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번호 조작? 추첨은 녹화? 1등은 왜 이리 많아? 생방송전 4~5회 리허설이
오해불러 외국보다 당첨확률 높아 1등 많은편 조작설 안나오게 판매마감 연장검토
[조선일보 한윤재 기자]
정부가 로또 복권의 판매 마감시간(매주 토요일 오후 8시)과 추첨시간(오후 8시45분)간 간격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로또조작설’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다.
14일 국무조정실 산하 복권위원회측은 “로또판매 마감시간과 추첨시간이 45분 차이가 나는 점에 대해 일각에서 조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판매마감 시간을 오후 8시40분쯤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현봉 서기관은 “판매 마감 후 전산데이터 마감·입력과 로또추첨 공의 무게측정 등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시간이 있다”며 “복권을 발행하는 국민은행과 시스템사업자인 KLS측과 함께 어느 시간대로 옮기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로또조작설 파다
그동안 일부 로또 구매자들은 온라인 게시판 등을 통해 “정부가 고의적으로 추첨시간을 늦춰 당첨번호를 조작하고 있다”며 판매마감 즉시 추첨할 것을 요구해왔다. 우리보다 인구가 많은 미국에서도 로또 1등이 나오지 않아 이월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이월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 1등이 많을 때에는 9~10명씩 나오는 이유가 로또조작설의 근거로 거론되고 있다. 로또추첨이 생방송이 아니라는 루머도 시중에 파다하게 퍼져 있다.
로또 생방송 추첨이 있었던 지난 5월 28일 서울 목동 SBS 2층 스튜디오에서 만난 SBS관계자는 “인터넷으로 방청을 신청하는 사람은 누구나 로또 추첨방송에 방청객으로 참가할 수 있다”며 “‘사전녹화설’ 때문에 방청을 신청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지만 모두 의심을 풀고 돌아갔다”고 밝혔다. ‘녹화방송 괴담’에 대해서는 “생방송 중 기기 오작동을 비롯한 불의의 사고에 대비, 4~5회 리허설을 실시하는데 이런 리허설 과정이 잘못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1등이 많이 나오는 이유
로또 판매현황을 들여다보면 1등이 많이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있다는 게 로또사업자인 국민은행과 로또운영회사인 KLS의 설명이다. 우선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계가 무작위로 골라주는 ‘자동선택’ 방식으로 로또를 사는 비중이 70%를 넘나들 정도로 높고, 자신이 직접 번호를 고를 경우에도 다른 사람들과 겹치지 않도록 특이한 조합을 고르는 경향이 높다. 이러다 보니 가능한 경우의 수 중 대부분이 로또로 팔려나가, 1등 당첨자가 매주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1회차 로또에서 구매자들이 선택한 숫자조합(이하 선택조합)은 115만9602개로, 전체 경우의 수(814만5060) 중 14.24%에 그쳤다. 그러나 선택조합 비율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꾸준히 높아져, 10회차 이후로는 13회차(87.04%)를 제외하고 단 한번도 9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실제로 제109회 로또에서는 로또구매자들이 813만4557가지 경우의 수를 선택, 선택조합 비율이 99.87%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즉 109회차의 경우 로또가 이월될 확율이 0.13%에 불과했던 셈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팔리는 로또의 경우 우리나라 로또보다 당첨 확률이 훨씬 낮다. 미국의 로또 ‘파워볼’은 1등 당첨확률이 1억2052만6770분의 1에 불과하다. 특히 외국의 경우 자동선택 방식으로 로또를 사는 사람이 50%선에 불과하고, 이에 따라 선택조합 비율도 70~80%선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윤재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yoonjae1.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