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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스크랩 김두성의 시
박 지기 추천 0 조회 84 17.09.07 17:3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갈 때는 오마더니 가선 아니 오더라

십이난간 바잔이며 임 계신대 바라보니

남천에 안진하고 서상에 월락토록

소식이 끊어졌다

이 뒤에는 임이 오시거든 잡고 앉아 새우리라

 

-2 갈 때는 다시 오마 하고 가더니만 아니 오는 구나

열두 난간을 서성이며 임 계신대 바라보니

남쪽하늘에 기러기는 날아가 버리고

서쪽 마루에 달이 지도록 소식이 없구나

이 다음 임이 오시거든 부여잡고 앉아서 지새우리라.

 

군막석전의고주하소 낭건하면 아전의로다

진세난봉개구소하니 지기를 상대진정담하고

유령분상에 주불도 하니 차락생전일배주로다

인생이 초로 같은이 취코 놀려 하노라

 

-2 여보게 옷을 잡히고 술사는 것을 아까워마오

술병이 비거든 내 옷을 전당잡히리라

이 풍진 세상에 웃을 일이 별로 없으니

마음을 통하는 벗과 정담이나 나누세

영혼을 위한 무덤위에는 술이 없으니

생전에 한잔 술로 즐겨보세

풀잎 위 이슬 같은 덧없는 인생이니 취해 놀려 하노라.


나니 언제런지 어제런지 그제런지

월파정 밝은 달 아래 뉘 집 술에 취하였는지

진실로 먹었실사 먹은 집을 몰래라

 

-2 어제인지 그제인지

월파정 밝은 달 아래 뉘 집 술에 취하였는지

정말로 먹은 집을 모르겠구나.

 

남이라 임을 아니 두랴 사랑도 바쳤노라

이화에 나간님이 주마투계 노니다가

제월광풍 졈근날에 황국단풍 다 진토록

금안백마 존미환이라

두어라 임이 비록 잊었으나

사창 긴긴밤의 행여 올까 기다린다

 

* 霽月光風- 갠 날의 달과 맑은 바람의 뜻

 

-2 남이라고 임을 아니 두랴 사랑도 바쳤다

배꽃 필 때 나간임이 놀이판(경마와 닭싸움)에서 놀다가

비 갠 뒤의 바람, 달과 같이 마음이 태평이라

계절이 다 지나 노랑국화, 단풍이 다 떨어지도록

금 안장 두른 백마를 타고 다니며 아직 돌아오지 아니한다.

두어라 임이 잊어다한들 창문을 바라보며 긴긴밤에

행여 올까 기다린다.


내게는 원수가 없으나 개와 닭이 큰 원수로다

벽사창 깊은 밤의 품에 들어 자는 임을 자른 목

느르혀 홰홰쳐 울어 닐어 가게 하소

적막 중문에 왔는 임을 믈으락 나으락 캉캉 즈져

도로 가게 하니 아마도 유월유두 백종전에 서러저 업씨하리라.

 

-2 내게 원수가 없으나 개와 닭이 큰 원수다

깊은 밤 품에 들어 자는 임을 짧은 목을 길게 늘이고

홰치며 울어 잠이 깨어 가게하고, 고요한 밤 대문 안(중문)에 찾아 온 임을

물려고 짖어대어 돌아가게 하니 백중 전에 처치하리라.

 

사랑 사랑 굽이굽이 매어진 사랑

온 바다를 다 덮는 그물처럼 맺은 사랑 왕십리라

답십리 참외 덩굴처럼 얽어지고 틀어져서 골골이 두루 뒤 틀어진 사랑

아마도 임의 사랑은 끝이 없는 것 같구나.


삼월동풍 호시절에 일복삼우 거느리고

육각등림하여 사자를 돌아보니 천랑기일청하고

혜풍화창하대 화간접무는 롱춘색이요

유상앵가는 탕인정이라 학배회어장송하고 노룡잠어벽담이라

아마도 모년화사무중간을 못내 슬퍼 하노라

 

-2 삼월동풍 좋은 시절에 종(도우미), 세 친구와 함께

높은 곳에 올라서 사방을 둘러보니 하늘을 맑고 밝은 기운이고

봄바람은 화창한데 나비는 꽃 사이를 날며 봄빛을 희롱하는데

버드나무 위에서 꾀꼬리가 울어 심란해지는구나.

학이 큰 소나무 위에서 날고 용은 푸른 물에 잠겨있다.

해질녘의 꽃은 안개 속에서 보는듯하여 내내 아쉬워하노라


십면매복 설이 치고 달 밝은 밤의

기음장중별우희하고 철편을 높이 들고

암아질타하니 오추마 나는 곳에 한병이 초개로다

암아도 천부당 만부당은 초백왕인가 하노라

 

-2 매복군사에 포위(항우의 군사가 한군에 포위)달 밝은 밤

군막(軍幕)에서 술을 마시고 일어나 우미인과 이별

(고사는 사랑하는 우미인과 사별했다고 한다.)하고

*철편을 높이 들고 크게 노하여 소리 지르니

오추마(항우가 타던 말) 가는 곳에 한 나라 병사들은 지푸라기와 같다.

아마 천명도, 만 명도 당할 수 없는 초 패왕(?王) 인가하노라.


* 철편(= 고들개 철편):채찍의 열 끝에 굵은 매듭이나 추()같이 달린 쇳조각.


어우화 벗님네야 수요장단을 한치 마소

자고로 성재명왕과 인현군자라도 천명을 바라거늘

우습다 진시황은 채약동여 못온 전에 사구에

혼이 되고 하물며 한 무제는 신선을 구하다가

금단에 병이 들어 한남에 덮인 위엄이 무릉송백 빗소리로다

아마도 태평성대에 무병무애할세 취코 놀까 하노라

 

-2 어화 벗님네야 목숨이 길고 짧음을 한탄하지 마시게

예로부터 지혜롭고 슬기로운 명군(名君)이나 학식과 덕행을 쌓은 사람도

천명(天命=타고난 수명)을 바라는데 우습다

진시황은 불로초를 구하러 남녀아이(童男童女)를 보내놓고

돌아오기 전 모래언덕에 외로운 혼이 되었고 하물며 한무제(漢武帝)

장생불사하고 신선이 된다는 영약에 병이 들어 그 위엄이 소나무위에 내리는

빗소리처럼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병도 근심도 없는 이 태평성대에 한 잔 술에 취에 놀아볼까 하노라.

 

오정주 팔진미를 먹은들 살로 가랴

옥루금병 깊은 밤의 원영침 비옹금도 임 없으면 거짓 것이로다.

저 임아 헌 멍석 짚 베개에 초식을 할지라도

이별이 없으면 그것이 원인가 하노라

 

-2 좋은 술(오정주)과 진수성찬(팔진미)먹는다 한들 살로 가겠느냐

옥 시계와 황금병풍에 원앙 수() 베개,비취색 이불도 임이 없으면 소용이 없으렷다.

임아 헌 멍석을 덮고 짚 베개를 베고 푸성귀를

먹더라도 오직 임과 이별 없이 지내기가 소원이노라.

 

* 솔잎, 구기자, 천문동, 백출, 황정의 다섯 가지로 빚어 만든

같은 이름의 술(오정주=五精酒)도 있다.


월일편 정삼경인제 나간 님을 혜야인니

청루주사에 새님을 걸어두고

불승탕정하야 화간백상춘장만이오

주마투계유미반이라

삼시출망무소식하니 진일란두에 공단장을 하소라

 

-2 조각달 등 희미한 밤중에 외출한 임을 생각하니

기생술집에 새 임을 두고 방탕을 일삼는다.

길 위에 떨어진 꽃을 보니 봄이 늦어지겠구나.

경마와 닭싸움 놀음에 빠져 임은 아직 돌아오지 않는다.

하루 세 번을 나가 기다려도 소식이 없으니

종일 난간에 기대어 애간장을 태운다.

 

중과 여승이 만첩산중에 만나 어디로 가오

어디서 오시는지 산 좋고 물 좋은데 고깔씨름을 부쳐 보오

두 곳갈이 한데 다해 나풀나풀 하는 모양이

백 목단 두포기가 춘풍에 흔들리는 듯

아마도 공산에 이 씨름은 중과 여승 둘뿐이라.

 

-2 스님과 여승이 깊은 산중에서 만나 어디로 가오.

어디서 오시는지 산 좋고 물 좋은데 고깔씨름이나 하오

두 고깔이 나풀거리는 모양이 백 목단 두 포기가

봄바람에 흔들리는 듯하오.

아마도 이 빈 산중에는 스님과 여승뿐인가 하오.


창밖의 가마 솥 막으라는 장사 이별 나는 구멍도 막겠는가.

그 궁기 본래 물이 흐르매 자고로 영웅호걸들도

지혜로 못 막았고 허물며 서초백왕의 힘으로

능히 못 막았으니 하 우스운 말 마오

진실로 장사의 말과 같을진대 장이별인가 하노라

 

-2 창 밖에 가마 솥 구멍을 막으라는 장사, 이별이 생기는 구멍도 막겠는가

그 구멍은 본래 물이 흐르므로 자고로 영웅호걸들도 지혜로 못 막았고

더군다나 항우도 우미인과의 이별을 못 막았으니 우스운 말이오

참으로 장사의 말과 같을진대 긴 이별인가 하노라.


김두성(金斗性. 斗星)은 조선 후기 문신이며 가인(歌人)이다.

 

* 학은집(鶴隱集)- 조선말기의 문신 김 두성(金斗性)의 시문집(32. 활자본)으로

1938년 후손 관구(?九)가 편집. 간행하였으며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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