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904 [화요논평] 교회공동체는 교회 성폭력 근절을 위한 목소리에 분명히 응답하라
한국여성의전화 등 680개 여성·인권단체는 지난 8월 29일 여의도순복음교회 앞에서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이하 기하성) 소속 성폭력 가해 목사로 지목된 박 모 목사에 대해 교회의 책임 있는 행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어린 시절, 자신에게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고도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은 외삼촌이 목회 활동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 피해자가 교회에 이 사실을 알린 것은 2015년이었다. 그 후로 3년이 흐른 지난 8월 31일에서야 재판위원회는 가해 목사의 목사직을 면직하고 제명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피해자에게 3년이란 시간은 어떤 시간이었는가. 2015년, 피해자는 교회에 가해 목사의 성폭력 범죄사실을 알렸다. 이에 교회는 피해자에게 가해 목사를 징계하겠다고 하였으나, 가해 목사를 ‘개인사정’에 의해 사직한 것으로 하고, 다른 지역에 개척할 수 있도록 했다. 2017년에야 본 사건에 대한 재판위원회가 열렸으나. 이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심각한 인권 침해가 자행됐다. 재판위원회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는커녕 피해자에게 가해자를 매질하라고 하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교회법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피해자에게 미리 작성된 합의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했다. 교회의 비이성적이고 반인권적인 사건처리의 결과는 고스란히 피해자만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되면서 피해자의 고통은 더욱 가중됐고, 교회가 가해 목사를 엄중히 징계함으로써 사건 해결에 나서리라 믿었던 피해자의 믿음은 조각나버렸다. 가해 목사의 성폭력 범죄 사실은 은폐됐다. 가해 목사는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은 채 목회 활동을 지속했다. 이것이 교회가 제대로 문제 해결을 하지 않은 결과로 지난 3년간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면직 결정을 했다고 해서 바로 상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상 교회 성폭력 사건은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특히 교회 내 막강한 권력을 가진 목사에 의한 성폭력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8월, 서울의 한 교회 옥상에서는 이 교회를 10년 동안 다니던 신학도 여성이 “수년 전 교회 부목사로부터 상습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또한 여러 교회들에서 소속 목사에 의해 자행된 신도 성폭행 사건뿐만 아니라, 목사가 혼자 사는 조카 집에 찾아가 조카를 성폭행하려 한 사건 등 목사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문제는 교회가 성폭력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교회 성폭력 근절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교회는 더 이상 성폭력 문제를 외면하거나 혹은 은폐해서는 안 된다. 또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성폭력을 저지른 목회자에 대해 단순히 꼬리 자르기 식으로 면직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사건 발생의 근간이 되는 교회 공동체의 문화를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교회 성폭력 문제해결은 곧 목회자와 교인 간의 가부장적 권력관계, 목회자에 대한 순종이 곧 하나님에 대한 순종이라 믿는 신도들의 신앙, 교회 공동체 특성상 목회자가 교인 개인정보 및 비밀, 취약점을 잘 알고 있다는 점 등이 성폭력 발생의 근간인 동시에, 성폭력 사건을 드러내어 해결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피해자 보호 및 인권 보장과 가해자 처벌 등 교회공동체 내 성폭력 사건처리 절차 마련, 교회공동체 내 성폭력 예방과 성평등 문화 정착을 위한 젠더 감수성 교육 실시 등의 노력이 뒤따라야만 비로소 교회 성폭력 문제 해결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교회 내부에서도 성차별적 가부장제 타파와 평등한 교회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변화를 위한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는 만큼, 교회는 이러한 내부의 목소리에 분명히 응답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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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18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