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강좌 75강
이번주 디카시 강좌는 하정희 시인의 <발레리나>와 금수련 시인의 <빈 점포>, 김효운 시인의 <칼을 베어 먹다>를 소개한다. 아울러 금주의 디카시로 선정한다.
디카시는 디지털 세상과 통하는 소통 코드이다. 디카시는 사진작가의 변신으로, 스토리텔러의 변신으로, 카피라이터의 변신으로 세 번의 변신이 요구되는 멀티언어의 산물이다.
먼저 하정희 시인의 디카시 <발레리나>를 소개한다.
#금주의디카시
발레리나 / 하정희
발가락이 삐고 발톱이 빠지는
눈물의 시간
고통스러웠던 지난 아픔은
아무도 묻지 않는다
단지 무대 위의 아름다움에 놀랄 뿐
하정희 시인의 「발레리나」는 꽃의 개화를 순간 포획하여, 이를 <발레리나>라는 제목의 한 줄 카피로 클로즈업시키고 있다. 영상기호가 마치 발레리나를 연상시키는 선명한 포착이 참으로 아름답게 다가온다.
더욱이 발레리나로 우뚝 서기까지 발가락이 골절되고 발톱까지 빠져야 하는 인고의 시간을 시적 문장으로 어필하면서, 잔잔한 감동마저 자아내고 있다.
영상기호와 문자기호의 연동을 통해 <발레리나>로 소화해내는 디지털문학의 경지가 참으로 놀랍다.
#금주의디카시
빈 점포 / 금수련
유통기한이 없는 기다림
비바람의 끝자락에서도
햇살처럼 달려 올
생각만 하여도 가슴 벅찬 사람아
우리는 만나고야 말 시절인연
금수련 시인의 디카시 <빈 점포>의 경우, 임대라는 현수막을 순간 포획하면서, 동시에 빈 점포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생활문학의 잔잔한 극치를 맛보게 된다. 영상기호가 왜 중요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유통기한이 없는 기다림'이란 첫 문장은 가슴에 감동의 물결이 밀려오게 만드는 압권의 시적 언술이다. 첫 문장은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 하지 않았던가.
빈 점포에 새롭게 들어올 주인공을 햇살처럼 연상시키면서, 이를 시절인연으로 귀결시키는 시적 역량 또한 탁월하다. 시적 내공이 범상치 않은 시인임을 직감하게 만든다.
#금주의디카시
칼을 베어 먹다 / 김효운
고드름 칼싸움으로 짧은 겨울 날
부러진 칼날을 아작 깨물면
입안 가득 퍼지던 박하향이 승리의 전리품이었다
김효운 시인의 디카시 <칼을 베어 먹다>의 경우, 겨울 속에서 포획한 고드름 칼을 연상시킨다. 긴 칼처럼 투명하게 자란 고드름을 지나치지 않고, 이를 칼싸움이란 시적 언술로 육화시키고 있다.
부러진 칼날을 깨문다고 했던가. 칼날을 깨무는 고통스런 순간을, 입안 가득 박하향으로 극적 전환을 꾀하면서, 더 나아가 승리의 전리품으로 끌어낸 것 자체가 탁월한 스토리텔러의 힘으로 판단된다.
<칼을 베어 먹다>라는 제목부터 충격적 수사임을 알 수 있으며, 영상기호와 문자기호를 모두 염두에 된 최적화된 멀티언어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우리 협회에 뛰어난 디카시인들이 있음에 잠자던 감흥의 심장을 뛰게 한다.
디카시는 SNS의 날개를 타고 디지털 세상을 밝히는 빛보다 빠른 디지털 별이다.
"스마트폰이 켜져 있을 때 디카시 심장소리 즉, 디카, 디카, 디카 소리가 들리면 이는 우리 시대 진정한 디카시 철학자이다."
정유지(부산디카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