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총경이 전용방에 올린 글입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전용방에 댓글 등 다 함께 동참 하였으면 합니다.
경찰수사권 독립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한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공약사항 실천을 위해 청와대 비서진은 물론 총리,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며 나름대로 노력해 왔지만 “최종실패”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가슴 벅찬 순간도 많았지만 끝내는 아쉬움과 회한으로 남게 된 지난 시간들이 또렷하게 떠오른다.
철두철미한 분석과 냉엄한 평가는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이번엔 그냥 주마간산 격으로 정리해 보기로 한다.
2004년 가을, 경찰과 검찰이 상호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합의해보라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역사상 처음으로 경찰과 검찰이 협상테이블에 동등한 자격으로 마주 앉았다.
그러나 경찰수사권독립은 곧 검찰의 기득권을 빼앗기는 것이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검찰과 합의에 도달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숙원사업 추진이라는 명제에 걸맞게 총수가 맨앞에 나서며 조직의 총역량을 집주시켜 나갔고 때마침 검찰권력의 비대화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업고 경찰에 우호적인 사회 분위기를 형성해 나가며 검찰을 강하게 밀어 부쳤다.
마침내 경찰수사권독립은 우리 사회 전반의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었고, 곳곳에서 논란이 심화되자 대통령은 “당사자간의 합의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으며 때가 되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겠다”며 사실상 검찰을 강하게 압박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대통령의 경고는 검찰권력과 검찰이 장악하고 있는 법무부의 저항에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으며 안타깝게도 청와대를 포함하여 우리 사회 어디에서도 검찰의 저항을 진압하고 견인해 나갈 힘을 가진 사람은 없어 보였다.
검찰과 법무부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청와대가 이를 조정할 힘이 없다면 정부입법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경찰은 차선책으로 의원입법을 활용하기로 하였다.
여당의 홍미영 의원, 야당의 이인기 의원이 경찰입장을 반영한 입법발의를 하였다.
여당은 정책기획단을 발족하였고 청와대는 사실상 국회의 논의에 맡겨 보기로 하였다.
2005년 12월 초순 마침내 여당은 경찰입장이 대폭 반영된 여당안을 발표하였고 연내 국회통과 의지를 밝혔다.
소식을 접한 허준영 경찰청장과 최광식 차장 등이 얼싸안고 펑펑 눈물을 쏟았다.
60년 경찰의 한과 응어리가 마침내 풀어지는 순간이 목전에 임박해 있다 생각하니 어찌 감격의 눈물이 나지 않겠는가?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한 검찰은 법무부장관(천정배)을 앞세워 여당 지도부의 추진의지에 강력 제동을 거는 한편 서둘러 대규모의 T/F를 구성하여 전방위적이고도 조직적으로 반발하였다.
당시 검찰의 핵심간부는 농민집회로 농민 1명이 사망한 상황에서 농민 1명만 추가로 사망하면 허준영 경찰청장이 물러나게 될 것이고 그렇게만 된다면 “상황 끝”이라며 허준영 청장 낙마설을 공공연하게 유포하기도 하였다.
경찰 숙원사업 달성이 코 앞에 온 것은 천우신조라며 기뻐하던 경찰의 운이 여기서 끝나고 마는 것인지 마침내 검찰이 희망한대로 경찰은 허준영 경찰청장의 중도사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였다.
이후 경찰은 급격히 구심점을 잃고 표류하였고 여당도 지리멸렬하였다.
검찰과의 부당한 관행은 시정해야 한다며 잠시 반짝하던 경찰의 자존감은 다시 꼬리를 내렸고 멈칫하던 검찰의 횡포는 되살아났다.
경찰은 정부나 정치권이 해결해주기만을 기다렸고 정치권은 경찰의 추동력 상실을 탓했다.
검찰과의 수사구조개혁 전선은 완전히 붕괴되었고 과거의 강력한 결속은 온데 간데 없어졌고 오히려 심각한 상하불신만이 팽배했고 내부 동력은 불씨를 찾기조차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청와대는 공약 실천의지가 있기나 한 것인지 조차 의심스러울 만큼 시간을 허송하다가 마침내는 실패의 책임을 경찰에 떠넘겨 버렸다.
60년 경찰 역사상 가장 성공가능성이 높았던 참여정부하에서의 경찰수사권 독립 추진은 이렇게 마침내 실패로 귀결되고 말았다.
한편 허준영 청장의 낙마이후 급격하게 변화된 여러 가지 상황을 참작해 볼 때, 참여정부하에서의 실패는 사실상 오래전부터 예견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그 실패를 교훈삼아 후일을 기약하기 위해서는 미리부터 차기 정부에서는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치밀한 대비가 필요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마저 역부족이었는지 차기정부에서는 공약으로 채택되지도 못했다.
5년전, 10년전과는 달리 인수위에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했고 향후 추진과제로 선정되지도 못했다.
앞으로도 사실상 공론화가 어려운 “동토의 계절”이 도래한 상황이다.
경찰로서는 참담한 실패요, 검찰로서는 완벽한 승리가 되었다.
이렇듯 처절한 패배가 누구의 잘못인지에 대해서는 너나 할 것없이 모두가 죄인된 마음으로그리고 두려운 마음으로 역사의 준엄한 평가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석고대죄에 앞서 우리 모두에게 마지막 기회가 남아있다.
그것은 바로 16대 국회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2월 임시국회에서 법사위에 계류중인 홍미영 법안이나 이인기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물론 냉철하게 분석해 볼 때, 실현가능성이 높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법사위원장이 한나라당 소속의 검사출신 의원이며 법사위원 16명중 한나라당이 7명을 차지하고 있어 한나라당의 협조없이 법사위를 통과하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다른 한편 비한나라당이 모두 합심해서 법안통과에 나서 줄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현재 검찰수사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두 개의 특검이 동시에 진행중인 상황, 현재의 다수당인 통합신당이 더 이상 여당이 아닌만큼 과거처럼 법무부, 검찰 또는 청와대 등의 입장을 배려하며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으려 했던 상황과 달라졌다는 점, 한나라당의 입장에서도 지나치게 검찰입장을 감쌀 경우 여러 가지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 등으로 볼 때 검찰개혁 작업을 명분으로 내걸은 강력한 추진세력이 나타나 준다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오히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2월 임시국회를 마지막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일치단결하여 노력해야겠지만, 특히 중요한 것은 차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입장 표명과 비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국회의원들의 의지여부라 할 것이다.
즉 첫째로는 오는 24일 예정된 차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인사 청문회를 활용하여 내정자가 2월 임시국회에서 수사구조개혁 법안의 통과를 강력하게 소망한다는 내용의 소신을 밝히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둘째로는 현재의 지휘부를 중심으로 전 현직 경찰관들이 모두 합심하여 총선이 임박해 있는 국회의원들 특히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보다 절감하고 있는 야당(비한나라당)의원들을 접촉하여 검찰개혁의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수사구조개혁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설득시키는 노력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법사위 소속 의원들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이렇게 하여 다행스럽게도 야당(통합신당, 민주노동당, 민주당 등)의 지도부가 4월 총선과의 전략적 연계하에 2월 임시국회에서의 우선처리 법안으로 홍미영 법안이나 이인기 법안 통과를 추진한다면 실현가능성은 한층 높아진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통과와 새 정부의 총리, 장관 등의 인사청문회에 협조를 필요로 하는 한나라당 입장에서도 임박한 총선에서 경찰의 조직적 반발을 사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점과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내걸으며 야당이 연합해서 법안처리를 요구할 경우 무조건 반대만 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적극적인 반대보다는 절충점을 찾아보려 하거나 의원 개인에게 일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아진다.
시도해보기도 전에 불필요한 우려를 하며 주늑들고 망설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더 이상 손해볼 것도, 잃을 것도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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