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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의
그는 낙엽이 떨어져 쌓이는 가을의 끝 자락에 밖을 나왔다.
잎이 다 떨어져 가는 큰 나무 아래에 놓인 벤치에 앉아
멀리 여의가(如意家)를 바라본다.
오후는 항상 희미하게 보여도 한 낮에는 선명하게 보인다.
그는 두 달 전에 헤영이를 떠나 보내고 부산에 와서
허전한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밖에만 나오면 이 벤치에 앉아
먼 산과 여의가를 바라본다.
여의가는 목재 건물로 불에 타다 남은 색 같은 목재로 지은 건물이다.
지붕이 3단으로 되어 있고 고풍 스러운 모습으로 지어졌다.
그 옆에는 길게 서쪽으로 불루마운틴이란 건물이 있는데 겉 모양은
여의가 보다는 단조로워 보여도 길게 지어 졌다.
그러나 아랫쪽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넓은 주차장이 길게 하나로 되어 있으나 여의가와 불루마운틴에
가는 사람은 그 집 앞에 각각 주차 해야 한다.
여의가와 한 집으로 보이지만 여의가와 불루마운틴은 각각 다른 집으로
메뉴는 차와, 커피, 스테이크와 햄버거등이 있어도 서로 다른 메뉴들도 있다.
그 곳에 가는 사람들은 자기 취향에 따라 들어 간다.
사람들은 여기를 찻집이라고 부른다.
집 자체는 통나무로 지었고 의자 탁자등도 골동품 같은 나무다.
구석구석에 앉아 밀회하기 딱 좋도록 꾸몄다
동북쪽 아래로 내려다 보면 정관 신도시가 한 눈에 들어 오는
전망이 좋은 곳이다.
두 달전 쯤일까.혜영이가 세상을 떠나고 부산에 왔을 때였다.
은행에 다니는 친구가 그를 위로 하기 위해서 불루마운틴으로
가서 약차를 마신 적이 있다. 그 때는 두번째였다.
벤치에 나와 앉은 그는 바람이 거슬려 옷깃을 올리고
비스듬히 앉은 자세로 여의가를 보며 먼 산도 바라 본다.
슬픈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속마음 으로
왜 내가 이렇게 되었을까를 생각한다.
산은 거의 붉은 빛으로 변했는데 아파트로 가려져서
아랫 부분은 볼 수가 없어도 산 허리로 도로가 나 있고
그 도로를 몇번 가 본 기억이 난다.
산 정상 가까이 가면 오른 쪽으로 형제 복지원에 들어 가는 입구가 있고
정상에 올라 가면 조그마한 찻집이 있고 우동등 간단한 먹을 거리도 판다.
정상을 넘어가면 철마면이 한 눈에 들어오고
산자락에는 간간히 음식점들도 있다.
전에는 철마에서 정관으로 올려고 하면 이 굽어진 산 길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터널이 뚫리어 특별한 일이 아니면
터널을 이용하여 정관을 오고 간다.
그러나 실버홈이나 아세아 자동차학원을 갈려고 하면 산길을 가게 되고
형제복지원이나 곰내재 넘어로 산 자락에 있는 음식점이나
몇몇 집을 갈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산길로 곰내재를 넘어야 한다.
일반 버스도 다닌다.
최근에는 여의가와 불루마운틴으로 가는 차들이 심심찮게 많아졌고
산길의 풍경을 즐기기 위해서 가는 차들도 있고
등산하는 사람들도 간혹 보인다.
주위의 산을 보면 단풍으로 물든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고
아래를 내려다 보면 정관 신도시가 번창하게 꾸며 지고있다.
그는 벤치에 앉았다가 슬픈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신(神)에 홀리듯 별 다른 생각도 목적도 없이
누구가 불러서 가는것 처럼 황급히 여의가로 갔다.
자신도 모르게 마음의 충동으로 그저 가 보고 싶어서였다.
무엇인가를 털어 버리기 위해서인지 모른다.
늦은 가을 산은 낙엽이 짙고 미처 붉으스럼 하게도 물들지 않은
나무 잎들은 시들어 죽은 빛으로 떨어져 바람에 흩어져
구석진 곳으로 몰려 있다.
자신의 모습 같이 보였다.
주차 후 승용차 뒤를 보고 오려는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무엇일까, 도토리를 줏으러 왔다가 놀라서 도망하는 다람쥐 였다.
몇 걸음을 가다 쳐다보니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가 있다.
굴참나무일까, 끝 부분에 달랑 제법 넒어 보이는 단풍잎 하나가
짙게 물든체로 외롭게 달랑 하나가 붙어있다.
요절한 배호 씨의 "마지막 잎새"라는 노래 제목이 생각이 난다.
저 단풍 잎도 곧 떨어져 버릴것이다.
인생도 이런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면 앙상하여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채로 찬 겨울을 보낼것이다.
그리고 그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다시 연두빛으로 피어 나고
한 여름 짙푸른 잎으로 덮이면 새들이 찾아와 숨바꼭질을 할것이다.
이 자연의 계절은 다시 돌아 올 것이다.
계절은 가도 곧 돌아 올 소망이 있다.
지금은 외로이 소망도 꿈도 없어 보이나 돌아 오는 계절의 소망으로
아무리 춥고 땡바람이 불어도 잎이 피는 계절이 올 때까지는
그 선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버티고 서 있을것이다.
그러나 혜영이는 다시 돌아 오지 못하는 길을 갔어 멍청하게.
그는 이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울컥해진다.
그 때 주차관리 하는 주인인듯 싶은 50대쯤 되어 보이는 여자의 안내를 받아
여의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어머니 뇌졸증의 연락을 받고 잠간 한국에 왔을 때
은행원인 친구와 같이 불루마운틴에 처음 가서 빙수를 먹었다.
오늘은 여의가로 가 보고 싶었다.
혼자서 허전한 마음을 스스로 달래기 위해서였다.
약간 두근거리는 마음을 누르며 문을 미니 현관이다.
현관 양쪽에는 진열장이 있고 그 진열장에는 생전 처음 보는 듯한 골동품과
크고 작은 다양한 도자기들로 진열을 했고 더더욱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내음이 물신 풍기는 듯했다.
불루마운틴과는 조금은 다른 분위기라고 생각하며
또 하나의 문을 여니 애띤 아가씨가 물컵을 얹은 오봉을 든채
"어서 오세요"하며 다정하게 미소를 보이며 카운터로 갔다.
카운터 양쪽으로 구석이 많아 보이는데 칸막이는 낮아서 없는것 같고
큰 나무들을 화분에 심어 칸 막이를 대신했다.
작은 식물원 같은 느낌이다.
안으로 들어가 동쪽 창이 있는 구석인듯 싶은 곳에 앉았다.
여럿이 앉을 수 있는 자리다.
밀회하기 정말 좋은 곳이라고 생각 되었다.
예쁘게 차려 입은 아가씨가 메뉴판과 물컵을 놓고 간다..
그 물컵도 도자기다 혜영이가 좋아 했던 그런 것이었다.
조금 후 그 아가씨가 다시 와서 "무엇을 하시겠어요?"한다.
"조금 있어 봐요 "
"다른 분을 기다리시나요?"
"잠깐만요" 하며 머뭇거린다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며 한 눈에 들어 오는 정관 신도시를 본다.
물컵을 놓고 가는 아가씨는 미끄러지듯 카운터 쪽으로 사뿐히 걸어 가는데
뒷모습이 예쁘다고 생각 되었다.
어디선가 본것 같았다. 코모도에서, 아니 서라벌에서인가
어쨋든 애띠고 얌전한 인상이라 낯 설지 않아 보인다.
그는 이런 여성을 보면 마음이 더 상한다.
닮은 사람도 흔히 있으니까 하는 생각으로 천정에 둥글고 큰 바구니같은
등이 떨어질듯 메달려 있는데 그 안에 몇개의 전구가 들어 있어 보인다.
동쪽 산 아래를 내려다 보면 정관 신도시가 한 눈에 다 들어 온다.
소두방산이며 중앙공원도 보인다. 정관은 온통 아파트 천지다
2.한나
한참 후에 그는 도자기의 물컵을 입에 가져가서 조금 입을 적시고
사방을 돌아 보다가 반대 편의 보다 넓은 자리 쪽을 보았다.
한 남자와 두 여성이 정다운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두 여성 중 옆으로 앉은 여성은 직감적으로 아는 사람인듯 싶었다.
철 없었을 때 사랑했던 한나양이 아닌가 생각을 하고 깜작 놀랐다.
눈을 의심하며 다시 보아도 한나양이 틀림이 없었다.
잠시라도 혜영이의 생각을 잊고 싶어 왔는데 16년전의
한나양을 본 것이다.가슴이 두근거린다.
그 순간 누군가가 불러서 나가듯
황급히 밖을 나와 승용차에 앉았다.
그는 부산에 와서 자신의 아픔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 여의가에 와서
우연히 한나를 보게 되었던 것이다.
전 같으면 아내 혜영이와 딸 예은이의 생각에 사로 잡혔을 것인데
혜영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지금은 오직 조금전에 보았던 한나 생각 뿐이다.이한나.
그는 혜영이와 결혼을 했으나 한나와 헤어진것은 혜영이 때문이라고
가끔은 생각을 했었다.
이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서도 가끔은 한나 생각이 났었다.
한나와의 사랑 이야기는 가슴 깊이 심어진 사연이 너무 많기 때문이었다
철부지 하게 구는것 같으면서도 너무 달라 붙는 것을 보아 온
한나의 마음에는 자신에게서 변하여 혜영이를 사랑한다고 생각했고
혜영이의 집은 부자라 돈도 많고 그 집의 도움을 받는 다는것을 조금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실은 마음이 변해서 돌아서지 않았나를 새삼스럽게 생각한다.
그는 한나를 사랑했고 한나도 그를 사랑 하는것을 가까이서 본 사람들은
"저렇게 두지 말고 결혼을 하도록 해야 되지않을까" 하는 정도 였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한나의 마음이 돌변해 버린것이다.
그 후 한나를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한나의 고향은 서울인데 부산 이곳 까지 왜 왔을까.
여행을 왔을까.
친척이 부산에 살고 있을까. 부산에 직장을 가지고 있을까.
결혼 해서 남편의 직장을 따라 와서 부산에 살고 있을까.
옛날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연갈색 투피스를 입어 성숙한 모습이다.
연갈색은 가을의 단풍과 같다고 생각되었다.
정신이 멍 했다.한나는 그의 첫 사랑이었다.
그는 사랑한다는 말도, 또 끌어 안을 만한 용기도 없었던 스무 두살의 나이였다.
그때 한나는 여고를 막 졸업을 하고 간호 대학에 입학한 스무살인 학생이었다.
16년전의 일이다.
한나는 키가 비교적 큰 편으로 165cm는 되었다.
얼굴은 희고 갸름하며 티 없이 맑았고
음성은 약간 큰 편이었고 교복을 벗으면 연녹색 재킷을 즐겨 입었다.
성격은 쾌활했다. 그 때의 모습과는 조금도 다름이 없고 음성도 그렇다.
말 할 때는 항상 웃음이 섞여서 누구나 그녀의 말에는 귀를 기울였다.
맑고 갸름한 얼굴도 옆 모습에서 그대로 였다.
그는 승용차 안에서 16년전에 있었던 일들을 떠 올리며
용기를 내서 인사라도 해야 할까를 생각 했으나.
함께 온 남자가 혹 남편인지 애인인지 몰라 잘 못하면 큰 실례를 할것같이
생각되어 한동안 갈등으로 방황 하다가 거기를 떠나 아랫길로 내려 왔다.
그는 집으로 돌아 온 것이다.그 때는 정오 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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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집은 소두방 공원 입구 오른쪽 동서방향에 있는
조그마한 텃밭이 있는 오래된 일반 주택에 살았으나
지금은 깨끗하게 지어진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맞은편 산자락과 장안 방향으로는 논공단지가 조성되어
많은 공장들이 즐비해 있다.
내려다 보면 수 많은 아파트들이 지어져 있고 주위에는
단독주택들이 2층으로 깨끗하게 지어져 즐비해 있다.
그는 자주 소두방 공원으로 등산을 하고 그럴때 마다.
깨끗이 꾸며진 농구 코트 안에 놓인 벤치에 앉아 쉬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은 곧 바로 집으로 왔다.
어머니는 별로 몸이 건강치 않는데 어디엔가 가고 안 계셨다.
어디에 갔을까? 가까이에 있는 마트에 갔을까를 생각하며
컴퓨터 앞에 앉아 한나를 생각한다.
그는 아직도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다.
지금은 조금 전에 보았던 한나 생각이 밀려 온다.
전 같으면 아내 혜영이와 딸 예은이의 생각에 사로 잡혔을 것인데
혜영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지금은 오직 조금전에 보았던 한나 생각 뿐이다.
그는 같은 교회에 출석을 했기 때문에 알게 되었으나 대화 한 적이 없었고
주일 예배를 마치면 먼 빛에서 보는 정도 였다.
그러나 처음 보는 순간 부터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든 어느날 세금정에 갔다가 친구들과 함께 놀러 나온
그를 만나 처음으로 인사 했다.
그 후로는 자연 스럽게 교회에서나 혹 길에서도 인사하며 지냈다.
그러는 동안 그녀를 만나고 싶었고 간혹 그가 살고 있는
원룸으로 놀러 오기도 했다.한나는 현저동에 살았었다.
한나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고 부터는 더 자주 만나게 되었고
그때 부터 서로 사랑이 싹트기 시작 했다.
한나의 아버지는 6.25 당시 납북되었고 언니는 육군 장교와 결혼하여
익산 지역에서 근무 하고 있었고 홀 어머니와 둘이 함께 살고 있었다.
그래도 성격은 쾌활한 편이었고 다른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 편이었다.
그에게는 한나를 잊지 못하는 사연들이 너무 많다.
짧은 기간의 교제였으나 수년을 사랑하며 교제 했던것 보다 더 했다.
그 추운 눈길에 흰 모자 검은 코트에 벙어리 장갑을 끼고 와서
산책하자며 그를 불러 내었다.
그는 한나의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는 곳에 위치한 원룸이다.
미끄러운 눈 길이었으나 가는 길이 한없이 멀었으면 했던 그 날이 잊어 지지 않는다.
눈이 녹다가 오후가 되면서 더 미끄러운 길이 되어
서로 비틀거리며 미끄러지기를 반복해도 서로 붙들어주며 손을 붙들고
특별한 목적지도 없이 골목길을 걸었던 날, 그 길이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싶은
그들은 한 시간을 미끄러운 눈길을 걸었다.
어느 겨울 끝 무렵 때 아닌 눈 발이 날리는데 서대문 로터리에서 아무 목적 없이
지하철 대신 시내버스를 타고 신당동 종점 까지 갔다.
버스는 길이 미끄러워 거북이 걸음 같았다.
종점 가까이에 있는 목조로 된 건물 2층 커피숖에서 밀크 두잔을 시켜
두 시간 이상을 레이지의 눈치를 의식 하지도 않고
한나는 간호대학에 가게 되었다는 이야기, 형편 없이 돌아가는 정치 이야기,
이제 문민 정부가 되었으니 올바른 민주주의 국가가 될것라는 등,
김영삼 대통령은 장로이니 정직하게 올바른 정치를 할 것이라는등의
이야기를 하는데 바깥 창에는 어두움이 덮여 온다.
그들은 커피숍에서 나와 종점에서 버쓰를 타고 어두어서야 각각 집에 돌아 왔다.
그는 한나를 만나 마주 앉으면 읽었던 소설 이야기
빠이런이나 보드렛의 시를 읽어 주기도 했다.
그는 잠시라도 한나를 보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의 이 관계를 아는 그의 친구는 "첫 사랑은 헤어 지네"라고
노래 처럼 했으나 그 말은 말로만 그렇지 우리는 아니야라고 생각 했었다.
이런 시간이 잦을 수록 애정이 생기고
사랑이라고하는 무엇이 가슴에 박히는 듯한 느낌을 갖기도 했다.
춘기 방학중 하루는 한나를 볼려고 용기를 내어서
사람들의 눈을 피하여 처음으로 한나의 집에 갔다.
그 날은 구름 낀 날이라 한겨울 같이 추웠다.
다행이 어머니는 외출을 하셨고 대문 여는 삐-익하는 소리에
"누구세요?" 하고 문을 여는데 그는 한나였다
"들어 오세요 아무도 없어요" 하고 문을 열어 준다.
이부자리가 깔려져 있는데 변명 처럼"오늘은 감기가 들어
누워 있었어요" 하고는
누었던 요를 들어 주며 따뜻하니 손을 넣으라고 했다.
그리고는 다시 자리에 누웠다."열이 많이 나느냐?" 고 하며
처음으로 이마를 만져보고 졸라맨 가슴에 손을 얹어도 손을 밀어 내지 않았다.
그는 한나와 이처럼 가까워 졌다.
고등학교 졸업식에도 한나의 친구 친척들이 많아도 그들을 헤집고 들어가서
준비한 꽃다발을 주고 한나의 졸업을 축하도 했다.
밤이 되면 자주 한나가 그의 집에 왔다.
침대에 걸터 앉은 채로 그 날에 있었던 이야기며, 소설 이야기
시에 대한 이야기로 밤이 가는 줄도 모르고 자정이 가깝도록 있다가 간다.
어두운 밤이라도 가로등이 있어 별로 불편 하지 않아도 집 가까이 다려다
주면서 그들은 더 정이 들었다.
사실은 아무 내용 없는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나는 이야기를 듣다가 그의 무릎을 벼개처럼 머리를 얹고 엎드린다.
그럴때는 그는 한나의 머리를 만지고 얼굴을 만지며 이야기를 했다.
그때도 한나는 별로 반응이 없이 있다가.
자다가 일어 나는 사람처럼 가야 겠다는 말만 하고 가곤 했다.
이런 일이 한 번이 아니고 여러번 있었으나 사랑한다는 말도 못했고
끌어 안아 보지도 못했고 키스도 하지 못했다.사실은 그렇게 할 용기가
없었다. 그러나 다음날 안 보면 미치도록 또 보고 싶었다.
이런 일들이 매일은 아니지만 여러번 있었으나
말을 많이 하지 않았고 사랑 한다는 말도 없었다
어떤 날은 사연이 있는듯 보여도 물어 보지도 않고
그저 그 시간에 정신이 팔리고 만다.지금 생각해 보면
혜영이와의 관계를 물어 볼려고 한것이 아니었나 싶다.
할 말은 없어도 야릇한 마음으로 시간이 흘렀다.
4월이 오고 고궁에 벚꽃이 활작 핀 날 빚꽃 아래로 벚꽃닢을 밟으며
걷기도 했다.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다
한나가 불러서 나갔는데 방에 들어 오지도 않고 두툼한 봉투를 주면서
다음에는 오지 않겠다고 했다.
"왜?" 라고 물어도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도망 가듯이 집 밖을 나갔다. 뒤 따라 갔으나 저 만치 가고 있었다.
그 후 부터 찾아 갈수도 없고 길에서 만나 지지도 않았다
그때 부터 한나는 교회도 멀리 떨어진 다른 교회로 간것 같았다.
그 봉투 안에는 그가 선물한 몇권의 책과 만날 때 마다 쥐어준
러브 레트며 자작시등 하나도 빠짐없이
다 그 봉투에 고스란이 들어 있었다.
한나는 잊을수 없는 추억만 남기고 결별한 첫 사랑의 여자였다.
분명히 혜영이의 달라 붙는 듯한 모습을 보아 왔기 때문애
한나는 스스로 그 와의 사랑을 포기하고 뒤 돌아선것이 라고 생각했다.
가끔은 언젠가는 만나 볼 수 있을 것이야라는
막연한 기대는 있었으나 다시는 보이지 않았는데 16년 만에
여의가에서 본것이다.
우연히 그 날 여의가에서 정말 우연히 한나를 보게 된 것이다.
군에 입대하여 익산 가까운 곳에서 훈련을 받을 때도
익산 역에서 열차 오는 소리가 나면 한나양의 언니가 있다고 말 했든
익산에 오지 않았을까! 우연이 있다면 한번은 볼 수 있을까 하는
부질 없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이야 말로 우연이 아닌가!
우연이 없는 것이라면 하나님께서 보게 하신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당황하였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내려 와서 집에 온 것이다.
한 참 후 한 마디 말도 없이 그대로 내려 온것이 후회가 되어
다시 여의가로 미친 사람처럼 올라 갔다.
그때는 이미 한나가 간 뒤 3시쯤 되었다.
그 후 한나를 오랫 동안 볼 수 없었다.
높은 산 중턱이라 해가 곧 넘어 갈것 같았다
. 3 쓸픔
그는 혜영이와 결혼을 했으나 한나와 헤어진것은
혜영이 때문이라고 가끔은 생각을 했었다.
그는 한나를 본 후에 혜영이에 대한 원망 같은 것이 일어났다.
이렇게 일찌기 갈거면서 한사코 달라붙고 왜 결혼 하자고 했든가.
그는 사실 당시에 혜영이와 결혼 할 생각은 별로 없었고 혜영이의
부모들도 반대 했으나 혜영이의 적극적인 사랑으로 마침내 결혼을 했다.
그러나 결혼 5년 만인 2개월 전에
세상을 떠난 혜영이를 생각하면 통절할 지경이다..
또 엄마를 잃고 울부 짓든 딸 예은이 생각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그는 혜영이가 열 여섯의 중 3학년때 가정 교사로 1년동안 영어를 가르쳤다.
혜영이는 철부지 하게 구는것 같으면서 너무 좋아 했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부터는 "저는 선생님을 사랑해요"라고 하기 까지 했다.
혜영이는 그때 부터 사랑의 눈을 뜨기 시작했고 그는 혜영이의 가정 교사로
있었기 때문에 가끔 그녀의 집에도 가게 되었고 그녀의 부모는 그가
어려울 때 마다 경제적인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 무렵 한나가 그에게서 멀어졌다.
벗꽃이 피기 시작하는 4월 초였다.
한편 그는 꿈이 많은 청년으로 정치 외교학과를 다니면서
정치가가 되느냐, 법관이 되느냐는 꿈을 가졌으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휴학을 하고 몇몇 학생의 가정 교사를 하면서
법관이 되려는 꿈을 가지고 사법 고시를 준비했다.
그러나 그는 고시에 합격을 하지 못한 채로 육군에
입대하여 논산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았다.
입대하기 위해서 서울을 떠나 부산을 올 때도 혜영은
동생과 함께 나와서 얼굴을 어깨위에 얹어 흐느끼며 울었다.
이별 한다는 것이 못내 아쉬었던 것이다.
열차 시간이 되어 혜영이의 우는 얼굴을 멀리하며
그도 눈물을 훔치며 개찰구로 들어갔다.
그는 군에서 휴가를 오면 혜영의 집을 방문 했고 혜영은 그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그가 제대 한 후 마침내 고시에 합격하여 변호사의 꿈을 이루었다.
그 무렵 혜영이가 스무 여섯 살이 되었을 때 부모들은 아버지의 친구이자
사업가인 아들 진수라는 청년과 결혼을 시켜야 겠다고 주선하고 있었다.
그러나 혜영은 한사코 자기의 옛 가정 교사였던 그와 결혼 하겠다고 하는
고집을 꺾지 못하고 마침내 그는 혜영이와 10년 만에 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들은 혜영이의 아버지 도움으로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어
그곳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내고 개업을 했다.
그들이 L.A에 가서 처음 정착한 곳은 '다이아몬드 바'라는 곳이었고
그곳에서 행복한 신혼 생활을 하며 1년이 지난 후 예은이가 태어났다.
그는 혜영이와 결혼 후 4년 동안은 정말 행복하게 살았다
그 후 부터는 이상하게도 질투 같은 것이 생기고 그 증세가 점점 심해 지는듯 했다.
그는 어머니가 뇌졸증으로 쓸어진 소식을 듣고 한 주간을
한국에 왔다가 돌아 갔는데 반가워 하기 보다는 그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한국에서 돌아온 그는 혜영이를 끌어 안으며 "무슨 일이 있었느냐?"
고 물어도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지만
혜영이가 질투심과 우울증 같은 증상이 있는 것을 느껴 왔기 때문에
그는 그 후 변호사 사무실 사무원으로 두었던 여직원도 그만 두게했다.
그 후 혜영이를 며칠간 사무실로 다리고 다녔으나 한달이
채 되기 전에 더는 못 가겠다고 했다.
주일이면 함께 교회도 잘 다녔는데 그 때 부터는 교회도 가지 않으려고 한다.
혜영이는 갈수록 질투심 같은 것이 더 심해졌고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정신과 병원에서 상담도 받고 약물과 함께 치료를 계속했으나
별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정신과 약을 먹으면 바보 처럼 어리해 지는듯 했다.
밤에는 수면제를 먹어야 잠을 잘 수 있었고 그 잠도 두 시간 정도이다.
그래도 늦추지 않고 게속 치료를 하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퇴근하여 돌아 오면
"오늘 누구를 만났느냐 지난번에 왔던 그 여자 또 왔지?" 하고
따져 묻는다."아니면 어떤 여자를 만났느냐" 며 자꾸 따진다.
그래서 치료를 위해 여행을 하기로 하고 전에 가 본 곳이 많지만
'그린피스 공원'도 다시 가고 '산메리노'에있는 유명한 '헌팅턴 라이버리'도 갔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에도 가고 서부 태평양 해안 지역인 덴맑 사람이 세웟다는' 솔벵'과
'몬트레이'라는 해안 도시를 지나 '센프란시스코'로 가서
유람선으로 '금문교' 아래를 돌아 오기도 했다.
혜영이가 가 보고 싶다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갔다.
전에 가 본 곳이지만 '그랜드케년' '라스베거스'도 갔다.
이렇게 거의 한 달 동안을 여행을 했다.
여행에서 돌아 온 후로는 낳아 질 줄 알았는데
피로 해서 인지 며칠동안 자리에 누워 잘 일어 나지도 않았다.
어쨋든 같이 있어주기만 하니 그는 너무 힘이 들었고
4 년이라는 행복 했던 세월이 깨어버린 꿈만 같았다.
그러든 5년째되는 봄 부터는 미국 생활이 싫어 졌다며
한국으로 돌아가서 살자고 조른다.
"우리가 다시 한국에 돌아가서행복하게 살아 응?"한다..
그는 무심코
"자녀를 공부시키기 위해서 아내를 자녀와 함께 보낸
기러기 아빠들도 얼마나 많은데 예은이를 위해서도 여기 살아야 돼"
"그럼 나 혼자 예은이를 다리고 미국에 살라는 말이냐?
그리고 오빠는 한국에 가서 한나 언니와 살겠다는 말이지?
혜영은 결혼 전에 그가 한나와 교제했든것을 알고 있었다.
난 그렇게는 안 해 나는 오빠 없이는 못 살아,
그러니 한국에 가서 행복하게 살아"하며 집요하게 조른다.
사실 혜영이는 어릴때부터 경제적인 어려움도 모르고 자랐고 집에서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자랐기 때문에 항상 밝고 명랑했다.
결혼 후에도 경제적 문제에 신경 쓰지 않았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해 왔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자기가 원하는대로 되지 않으면 토라지곤 했다.
그런데 사무원을 두고 부터는 질투심이 생겼고 그 질투심은
병적으로 변했고 병원 치료를 받았으나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도 하고 의부증 같은 것이 보이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혜영이의 소원대로 다시 예은이를 다리고
서울로 돌아와 서울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혜영이의 이상 증세가 회복이 되면 다시 미국으로 가면 되겠다고 생각 했다.
서울에 온 후 가족들과 어울리며 얼굴 표정이 밝아졌다.
그러나 우울증과 의부증 증세는 별로 달라지지 않은것 같다.
그가 한 번은 삼 일간 어머니의 병환으로 부산을 다녀 왔는데
그날 도착 하자마자 "어젯밤 꿈에 한나 언니를 보았다"며
한나 언니를 만나지는 않았느냐고 하며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워 버렸다.
그런 일이 없었으니 일어 나라고 해도 뒤집어 쓴 이불을
꼭 붙들고 일어나지 않는다.
"한나는 서울 어디에 있으면 있지 서울 사람이 왜 부산을 가,
그런일이 없으니 일어나라"고 해도 막 무가내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났을까,무더운 여름 어느날 부산에서
작은 누나로 부터 어머니가 위독하니 빨리 내려 오라는 전화를 받고
급하게 부산에 왔다.
어머니는 큰 대학병원에 입원 해 있었다.
어머니는 전에 있었던 뇌졸증이 재발 한 것이다.
하루를 지나니 증세가 낳아져서 혜영이에게 전화를 할려는데
헤영의 동생 혜란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니가--"하는데 우는 소리가 들린다."언니가 왜"하며 다잡아 물으니
언니가 병원에 실려 갔다고 했다.
혜영이가 수면제를 너무 많이 먹고 의식을 잃고
병원에 갔는데 깨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침 시간이다.
이상한 예감이 들지만 설마하고 서울로 급히 올라가서
혜영이가 이송되어 온 병원을 갔는데
그 때는 이미 숨이지고 흰 천으로 온 몸이 덥혀져 있었다.
붙들고 통곡해도 이미 숨진 혜영이는 끝내 깨어 나지 않았다.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마지막이 된 것이다.
그는 혜영이의 장례를 치룬 후에 울어대는 예은이를 서울에 두고
정신 없이 부산으로 왔다.
부산에 온지 벌써 2 개월이 되었다.
혜영이가 죽은지 2개월 만에 한나를 보게 된것이다
4. 재회
한나를 본후 2개월 째다.해가 바뀌어 2월이 왔다,
그래도 아직 봄은 저만치 있는듯 추워 몸이 옹크러 든다.
그는 한나를 만나기 위해 자주 여의가로 불루마운틴으로 갔다
여의가에 갔든 어느날은 아가씨가 2층으로 가 보라고 했다.
2층은 아랫층 보다는 밝았다.
안쪽에 두 여인이 마주 보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한나는 아니었다.
오른쪽에는 한옥 문으로 단장한 방도 두 칸이 있었다.
그날은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딸 예은이를 한번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 왔다'
늦은 오후 KTX를 타고 서울로 갔다.
예은이는 유치원을 다니는데 그 새 많이 큰것 같다.
한 달 전에 갔을 때처럼 아빠 하고 크게 좋아 하는 빛이 없었다.
"예은이는 아빠 따라 부산 가서 살가?" 하니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따로 할머니와 사는것은 좋아도 한편 섭섭한 마음이 든다.
혜영의 어머니는 "언제까지 이렇게 혼자 살거냐" 며
어디 마음에 드는 좋은 사람이 없느냐" 고 한다.
그는 예은이 때문에 조금은 마음이 상해서 "며칠 쉬어가라"는
말을 뒤로 하고 다음날 다시 부산으로 돌아와서 한나 생각을 한다.
부산은 서울 보다는 덜 춥다는 생각을 하며 여의가로 갈려고 하니
보는 사람들에게 놈팽이 처럼 보이지 않겠느냐는
마음도 있지만 특별히 갈 곳도 별로 없고 해서 이번에는 불루마운틴에 갔다.
2월은 추워도 봄을 준비하는 달이라는 생각을 하고 꼿피는 봄을 생각하면
17년전의 날들이 마음을 사로 잡는다. 추워도 주위의 나무들을 보며 서성인다.
벌써 매화가 피어날듯 꽃망울이 터질듯이 보인다.
제일 먼저 핀다는 야생화 복수초가 있는가하여 마른 잎들을 헤쳐본다
그렇게 바람은 불지 않아도 한참을 밖에 있다보니
찬 바람이 속으로 들어 오는듯싶다.
빠른 걸음으로 불루마운틴의 문을 여니 훈훈한 바람이 온 몸을 안는듯하다
지난날 한나의 집에가서 자리에 깔린 요밑에 손을 넣었던 따뜻함을 느낀다.
혹시나 해서 주차장 쪽이 있는 창가에 앉았다.
카푸치노 한잔을 마시며 연신 바깥을 응시한다.
우연이란 없는 것이니 한나를 만날 수 없다고 생각 되었다.
그러든 어느날 봄 같이 햇빛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정오가 지나서
한나를 만난다는 기대 없이 여의가로 갔다.
이것이 왠 일인가 깜작 놀랐다.
한나가 와 있다.정말 의외였다.
전에 같이 왔던 친구와 함께 와 있었다
핸드백을 덮는것을 보니 곧 갈 채비를 하는듯했다.
지난날 그들의 사랑은 너무 짙었기 때문에 순간 순간
서로 생각해 왔기에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는 흥분된 마음으로 자신 있게 한나에게로 가서
"한나" 라고 했다. 한나가 일어서며 놀란 표정으로
"오빠 이거 어찌된 일이예요?"
한나는 조금도 어색함 없이 변함 없는 그 목소리로
"오빠 우리 악수 해요"하며 17년 전과 다름 없는 그 손을 내어 민다.
같이 온 친구는 어리둥절해 한다.
그는 따뜻한 그의 손을 잡은채로
"어디 살어?"
"동래"
"정말 반갑다. 우리 몇년 만이지요 꿈인가요!"
"4월이 오면 만 17년,그 동안 잘 있었어?"
"언제 왔어요,그리고 혜영이도 잘 있지요. 애기는 몇인데요?"
한나는 혜영이와 결혼 한것과 변호사가 되어
미국에 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할 말이 없다.약간 머리를 숙였다 들며
"뒤에 한번 만나 이야기하지, 2개월 전 쯤인가 바로 저 자리에서 " 하며
처은 보았든 그 자리를 얼굴로 가리키며 "두 달전에 저기서 봤어"
"그래요 그때는 왜 그냥 갔어요?"
그때는 남자 분도 같이 있는데 실례가 될것 같아서 "
한나가 같이 온 친구를 소개한다.
"같이 일하는 참 좋은 친구에요"
"반갑습니다.앉아 차 드시지요"하고 한나 옆 의자에 앉아
"직장이 어딘데?"하고 그는 물었다.
"제가 간호대학 들어 간것 알잖아요"
그때 같이 온 친구가 시계를 보며,
"갈 시간이 다 됐어요"한다.
한나가 "오늘은 지금 가야되고 가까운 시간에 만날께요"하고
전화 번호를 적어서 주며
"명함 있으면 한 장 주세요"한다
그는 명함 두 장을 꺼내서 한나에게와 한나 친구에게도 주었다.
그 명함은 한 쪽은 한글로 되있고 뒷면은 영어로 되어 있다.
아직 바꾸지 않은 명함이라 사는 곳은 L.A 다이아몬드바로 되어
있고 변호사 사무실도 그대로 였다.
그 명함 윗쪽에 지금의 전화 번호를 써 준다.
"꼭 전화 할께요" 하고 바쁘게 가는 것을 보니 시간이 급한 모양이다.
"꼭 요" 한나는 친구와 같이 나가면서 다시 그 보고 싶었던
얼굴로 미소를 보내며 손을 흔들고 나갔다.
정녕 만나고 싶었던 한나를 만나고 보니 감추지 못할 기쁨을
외치고 싶었다.그는 기쁨을 감추지 못한채로 집으로 왔다.
그는 한나의 전화를 기다리는데 다다음날 전화가 왔다.
"어딘데 어디서 만날까?"
"그 때 거기서 만나요, 오늘은 특별히 종일 허락을 받았으니
마음에 있던 이야기를 싫건 하고 싶어--"
그의 마음도 그렇다.
"11시 30분 까지 거기로 오세요"
"누구와 오는데?"
"나 혼자 갈거야요, 친구가 오면 할 말도 다 못하잖아,꼭 이지요".
"얼마나 만나보고 싶었는데 꼭 이고 말고".
그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11시 30분 까지 갈 채비를 했다.
어머니는 "또 어디 갈려고 --,일찍 들어와" 한다.
그는 11시 30분을 약속 했지만 11에 여의가에 갔다.
정관 신도시를 내려다 볼 수 있고 밀회하기
좋은 자리에 앉아 한나만 기다리고 있다.
오면 무슨 말을 할까 오만 생각이 다 든다.
5. 몽외(夢外)
그가 한나를 만나게 된것은 정말 꿈 밖이었다.
약속은 11시 30분이었으나 미리 11시에 약속한 여의가에서
초조하게 한나가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은 일각(日刻)이 여삼추(如三秋)다
그런데 약속한 11시 30분이 되어도 오지 않으니
일어나서 밖을 살펴 보기도 하고 밖에 나가 보기도 한다.
혹시 못 오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하는데
10분이 늦은 40분이 되어서야 급하게 주차를 하고
숨을 몰아 쉬며 뛰다 싶이 들어 왔다.
"정말 미안해요 오빠! 오늘이사 왜 그렇게도 차가 밀릴까!"
"괜찮아 나도 사실은 혹시 못 올 사정이 생겼는가 하고
기다린다고 죽을 뻔 했어"하고 웃으며
손을 잡고 앉았든 맞은 편에 않게 했다.
잠시 서로를 쳐다보며 그는 "우리의 만남은 정말 꿈이야"
"그래요 오빠!" 한나는 서스럼 없이 그를 옛날 처럼 오빠라고 했다.
"동래라고 했지, 동래 어딘데?"
"온천장 쪽이야,오빠는?"
"나는 저기 보이지" 하고 소두방산 쪽을 가리키며
"소두방 산 가까운 곳이야"
한나는 목을 길게 뽑아 그 쪽을 보며
"소두방이 무슨 뜻인데? 이름이 특이하다" 고 한다.
할 말은 많아도 답을 해야 겠다고 생각하여
"소두방은 가마솥 뚜껑을 말해, 정관(鼎冠) 이란 이름도
지형이 가마솥 뚜껑 같이 생겨서 지어진 이름이래"
"아! 그렇구나" 하며 알았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한나의 가족은?" 하고 가장 궁금 하게 생각 한것을 물었다.
"나 혼자 살아" 그 말이 이상 하게 들린다.
"결혼은 ?"
"결혼 했어"
"그런데 왜 혼자 살아?"
한나는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먼저 식사 부터 해요, 오빠 만난다는 것이
너무 좋아 아침도 안 먹고 와서 배 고파 " 하며
"오빠 좋아 하는것 하세요 나는 무엇이든지 좋아요"
"그럼 스테이크로 하지" 서로 자기가 점심을 사겠다는 것 같다.
그들은 천천히 먹으면서
"온천장에서 멀텐데 어떻게 해서 이곳 까지 오게 됐어?"
"전에 같이 온 친구를 소개시켜 줄려고 한
그 청년의 집이 구서동이라서 그랬는지
거리도 멀지 않고 조용하고 좋은 곳이라 면서 온 것인데--,
그때 왜 두 달전에 봤다고 했잖아요 바로 그날 처음으로 왔어요
정말 조용하고 운치도 있고 경치도 좋고 해서 그 후에 몇번 왔어요
그것이 오빠를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나 봐요. 참 좋지요?"
"그래 사실은 두 달전에 한나를 처음 본 후로 혹시 하고
여러번 왔는데 만나게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 라고 생각해"
"오빠는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신앙이 참 좋은것 같아요"
그들은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서로 궁금 한 것이 많았고
물어 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그의 머리에는 한나가 결혼은 했다는데 왜 혼자 살고 있을까.
궁금 증이 더 해 간다.
"어머니는 ?"
그는 어머니와 둘이 살았던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머니의 안부를 묻는다.
"저와 같이 부산서 살다가 3년 전에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셨어요 80도 못 사셨어요"
그는 한나의 과거를 더 물어 보는 것이 부담 스럽다.
그러나 묻지도 아니한 자신의 지난 날을 먼저 말 했다.
한나는 간호 대학을 나온 후 간호사로 취직했고
10년 전인 스무 일곱에 그 병원의 직원과 결혼을 해서
부산으로 왔는데 3년이 지나도 애기가 나지 않았다.
그의 남편은 처음 보기와는 달리 같이 살면서 한나에 대한 사랑은
멀어 지고 3년이 되어도 애기가 없었어 인지,
외도로 다른 여자를 사귀더니 그 여자에게서 애기를 갖게 되자
한나 와는 멀어 지기 시작하여 마침내 이혼을 했다.이 말을 한 후
"이혼을 했는지 당했는지 몰라요" 하며 쓴 웃음을 보인다.
"처음 부터 믿지 않는 사람과 결혼 한 것이 잘 못 되었어요,
외모만 보고 친구의 적극적인 소개로 결혼을 하고 행복한
신혼 생활을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는것이 세상살이 인가 봐요"
한나는 그 때 부터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으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지금 까지 혼자 살면서
다시는 결혼 하지 않고 혼자 살겠다고 다짐을 했다.
한나는 독신 주의 자로 살겠다는 마음으로 종종 남자들이
넘보아도 나는 독신 주의 자다를 속으로 대뇌이면서 살아 왔다.
남들이 다 하는 결혼도 해 봤고 가정도 가져 보았으니
혼자 사는것 이상 더 좋은 것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그는 결혼 후에 남편에게서 힘든 생활을 했기 때문에
다시는 결혼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다짐 한것 같았다.
"오빠 저는 독신 주의 자에요 내 이야기만 했네"하고
"그런데 오빠는 언제 왔어요--?
언제 미국으로 가요? " 그는 할 말이 없다.
잠시 후 자신의 지나 온 이야기를 한다.
4개월 전에 혜영이는 죽었고 다섯 살 된 딸이 하나 있는데
서울 할머니와 함 께 있는 것과 지금은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고 앞으로는 잘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
한나는 너무 놀라 하면서
"저는 오빠야 말로 혜영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기를 바랬고 지금도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거짓말 같아요"
"사실이야 혜영이가 죽은 후 두 달쯤 되었을 때
저 자리에서 한나를 봤어 그리고 오늘이 그 후 두 달째이니 4개월 전이야 "
"몇살 되지 않는데 어쩌다가, 교통 사고 였든가요?"
"아니"
"그렇다면-- "
"수면제를 많이 먹고 자기가 죽었어, 우울증도 있었고
어릴때 부터 부자였던 가정에서 테어난것이 병이었는 지도--"
하고는 머리를 숙이고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몇살도 되지 않는데--"하며
슬픈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이상은 묻지 않았다.
그 둘의 얼굴은 숙연해 진 모습이다.
그는"좋은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 미안 해"
"오빠는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와 함께 살고 계신다면서요?
어디가 불편 하신데요? 언제 부터요?그런데
이민을 가셨다든데 지금은 미국으로 다시 들어 가지 않아요?"
"당분간은 그럴것 같아"
"너무 안됐다."한나는 걱정 스러운 표정으로 말 했다.
그들은 정말 17년 만에 기쁘게 만났으나 그 기쁨은 없다.
한나는 그를 위로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오빠 우리 밖에 산책해요"
"춥지 않을까-"하고는
둘은 옷깃을 올리고 주차장을 벗어나서 윗길로 걸었다.
둘은 별다른 말이 없이 300m 쯤 걷다가 다시 돌아 와서
2층으로 올라 갔다.
2층은 환하게 밝았다. 그들은 정관 신도시가
한 눈에 들어 오는 안쪽 끝 자리에 앉았다.
애띠고 예쁜 아가씨가 물컵을 놓고 간다.
"쓸데 없는 말을 한것 같아서 미안해"
그들의 얼굴은 조금 전과는 달리 약간은 밝아졌다.
둘이서 말 없이 정관 신도시를 보다가 한나가 입을 열었다.
"오빠는 다시 결혼을 해야 겠네요, 저와 함께 왔던 친구 봤지요,
너무 착한 친구에요, 저 보다 나이가 한 살 적으니 언니라고 해요
나이는 좀 들었어도 미쓰 이거든요,
너무 좋은 성격이고 인물도 그만 하면 다른 여자에게 빠지지 않고
나이가 처녀로는 좀 들었다는 것 뿐이지 흠 잡을때가 없는 애 예요 ,
요즈음은 늦게 결혼을 많이 하잖아요,오빠 어때요?
착실한 사람만 있으면 재혼 자리라도 간데요 제가 한번 소개 해 볼게요"한다.
그는 한나의 그 말이 들리지 않는다.
"어머니도 불편하시고 병세가 점점 나빠 진다면서요
서둘러 결혼 하세요 친구 현이는 제 말을 잘 듣거든요 "
"전에 본 남자는 어떻게 됐어 ?"
"게가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면서 싫다고 해서 그만 뒀어요,
오빠는 딱 좋아요,제가 적극적으로 하면 틀림 없이 성사 될거예요"
그 날 그들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며칠 후에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6.갈등
그는 한나와 만난 후 심한 갈등에 빠진다.
한나를 만나 보고는 할수만 있다면 한나와 같이 살았으면 한다,
그러나 한나는 죽어도 다시는 결혼을 하지않고
옛날 처럼 사모하고, 보고싶고, 그리워지는 ,
지금 처럼 사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는 한나를 만난 후 잠시라도 한이 풀린듯 했지만
한나의 그 마음을 이해 할 수 없어 마음이 더욱 상했다. 실망이다.
집으로 돌아 온 후에는 다시 실의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한나에 대한 지난날의 생각을 하면
분명히 결혼해서 같이 살자는 말을 할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너무 속을 상하게 했다.
한나는 다시 결혼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너무 단호 한것 같았다.
그러든 어느날은 정관을 구경 삼아 홈풀러스 뒷쪽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했다.
한나의 생각은 결혼 보다는 지금 처럼 사랑하는 사람으로 마음에
흠모하고 하면서 17년 전 서로 사랑했든 그때 처럼
지나고 싶은 마음이라고 한다..
한나는 정말 결혼 한다는 마음은 추어도 없었다.
한때는 결혼 해 볼가도 생각은 하였으나 그것은 자유롭게
혼자 사는것이 아니고 또 매인다는 생각에 자기 대신
현이와 붙여 준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를 생각하고 그리워 지는 그 마음으로 사는 것이 좋겠다고
마음에 다짐 하면서 옛날 그가 써 주었던 그 시(詩) 처럼
영원히 사랑하기 위해서 그와 결혼 하지 않겠다고 생각 했다.
.
그 시의 제목은
"사랑만 하세요" 다.
"사랑 하거든 사랑만 하세요 아름다운 꽃이면 그 대로 보세요
내일 와서 또 볼수 있도록, 아무리 사랑 스러워도 사랑만 하세요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사랑의 노래에 들떠 보세요
꺾으면 시들고, 향기도, 요염한 모습도, 꿈 깨듯이 사라질테니
사랑하면 그대로 사랑하세요
아무리 옆에 두고 싶어도 꿈 깨듯이 살아 질테니
사랑하면 그대로 사랑만 하세요
제발 꺽지 말고 그대로 보세요
그대로 영원히 피어 있게 사랑만 하세요"라는
시를 생각했다.
그렇지 친구 현이를 짝 맞추어 주면 보고 싶으면 보고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어쨋든 그를 현이와 붙이고 싶었다.
차를 마시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잠간 갔다 올 때가 있다면서 밖을 나간 한나가 돌아오지 않는다.
한참을 있어도 한나는 돌아 오지 않고 둘 만 남았다.
현이는 "한나 언니가 너무 좋아요, 우리 병원에 수간호사로 있으면서
신입 간호사들을 잘 지도 해 주고 가끔은 어려운 환자가 있으면
그 환자에게 경제적인 도움도 주고 병원 안에서는 정말 인기가 짱이에요,
제가 알기로는 아주 어려운 몇몇 아이들을 놉고 있는것 같아요,
저에게도 잘 해 주고요--, 그런 언니같은 이가 어디 있겠어요.
모르기는 하지만 처음 결혼 생활에서 너무 힘이 들었던것 같아서요,
정말로 언니 같은 사람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어요.
좋은 글이 있으면 그 글을 인쇄해서
처음 들어 오는 간호사에게 나누어 주고 읽게도 하고요
그러니 한나 언니를 좋아 하고 존경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는 그 글이 어떤 글인가 궁금했다.
"그 글이 무슨 글인지 볼 수 있을까요?"
"뒤에 기회 있으면 가져 올게요" 하며
"위급한 환자를 보면 적극으로 치료 해 주고 친절해요
우린 발벗고도 따라갈 수 없거든요"
두 사람은 한참을 이야기 하는 중에 서로 마음이 가까워 졌다.
한참 후에 한나가 돌아 와서
"둘이서 자유롭게 이야기 하고 싶은것 하라고 피했지
정관이 굉장 하더라 정관에 와서 살고 싶은 마음도 생기더라"하며
"홈풀로스에서 샀어" 하며 조그마한 선물이라면서 각각 한개씩 준다.
"무슨 의미인지 알아? 사랑 이야기 많이 했어?
어떼--"하고 현이에게 물으며 웃는다.
"오빠는 어떻셨어요 좋지요"하고 그에게 바짝 붙어 말한다.
그들이 헤어진 후 현이는 또 한번 더 만나 보려는 마음으로
한나가 나누어 준다는 그 글을 가져 오겠다는 핑계로
다시 한번 더 만나고 싶었다.
현이는 몇번을 만난 후 자신이 없다.
다섯살 된 아이도 있다고 하니 그것도 그렇고 --,
마음은 끌려도 쉽게 대답할 수 없다.
그는 "한나가 병원에서 읽어준다는 글이
어떤 글인데 나도 한장 주면 안될까요?"
그때 현이가 "드리지요" 하며 깨끗이 인쇠된
A4 용지 두 장되는 글을 주었다.
그는 그 글을 받아 금방 읽는다.
제목은 "그는 환자야"(He is sick)라는 글이다.
"오래 전에 주간조선에서 읽은 글이 생각난다."그는 환자야"라는 말이다.
"그는 환자야" 라는 말은 미국의 모 병원에서 연세가 많고 노련한 의사가
짜증 내는 젊은 의사 에게 충고 한 말이다.
환자들은 의사에게 짜증 나게 하는 일이 많다. 아프기 때문이다.
환자들 중에는 가지각색일 수 있다.요즈음은 어디가 아프다 싶으면
혹시 암이 아닐까 하여 불안하여 온다.
노인들은 불필요한 말도 하고 말을 잘 알아 듣지도 못한다.
그래서 의사를 힘 들게하고 짜증스럽게 한다.
온갖 종류의 병을 가지고 올 뿐 아니라 의사에게 덤벼들기도 하고
정신 병원에서는 정말로 정신 빠진 소리로 애를 먹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환자들을 매일 접해야 하는 의사의 고충은 어떻겠는가!
의사는 힘들어도 환자를 고치고 치료하여 낫게도 하는 보람도 있다
그래도 힘든 직업임에는 틀림이 없다.
외과 의사들은 어떤 수술은 7-8 시간이 걸리고 12시간 이상
걸리는 수술도 한다고 한다.
외래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도 시작하는 시간 부터
온 종일 점심 시간을 빼고는 퇴근 할 때까지 환자들과 입 씨름을 한다.
퇴근하여 집에 돌아가면 파김치가 되어 만사가 귀찮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가정생활은 빵점이 될 수 밖에 없다 .
그래서인지 직업170 업종 가운데 의사의 직업의 만족도는
168 번째라는 통계가 있다.그러니 의사가 환자들에게 짜증 보이기도 하고
불친절 할 수 밖에 없다고 이해도 된다.
어떤 환자는 투들 거리며 문을 박차고 나오기도 한다.
노련한 의사는 이런 경험과 많은 연륜을 쌓아 오히려
환자를 다둑거려 편하게 한다.
그 분에게 진료를 받고 나오면 병이 다 나은것 같다는 환자도 있다.
그러나 초보 젊은 의사는 환자에게 엄격하게 대 할 뿐 토도
못 달게 하고 냉정하게 대 할 뿐 아니라 너무 사무적이라고 한다.
환자들이 너무 짜증스럽게 하여 그럴 수 밖에 없었으리라.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것을 본 노련한 의사는 "그는 환자야" 라고 충고하는 것이다
그가 환자가 아니면 병원에도 의사에게도 갈 필요가 있겠는가!
환자가 아니면 얼굴을 찡그리고 흉하게 짜증을 부려
의사를 힘들게 하겠는가!
"그는 환자야" 라고 한 충고야 말로 명언인 것이다.
환자는 아프기 때문에 불안해 하고 초조해 하면서
병원에 가는 것이 아닌가.의사가 수고가 많아도 힘이 들어도
노련한 의사의 "그는 환자야"라는 말을 마음에 새긴다면 의료
서비스는 많은 점수를 받지 않겠는가!" 하는 글이었다
그 글을 읽은 후 "멋지다"고 했다.
그들이 헤어진 후에 현이는 한나를 통해서 거부 연락을 했다.
그는 잘 되었다고 생각을 하니 한나가 더 보고 싶어진다.
그래서 한나의 집이 가까운 온천장 농심가에서 한번 만나자는
전화를 했는데 일하는 중이라 할 수 없다고 한다.
"저녁에"라도 하니 "아픈 사람은 밤 낮이 없잖아요!
시간 빌 때 제가 전화 할께요 , 지금은 전화 끊을께요"한다.
위급한 환자를 치료 한다고 생각되었다.
며칠이 지난 정오에 농심가에서 만났다.
부산에서 가장 빨리 벚꽃이 핀다는 온천장 도로변에는
곧 꽃이 필것 같다.
7. 꽃길
3월 중순 바람은 불어도 햇빛이 따뜻하다
아침에 한나에게서 농심가에서 점심을 하자며 전화가 왔다.
지난번에 만난후 열흘이 되었다.
12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으나 그는 언제나 한나 보다는 일찌기 간다.
11시30분이 지나서 전에 앉았던 밖을 볼 수있는 창가에서 기다렸다.
한참 후 12시가 되기 전에 한나가 왔다.
옛날 17년전 즐겨 입든 연록색의 자킷을 입고 왔다.
물론 그때의 그 옷은 아니지만 그 색갈의 옷이었다.
그는 한나를 보는 순간 더 짙은 17년전의 정을 느낀다.
이번에도 그가 먼저 손을 내 밀어 악수하고 자리에 앉는다.
"잘 있었어?"
"오빠도요?"
"바쁘지 않아?"
"오후 4시 까지만 들어 가면 돼요,더 자주 만나지 못해서 죄송 해요"
"우리 만난지가 한참 되었지? 열흘은 넘은 것 같아"
"전에는 17년 동안이나 가끔 오빠를 생각하며
그때가 너무 좋았다고 생각하며 지나 왔는데요."
"그래 나도 가끔은 한나를 생각하며 추억들이 떠 올랐어"
"정말 그때의 만남을 잊을 수가 없었지요" 지난날의 일들을 추억한다.
"한나는 여기 온천장에 언제 왔지?" 그가 물었다.
"7년 전" 하며 온천장의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오빠는 부산 사람이니까 나 보다 더 잘 알죠?"
"나는 17년 동안 잠간씩 왔다 가곤 해서 잘 몰라,
그 동안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데--,
오랬만에 와 보니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겠어 ,
지금은 한나가 나 보다 더 잘 알겠지"
한나는 불과 7년을 살았는데 온천장 뿐 아니라
부산의 여러 곳을 제법 알고 있었다.
농심가는 동래관광 호텔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농심가 호텔이라 해요
원래 온천이 나왔고 계발한 후 유명하기 때문에
온천장이란 이름이 되었고 지금은 크고 작은 온천탕이 많이 있고
십여년 전에는 아세아에서 제일 크다는 허심청을 지었는데
남탕 여탕에 동시에 3천명이 들어 갈 수 있는 엄청난 큰
온천탕이 있다는것과 뒤 쪽에는 금정산이 있고 등산로가 잘 되어 있어
등산 하는 사람도 많고 온천 대로변 가로수의 벗나무는
부산서 제일 먼저 벚꽃이피면 딴 세상인듯 싶다는 이야기와
또 온천천을 다듬어서 물도 맑아 졌고
양 옆에는 걸을 수있는 길도 잘 만들었고 간간히 체육 시설도 있다는 등
자기 앞 마당이듯이 묻지도 아니 한것도 말한다.
"오빠! 얼마 있지 않으면 벚꽃이 피어요,
우리 그때 헤어지기 전 고궁에서 하얗게 핀 벚꽃 아래로
떨어진 벚꽃닢을 밟으며 걸었든 생각나세요?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면서도 손을 잡고 걸었잖아요.
그 날이 지나고 며칠 후에 저의 잘 못 생각으로,
무슨 생각인지 아세요? 오빠의 행복을 위해서 였죠,
그 때 우리의 만남이 마지막이 되었잖아요
어쩌면 쓸픈 추억이 되었어요,
그 때를 생각하며 기쁨을 회복하는 의미로 또 함께 걸어 봐요,
그때는 어떤 일이 있어도 시간을 내어 볼게요,"
그는 한나의 말을 듣고는 정말 그때의 추억이 새롭게 느껴졌다.
꼭 함께 고궁의 하얀 벚꽃을 밟으며 맞으며 걸었던것 처럼
함께 걷고 싶었다.
"그 전에 또 만나야지"하는데
"그래요 저는 오빠 만난다는 생각은 옛날 그 때의 마음과 같아요"
"나도 그래"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 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 갔는지
그는 시께가 머추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한나가 가야 할 시간이 되어 한나는 바쁘게 먼저 나갔다.
오늘은 온천장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마음에 있는 이야기는 하지 못했고,
부산 사람이 서울 사람에게 부산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다.
다음에 만나면 마음에 있는 것을 다 이야기 하리라는 마음으로 집에 왔다.
어머니는 자리에 누워 계셨고 부산에 살고 있는 작은 누나가 와 있었다.
어머니 병이 점점 위중해 지는듯 하다.
누나는 "어머니 살아 계실 때 짝을 만나야 할텐데.
서울서 사귀었다든 아가씨와 결혼하면 안될까"
그는 그의 누나에게 한나에 대한 말을 한 적이 있다.
누나는 무엇인가 아는 듯 자기가 원하고 있는 말을 했다
다시 한나를 만나면 어머니의 병을 말하고
집으로 한번 다려 올 까 하는 마음도 든다
"어머니, 힘 드셔도 조금씩은 걸으셔야지요 일어 나세요
잡아 드릴테니 걸어 보세요" 하니
누나도 거들어 "어머니 밖에 나가서 조금 걷다 오세요" 한다.
어머니는 간신히 일어나셨다.
그는 누나와 같이 양쪽에 한 팔씩 붙들고 힘들게
집 주위를 반 바퀴쯤 가다가 너무 힘 들어 하셔서
되돌아 왔다.
"큰 누나도 너 때문에 걱정이다"
큰 누나는 대구에 살기 때문에 자주 와 보지 못한다.
3일이 지난 후에 다시 한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빠 내일은 어떻세요? 이번에는 제가 점심을 살게요
전에 만났든 여의가 어때요 ?오빠 시간이 어떤 지도 모르고--"
"그렇게 하지 12시까지 가면 될까?"
"그러세요"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에는 비교적 자기가 말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한나가 자기 보다 훨씬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이번에는 꼭 하고 싶은 말을 하리라고 다짐한다.
둘은 거의 같은 시간에 만났기 때문에 서로 마음이 통했든지
2층 밝은 곳에 앉았다.
한나는 "어머니 병환이 좀 어덯세요"하고 묻는다.
"점점 나빠져"
"제가 한번 방문해도 될까요?"
정말 듣고 싶은 말이라고 생각하며 한번 와 준다면 정말 고마운 일이지"
"뇌졸증으로 쓸어졌다면서요, 지금의 상태는요? 오빠는 걱정이 많으시네요
빨리 결혼을 해야겠어요"한다.
그는 농담 처럼 "한나가 오면 되잖아"
"저는 아니고요" 한다
"왜?"
"저는 이렇게 지금 처럼 사는 것이 정말 행복해요
만약 같이 있다면 이런 만남이나 그리움이 있겠어요!
나는 17년전의 그때가 가장 행복 했고요 그 다음은 지금 이에요,
안 보면 보고 싶고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 --,얼마나 좋아요,
만약 함께 살고 몸을 섞는 다면 이런 행복은 다 없어져 버릴거에요
옛날 오빠가 써 주었던 그 글 처럼
아름답다고 꽃을 꺾으면 시들어 버린 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그 말이 사실이라고 믿어요 저는 이대로가 너무 좋아요
지금 처럼요 때로는 꿈에도 보고 아무리 바빠도 보고 싶으면
어떤 구실로든지 시간을 내서 만나게 되고요,
얼마나 멋져요 저는 이런 행복을 버릴 수는 없어요'
그래서 이렇게만 살고 싶어요,
하인리히 뵐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글에
"사랑하지 않으면서 결혼 하는 사람들이 더 행복하다고,
사랑하면서 결혼 하는것은 처참한 일이라고 했어요"라고 했다.
그러나 걱정이네요 어머니 병환이 위중 하시다니 --
노인들이 언제 무슨 일이 일어 날지 모르니--
오빠! 오빠는 빨리 평생 오빠와 함께 할 사람을 찾으세요,
저 말고요" 또 그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그는 한숨 같은 숨을 쉬고는 "한나의 성격을 잘 알고 있고
또 한나의 뜻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한나가 좋아
다시 한번 생각 해 봐" 한다.
저는 아니에요 저 보다 나은 사람이 얼마든지 많이 있을 텐데요"
그때 그는 몸으로 정복하고 싶어
채면 불구 하고 와락 끌어 안고 싶은 충동을 받지만
같은 홀에 여러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는 할 수가 없었다.
"뒤에 약을 가지고 한번 온다고 했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오늘 우리 집에가서 어머니를 보고 가면 어떨까?"
한나는 그렇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잠시 생각을 하더니 전화를 하는데 병원인것 같다
전화가 끝난 후 "그렇게 하세요" 하며 같이 그의 집에 갔다
작은 누님이 와 있었고 어머니는 오늘도 누워 계셨다.
그는 어머니를 일으켜 앉게 했다.
아들이 어머니를 많이 닮아 보인다.
한나는 정중히 인사하고 선생님과는 잘 아는 사이라고만 했다
한나는 별다른 말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다.
한나는 그 모든 사정을 본 후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온 그 날 밤에는 자기를 이기기 위해
엄청 나게 고민을 했고 신경 안정제를 먹고 잠이들었다.
.
그 후 부터 자신의 행복을 버리고 희생해야 되느냐는
고민에 사로 잡혀 반 달이 되도록 전화도 하지 않고 고민 했다.
그는 그것도 모르고 만나면 속 상하게만 하기 때문에 한나에게서
전화 오기전에는 전화 하고 싶은 용기가 나지 않는다.
4월이 되고 만우절이 지난 다음날
온천장 대로변에 벚꽃이 활짝 피었다.
한나는 그에게 전화했다.농심가로 올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는 간다고 대답하고는 빠르게 차를 몰고 농심가로 갔다.
오랬만에 받는 전화이기 때문이었다. 또 기대감도 있다.
농심가에서 점심을 먹은 다음
"우리 옛날 17년전 고궁의 벚꽃구경을 갔든것이
마지막이 되었는데, 그때는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그러나 오늘은 다시 그날을 생각하며 같이 걷고 싶어요" 하고는
그들은 온천 대로변을 나와 자신을 잊은듯이 함성을 지른다.
"와--!"하며
이미 벚꽃이 만개 했고 하얀 꽃닢이 바람에 날리어
둘이서 걷는 그들의 머리와 길에 떨어지며
결혼 식장에서 출발해 나오는 신랑 신부의 새 출발을 축하는듯 했다.
한나는 무엇인가를 결심 한것 같다.
어느때 보다 둘은 몸을 바짝 붙이고 손을 꼬옥 잡고 걷다가
한나는 그의 팔장을 낀다.
그와 한나는 눈 빛을 맞추며 둘은 지난날의 아픔들을 다 털어 버리고
앞 날의 더 좋은 행복을 꿈꾸며 환희에 찬 얼굴로
옛날 고궁에서 걸었던 것처럼 둘은 계속 걸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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