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만 나이 통일법’을 공포하여 올 6월28일부터 법적, 사회적 나이를 '만 나이'로 통일하는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나이 계산법'을 제시했다. 법제처는 31일 '만 나이 통일법 시행 Q&A 포스터'를 통해 올해 생일이 지났다면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뺀 나이를 만 나이로 계산하면 된다고 밝혔다. 또 올해 생일이 지나지 않았다면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뺀 나이에서 추가로 한 살을 빼서 계산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뉴스를 접한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나이를 되짚어 생각하고 계산해 볼 것이다. 나이는 누구에게나 고민거리임이 분명하다. 상황에 따라 나이가 많아서 고민이고 또는 너무 어려서 고민이다. 나이에 따라 해야 할 역할이 암묵적으로 너무나 분명하게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그 나이에 해서는 안 될 것들이 너무 많아서 나이를 먹길 바라고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서는 나이 때문에 할 수 없는 것들이 의외로 많다. 뿐만 아니라 젊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지나치게 자신이 어린 것 같다고 생각하고 나이가 들어서는 지나치게 늙어 버렸다고 생각한다. 나이 때문에 많은 것을 미리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려서는 좀 더 나이 들면 하려는 생각과 나이가 들면 이 나이에 무슨? 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미루어보아 나이는 어느 연령대에 있든지 모든 사람들에게 커다란 한계이자 장벽임이 분명하다. 어릴 때엔 이런저런 제한과 어리면 왠지 무시 받는 기분 때문에 빨리 나이를 먹고 싶어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나이 먹는 것이 싫어질 때가 있었다. 그때가 보통 30대 말 이후인 것 같다. 불혹에 들어선다는 것이 큰 부담인 것이다. 불혹이란 미혹되지 않는다는 말처럼 마흔이면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하여 시비분변(是非分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감정 또한 적절하게 절제할 수 있는 나이이므로 쉽게 미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나이가 부담스럽게 될뿐더러 사회적으로도 책임감 또한 강하게 느껴지는 나이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살아온 세월을 곰곰이 되돌려 생각해보면 힘들었던 시절은 있었으나 불행했던 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중년기가 가장 힘들다고 생각되는 시기이고 60세 이후의 삶이 행복하고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삶이라는 생각을 한다. 사실 그때를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어릴 적부터 유난히 고민했던 것이 잘 사는 것이었다. 그러한 고민을 내 방식대로 답안지를 만들어 맞추어 가는 것이 나름 삶의 재미였다. 누군가 나에게 돈이 많으면 잘 사는 것이라든지 나답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이라고 가르쳐 준 스승은 없었건만 비단 돈을 많이 모아 잘 살자는 것이 아니라 사람답게 나답게 사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자라왔다. 그래서 중년의 나는 어떤 노년기를 맞이할 것인지 사람과 사람사이에 어떤 준비를 해야 서로 맞대고 공감하고 교류할 수 있을 것인지를 삶의 의미처럼 고민하며 살았다. 그러나 막상 살다보니 내가 의도하지 않지만 의무가 되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 참으로 많았다. 앞서 말했듯이 나이 40이 넘어가면 중년이라 한다. 결코 다가오지 않았으면 하는 나이인 듯 하지만 겪어보면 굉장히 좋을 수도 있는 시기가 중년이다. 아무리100새 시대라 하더라도 중년은 인생의 중간을 넘어 후반전으로 들어가는 때다. 그래서 중년은 힘들다. 가정에서는 나이 든 부모와 배우자 그리고 자녀 등에 대해 떠맡아야 할 책임이 막중해지며 몸에선 체력이 하향하게 되어 자신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자신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일을 하는 것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 것도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하지만 중년쯤 되면 인생의 목표가 행복이 아니라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의미를 찾아 자신의 삶을 다각도로 해석해보며 남은 날들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 중년에 해야 할 일이니 자신의 경계를 지켜야 하고 책임을 다해야 하며 삶의 의미까지도 아는 만큼 보이는 만큼 실천해야 하는 중년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뿐만 아니라 중년은 부모님과 여행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고 자녀가 독립하기 전 온가족이 오붓하게 모여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일 수 있다. 얼마나 안타까운 중년인가? 그러한 시절을 극복하고 잘 살아와 이제 60을 넘어섰다. 사회적 정서에 의하여 정년으로 일자리를 접고 젊은이들이 보기에 늙은이가 되었으니 인생을 거의 다 살아버린 것 같지만 결코 아니다. 나이 60을 넘어 살아보니 청춘이 아니라서 좋다. 늙음을 토닥여 위로하자는 것이 아니다. 노년에 접어들면 모든 것을 버리고 놓기만 하면 만사가 해결되는 것이다. 호락호락하지 않고 작은 일들에 또는 소소한 것들에 욱하던 중년에 비해 점잖고 너그러워지며 침묵할 줄도 알게 된다. 가을은 비가 올 때마다 추워지고 봄이면 비가 올 때마다 기온이 올라가듯 자연스러운 현상을 꾸밈없이 받아들여 물끄러미 봐 줄 줄도 알게 된다. 특히 사람으로 인한 실망감을 느낄 때 겪어야 했던 분노랄지 아픔이 얼마나 컸던가 말이다. 그 또한 분명 겪어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을 노년은 수없이 겪으면서 살아왔다. 그러니 얼마나 여유로운가? 아울러 우리나라는 근대화와 경제성장을 통해 국민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사회복지제도에도 다양한 형태와 구조로 진전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젊을 때 노후준비를 잘 해서 돈이 많으면 편하게 쓰기만 하면 되는 일이요. 돈이 없으면 나라에서 책임져주니 육십에는 있거나 없거나 확실한 행복이다. 불혹이 지나면서부터는 누구나 체력은 당연히 점점 떨어진다. 늙으면 몸이 아픈 것은 정상이며 아프지 않으면 고마운 것이다. “80이 되면 읽어 보아야 할 책”이 눈에 띠어 살펴본 적이 있다. 여기에서 몸속에는 심각한 질병이 있음에도 생존에는 자각하지 못하고 살다가 다른 질병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암이 그렇다고 한다. 또한 치매라는 인지장애는 부검을 통해 알아낸 결과 거의 모든 고령자는 치매 현상이고 병이 아니라 노화현상 즉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바로 지금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살면 된다고 말하니 얼마나 자유로운가? 고수에게는 인생이 놀이터이고 하수에게는 인생이 지옥이라 했다. 나이에 비례해 자기 생각에 대한 확신이 강해서 그것을 내려놓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 다만 고집만 붙드는 순간 인생이 정말 초라해짐을 잊지 않는다면 늙으면 젊음보다 훨씬 좋다는 것을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