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바캉스 시즌이 시작됐다. 이상 기후의 여파로 올여름은 일찌감치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 휴가 계획도 앞당기는 추세이다. 특히 실속파 행락객들은 인파로 넘쳐나는 7월말 8월초 피크타임을 피해 일찌감치 여유로운 나들이를 계획하는 모습이다. 올 바캉스의 특징은 양극화가 뚜렷하다. '짧고, 작게'의 대세속에 아예 해외 나들이를 떠난 럭셔리족도 적지 않다. 하지만 더운 여름날 먼거리 원정길에 오르기보다는 가까운 국내 산과 바다를 찾아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는 것도 실속 있는 피서법이다. < 편집자 주>
산과 바다 못지 않게 즐겨 찾는 곳이 바로 강과 계곡이다. 강폭 가득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한여름 무더위가 씻겨지는 듯하다. 또 사행천을 굽이치며 토해내는 모래톱과 그 주변 솔숲에서의 야영은 삶의 여유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뿐만아니라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짙푸른 숲과 시원한 계곡이 이어져 얼음같은 계곡수에 발을 담근 채 한여름 무더위를 날릴 수 있다.
▲ 무주 내도리 강변 유원지. | |
▶주천강(강원도 영월)=영월군 수주면을 굽이치는 청정 물줄기를 이른다. 이름부터 독특해 '주천(酒泉)강', '술샘이 있는 강'이라는 뜻을 지녔다.
주천강은 천렵의 별천지로 통하는 곳이다. 청정수가 흐르는 개울에서 수영도 즐기고, 출출하면 잡은 물고기로 얼큰한 매운탕을 끓여 먹을 수 수 있어 가족단위 피서지로는 그만이다. 특히 중앙고속도로를 이용, 서울에서 3시간 남짓이면 순박한 자연의 품에 안길 수 있다.
주천강 물길은 영월땅을 굽이치며 수많은 절경을 빚어 놓았다. 반들반들 기묘한 형상의 화강암이 군락을 이루는 요선암, 주천강을 굽어볼 수 있는 요선정, 마치 한반도 지도를 들쳐 본듯 한 선암마을 '한반도지형', 그리고 단종의 애닯은 사연이 담긴 '청령포', '장릉' 등 주변에 볼거리도 풍성하다.
▶낙동강 상류(경북 안동 가송리)=안동시 도산면 낙동강 상류 유역은 맑은 물굽이가 억겁의 세월동안 빚어 놓은 절경 뿐만아니라 옛 선인의 자취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퇴계 이황이 인생의 황혼녘 화두를 두며 거닐었다는 도산면 가송리 '예던길'(퇴계 옛길)을 찾으면 그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안동과 봉화를 잇는 35번 국도를 따라 가다 도산면 가송리로 접어들면 유유히 흐르는 강물 한켠으로 병풍처럼 우뚝선 거대 절벽 고산협이 나선다.
내병대, 학소대 등 절경을 아우르고 있는 절벽 소나무 그늘 아래로는 고산정이라는 정자가 강물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고, 꼬불꼬불 사행을 이루며 사라지는 물길이 여유로운 풍치를 자아낸다.
▶금강(무주 내도리)=금강의 대표적 물놀이 장소로는 무주읍 '내도리' 강변을 꼽을 수 있다. 내도리는 사방이 강물로 휘감긴 '내륙속의 섬'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무주읍 대차리를 돌고 나온 금강 물줄기가 앞섬 마을에 닿아 크게 휘감아 돌고, 뒷섬 마을을 지나 하류로 흘러 나가는 지세이다.
내도리의 특징은 널찍한 강변을 들 수 있다. 모래와 조약돌이 뒤섞여 물놀이와 야영에 좋은 모래밭을 이루고 있다. 또 강 건너 절벽은 한폭의 동양화를 펼쳐 놓은 듯 빼어난 경관을 간직하고 있다.
내도리 또한 다양한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어 천렵에 그만이다. 내도리 주변에는 무주구천동 계곡, 덕유산, 무주리조트 등 볼거리가 많다.
▲ 밀양 얼음골 계곡. | |
▶옥계계곡(경북 영덕)=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시원스런 물줄기와 계곡미가 가히 경북의 대표적 계곡이라 부를 법하다. 영덕에서 청송 방향 34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 신양삼거리에서 69번 지방도를 따라 옥계계곡에 이르는 16km 구간은 영덕의 자연을 함축적으로 잘 담아내고 있다. 오십천 강폭이 좁아지며 절경이 시작된다. 바로 옥계계곡이다. 깎아지른듯한 절벽 아래로 유리알처럼 맑고 차가운 계곡수가 흘러내려 소(沼)와 담(潭)을 이뤄내는 등 천혜의 물놀이터가 따로 없다. 침수정 아래 물놀이를 즐기는 피서객의 모습은 마치 연못 위 흩뿌려놓은 꽃잎처럼 화사하고 여유롭기만하다.
▶내연산 계곡(경북 포항)=포항의 대표적 골짜기인 내연산계곡은 신라 고찰 보경사가 관문이다. 가람 뒤편 울창한 숲길을 따라 30리 계곡이 이어진다. 골이 깊은 만큼 물도 많아 늘 거센 물살이 내리친다. 수백년 수령의 소나무며, 고사목 등이 수직 절벽과 어우러져 군데군데 한폭의 동양화가 펼쳐진다. 내연산 계곡은 제1폭포를 지나며 시종 원시의 그늘이 드리워져, 비지땀을 흘리지 않고도 여름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산길도 그다지 가파르지 않아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며 걷기에 딱 좋은 코스다.
▶진동계곡(강원도 인제)=인제군 기린면 진동1리는 인제 지역에서도 최고 오지로 일단 방태산 깊은 숲속에 들어서면 세상잡사를 훌쩍 뛰어넘은 느낌을 받는다. 이곳에는 청정 진동계곡이 있다. 바닥까지 비치는 맑은 계곡에 열목어떼가 한가롭게 노닐고 수달이 분주히 물속을 드나든다.
연접해서는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방태산 휴양림이 있다. 방태산은 녹음이 짙은 활엽수림이다. 주봉인 주억봉(1443m)과 구룡덕봉(1388m) 등을 거느리고 있어 골깊은 능선을 따라 천혜의 등산로를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