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산성어울길
신록이 우거지고 꽃들이 저마다 자태를 뽐내는 5월, 걷기 좋은 계절이다. 역사·문화를 배우고 자연·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코스가 몽촌토성에서 남한산성까지 이어진 길. 바로 토성산성어울길을 걸어봤다.
■몽촌토성서 남한산성까지 이어지는 탐방로
자연 속에서 산책하며 역사와 만나는 걷기 코스가 있다. 몽촌토성과 남한산성이 어우러지는 송파구의 '토성산성어울길'이다. 각종 문화유적과 박물관, 미술관, 생태습지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는 19.6km의 길로 2010년 5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지정되기도 했다. 송파구는 시민들에게 이 길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6월 1일 오전 10시~오후 1시 전문 해설사와 함께 토성산성어울길 1코스를 돌아보는 '토성산성어울길 투어'를 개최한다. 토성산성어울길은 크게 1코스인 몽촌토성길(8.5km)과 2코스인 남한산성길(11.1km)로 나뉜다. 1코스는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에서 시작해 소마미술관·한성백제박물관·몽촌토성·몽촌역사관·방이습지·성내천·마천중앙시장으로 이어진다.

- 송파구 주민들이 문화유산해설사 오덕만(맨 왼쪽)씨의 설명을 들으며 토성산성어울길 구간 중 백제 유적지를 돌아볼 수 있는 몽촌토성산책로를 걷고 있다. / 백이현 기자
평화의 문 광장을 가로지르면 소마미술관이 나타난다. 소마미술관(02-425-1077)에서는 여가와 스포츠에 관한 '구·체·경: 힐링 그라운드'전이 6월 23일까지 열린다. 정철권(55) 송파구청 국제관광담당관 팀장은 "올림픽공원이 선정한 '올림픽공원 9경' 중 7경이 토성산성어울길 코스에 포함돼 뛰어난 경관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고대 역사와 문화를 조명하는 한성백제박물관(02-2152-5800)은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등 백제 한성시대(BC 18~AD 475)의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한성백제박물관을 거쳐 몽촌토성에 오르면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진다. 문화유산해설사 오덕만(53)씨는 "몽촌토성은 백제인들이 남한산에서 뻗어 내린 구릉에 만든 토성으로 곳곳에 유적이 많아 역사적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몽촌토성 주변의 해자(성 주위를 따라 도는 물길)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두루미 서식지와 토끼도 만날 수 있다. 주민 이경남(56)씨는 "도심에서 흙길을 산책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이냐"며 "길이 푸근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몽촌토성 산책로를 지나면 몽촌역사관과 만난다. 몽촌역사관(02-424-5138)은 한성백제박물관의 부속시설로 서울의 한강유역을 중심으로 한 고대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어린이 대상 박물관이다. 올림픽공원을 벗어나 방이습지로 가는 길은 비포장도로다. 흙길을 걸으며 양옆으로 비닐하우스와 텃밭 등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농촌 풍경을 만날 수 있다. 2002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방이습지는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도심의 인공 습지다. 데크로 조성된 탐방로를 따라 방이생태학습관, 수생식물원, 조류 서식지 등을 돌아볼 수 있다.
■역사·문화와 자연·생태 자원 어우러져
방이습지를 지나면 성내천에 이른다. 성내천은 원래 건천(많은 양의 폭우가 내린 후에만 물이 흐르는 하천)이었는데 한강물을 끌어와 수생식물을 심고 인공섬을 조성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2005년 6월 생태 하천으로 탈바꿈됐다. 2009년 국토해양부로부터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주민 서금원(53)씨는 "성내천의 징검다리를 건너며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자전거도로와 물놀이장, 분수대, 수변 데크 등의 시설이 잘돼 있어 좋다"고 말했다. 성내천 둔치와 복개로를 따라가다 보면 마천중앙시장에 다다른다. 마천중앙시장은 1960년대 형성된 전통시장이다. 이곳에는 족발, 빈대떡, 곱창 등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어 토성산성어울길을 걷다 주린 배를 채우기에도 제격이다.
이제부터는 2코스인 남한산성길이다. 마천역에서 출발해 만남의광장을 거쳐 남한산성 등산로를 따라 수어장대까지 이르는 코스가 첫 번째다. 산 정상에 오르면 군사적 목적의 누각인 수어장대의 위용을 느낄 수 있다. 우익문(서문)에서는 서울 동남권의 전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익문을 출발해 전승문(북문)을 거쳐 좌익문(동문)까지는 남한산성의 산세를 느낄 수 있다. 동문에서 지화문(남문)을 거쳐 남한산성 행궁에 다다르면 토성산성어울길이 끝난다. 2012년 5월 복원 완료된 남한산성 행궁은 한양 도성의 궁궐을 대신할 피난처로 사용하기 위하여 조선 인조 4년(1626년)에 건립된 곳이다. 최동욱(37)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기획사업팀 대리는 "토성산성어울길의 끝 지점인 남한산성 행궁에서 출발해 성곽을 따라 역으로 도는 트레킹 코스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송파구가 6월 1일 개최하는 '토성산성어울길 투어'에 참가를 원하면 송파구청 홈페이지(www.songpa.go.kr)나 전화로 참가 신청한다. 선착순 500명 신청 가능하며 무료다. 문의 (02)2147-2100
글= 김찬주 리포터 ㅣ 사진= 백이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