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첩과 박도령◈ 과거에 낙방하고 말을 타고 낙향하는 백면서생 박도령은 한숨을 쉬는 대신 휘파람을 분다.
처음 본 과거 시험이었고 조금만 더 공부하면 내년엔 거뜬히 붙을 것 같은데다 천성이 원래 낙천적이다. 춘삼월 호시절에 산들바람은 목덜미를 간질이고 만산에는 진달래가 붉게 타오르며 나비는 청산 가자 너울너울 춤을 춘다.
게으른 수말이 박차를 가하지도 않았는데 걸음을 재촉한다. 산허리를 돌자 박도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빙긋이 웃었다. 엉덩이가 빵빵한 암말이 꼬리를 살래살래 흔들며 앞서 가고 있었다. 암말 위에는 초로의 영감님이 첩인 듯한 젊은 여인을 뒤에서 껴안은 채 끄덕끄덕 산천경개 구경하며 한가로이 가고 있었다.
박도령의 수말이 재바른 걸음으로 암말 사타구니 가까이 코를 벌름거리며 다가섰고, 벌써 양물은 힘차게 뻗었다.
길가 바위틈 약수터 앞에서 영감님이 말고삐를 잡아당겨 걸음을 멈추고 말에서 내려 첩을 안아 내리는데 힘이 달려 잘못하면 나뒹굴 뻔했다. 젊은 첩은 수말의 양물을 보고 입을 벌리더니 눈을 흘겨 박도령을 곁눈질하는데 눈가에 색기가 졸졸 흐른다.
박도령의 수말은 채찍을 맞고서도 발을 뻗댄다. 박도령도 할 수 없이 말에서 내렸다. 젊은 첩이 약수 한바가지를 떠서 영감님에게 주더니 두번째 약수 바가지를 박도령에게 내밀었다. 자연히 영감님과 박도령은 수인사를 하게 되었다.
천석꾼 부자 영감님은 둘째 첩과 금강산으로 유람을 가는 길이다. 영감님의 눈길을 피해 젊은 첩은 허우대 멀쩡한 박도령에게 야릇한 눈웃음을 보냈다.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진달래 한송이를 꺾어 머리에 꽂으면서도 박도령에게 눈웃음이다.
암수 두말이 떨어지질 않아 계속 동행을 하다가 결국 같은 주막에 들러 밤을 지새우게 되었다. 마당가엔 다른 손님이 타고 온 수말 세마리를 더해 모두 다섯마리의 말이 킁킁거렸다. 저녁식사 후 탁배기를 마시며 떠들썩하던 주막집은 한사람 두사람 제 방으로 들어가 코를 골며 파장이 됐다.
박도령도 얼근히 취해 제 방으로 들어가 누웠지만 잠은 오지 않고 옆방 영감님과 젊은 첩의 옷 벗는 소리에 온 신경이 곤두섰다. “잠깐만~” 영감님이 끌어안으려 하자 몸을 뺀 젊은 첩이 소피를 보러 가는지 방문 여는 소리가 났다.
얼마나 지났을까. “히이잉!” 말 울음소리도 요란하게 말굽 소리가 지축을 흔들어 땅딸보 주모가 “말 잡아요.” 고함치자 이 방 저 방에서 손님들이 쏟아져 나와 사립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깜박 잠이 들었던 박도령도 일어나려는데 누군가 부둥켜안고 넘어졌다. 뜨거운 입김을 뿜으며 “도령님의 말고삐는 풀지 않았습니다.”
홑치마만 입은 탱탱한 젊은 첩과 박도령은 불덩어리가 되어 아무도 없는 주막에서 그대로 뒤엉켰다.
박도령의 방 안에 먹구름이 몰려와 소나기를 퍼붓고 뇌성벽력이 몰아쳤다.
일을 연거푸 두번이나 치르고 나서 젊은 첩이 제 방으로 돌아가자 그제야 객들이 제 말의 말고삐를 잡고 주막으로 돌아왔다. 영감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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