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toria Bateman’이라는 이름은 얼른 입에 담기지 않아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돌아서면 기억을 아무리 뒤져도 찾지 못하곤 했습니다.
기억해 두어야 할 이름일 것 같아
다시 한 번 새기는 작업을 해 보는데
이제는 기억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쩌면 그럴 것 같기는 합니다.
자세하지는 않지만 아프리카라고 하는 세계와
‘이슬람권’이라고 하는 세계를
조금은 이해하고 나서
“인류는 아직 평화라는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는데
이 책은 마치 내 그 말에 대한 대답으로 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말은 “우리도 있었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 이 글낯의 이름은,
“오늘의 세계가 있는 배경에는 ‘우리도 있었다’는 말”일 것입니다.
선뜻 와 닿는 말은 아닙니다.
경제와 여성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야 모르지 않지만
경제학이나 경제현실과 여성주의 또는 여성운동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책을 다 읽고도 이해가 잘 안 되는 걸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경제학자가 경제학적 언어와 여성주의적 언어를 조합해서
하나의 이야기를 엮어냈다는 것까지도 못 들은 것은 아닌데
그 시도 자체만으로도 신선했습니다.
특히 이 책에서 말하는 Bateman의 입장에서 정리한 ‘국가’에 대한 것은
깔끔하게 와 닿았습니다.
“이런 게 바로 ‘관점’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시장’이라고 하는 구조에 대해서는
너무 막연한 이해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최초의 여성 소외가 일어났던 곳이 시장이었는지 도시였는지를 말하는 것은
그리 단순하지 않을 것입니다만,
사회적 약자가 시달려야 하는 최초의 상황이
시장의 형성과 함께 시작되었다는 것이 내가 이해하는 시장의 역사인데
그와는 전혀 다른 Bateman의 시장 개념은 쉽게 와 닿지 않았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혹시 이 책을 어설프게 읽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잘만 하면 이 주제를 가지고
아주 재미있고, 의미와 무게도 충분한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보다는 짜임새 허술하고, 내용도 급조한 듯 엉성해 보였습니다.
내가 들은 말로는 번역 초보자가 이 책을 옮겼다고 했는데
그런대로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은 확인했고
어쩔 수 없이 남게 되는 오자(誤字)나 탈자(脫字)는 옥의 티,
번역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편집자가 있어 한 번 더 훑어보면
글 옮긴 당사자가 못 본 것이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있었다”는 말 뒤에 여전히 남게 될
“우리가 있을 것이라”는 선언까지 듣게 된 이 책이
우리 시대 여성주의나 여성운동이 그만큼 그윽해지는 계기가 된다면
이 책의 의미는 그만큼 커지지 않을까 싶은데
그것은 글을 쓴 사람이나, 책을 낸 출판사의 몫이 아니라
읽는 이들이 어떻게 읽느냐에 달렸다는 것까지 확인하면서
읽은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여 소개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