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두기'라는 필명으로 '음식 이야기'를 쓰씨는 분의 글입니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음식 칼럼'인데 재미있어서 퍼왔습니다....
암튼 '두기'라는 분은 뉴욕와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나름 유명한 음식 칼럼리스트입니다~~ ^&^
---------------------------------------------
빵빵빵
탁구야 내 아들 탁구야…… 구 회장과 탁구가 12년 만에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재회하는 장면을 예고편으로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는 제빵왕 김탁구! 실화네 아니네 말도 많은데요.
제작진에 의해서 실화가 바탕이 아니라는 설명인지 해명인지부터 하고 시작했지만, 극 중 나오는 제빵회사의 모델로 회자되고 있는 곳은, 방아 찧는 옥토끼가 그려진 온 국민의 추억의 빵 ‘보름달’, 단팥을 먹을까 야채를 먹을까 고민하다가 두 가지 다 먹어야 섭섭하지 않은, 겨울 밤의 베스트셀러 ‘호호호호 호빵’을 만들어낸, 1945년에 상미당으로 출발한 삼립식품입니다.
그 중에도 주인공 김탁구는 초대 허창성 회장의 차남으로 외국에서 제빵공부를 한 장남과 달리 아버지 밑에서 경영수업을 받았지만 장남이 돌아옴에 따라 삼립의 10% 정도 규모의 회사, 샤니를 물려받아 소신 있게 경영하여, 제빵이 아닌 이런저런 사업에 손을 데서 부도의 위기를 맞은 장남에게 돌아갔던 삼립을 합병, 동종업계 1위 자리를 사수한 제빵왕 허영인 회장과 닮은 구석이 없지 않습니다.
빨간 벽돌집이 예쁜, 제빵왕의 왕 스승의 팔봉 빵집을 보면서 빵집이긴 하지만 빵보다 더 유명한 모나카 아이스크림이 있는 과자중의 과자 태극당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달지 않고 느끼하지 않은 아이스크림과 바삭 하지만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지만 눅눅하지 않은 모나카의 만남도 환상적이지만 더욱 흥미로운 것은 가게에 들어서면서입니다.
저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것이 확실한 빵 진열대와 진열되어 있는 빵들은 이제 제빵교재에서도 찾기 힘든 종류들이고 그 빵들을 싸고 있는 포장지에는 표기법마저 낯선 로-르 케잌, 휘낱-즈 빵 이라고 쓰여있는 것 하며, 카운터에는 한때 우리나라 개인 소득세 최고 납부자 명단에 오르던 명성에 걸맞게 '납세로 국력을 키우자'라고 크게 써놓은 나무팻말을 보면 마치 1960년을 살고 있는 듯 과거여행까지 선물 받을 수 있어서 좋은 곳이지요.
해방과 함께 일본인 상점을 인수받아 지금까지 곁눈질하지 않고 예전의 맛과 멋을 지켜온 태극당이 100년이고 200년이고 계속 전통을 지켜서 한국 제빵역사의 산 증인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거창한 바람이 스믈스믈 생기고 말았습니다.
적어도 이런 추억의 빵들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서 이사람 저 사람의 회갑상에 전시물처럼 돌아가며 올려지고 있는 슬픈 옥춘의 신세는 되지는 않아야 될텐데 말입니다.
첫댓글 60년대. 제가 결혼하기 전 일이네요. 목포에 성 골롬반병원 (카돌릭 병원) 엑스레이 실에 근무한적이 있었지요. 그때 실험실 에 몸집이 조그만 수녀가 (한국수녀로는 하나. 유학갔다가 수녀가된) 있었는데 삼립빵 딸이였어요. 서양 수녀들 속에서 그 수녀가 당당하게 대우받았던것은 재벌 딸...
겨울에도 수박이 자동차로 내려오고,모든 생활필수품이 최 고급으로 조달 되었던것. 그때 부터 삼립빵은 나에게도 예사로 보이지 않았어요. 탁구를 보면서 후원업체가 삼립빵이어서 오랬만에 그 실험실 수녀님을 생각 했답니다. 감사합니다.
정 선생님께는 삼립빵과 그런 특별한 인연이 있으셨군요..... ^&^
삼립빵은 60년대 저 같은 청소년들에겐 '꿈의 빵'이었지요....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ㅎㅎ
국화꽃 같은 누님, 정 선생님~~~ ^&^
근디요....
2003년 8월 15일 동아경제 부고를 보면요....
모두 경영인이고 한분만 학교에 계십니다...
" 허창성(許昌成) 삼립식품 명예회장이 15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1920년 황해도 옹진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광복 직후인 1945년 서울 을지로에 삼립식품의 전신인 제과점 ‘상미당’을 설립했다. 이후 ‘크림빵’ ‘보름달’ ‘호빵’ 등을 히트시키며 삼립식품을 대표적인 제과·제빵기업으로 발전시켰으며 한국식품공업협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순일(金順一)씨와 영선(전 삼립식품 회장) 영희(로마노피자 사장) 영인(태인샤니그룹 회장) 영덕(웰가 부회장) 영석(서머코리아 사장) 영한(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영우씨(성일화학 상무) 등 6남 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19일 오전 6시다. "
요기서 "유학갔다가 수녀가 된"을 보면 숨겨진 자식은 탁구뿐 아니라 아니라 딸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음...
근디, 만약 이 수녀님께서 허창성 회장님 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면, 부고에는 이 따님의 이름이 나오지 않겠지요?
좀 더 '조사'를 해보면, 수필 소재 하나 나올 것 같슴다...ㅋ
이선생님. 우리들은 그 때 그 수녀를 <삼립빵 수녀님>이라 불렀지요. 전 숨겨진 자식이라 생각하고 싶진않고, 아버지 보다 더 빨리 죽었다고도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요. 잘사는 삼립빵 친척(사촌이나) 의 자식이라 생각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