마는 이것을 만들 때 애호박을 넣지 않고 무를 대신 넣었습니다. 그때 한 노인이 옆 테이블로 절뚝거리며 매일 여기에서 먹었던 것 같은 삼계탕을 주문합니다. 주문한 음식이 다 되었다는 벨이 울립니다. 얼굴 가리개를 쓴 여자들은 카운터 뒤에서 쉬지 않고 일을 합니다.
이 카페테리아는 아름답고 성스러운 곳입니다. 여기에는 각기 다른 역사를 갖은 외국에서 온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그들은 대체 어디에서 왔고 또 얼마나 멀리 여행했을까요? 왜 그들은 다 여기에 모여 있는 것일까요? 미국 슈퍼마켓에는 없는, 아버지가 좋아하는 인도네시아 카레를 만들기 위한 재료 '갈랑갈'을 찾으러 온 것일까요?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의 기일을 위한 제사를 지내는데 쓸 떡을 사러 왔을까요? 비 오는 날 먹었던 떡볶이에 대한 갈망을 채우기 위해서일까요? 인천의 한 포장마차 텐트 아래에서 술에 취해 먹었던 야식의 기억에 취해서 온 것일까요?
우리는 말을 하지 않지만 표정만으로 다 알지요. 모두 여기에 조용히 앉아 점심을 먹고 있지만 모두가 같은 이유로 여기 있다는 것을 압니다. 우리 모두는 고향의 집이나 자기 자신의 조각들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주문한 음식과 여기서 산 재료에서 잊어버린 맛을 찾습니다. 그리고는 헤어집니다.
우리는 기숙사 방이나 교외의 부엌으로 그것들을 가지고 가서, 먼 마켓까지 가는 여정이 없었다면 만들 수 없던 추억의 요리를 다시 만듭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Trader Joe's에서는 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H 마트는 냄새나는 한 지붕 아래에서 당신이 찾는 사람들을 찾을 수 있는 곳인데, 여기에선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해 줍니다.
H마트 푸드코트에서 나는 엄마에 대해 말하고 싶은 이야기의 첫 장을 찾다가 다시 나를 발견합니다. 나는 지금 한국인 엄마와 아들 옆에 앉아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물통이 놓여있는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아이는 친절하게 카운터에서 수저를 꺼내 종이 냅킨 위에 두 사람을 위해 놓았습니다. 아들은 볶음밥을 먹고 엄마는 소뼈를 고은 설렁탕을 먹고 있습니다. 그는 2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그의 엄마는 여전히 우리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그에게 식사법을 가르쳐 주고 있었습니다.
"양파는 장에 찍어 먹는 거야." "고추장을 너무 많이 넣지 마. 너무 짜다." "왜 녹두는 먹지 않니?" 어떤 날은 엄마의 계속 된 잔소리가 나를 짜증나게 할 때도 있었습니다. "아줌마, 나 좀 조용히 먹게 해줘요!" 그러나 나는 어느날 그것이 한국 여성의 부드러움의 궁극적인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지금은 그 사랑을 소중히 여기게 되었습니다.
소년의 엄마는 숟가락으로 쇠고기를 건져 아들의 숟가락 위에 놓았습니다. 그는 조용했고 피곤해 보였고 그녀와 말을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에게 내가 지금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은지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왜 엄마에게 어떻게 친절해야 하는지, 인생은 너무나 허약해서 엄마는 언제라도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엄마에게 의사한테 가서 아주 작은 종양이 하나라도 자라지 않도록 확신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저는 이모와 엄마 둘 다 암으로 잃었습니다. 그래서 H 마트에 가면 오징어와 1불에 세 단 하는 파를 찾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기억을 찾고 있습니다. 내 신분의 절반을 차지하는 한국인이란 신분이 그들이 죽었을 때 같이 죽지 않았다는 증거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H 마트는 나를 괴롭히던 키모 치료의 머리와 앙상한 골격, 그리고 하이드로코돈 1mg을 기록한 아픈 기억으로부터 멀어지게 해 주는 다리와 같습니다. 여기에서 난, 살아 생전의 그들을 기억합니다. 아름답고 생명력이 넘치는 당신들을 말입니다. 열 손가락에 모두 끼어진 짱구 꿀 과자 반지들과 포도의 껍질만 빼고 속을 빨아먹고 씨앗을 밷아내는 방법을 가르쳐 준 당신들을 말입니다.
*** Michelle Zauner는 필라델피아에 사는 작가이자 음악가이다. Japanese Breakfast라는 이름의 락 밴드를 이끌며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