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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누구도 장충고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사진은 대회 공식 홈페이지 초기 화면. |
ⓒ 제61회 황금사자기 공식 홈페이지 |
장충고는 역시 강했다.
5일 오후 1시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제61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이하 황금사자기) 장충고와 천안북일고의 경기는 3-0 장충고의 완벽한 승리로 끝났다.
3점은 모두 홈런으로 냈다. 2회말 터진 김진철의 2점 홈런과 4회말 최원제의 1점 홈런이 우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셈. 상대적으로 큰 경기를 많이 치러봤던 장충고 선수들의 여유있는 플레이도 단연 돋보였다. 반면 천안북일고는 에이스 윤기호의 피로누적으로 인한 조기강판과 보내기 번트 실패 등 세밀한 플레이에서 실수를 저지르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로써 장충고는 황금사자기 2연패를 달성했고 최근 2년간 무려 4개의 대회(지난해 대통령배·황금사자기, 올해 무등기·황금사자기)를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황금사자기 우승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충고는 2005년까지 전국대회에서 단 한차례의 우승도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창단 43년 만의 우승(대통령배)을 거두는 등 최근 4개의 대회에서 우승, 1개의 대회에서 준우승(지난해 미추홀기)을 일궈내 '신흥 야구 명문'으로 급부상했다. 2007년 명실상부한 고교야구 '최강팀'은 장충고라는 표현도 결코 과언은 아닐 정도다.
투타의 완벽한 균형이 우승 일궜다
장충고의 우승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부분은 역시 투타의 완벽한 조화다. 최원제와 박민석이 이끄는 마운드는 고교야구에서는 호화스럽다고도 볼 수 있는 조합이었고 김경모, 최원제가 중심타선은 확실한 위력을 선보였다.
이 사실은 최원제가 최우수선수상(3승), 최다타점상(7개), 최다홈런상(2개)을 석권하고 박민석이 우수투수상(1승), 김경모가 최다득점상(5개), 최다도루상(4개)을 수상한 사실에서도 잘 나타난다. 기록으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유격수 김현우와 2루수 김경모가 이끈 내야수비진도 상당한 짜임새를 보였다. 소위 공수주 3박자가 모두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물론 우승의 요인은 좋은 자원이 있어서만은 아니었다. 6년째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조직력 위주의 야구를 추구하는 유영준 감독(45)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아무리 보배로운 구슬도 꿰어야 보배인 법이다. 선수들이 모두 한마음이 되어 뛰어야 하는 고교야구라면 더욱 그렇다.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한 후보들
천안북일고는 전교생이 동대문야구장에 응원을 왔지만 아쉽게도 준우승에 그쳤다. 이번 대회에서는 모처럼 좋은 대진운을 얻어 결승까지 무난하게 왔던 터라 아쉬움은 더욱 크다. 지난해 대붕기에 이어 '준우승 징크스'라고 표현해도 무관하다.
하지만 에이스인 윤기호는 좌완투수가 절대 부족한 이번 2차 지명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연투에 다소 약점을 보이고 있으나 직구의 구위가 눈에 띄게 향상되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광주동성고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4강에서 만난 장충고를 넘지 못하며 우승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미 무등기에서 우승을 내줬던 뼈아픈 경험이 있는 광주동성고로서는 설욕의 기회였지만 막판에 역전을 허용하며 뒷심부족으로 5-4의 연장 끝 패배를 당해야 했다.
나란히 4강에 합류했던 야탑고는 선수수급이 비교적 원활한 편이어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학교였는데 그 시기는 다소 빨랐다. 아마도 윤기호의 역투만 아니었다면 결승에 도전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당시 윤기호는 야탑고를 상대로 9이닝 2안타 무실점의 완벽투를 선보였다. 삼진도 무려 16개나 잡아냈다.
강호들 초반 탈락…이변도 많아
고교야구의 또 다른 매력은 '이변'이다. 매번 대회마다 예상을 크게 빗나가는 팀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번 황금사자기는 우승후보로 지목되었던 서울고, 충암고, 중앙고, 대전고가 8강에 합류하는데 실패했다.
1회전에서 구미전자공고를 꺾은 서울고는 2회전(16강전)에서 만난 야탑고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야탑고의 1학년 김민형의 깜짝 호투에 7이닝동안 점수를 내지 못해 8-0의 콜드게임패를 당하고 말았다. 홍상삼을 앞세운 충암고도 작은 실수와 효천고의 구원투수 오호성의 호투로 인해 4-2로 져 1회전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그밖에 중앙고는 동산고의 아성에 눌렸고 대전고는 동성고에게 패배하는 등 1회전 탈락으로 이변의 주인공이 되었다. 야구의 의외성을 쉽게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등록된 선수가 11명인 속초상고는 그 와중에 부상선수가 2명이나 되는 악재로 9명으로 대회에 임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속초상고와 같은 팀들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 감추고만 싶은 한국 초·중·고교야구의 서글픈 현실이다.
이제 10일간의 여정으로 황금사자기는 모두 끝났다.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리는 고교야구 대회도 8월 3일 시작되는 봉황대기만을 남겨두고 있다는 뜻이다. 봉황대기 이전까지는 지방대회인 대붕기와 화랑대기가 각각 대구와 부산에서 열리며 봉황대기 이후 미추홀기와 전국체전이 인천과 광주에서 열릴 예정이다.
어느덧 고교야구의 일정도 서서히 후반기를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