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살아나는 가을을 맞아 밥상에 젓갈류 몇가지를 놓고 식사를 하니 식욕이 더 이는 것 같다.
짭쪼롬한 젓갈류 특유의 맛을 감미하면서 먹는 맛이란 입맛 돋우는데는 그만이라는 생각이 난다.
며칠 전 서해의 작은 포구에 들렸을 때 그곳에서 젓갈을 몇가지 사 왔었다.
낙지 조개 등등..
젓갈은 가을이 제격이다.
봄 여름에 잡은 젓갈류의 생선들을 여름내내 토굴이나 기타 장소에서 발효를 시켜 그 맛이 한창 익어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젓갈류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수도없이 많다.
그런 젓갈류는 그 나름대로의 각기 다른 맛으로 사람들의 구미를 돋아 주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일이다.
아버지의 밥상에는 늘 새우젓이 있었다.
작은 사기 그릇에 양념을 한 새우젓을 밥솥에 쪄내서 아버지의 밥상에만 올려 놓았었다.
그것이 먹고 싶어 그 쪽으로 자꾸 눈길을 보내자 형님들이 말했다.
"사우젓은 마마걸려 죽은 어린 아이의 손가락을 잘라다 넣어야 젓이 된대"
새우젓에는 꼴뚜기나 잡고기들이 함께 들어가 삭혀져있어 어느 때 젓갈을 보면 긴 모양의 무엇인지 모를 삭혀진 젓갈이 나오는것을 형들은 마마로 죽은 아이들의 손가락이라 했었다.
형들이 지어낸 소리인지 형들도 어른들에게서 들은 이야긴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 후부터는 새우젓을 먹지 않았다.
왠지 자꾸 뽀얀 젓국물에는 어린 아이의 손가락이 들어가 삭혀진 국물 같아서 였다.
나중에 안 일이었지만 어른들 밥상에만 놓이는 새우젓을 아이들이 바라는 것을 막기 위해 어른들이 지어낸 이야기를 형님들도 곧이 듣고 내게 해준 이야기라는 것을 안 것이다.
젓갈류는 동양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되는 식품이다.
밥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에서는 오래 갈무리 하고 먹을 수 있는 젓갈류가 발달했다.
그냥 두고 먹을 수 없는 생선은 이렇게 절이거나 삭혀 발효를 시킴으로서 오랫동안 변질되지 않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고기를 많이 사 먹을 수 없는 시절이었으니 새우젓만 있어도 얼마나 요긴한 반찬인지 모른다.
한여름 애호박을 따서 애호박 찌개를 할 때 어머니는 새우젓으로 간을 하셨다.
애보박에 새우젖을 넣으면 호박이 파랗게 익는다고 하셨다.
호박과 새우젓은 잘 어울리는 음식인거 같았다.
그 맛이 일품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쉽게 장마당을 찾을 시간과 여유가 없었으므로 새우젓도 집에 앉아서 샀다.
새우젓 사려~
새우젓 독을 지게에 짊어진 새우젓 장수가 마을을 돌았다.
그 소리를 들으면 아낙네들은 그릇을 가지고 나간다.
돈이 없으니 그 그릇속에는 잡곡이 들어있었다.
잡곡과 새우젓의 교환..
물물교환이 이루어 진다.
그렇게 사는 새우젓에는 새우젓장수와 아낙들의 실랑이가 벌어진다.
"전에 어느분은 더많이 퍼 주던데 왜 이렇게 조금줘요?"
"이건 새우젓이 좋은 거에요 육젓이라 알도 들고 맛이 얼마나 좋은건데요?"
국물을 조금 더 달라느니 그만하면 많이 준거라느니..
그렇게 한차례 새우젓장수가 지나가고 나면 집집마다에는 밥상에 새우젓이 올랐다.
생선이라고 할 수도 없는 새우가 젓갈로 되는 순간 사람들의 인기가 대단한 것이다.
그런 새우젓은 이제 밥상에 오르는 것이 그냥 찜으로는 오르지 않는다.
돼지고기 편육을 먹을 때나 순대국을 먹을 때나 아니라면 콩나물 해장국을 먹을 때 덤으로 먹게 되는 것으로 용도가 바뀌어 졌다.
밥상에 오르는 젓갈류는 좀더 고급스러운 것으로 바뀐것이다.
창란 젖\젓이나 오징어 낙지 꼴뚜기 등으로..
시대에 따라 변하는 이런 입맛들이지만 그래도 젓갈류의 맛은 앞으로도 영원히 이어갈 것이다.
우리가 이땅에서 살면서 이땅에서 생산되는 쌀밥을 먹고 사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