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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아스 아주머니께서 차려주신 아침 식사 | 아쉬움을 남기며 한 컷 | 산티아고 데 쿠바 바닷가를 상징적인 출발점으로 잡고. |
거리 정기를 부착했음에도 작동 방법을 몰라 한참을 0km인 채로 달렸습니다. 관타나모 표지판을 보고는 새삼 쿠바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온몸으로 느낍니다. 자국내 미국領이 있다는 사실에 쿠바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적대적 관계에 있는 두 국가임에도 이런 경우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영토 안에 일본領이 존재하는 격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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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데 쿠바에 있는 혁명 광장입니다. | 아쉬움을 남기며 한 컷 | 길거리 상인한테 바나나 한 송이를 사 먹었습니다. |
오늘 목표를 올긴(Holguin)으로 잡긴 했지만, 한참을 달리다 올긴까지가 142km라는 표지판을 보고는 아연실색을 했죠. 하지만 첫 날이라 컨디션도 좋고 몸도 근질근질해 나도 모르게 페달을 돌리는 종아리에 힘이 꽤 들어갔습니다. 그렇지만, 첫 구간임에도 오르내림이 심해 체력 소모가 많았습니다. 날씨는 애초 내가 예상했던만큼보다 훨씬 더 뜨겁고 무더웠죠. 다만, 습도가 없어 나무 밑으로 가면 시원하고 기분 좋습니다. 쿠바다운 풍경도 펼쳐집니다. 이른바 쿠바 국가 나무인 로얄팜입니다.
엄청난 규모의 사탕수수 밭도 지납니다. Mella라는 지역에서는 큰 호수를 만났는데요, 가만히 보니 모두 동그랗게 생긴 1인용 탈것에 앉아 투망을 던지며 고기를 잡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타이어 튜브를 활용한 배였습니다. San Luis를 지나 Alto Cedro를 거쳐 큰 삼거리에 이르렀죠. 벌써 Santiago de Cuba를 지나 올긴으로 입성을 했습니다. 내가 가지고 간 지도엔 지역명이 표시가 되질 않았습니다. 캔맥주와 물을 연거푸 들이 마시며, 너무 지쳐 여기서 쉴까를 생각하다가 오늘 늦게라도 올긴에 도착하여 내일 푹 쉬면 되겠거니 싶어 그냥 출발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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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는 사탕수수밭 | 쿠바 상징 나무, 로얄팜 | 타이어 튜브를 타고 낚시를! |
열심히 페달을 돌리다보니, 주의 경계가 보입니다, 가만히 보니 그 주의 특징을 살려 형상화했는데, 그 독특한 발상에 눈이 한참 머무르게 되더군요.. 우리도 강원도 경계엔 곰이 상징화되어 있긴 하지만, 다른 도엔 보질 못했어요,
날이 어둑신해지고 형과 나는 라이트를 준비해 야간 라이딩을 시작했지요. 7시쯤 언덕을 오르다가 길이 미끄러워지면서 동시에 내 자전거(앞으론 자전거의 애칭을 내 별명에 따라 ‘알초’라고 부르겠습니다) 또한 미끄러지면서 내 분신과 이탈을 했습니다. 다행히 언덕이라 미끄러짐이 피해가 거의 없었습니다. 내 분신인 알초도 다친 데가 없었죠. 이상하게도 길바닥이 초칠을 한 듯 미끄러웠습니다. 하여튼 신고식을 했다 싶었습니다.
이날 쿠바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길거리에서 노숙을 했습니다. 혹시라도 땔감이라도 있는지 살펴봤지만, 쿠바 자체가 초원지대라 죽은 나뭇가지 하나 찾기가 쉽지 않아 그만 포기를 하고 가지고 간 초코파이와 바나나 등으로 저녁을 때웠습니다. 형은 야영장비까지 가져와 편한 잠을 잤지만, 나는 해먹에 의지해 눈을 붙였고 새벽에 추워서 혼났습니다. 티셔츠를 3개나 끼워 입었죠. 동이 틀 무렵까지 내내 잠을 설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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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데 쿠바 주를 지나서, | 올긴 주로 들어 갑니다. | 비상 노숙한 곳입니다. |
이튿날 일찍 일어났습니다. 7시 전에 출발을 했는데요, 초장부터 경사가 심해 결국 꼭대기 부근에선 알초를 끌고 올랐습니다. 내리막에서는 도로가 멀리까지 보이고 오가는 차량이 없어 브레이크를 잡지 않았더니 시속 50km까지 속도가 붙더군요. 다 내려와서는, 이러다가 장애물이라도 나타나면 한방에 훅 갈 수 있겠다싶은 생각이 들었죠. 앞으론 내리막에 더 조심조심하리라는...
El Marz란 마을에서 사 마신 쥬스는 정말 달고 맛있었죠. 형과 나는 각각 석 잔을 연거푸 들이켰습니다. 그야말로 갈증이 한 순간에 다 사라졌죠. Feliz Viaje에서는 쿠바에서 여행사를 운영한다는 한 캐나다인을 만나 자전거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데, 자신이 먼저 출발한다며 4ℓ짜리 물 한통을 사주고 가기도 했습니다. 산사나이들에게 산정이 있다면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겐 잔정(자전거 정)이 있다고 말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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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쥬스 한 잔에 갈증이 싹! | 마을에 동양인이 나타나니 모두? | 우리에게 물을 사준 캐나다 인 |
10시 반쯤 드디어 Holguin 시내에 발을 들였습니다. El Rapido라는 편의점에서 햄버거, 쥬스, 그리고 캔맥주를 사 먹었습니다. 쿠바에서는 특이하게 El Rapido라는 편의점에서는 물을 팔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큰 수퍼마켓이나 Panamricana 등의 편의점에서 물을 팔지요. 그 체계를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역사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물, 4개, 빵, 아이스크림, 캔맥주를 사 아이스크림과 맥주를 그 자리에서 먹어 치웠습니다. 역사 박물관에는 관심거리가 그다지 많지 않았지요. 12시쯤 곧바로 Las Tunas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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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네 읍 정도면 다 있습니다! | 지역의 특성을 잘 살렸죠? | 올긴 시내입니다. |
Holguin에서 Las Tunas까지는 75km. 넉넉잡고 5시간이면 닿을 수 있겠다싶어 다시 페달에 힘을 잔뜩 넣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쉽게 생각했나 봅니다. 보통 12시~오후 2시까지는 작열하는 태양과 그 열, 또 까미욘(트럭을 개조한 버스) 등 트럭에서에서 뿜어대는 매연으로 열사병이나 호흡 질환이 올 듯 했습니다.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죠. 쿠바 사람들은 후세 사람들에게 그 좋은 자연환경을 매연으로 다 망쳐서 넘겨 주려는 의도는 아닐텐테 아무리 사회주의 국가라고 해도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보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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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부자가 위치를 잘 알려 줍니다. | 경찰관에게도 무작정 물어봅니다. | 간판이 참 보기 좋습니다. |
주위가 어둑신해지면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나는 다행히 정류장에 비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삽시간에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져 내리는데요, 형의 안전이 걱정됩니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비가 어느 정도 멈추었는데, 멀리 형의 자전거에서 나오는 불빛이 보이더군요. 비옷에 완전히 무장을 했습니다만 오는 비를 다 맞았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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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까지 무려 771km! | 이 쥬스도 정말 맛있습니다. | 폭우가 쏟아집니다. |
Las Tunas까지 12km, 2km, 이제 다 왔구나 싶어 가는데 좀처럼 자전거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도대테 이 놈의 2km는 어디까지가서 멈추려는지... 물어 물어 원하던 Casa에 도착하니 벌써 밤이 이슥해졌죠. 이 Casa엔 음식점이 있어 저녁을 여기서 해결했습니다. 메뉴판을 보고 처음엔 머뭇댔습니다. 기본이 50에다가 100이 넘는 경우도 있었죠. 눈치빠른 종업원이 계산기를 가져 오더니 CUC로 환산하여 보여 주더군요. 그제서야 마음 놓고 음식을 주문했습니다. 닭과 돼지고기 요리, 밥과 채소, 맥주 3병까지! 배에서 그만 집어 넣어라할 때까지 먹은 음식 값은 14.5CUC. 우리 돈으로 14,500원인 셈이었죠. 가져간 팩소주에 맥주를 섞어서 마시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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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데 푸짐하게 잘 먹었습니다. | 까사 안에 레스토랑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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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에서 형과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상의를 했습니다. 오늘이 벌써 11월 9일. 형은 “이렇게 가다간 아바나는커녕 중간쯤에서 집에 갈 판이다. 그러니 Camaguey에서 jumping을 해 Trinidad까지 가자.” 내 일정으로 치면 얼마든지 자전거로 Habana에 입성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적어도 11월 18일까지는 Habana에 들어가야 하는 형의 처지로서는 마땅히 이런 제안을 할 수밖에 없음을 선뜻 받아들였습니다. 쿠바 전역을 자전거를 타고 완주하겠다고 고집을 부릴 경우 바라데로, 스킨스쿠버 체험, 랑고스타 요리... 다 물 건너갈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럼, 형의 의견대로 그렇게 합시다.” 11시쯤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오늘 운행 거리는 125km.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를 산책했습니다. 아침엔 쿠바 사람들의 일상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이들이 어떻게 아침을 시작하는지를 말이죠. 도시가 작아서인지 아주 편한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빵 장수의 “빵” 소리에 여기저기에서 주민들이 얼굴이 보이며 주문을 하네요. 도로엔 여전히 그놈의 차들이 내뿜는 매연에 뿌옇습니다. 정말 숨이 막힙니다. 특히, 그 까미욘은 매연 주범입니다. 시커먼 연기가 왜 그리 많이 나오는지. 도시의 아침 일상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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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저런 식으로 판매합니다. | 우리나라에도 저런 표지판이? | 공원의 아침 풍경입니다. |
빵, 우유, 쥬스, 달걀 후라이, 커피로 빈 뱃속을 든든하게 채웁니다. 아침 식사를 하며 예의바르게 음식 값을 치르는 말에 대해 배웠습니다. “Seṅorita Por Favor, La Cuenta”. 우리 말로 표현 하자면 “아가씨, 이 음식 값을 계산해 주시겠습니까?” 정도? 듣는 이에게는 꽤 격식을 갖춘 정중한 표현입니다. 쿠바에 있는 동안 이 말을 많이 썼는데 듣는 이들이 무척 좋아하더군요. 특히, 비냘레스에 있는 유명한 톰 또마스 레스토랑에서 중년 여성 종업원에게 이 말을 사용했는데, 같은 값에 훨씬 더 큰 잔으로 모히또(술)를 주더군요. 말에도 이런 힘이 있습니다.
Las Tunas에서 유명한 Coppelia(아이스크림)집에 들어가 스페인어 메뉴판을 보며 대충 주문을 했는데, 정말 맛있습니다. 단 정도가 아니라 단 맛의 농도가 깊어 입에 착착 감깁니다. 앞에 앉은 꼬마는 이 사람들은 누구일까라는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 우릴 보면서도 열심히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습니다. 참 맛있게 먹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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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를 추나 봅니다. | 초등학교 교실입니다. | 꼬마가 꽤 맛있게 아스크림을 먹네요. |
11. 10(화) 11시쯤 Casa 아주머니와 사진을 찍고 Las Tunas를 출발합니다. Maocagua 지역에서 동네 꼬마들 4명을 만나 검정과 파랑 볼펜 2개씩을 전해 주었습니다. 꼬마들이 볼펜으로 열심히 공부하라는 의미를 이해를 한다는 듯이 매우 즐거운 표정을 짓더군요. 오후엔 구름이 계속 해를 가려줘 지금까지 최고의 라이딩을 맛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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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규모의 천주교회입니다. | 주인 아주머니와 함께 한 컷! | 꼬마들에게 볼펜을 전해 주었죠. |
날이 어둑해질 무렵 Camaguey 지역 Sibanicu 마을까지 갔습니다. Panamericana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사면서, 주변에 Casa를 물었더니, 아 글쎄 자기 자전거를 타고가며 우릴 안내해 주더군요. 쿠바에는 외국인 전용 숙소인 정식 파란색의 Casa 표시가 있는데 그 집은 없었어요. 아마도 편의상 가짜 Casa 노릇을 하는 모양입니다. 샤워장 규모에 정말 놀랐죠. 아마도 세계에서 제일 적은 샤워장이 아닐까요? 소고기, 감자, 상추, 맥주 2병, 김치, 팩소주 1명으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아까 그 Panamericana 편의점에 가 물 2병, 쵸콜릿, 캔맥주를 샀습니다. 날이 더운 관계로 매일 밤새 물을 얼려 다음 날 마셔야 합니다. 오늘 운행한 거리는 80km였습니다. Camaguey 시내까지는 50km쯤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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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구웨이로 들어 섭니다. | 저녁 식사 입니다. | 천장에 파이프 보이죠. 샤워 꼭지입니다. 핸들은 보이지도 않아요. |
Casa 주인 젊은 처자에게 6시에 아침 식사를 준비해 달라 했는데 6시가 넘어서 뭘 해줄지를 묻길래 그냥 가겠다하고는 바로 출발을 했습니다. Casa 인근 버스 터미널 옆 Rapido 편의점에서 햄버거로 간단히 식사를 했죠. 어느 조그만 마을에서는 내 또래처럼 보이는 쿠바 사람이 매우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꼬레아에서 왔다하니 자기도 서울을 안다며 친근하게 대합니다. 사진도 함께 찍기도 하고. 가져간 긴팔 티셔츠 한 장을 주니 매우 기뻐합니다. Ircstes Mejias라고 자기의 이름을 내 노트에 적네요. 물 주겠다며 길 건너편 자기 집에 가자 합니다. 아들인 듯한 애가 나를 보고 무척 좋아하는데 자세히 보니 장애인이었어요. 초코파이를 하나 주고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장애인복지정책과에서 일을 하는 나로서는 그 아이를 보는 시각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죠. Ircstes Mejias는 물을 한 통이나 주네요, 선의는 또 다른 더 큰 선의를 낳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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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밀짚모자가 바람에 날렸는데 주워 줍니다. | 제 옷을 주었더니 아주 좋아합니다. | 장애를 가진 꼬마가 아주 좋아합니다. 그의 아들입니다. |
Sewicentro Jimbambay 휴게소에서 사이클 복장을 한 쿠바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는 우리를 보면서 말을 붙였고 이 친구가 Camaguey에서 살고 있음을 알게 되었죠. ‘우리는 Camaguey에서 Trinidad까지 비아술 버스를 타고 갈거다’라고 했더니 자기가 안내해 주겠다 하네요. 자전거 타는 친구들은 자전거 타는 다른 친구들에게 만나자마자 큰 동질감을 갖는 모양입니다. 나도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나중에 나 혼자 자전거 탈 때 만났던 스페인 친구에게 나 또한 자발적으로 그에게 먹고 마실 음식을 권하기도 했는데 비슷한 감정이었습니다.
이 친구의 이름은 Jose Canovas Lopez입니다. 이름이 길다며 자기 애칭까지 써 주네요. 재미있습니다. Goyito라고 불러달라 합니다. Goyito는 대화를 나준 지 얼마지 않아 바로 우리더러 “My friend”라며 스스럼없이 말을 합니다. 자전거 하나가 쿠바에서 16,000km나 떨어진 곳에서 온 우리와 그를 친구로 만들어 줍니다. 그렇게 보면 자전거는 참 매력 덩어리입니다. 국적과 성별, 나이와 피부 빛깔과 무관하게 즉석에서 사람과 사람을 묶어주는 아주 훌륭한 매개체 노릇을 합니다.. 이 친구가 Camaguey 시내 비아술 터미널까지 날 안내해 주더니 Trinidad까지 가는 티켓을 예매해 주는 등 자기 일처럼 챙겨 주더군요. 하도 고마워 점심이라도 같이하며 이야기를 더하자 했지요. 뭔가 생각하더니 여기저기 전화를 합니다. 찾아간 곳은 친척이 운영하는 Linda Mar 레스토랑. 새우볶음 요리, 콩밥, 감자튀김, 맥주 등 푸짐한 식사를 즐겼는데요, 맛도 보통이 훨씬 넘었습니다. 특별히 정성을 다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으며 주로 자전거에 대해 얘기를 주고받았구요, 우린 영어로, 그 친구는 스페인어로 하다보니 서로 다른 얘길 하긴 했지만, 그래도 영어 단어 하나로 살을 붙이고 손짓발짓을 보태면서 의사소통을 했습니다. 그 친구에게 e-mail 주소를 써 달라하니 내 노트에 일필휘지로 써 주네요. 마치 써 주길 기다렸다는 듯. 서울에 돌아가면 꼭 편지를 보내겠다고 했는데요, 정말 좋아하더군요. 실제로 우리나라에 돌아와 보니 이 친구가 11. 17 내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간추려 보자면 “만약 다음에 까마구웨이 지역에 방문하신다면 본인이 회장으로 있는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단체 라이딩 할 기회를 마련하겠다.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모든 일에 행운이 깃드시기를 바란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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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들이 있는 학교에 볼펜 3타스를 선생님께 전했습니다. | 교장 선생님 같습니다. 손에 내가 드린 볼펜을 들고 계시네요. | 저 친구가 Goyito입니다. |
친구는 시내까지 동행해주며 여기저기 둘러볼만한 데를 알려 주었습니다. 시내를 둘러보고자 자전거를 주차하고서 그 친구와 헤어졌습니다. 여기서 진짜 ‘빠이빠이’인줄 알았죠. 시내 구경을 마치고 다시 그 레스토랑으로 오니 그 친구가 벌써 와 있네요. 오늘 하루 우리를 위해 도움을 주려 아예 작정을 한 모양입니다. 그이 진성성이 느껴지더라구요. 그러면서 친척에게 무언가를 많이 주문합니다. 우리를 보며 얘기하는 걸 보니, 분명히 우리에게 ‘이렇게 이렇게 해 줘라‘ 뭐 이런 의미 같았습니다. 그 친구는 가고 우린 또 근사하고 푸짐하며 맛있는 저녁을 먹었습니다. 먹고 싶었던 랑고스타와 쌀밥, 그리고 맥주...(이제 맥주는 식사에 빠져서는 안되는 메뉴가 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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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에 있는 성당과 광장. 광장을 중심으로 시내가 형성되었죠. | 영화 제작소 같은데, 분위기만 이렇습니다. | 저녁입니다. 푸짐하고 맛있게! |
식사 후 그 레스토랑에서 마련해 준 잠자리에 들어 4시간쯤 잘 쉬었습니다. 그 친구 친척 아주머니께서 12시쯤 깨워 주시더군요. 비아술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 Goyito 였습니다. 그가 새벽 1시에 우릴 마지막으로 마중해주러 나오지 않았겠습니까! 참 대단합니다. 진짜 친구가 맞습니다. 새벽 1시에 우릴 마중하러 나오다니요. 그러면서 “Trinidad에 가면 전화 하라” 합니다. 친구가 자전거를 타고 저쪽 도로로 가는 뒷모습을 사라질 때가지 지켜보았습니다. ‘친구여, 잘 가게! 우리가 연이 있으면 꼭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이 올거야! 그 때까지 자전거 타며 건강하게 잘 있게나, 내 친구 Goy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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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yito와 정수 형이 함께 라이딩 | 주소를 써 달라는 내 부탁에 흔쾌히 뭘 씁니다. | 모히또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확연하게 느낀 점이 있습니다. 차에 탄 사람이건, 마차를 모는 사람이건, 걷는 사람이건, 집 앞에 앉아있는 사람이건, 아이들이건 모두 다 내가 먼저 “Hola”를 외치면, 모두 오른손 엄지 손가락을 높이 치켜세우며 “Hola”로 응답해 줍니다.. 거기다가 웃는 표정까지 더해 주니 종아리와 허벅지에 힘이 생깁니다. 이렇게 주고받는 인사가 다리에 힘을 주고 기분을 ‘업’ 시킵니다. 하루에도 수 백번 “Hola”를 외칩니다. 또 있어요. 도로를 달릴 때 뒤에서 오는 차들이 비켜달라고 ‘빵빵’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경적 소리를 내는 차들도 있지만, 그 소리는 비켜달라기보다는 ‘지금 너 뒤에 차가 달리고 있으니 미리 알고 있어라, 그리고 내가 알아서 너의 자전거를 잘 비켜 나갈게’ 뭐 이런 의미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창밖으로 손을 내밀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줍니다. 실제로 쿠바 전역을 돌면서 ‘빨리 비켜 달라, 빵빵’ 소리를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어요. 주요 도로에서는 2km 간격으로 아바나까지 가는 도로 거리를 표지판에 표시해 놓았습니다. 아바나까지 가는 도로 오른쪽엔 홀수 왼쪽엔 짝수로 표시합니다. 시골 길을 달리다 보면 이런 재미있는 표지판도 보입니다. ‘신호등이 없으니 눈치를 봐서 빨리 건너라’ 쯤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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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들이 이렇게 피해갑니다. | 시골길에 참 많이도 있더군요. | 아바나까지 689km 남았단 뜻! |
자전거를 비아술 버스 짐칸에 넣고 나니 직원 녀석이 돈을 달랍니다. 왜 달라하는지 이유도 없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기들이 자전거를 짐칸에 실어주었다는 노고의 대가로 달라는 듯합니다. 일종의 서비스인 셈이죠. 쿠바 사람들은 규정되어 있지 않는 돈을 받는데 있어 천부적 소질이 있는 듯합니다. 이른바 틈새 전략이죠. 자전거가 무거우면 무거운 만큼 비용을 내라하고, 짐 실어 준다고 돈 달라하며, 자전거 바퀴를 빼고 짐을 실어야 하는데 바퀴를 빼는 수고를 덜어 줬다고 돈을 내라하는 식입니다. 일면 수긍을 합니다. 액수가 크질 않고 시원시원하게 대해주는 태도가 이쯤이야 뭐,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전략임에 틀림없겠지만요. 그 나라의 문화다 라고 생각하면 쉽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Trinidad행 비아술 버스를 타고 가면서 아내를 생각합니다. 로밍 자체가 되질 않아, 미리 통화하기가 어렵단 애기를 하고 왔지만, 막상 하루하루 지나다보니 아내가 몹시 보고 싶습니다. 목소리라도 들으면 좋겠는데, 방법이 없습니다. 국제전화라도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얘기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스마트폰으로 바꿔 로밍을 할 걸, 후회 합니다.
5시간쯤 달리니 Trinidad가 나오네요. 태어나 처음 가는 곳임에도 날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자기네 Casa를 이용해 달라며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이었죠. 3~4명이 동시에 다가와 “우리 Casa, 우리 Casa”합니다. Trinidad엔 약 500개의 Casa가 있다는데 수요는 적고 공급이 많은 경제 논리가 여기서도 여지없이 작용을 하나 봅니다. 터미널 화장실에서 이용료를 내고 일을 보고, 내가 직접 양동이에 물을 받아 변기에 쏟아 붇는 수고까지 했습니다. 내가 돈을 내고 내가 치우고하면 돈 받는 사람은 뭘 하나요?
우린 미리 알아놓은 데가 있어 그 집으로 찾아 갔습니다. 쿠바를 여행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일명 ‘띠띠 할머니’라고 알려진 Titi Casa를 찾아 가는데,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집니다. 돌아가신 분을 보내는 장례행렬이었습니다. 예의상 정면보다 뒷 장면을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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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 천지입니다. | 장례행렬, 모두 숙연한 자세로. | Titi 아줌마네 집입니다. |
띠띠 모녀가 반겨줍니다. 30대 중반쯤 돼 보이는 딸은 미모가 보통이 아닙니다. 화장기없는 얼굴에 윤곽이 또렷하고 긴 생머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상큼한 미소에 그만 훅.
느긋하게 아침을 먹은 후 Trinidad 시내에 있는 마요르 광장을 중심으로 어슬렁거렸습니다. 제일 높은 건물이 박물관인데(4층 짜리) 전망대가 있습니다. 1인당 2CUC을 내고 오릅니다. 한 명이 간신히 오를 수 있는 좁은 계단이 나선형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뚱뚱한 유럽 여성들은 오르는데 애를 먹네요. 전망대에서 본 Trinidad의 동서남북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입니다. 파란 하늘에 두둥실 뜬 구름이 만들어 낸 풍경은 그대로 떼어내면 한 폭의 그림이요 사진이요, 엽서요, 달력입니다. 보이는 지붕은 그리 화려하진 않지만 고풍스런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넓지 않은 지역, 반짝이는 차돌로 조성한 도로, 높지 않으면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건물, 이런 요소들이 많은 외국인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요소입니다. 거리마다 여행자들 홍수에 발걸음조차 장애를 받습니다. 흡사 동화 속 나라에 온 듯한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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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입니다. 그녀의 해맑은 미소가! | 시내가 모두 차돌길입니다. | 손으로 만든 트리니다드 특산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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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크리스탈 캔맥주를 저렇게 활용하네요. 차 한 대 샀죠! | 골목마다 이런 모양입니다. | 쿠바다운 풍경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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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상품을 파는 조막만한 가게들 | 전망대에서 본 트리니다드 민낯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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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본 고색창연한 지붕들 풍경입니다. |
Trinidad에서 유명한 Playa Ancon(안꼰 해변)을 갑니다. 해변 가기 전 조그만 마을에서 예쁜 시골소녀(영어를 유창하게 하더군요)가 음식점을 소개해 주었는데 아쉽게도 찾질 못해 그냥 지나치고 대신 바닷가 옆 음식점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규모가 아주 적은 해수욕장에선 남녀가 머리만 내민 채 짙은 애정 행각을 벌이고 있네요. 머리만 보이니 아래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안꼰 해변에 주차한 후 바로 바다로 뛰어 들었습니다. 말로만 듣고 보던 카리브해입니다. 내리쬐는 태양아래 1시간 반쯤 수영을 즐겼고, 마침 쏟아지는 소나기에 자연스럽게 샤워를 했답니다. Casa에서 저녁을 먹은 후, Goyito에게 전화를 했더니, 마침 받더군요. 친구는 연신 “My friend”를 연발합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꼭 편지 보내겠다. 사진도 함께”. 쿠바에서 진짜 한 친구를 얻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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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 해변가 음식점에서 본 조그만 도마뱀. 꼬리가 독특합니다. | 멀리 안꼰 호텔이 보이네요, |
밤에 마요르 광장 주변에 가서 Trinidad 특유의 술인 Canchanchara를 마셨습니다. 달착지근한 맛이 술보단 흡사 진한 쥬스 같았어요. 두 잔이나 먹으며 쿠바 음악 공연을 보았습니다. 마요르 광장 주변엔 무슨 사고라도 난 듯 인파가 초만원이었는데, 유명한 바에서 나오는 생음악 때문이었습니다. 굳이 들어갈 필요가 있나요? 밖에서도 음악 소리가 잘 들립니다. 거져 먹는 거죠. 우연히 상점이 열려 있는 곳에 들어가 원하던 手製 보를 샀습니다. 자신이 직접 수를 놓았다는데 곱단한 얼굴에? 믿질 못하겠더라구요. 흥정도 잘하더군요. 25쿡 주고 보 3장 샀어요. 조금 깎은 값이 적당하다 싶어 잘 샀다 생각했지만 바로 후회를 했습니다. 바느질로 한 땀 한 땀 수를 놓는 그 노력을 손쉽게 돈으로 후려치려는 내 행위가 말할 수 없이 천박하다는 느낌이었죠. 상품에 손 정성이 들어가 있으면 주인이 원하는 값을 치르는 게 지극히 당연하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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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chanchara입니다. | 자신이 직접 바느질 했다 합니다. | 저 위쪽 바에서 쿠바 음악이!, |
이튿날 Casa 이용료를 계산하는데, Titi 아줌마 수완이 보통이 넘습니다. 음식 값을 너무 비싸게 받더군요. 숙박비를 싸게 받는 대신에 음식 값으로 보충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간밤에 무슨 글을 써달라 하길래 노트 두 장분 글을 썼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도록 하려는 장삿속이 아닌가 싶어 조금 찜찜했습니다. 곧바로 Cienfuegos로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