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년 3월16일 작곡가 윤용하가 태어났다. 윤용하의 음악 중 일반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가곡 〈보리밭〉과 동요 〈나뭇잎 배〉일 것이다. 박화목 시 〈보리밭〉이 음악 세계로 들어온 때는 1952년이고, 박홍근 동시 〈나뭇잎 배〉는 그보다 3년 늦은 1955년부터 어린이들의 애창곡이 되었다.
“보리밭 사이 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윤용하, 박화목, 박홍근 세 사람은 모두 북한 출신이다. 〈보리밭〉은 전쟁 발발로 말미암아 피란지가 되어버린 부산에서 작곡되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 대부분은 노랫말이 말해주는 것처럼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을 불’어도 ‘아무도 보이지 않고,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는 타향살이를 체험했다.
어린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전쟁이 무엇인지, 왜 전쟁이 일어났는지 헤아릴 나이에 이르지도 못했지만 굶주림과 추위, 무서움과 불안에 휩싸인 채 3년 이상의 세월을 보내야했다. “6 ‧ 25전쟁으로 시달린 어린이들의 마음을 순화시키기 위해” KBS가 나섰다. KBS는 1954년부터 “곱고 아름다운 노래 부르기 운동(다음백과 〈나뭇잎 배〉)”을 펼쳤고, 이때 〈나뭇잎 배〉 등 100곡의 훌륭한 동요가 창작되었다.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푸른 달과 흰 구름 둥실 떠가는
연못에서 사알살 떠다니겠지
연못에다 띄워 논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살랑살랑 바람에 소곤거리는
갈잎 새를 혼자서 떠다니겠지”
논밭에 불발 폭탄이 전쟁의 상처인 양 굴러다니고, 집이며 학교가 아직도 폐허 상태 그대로인 지경이지만, 〈나뭇잎 배〉에 묘사된 동심의 세계는 참으로 맑고 정겹다.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라는 어린이의 목소리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바로 눈앞을 떠도는 듯하다.
하지만 ‘엄마’를 전쟁 중에 잃은 어린이도 있었을 것이다. 전쟁에 아이를 빼앗긴 ‘엄마’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이토록 ‘곱고 아름다운 노래’를 들을 때 더욱 깊은 슬픔에 빠져들었으리라. 하늘 어딘가를 ‘혼자서 떠다니’고 있을 ‘엄마’를, 혹은 아이를 ‘생각’하면서 몰래 눈물을 훔쳤을 터이다. “좋은 전쟁도 없고 나쁜 평화도 없다”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