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8일 수요일
보봉호 유람. 황룡동굴. 장가계 토가족의 삶. 장가계 출발
*보봉호 유람
아침 식사후 호텔 정원에 둥글게 모여 장구원 사장님을 따라 몸을 푸는 체조를 하고 오전 8시에 장가계로 출발했다. 오늘 온도는 23도이고 우리가 가는 산은 30도, 등산하기에는 좀 더울 것이라 한다. 오늘 가는 곳은 산중에 있는 반 자연 반 인공의 보봉호수다. 우리 일행이 모두 문인이라는 것을 안 안내원은 소동파가 악양루에 올라 이 멋진 곳에서 시를 쓸 수 없다고 선언했음을 알려준다. 오늘 가는 곳의 풍광도 그만큼 아름답다는 뜻이다.
중한버스는 우리를 태우고 장가계에서 40분쯤 달려 보봉호 입구의 산길에 내려주었다. 대나무 숲의 인공폭포를 지나 긴 산길과 계단을 한동안 걸어 올라가니 보봉호가 그림처럼 아름답게 전개된다. 유람선이 신선을 태운 듯 산속 초록물결 위를 오가고 있다. 이 호수에는 발이 4개인 도룡농 비슷한 아기고기와 흰새우가 사는데 맛이 좋지만 잡으면 불법이라 한다. 개인이 관리하는 호수로 국가에서 해방되어 일정액을 국가에 지불하고 현재는 홍콩인이 경영하고 있다. 이 물로 수력발전을 일으켜 인근 마을은 정전이 없다. 수심은 최저 72m, 최고 192m로 대단한 깊이다. 거의 인공댐으로 물의 들고 낢이 없다 한다. 원숭이가 살고 있는 우거진 숲과 비경의 바위산으로 굴곡이 진 호수다.
보봉호수의 유람선 전경
보봉호 유람선에 승선하려는 관광객이 장사진이다. 배 한 척에 50명이 승선한다. 줄지어 빙빙 몇 구비 돌아야 탄다. 우리는 다른 팀과 한조가 되어 유람선에 올랐다. 가장 좁다는 협곡의 호숫길을 지나자 배가 지나가는 길에 토가족 처녀가 배에서 홀로 서서 토속의 노래를 원어로 부른다. 구슬프다. 사랑을 찾는다는 뜻이란다. 마음에 들거든 노래로 대구하라고, 그러면 사랑이 맺어진다고 배를 이끄는 사람은 농담을 한다. 배의 모터는 뒷편에 있어 한사람이 그곳에 앉아 조정하고 앞에는 한국말을 잘 하는 젊은 남자가 확성기을 잡고 안내하며 흥을 돋궈준다. 보통 배와는 다르게 엔진이 뒤에 있어 앞이 확 트여 전면의 경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물빛은 완전히 나무와 동일한 진초록이다. 산세가 어제 원가계 무릉원에서 본 기묘한 모양의 바위로 봉우리와 옆구리 절벽에 붙어사는 나무 풍경이 절경이다.
평화로운 유토피아.보봉호에 승선하여 본 보봉호수의 비경.승객들의 즐거운 시간
그리 멀지 맞은 편으로 건너가서 일단 내려 토가족의 민속춤 공연을 관람했다. 토가족 청년과 아가씨가 번갈아 민속춤으로 관광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산자락 아래 넓은 장소에 지붕과 의자로 시설을 잘 갖춘 야외 공연장이다. 남자들은 용감한 무술춤을 추고 여자들은 꽃바구니와 대나무를 들고나와 아릿다운 춤을 춘다. 중앙의 무대에서 헤아릴 수 없이 홀로 유연한 몸매로 도는 여인에게 관중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공연이 끝나고 다시 보봉호 유람선에 승선하였다. 방향은 아까 탔던 선착장과 같으나 승선장과 하선장은 따로이 구분되어 있다. 호수 위 큰 섬을 기준으로 하여 우측으로 돌아 나간다. 나가는 배에서는 양편에 앉은 두팀에게 노래를 부르도록 했다. 우리 문인팀에서는 79세의 이병수 수필가님이 흘러간 노래를 불러 손뼉을 치며 흥겨운 시간을 가졌다. 대단하신 기력이다.
신선이 사는 호수다. 무릉도원의 절경이다. 요번은 산모롱이에 총각 홀로 작은 쪽배에 서 있다. 집의 형상인 배로 보아 호수 위에서 사는 것 같다. 신부의 모습으로 얌전히 호수에 자리한 신부 바위를 지나자 고독한 섬 위에 소나무가 홀로이 큰 키로 서서 승객을 배웅한다. 이 호수에 온 것을 환영하며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를 하는 것이라 한다. 섬의 오롯한 하나의 소나무가 진풍경이다. 어느덧 산언덕에 배는 다다르고 하선하여 기념 단체사진을 찍은 뒤 긴 계단으로 하산했다. 이토록 긴 계단의 정상높이가 호수깊이라는 말에 아찔하다. 걸어 내려도 내려도 끝이 없는 계단이다. 다람쥐 체바퀴처럼 같은 모양의 계단이 빙글 빙글 이어져 있다. 긴 계단이 인공으로 만든 것 치고는 대단하다. 깎아지른 절벽에 아슬한 난간처럼 계단이 붙어있다. 집 나온 아이가 웃통을 벗은 채 계단에 위태롭게 앉아 있다. 중국의 빈곤, 토가족의 빈곤을 본다.
비가 오지 않고 해도 나지 않아 관광하기 좋은 날씨다. 그러나 온도는 예상대로 약간 더운 편이다. 겉옷을 벗어놓고 다녔다. 한동안 어지럽도록 휘어진 계단길을 내려오니 아까 보봉호로 가기 위해 내렸던 곳이다. 대나무 사이 폭포가 장관으로 흐른다. 큰 것과 작은 것의 조화가 아름다운 한폭의 수채화다. 역시 풍경 좋은 곳에는 돈을 받고 사진을 찍으라는 토가족 아이가 진을 치고 앉아 있다. 다행히도 우리 문인들의 비디오 촬영을 담당한 가이드가 명소 곳곳마다 좋은 위치를 찾아 잘 찍어 주었다.
보봉호를 타고 건너온 토가족 전통춤 공연장.수필가인 남편 유기섭님
중한버스로 이동하여 장가계의 차 향기 그윽한 중국 전통 찻집에 들렀다. 골고루 여러 종류의 차를 마시고 점심식사를 하며 우리가 어제부터 지나온 명소를 촬영한 비디오를 관람했다. 다음 순서의 여행지 황룡동굴은 비디오 촬영이 불가능한 곳으로 이것으로 비디오는 끝이며 준비해둔 자료를 삽입해준다 했다. 바쁜 일정으로 다 보지 못하고 서둘러 점심식사를 마친 후 실크제품과 모래, 돌 그림이 전시된 장가계 견사 박물관을 견학했다. 누에고치에서부터 실크제품이 생산되기까지의 과장을 자세히 보고 그 옆의 공간에 전시된 동양화들을 감상했다. 모두 바위산에서 떨어진 돌과 모래만으로 그린 그림으로 대단하다.
이제 무릉도원의 마지막 코스 황룡동굴로 향했다. 생각보다 더운 날씨로, 그리고 걷는 길이 많아 지치고 힘들지만 중국의 시인 도연명이 살았다는 땅 유토피아에 대한 매력으로 발걸음이 가벼웠다.
평화로운 유토피아.보봉호에 승선하여 본 반 자연 반 인공의 거대한 보봉호수의 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