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의료 환경은 모든 의사와 의료기관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2003년을 급성장의 전기로 만들기 위해 의욕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병원들도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약을 꿈꾸는 병원들을 탐방해 본다. <편집자 주>
병원 리노베이션 통해 경쟁력 끌어올린다!
한양대의료원
지난 1972년 개원당시 동양 최대 규모의 병원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한양대의료원은 과거 70, 80년대에 걸쳐 국내 의료계를 이끌어 나가는 대표적인 대학병원이었다.
하지만 90년대에 접어들면서 환자 수 감소, 의료장비 및 시설에 대한 투자 미흡, 연례화 된 노사분규 등의 내부적인 문제점들이 10년 넘게 지속되고, 설상가상으로 기업형 대형병원들의 등장, 의약품 및 진료재료의 실거래가상환제, 의약분업에 따른 환자 수 감소 등 의료환경의 급격한 변화까지 겹치면서 오랜 기간 더딘 발전을 해왔다.
이런 내외부적인 난관을 극복하고 21세기 초일류 대학병원으로의 재도약을 위해 한양대의료원은 올 초 재정확보와 행정업무개선을 통한 최적의 진료환경을 조성하고 ‘i-hospital’ 구축을 골자로 한 ‘한양대의료원 도약 21 프로젝트’를 발표해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있다.
최적의 진료환경조성과 환자서비스개선에 역점
그동안 한양대의료원은 타 대학병원과 비교해 병원 시설 투자 및 환자서비스 면에서 뒤쳐진 것이 사실이다. 이에 한양대의료원은 ‘한양대의료원 도약 21 프로젝트’ 중 고객 만족을 위한 ‘최적의 진료환경 조성’과 ‘환자서비스개선’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우선 한양대의료원은 ‘다시 찾고 싶은 병원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병원 신축 및 리모델링 사업에 총 8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기존 오래된 건물의 어두운 이미지를 벗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양대 서울병원의 경우 응급실을 포함한 수술실과 류마티스병원의 외래 재배치 공사를 진행했다. 특히 수술실의 경우 ‘바이오 크린룸’ 청정 설비를 도입, 최고의 멸균 환경을 갖췄다.
또한 본관 1층에서 3층까지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를 설치, 환자들의 이동을 용이하게 하는 한편 원내 휴식 공간이 부족하다는 민원을 수용해 본관 1층에 커피전문점과 베이커리를 새롭게 오픈 했다. 특히 병원 외부 도색작업과 소나무 조경사업을 통해 전체적인 병원 이미지 개선을 꾀하고 있다.
경기 동북부 지역의 거점병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한양대 구리병원도 환자 및 보호자 편의를 위해 총 152대 수용규모의 주차타워를 새롭게 건립 중이며, 병원 직영으로 운영되는 장례식장은 샤워실, 상주 전용 휴게실 등 편의시설을 완비해 재개장 했다. 또한 지하 3층에서 지상 4층까지 도장작업과 화장실 보수공사를 최근 완료하고 산뜻한 병원 이미지로 환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한편, 환자들이 대학병원에 갖는 가장 큰 불만인 서비스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우선 QI활동과 내부교육의 지속적인 강화로 환자서비스마인드를 정착시킨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그 일환으로 PSI팀(고객만족개선팀) 신설을 추진 중이다.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진료시간을 엄수하고 환자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진료 및 퇴원 예약제를 정착시키고, 환자 및 보호자 안내를 담당하는 보직자 일일도우미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병원 안내버스 노선을 연장해 운행하고 있다. 또한 퇴원환자에게 담당 의사가 전화를 통해 안부를 물어보는 등 CRM(고객관계관리)서비스도 한층 강화했다.
점진적인 ‘i-hospital’ 기반 구축
한양대의료원은 서울병원과 구리병원간의 정보 네트워크망을 구축하고, 이를 통한 의료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점진적인 ‘i-hospital’ 구축 계획을 수립했다.
대형병원들과 비교해 늦은 감이 있지만, 한양대병원은 올해 3월 1일부터 본격적인 PACS(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 가동에 들어갔다. 한양대병원이 도입한 이번 PACS는 기존 방사선 영역의 일반 PACS 기능 외에 조직병리 PACS를 갖추고 있는 특수 PACS로 교수 연구동, 의국 등 병원 내 의료진이 사용하는 모든 공간에서 의료영상정보 확인이 가능하다.
한양대의료원은 이번 PACS 가동을 기점으로 향후 재단 측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의료 B2B를 통한 공동구매, 전자결재, SMS 등의 디지틀병원으로의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병원 구성원들 위한 제도 마련
과거 한양대의료원은 매년 되풀이되는 노사분규로 인해 의료진과 직원들 모두 사기저하와 병원에 대한 무관심이 팽배했었다. 결국 내부적인 화합 없이 고객 감동을 이끌어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구성원들 모두의 판단아래, 한양대의료원은 의료진과 직원들의 화합과 사기진작을 위해 ‘직원체육대회’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의료진을 위해 연구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임상연구추진비’ 도입과 해외 연수 규정 개선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또한 행정업무를 간소화시켜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이고, 최신 의료장비 공급을 통해 의료진의 원활한 진료 활동을 돕고 있다.
한편, 직원들을 위한 제도로는 고충처리 전담 부서를 배치해 조기에 불만사항을 해결하고, 포상제도를 대폭 개선해 실시하고 있다.
의료환경 변화에 적극 대처
한양대의료원은 2005년 의료시장 개방에 따른 급격한 의료환경 변화에 대처하고자 ‘국제협력병원’(가칭) 개원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5월 3일 개원 예정인 국제협력병원은 종합건강진단센터와 국제진료소, 성인병 센터로 구성되며, 특히 국제진료소는 최고급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갖춘 진료프로그램의 고급화를 통해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고부가가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는 향후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해외지역의 의료수요층까지 흡수함으로써 병원 재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현재 한양대의료원의 국내외 협력병원인 주한미군 121병원, 중국 인민병원, 국군수도병원과의 교류를 더욱 활성화시켜 한양대의료원의 인지도를 높여나갈 방침이다.
정희석 기자 leehan2@
[인터뷰] 문 형 원장
- 병원 리모델링 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한양대의료원은 72년도 개원이후 한때 발전이 가장 빠른 병원 중 하나였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재벌병원들이 등장하고 의료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경쟁력이 크게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
특히 다른 병원들에 비해 하드웨어적인 면에서 크게 낙후돼 있었다. 이에 병원 리노베이션을 통한 쾌적한 병원환경으로 환자들에게 다가서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현재 50% 정도 진행됐는데, 병원의 리모델링 전후 모습에 큰 차이가 난다. 환자들로부터 몇 년 전보다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말을 자주 듣고 있다. 전체적인 병원 색감이 밝아지면서 환자들에게 줄 수 있는 안정감이 훨씬 더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 타 대형병원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데?
한양대구리병원은 경기 동북부 지역의 종합병원, 대학병원으로서 이미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이에 반해 서울병원이 조금 뒤쳐진 상태인 것은 사실이다. 다른 대형병원들이 우리보다 과감한 투자를 하는 등 여건이 더 좋은 건 사실이지만, 의료진이 약해서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창 진행되고 있는 병원 리모델링 작업 등 병원의 하드웨어적인 리노베이션이 완료되면 어느 정도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최근 단행된 모교 출신 중심의 인사를 바탕으로 한 내부단결과 수많은 동문들의 지원을 이끌어 내 지역거점병원으로의 입지를 탄탄히 한다면 그 격차는 더욱 좁혀질 것으로 내다 본다.
- 의료원장으로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친절서비스 개선이 가장 어려운 점이다. 환자들이 병원을 다시 찾는 첫 번째 이유는 그 병원의 친절도에 달려있다. 아무리 병원 의료진이 훌륭하다 해도 그것은 병원을 찾는 두 번째 이유라고 생각한다. 2,400여명에 달하는 한양대의료원 전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워크샵을 하기란 현실적으로 힘들다. 자체적으로 친절서비스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자동시스템구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