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된 우리 형
이 책도 아들이 도서관에서 보고 사달라고 해서 사준 책이다. 아이들이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도서관에서 먼저 보고 꼭 가지고 싶다고 하면 사주는 편이다. 아이들도 흥미가 가는 책이면 몇 번이나 다시 보기도 한다.
아들이 이 책을 처음에는 왜 보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스토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아들에게 왜 보고 싶은지 이유를 물어보았다.
아들이 하는 말이 드라마 같은데서 보면 갑자기 누가 죽는다든지 식물인간이 된다든지 하는 이야기가 많은데 드라마에서는 갑자기 죽은 사람이 나타난다든지 식물인간에서 깨어난다든지 해서 극적인 반전이 나타나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처음에는 반전에 곧 나타나겠지 나오겠지 하면서 계속 책장을 넘기는데도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나오지 않으면서 계속 동화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런 상황이 되면 어떨까 상상을 해 봤다고 했다.
상상하니 주인공의 마음이 너무 잘 이해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도 이 책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한다.
제목에서도 보여지다시피 아이가 된 우리 형이라는 말은 처음에는 아이가 아니었는데 갑자기 아이가 된 형의 이야기이다.
프랑스 작가가 쓴 이야기라 주인공은 벵상이라는 초등하교 5학년 남자아이다. 벵상에게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아빠와 학교 선생님이 엄마와 모든 걸 다 잘하는 자비에라는 형이 있는 평범한 집 아이이다.
친구인 다비드가 평범한 가족은 절대 이해 못해 라는 말로 소설은 시작된다.
일 년이 지난 뒤 나는 비로소 다비드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해맑은 얼굴로 웃고 있는 녀석들을 보면 왠지 심통이 난다. 마구 욕을 퍼붓고 싶어진다. 그러다 바보, 쥐뿔도 모르는 철부지 응석받이 놈들이라는 말이 툭 튀어나올 때가 있다.
도대체 이 나에게는 무슨 일이 생겼을까 엄청나게 궁금해진다.
벵상네 가족은 부활절 방학이면 캠핑을 가곤 했다. 호수 가운데 무인도에서 야영하기로 한 날 밤 형인 자비에가 아프기 시작했다. 열이 나고 축 쳐지고 목이 뻣뻣해졌다. 외딴 섬이라 전화도 연결되지 않고 아침까지 아파하다가 병원에 가게 된다. 형이 뇌막염이라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고 형은 수술 후 다시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벵상은 외할머니 집에 가게 되고 할머니를 형이 집으로 올 때까지 같이 지내게 된다.
형은 다시 아기로 돌아간 것이다. 걷기, 말하기, 씻기 따위의 기본능력을 잃어버렸다는 뜻이다라고 형의 상태를 표현했다.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들이 형의 안부를 물어보면 영국으로 유학 갔다고 거짓말을 했다. 가족들은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엄마는 형을 집으로 데리고 오게 된다.
주인공이 본 형의 상태는 두 뺨이 출렁거릴 정도로 살이 쪘고 눈동자는 쉬지 않고 굴려댔다. 엄마가 형에게 감자 퓌레를 먹이고 있었다. 어쩌다 형의 턱밑으로 흘리지 않고 퓌레를 삼키기라도 하면 엄마는 감탄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의사들은 살갗을 감쪽같이 꿰매는 잘 해도 정신을 원래대로 되돌려놓는 데는 소질이 없는 건가?
형이 집으로 돌아오고 엄마가 전적으로 돌보게 된다. 주인공은 집에 일찍 들어오는 게 싫어지고 아빠도 야근이 연속이었다. 외할머니와 엄마의 갈등을 더 커지고 집안은 늘 살얼음판이었다.
친구인 다비드는 수요일마다 주인공의 집에 와서 점심을 먹었는데 이제는 부를 수도 없게 되었다. 다비드에게 뭐라고 할지 몰라서 다비드를 약 올리고 싸우게 되었다.
다비드는 나를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뼈까지 오싹할 정도로 섬뜩했다. 그제야 나는 수요일 점심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이렇게 묘사한다.
형이 돌아오고 엄마의 관심은 오로지 형뿐이었다.
다시 부활절 방학이 돌아오고 방학이 되는 게 주인공은 두려웠다. 다비드의 여자 친구인 카미유는 다비드의 상태에 대해서 알았다. 주인공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도 이해했다. 주인공이 카유와 다비드가 얼마나 가까운 사이였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형의 서랍을 뒤지게 된다. 이 광경을 목격한 아빠가 주인공은 엄청나게 혼을 내게 된다.
몇 주 사이에 엄마의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해져 있었다. 움푹 팬 양 볼을 축 늘어뜨리고 장난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는 엄마는 꼭 패잔병 같았다라고 묘사하고 있다.
그런 엄마를 보고 있다가 사고 친 형을 본 주인공은 바보라고 화를 냈다.
주인공이 소리치자 형은 순종하는 착한 개의 눈을 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엄마가 혼을 내자 주인공은 집을 뛰쳐나가고 카미유가 이를 발견한다. 카미유는 휴가를 자기 집에서 보내자고 말한다.
카미유 집에 간 주인공은 하루 만에 돌아오고 아빠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아빠는
네 형이 그렇게 되자 엄마가 내게 맞서려고만 하는구나. 마치 자비에가 엄마가 혼자 낳아 키운 자식처럼 말이다. 이 아빠는 아무 소용도 없다는 밀어내고 내가 형한테 나쁜 짓이라도 한다는 듯이 형을 보호하려고만 드니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라고 하소연한다.
나는 갑자기 식중독에 걸려 열이 나고 형과 비슷한 증세를 겪었다. 엄마와 아빠는 작은 아들까지 잃게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지만 다행히 낫게 된다. 주인공은 아픈 중에도 형이랑 놀아주었다.
외할머니는 엄마가 아플까봐 걱정이고 엄마는 다시 일을 하러 가게 되고 가족들을 아파트로 이사 가게 된다. 이렇게 가족들은 형을 천천히 받아들이고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는 듯 했다. 외할머니는 형을 자연스럽게 시장으로 데리고 가고 나도 친구들 앞에 형을 데리고 나갈 수 있었다. 열쇠 사건을 겪으면서 형이 어쩌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사람들은 예기치 않은 사고를 겪으면서 되돌릴 수 없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사고를 겪으면서 이겨내는 가족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작은 아들 입장에서 잘 풀어낸 것 같다. 문학성이 높다든지 그렇지는 않지만 뒤에 내용이 궁금해서 단숨에 읽어지는 작품이다.
생동감 넘치는 사건 묘사와 감정 표현이 이 작품의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