겟세마니 동산에서의 고뇌 (1584)
파올로 베로네세
파올로 베로네세(Paolo Veronese, 1528-1588)는 티치아노, 틴토레토와 함께
후기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위대한 베네치아 화가’로 손꼽힌다.
그는 베로나에서 태어났고, 1553년경에 베로나를 떠나 베네치아에 정착했으며,
색채의 응용을 즐겼던 베로네세는 가장 위대한 색채 화가였고,
그는 최대의 효과를 내는 실험을 통해 풍부한 색조를 만들어냈다.
그가 1583-84년에 그린 <겟세마니 동산에서의 고뇌>는
마태오복음 26장 36-46절, 마르코복음 14장 32-42절,
루카복음 22장 39-46절이 그 배경이다.
베로네세는 이 작품에서 밤의 그림자마저도 밝고 풍부한 색채로 표현했기에
죽음을 앞둔 고뇌의 절박한 분위기마저 우아하고 감동적으로 그렸다.
이 작품의 부제는 <천사의 부축을 받은 겟세마니 동산에서의 그리스도>인데,
1808년에 밀라노 브레라 미술관으로 옮겨진 이 작품은 원래 베네치아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Santa Maria Maggiore) 성당에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최근 학설에 따르면 1584년에 귀족 시모네 란조(Simone Lanzo)가
산타 마리아 마조레의 수녀들에게 성당 중앙제단화로 봉헌한 작품이라고 한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1563년 트리엔트공의회에서 결정된 법령에 따라
가톨릭종교개혁의 입장에서 교회가 나서서 예술을 통제하였다.
공적 예배 장소를 대상으로 하는 작품에 대한 것이었고,
성직자들이 조형 예술에 대해 취하는 입장이 확고해졌다.
가톨릭교회는 이 법령으로 무엇보다도
성경과 복음적 에피소드의 표현에 대한 숭배의 정당성을 주장하였다.
화가들이 작품을 그릴 때 표현해야 하는 방법이 지정되었고,
이는 성경에 대한 올바른 해석부터 시작하도록 하였다.
그 당시의 성화들은 교육적 기능을 지니고,
신자들에게 극적인 감동을 주어야 했다.
이 작품에서 극적이고 중요한 부분은 왼쪽에 성령의 빛이 어둠 속에서
그리스도와 천사를 비추는 모습인데,
베로네세는 예수님의 인성에 중점을 두어 공포와 번민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고
천사의 품에 기절한 모습으로 그렸다.
이것은 1545년에 피에트로 아레티노(Pietro Aretino)가 출판한
<그리스도의 인성>에 자세히 설명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작품의 분위기는 비현실적인 환상에 가깝다.
그림자 속에 있는 천사의 튜닉은 한 줄기 빛의 섬광을 받으며 반짝이고 있다.
장면의 극적인 깊이를 강화하는 화가의 인상적인 빛 처리는
틴토레토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베로네세는 왼쪽에 그리스도와 그를 받쳐주는 날개 달린 천사를 배치하였고,
갑작스럽게 내려오는 빛을 향해 천사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을 포착했다.
오른쪽에는 예수님께서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
너희는 여기에 남아서 깨어 있어라.”(마르 14,34) 하고 말씀하셨지만,
잠들어 있는 사도들의 모습을 작고 거의 알아보기 힘든 크기로
어두운 그늘에 배치했다.
트리엔트공의회 이후의 새로운 요구에 따라 화가는 중심인물의 역할을 강조하며
부각해 성경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베로네세는 겟세마니 동산에서의 그리스도와 천사에서
다른 화가들이 잘 표현하지 않은 기념비적인 특이한 장면으로 표현했고,
풍경은 평범한 배경으로 그렸지만, 원근법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
또한 배경의 부서진 고대 건축물들은 아무런 의미 없이 그린 것이 아니라
구약과 이교도의 몰락을 암시하고자 그린 것으로
이미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이 도입했던 방식이다.
이렇게 이 작품은 그리스도를 통한 영혼의 구원에 대한 메시지를
매우 감동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