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던 경춘선이 복선이 되고부터 주중이던 주말이던 한참을 북적대더니만
닭갈비 바가지 요금에 손님이 뚝뚝 떨어진다는 소리가 거짓말처럼 들려오는 요즘입니다.
게다가 주중에는 열차 손님 대부분이 60대 중반을 넘긴 공짜손님이라 11년 공사의 투자비용이 언제 빠질지도 걱정이 되는군요
그래도 경춘선은 중앙선에 비해 볼거리, 얘기거리, 먹을거리가 푸짐하게 기다리고 있으니 짬을 내어 한번쯤 둘러보시구려
남양주 다산길 13코스(사릉길)은 그동안 질타받던 문제점을 많이 보완하여 안내 말뚝을 잘 심어놓아 정방향도 역방향도
부담없이(?) 걸을 수 있는 산행코스(15.2Km-7시간 소요)이더이다.
더불어, 가평군도 열심히 '가평 올레' 6코스(청평역-가평역 16Km-7시간)나 6-1코스(청평역-상천역 12Km-4시간)도
호명호수를 둘러보는 산행이 쏠쏠히 재미나는(?) 길여행이랍니다.
곁들여, 마석역에 걸려있는 글들이 우리들의 옛추억을 더듬어 보며 빙긋이 마음을 달래줄 것 같아 올려봅니다.
<아버지의 장날> 황 라현
휘젓고 다니는 바람에 나딩굴 몸으로
힘겨운 밭일 하시다가
오일에 한번 장날이 열리는 날
막걸리 한사발 들이키면
허한 속이 든든할 것 같다고
마음이 먼저 장터에 가 계시던 아버지
해찰부린다는 어머니의 타박과
흘긴 눈이 제자리 찾아들면
쇠스랑 밭가에 던져두고서
구부정한 허리 뒷짐지고
잰 걸음으로 장터로 향하시던 아버지
흙 묻은 주머니 속에는
꼬깃꼬깃한 천원짜리 몇 장이
손 탈 것을 기다리고
안주도 없이 막걸리 서너 사발
숨도 고르지 않고 마시다가
어머니와 막내딸, 저녁 찬거리로
간 고등어 한 마리 뒤적거리며
빈 호주머니 만지작거리다
발등만 바라보시다가
흰 고무신에 흙먼지 폴삭 앉는 길
취기 빌려 육자배기 가락을
빈 손 대신 저녁답에 풀어놓으시면
밭 언저리에서 종종 걸음 치다
온 마음으로 신작로를 끌어당기시던 어머니
<그대, 마석으로 오시게나> 황 라현
옛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
시장 초입무터 생존을 위한 야무진 모부림에
처진 마음을 추스리고 정신에 탄력을 받게 하는 곳이라네
팔고 사고 기웃거리고 먹고 마시며
북적거리는 사람들의 활기에 빠져들면서
표정도 훔치고 물건 고른 삼매에 빠져
몇 시간을 도둑맞기도 하는 곳이라네
봄을 실어와 부려놓는 사람들
주머니에 지폐를 가득 피워내지는 못했지만
걸쭉한 재담으로 장꾼들을 불러 모은 곳
장바닥을 가득 채운 물건들과 먹을거리
물건을 사는 손보다도
구경하는 눈들이 더 많아도
눈치 주는 이도 없는 곳이라네
장날에 한번 두번 마주침으로
얼굴을 트고 지내는 사이가 되더니
세상살이에 대한 트집과 엄살도
생선 좌판 위에 한 두름 내려놓을 수 있는 곳이라네
땅거미가 짙어지면서 파장이 다가오니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인심꾸러미와
떨이를 하는 소란스런 몸짓과
뜨거운 말소리가 왁자하니 장터에 드러눕는 곳
세상 인심 야박해도 이곳의 인심은 풍년이라네
<뿌리> 지 재성
소가 즐비하게 늘어선 장터에
막걸리 한사발과 김치쪽 하나
술잔 속에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 한 점
티 없이 맑다. 난 손수 건지고 싶었다
팔려온 소는 내 마음을 아는지
큰 두 눈만 껌뻑껌뻑 내 눈도 슬퍼서 껌뻑껌뻑
하고 슬퍼서 그 눈을 애써 외면한다
왁자지껄한 장터에는
왜 쓸데없이 아는 사람이 발길에 채이는지
소판돈만 축내고 시름 엊은 어깨에는
이장님 소리만 허허롭다
큰 형님도 수동 이장님, 나도 마석우리 이장
처남도 열여덟개 리의 총대표이장
우리집 뿌리는 이장만 나오는가
전생의 업이라면 등골이 휘더라도
말없는 소같이 일하고 봉사하리라
누군가 등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정겹다
이장님, 이장님 영원한 우리 이장님
<청평댐 원경>
<호명호수>
<가평 올레 1코스의 二和園 온실내부 - 하동다원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