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민화야 만나서 반갑구나
심 영 희
지난해부터 민화 그리기에
빠져있다. 어떤 이는 민화는 남의 그림을 따라 그리는 게 그림 그리는 축에나 끼이느냐고 은근히 표현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 그려보면 그것도 아니다.
다른 그림처럼 마음대로
그리는 그림은 그야말로 자기 마음대로 그리면 되는데 민화는 옛날 궁중에서 사용했던 그림이나 평민들이 즐겨 그렸던 민화 원본을 밑에 놓고 얇은 순지를
대고 먹으로 그대로 따라 그리는 것인데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직선이며 곡선 나뭇가지
하나라도 틀릴까 봐 신경을 써서 그리지만 기계가 아니니 어디가 틀려도 틀리게 된다. 새가 필요이상으로
배가 불룩 나오는가 하면 꽃잎이 일그러지기도 하지만 이것은 또 다른 묘미를 느끼게 하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취미로 붓글씨도 썼고 한국화도
참 많이 그렸다. 그림 그리는데 빠져 새벽 두세 시까지 눈을 혹사시켜 그 좋았던 눈이 나빠지는 손해를
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늘 즐거웠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한지공예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매력에 빠져 서예와 그림은 내 주위를 맴돌기만 했지 밀착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그들과 거리는 점점 멀어졌고 한지공예와 친숙한 동행을 하고 있었다.
한지공예사범 자격증을 따고도
수년이 지난 2010년에 강원도민일보와 강릉단오서화인회에서 주최하는 ‘대한민국강릉단오서화대전’ 응모요령을 도민일보 기사에서 보고 처음으로 작품을 냈는데 그때 박혜림 작품 ‘영웅귀환 2010’이 5개부문 중 대상을 차지했다. 민화에 호기심이 생겼다. 오백만 원의 상금도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저렇게 그림을 잘 그릴까 감탄을 하면서 수시로 책에 실린 작품을 감상하느라 더욱 바쁜 나날을 보냈다.
두 번 세 번 공모전에
한지공예작품을 내며 결국 민화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끌려들어가고 말았다. 서울에서 책을 한 보따리
사오고 붓과 물감도 사왔다. 민화를 그려보려고 했지만 그림과 설명만 있을 뿐 그리는 방법의 이론서가
아니었다. 책을 자세히 보지 않고 ‘민화’라는 글씨만 보고 사왔으니 그런 실수를 하고 말았다.
그 책을 매일 들여다 보아도
나 혼자 민화를 그려낼 자신이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에 신문에 넣어진 안내문에 춘천교육대학 평생교육프로그램에
민화반이 있었다 시간도 잘 맞았다 화요일 오전이니 그림 배우고 나서 점심 먹고 오후에 한지공예 가르치러 가면 되기에 일상에 지장이 없으므로 첫날에
가서 수강신청을 하였다.
마감일 다음날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수강신청자가 몇 명 안 되는데 그래도 하겠느냐고 묻기에 이왕 배우려고 했던 것이니 하겠다고
하였으나 며칠 뒤 폐강되므로 통장으로 수강료를 도로 송금해 주겠다고 했다.
이제 민화를 배울 기회가
없는가 했는데 춘천시보에 춘천 동내도서관에서 민화반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안내문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날로
도서관에 전화를 걸어 수강신청을 했다. 그 다음주 수요일부터 나오라고 했다. 이미 삼월에 개강을 한 상태라 한달 늦게 민화를 배우게 되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그리고 서울에서 민화 이론서도
사가지고 와서 이론과 실기를 공부하며 올해 상반기 수업을 끝으로 배우러 가는 것은 접고 혼자 열심히 하기로 결정했다. 학창시절 공부할 때도 예습과 복습이 필요했듯이
민화도 예습과 복습을 했다. 배우지 않은 것도 그려보고 배운 것도 꼭 다시 그려 본다. 어떤 그림은 똑 같은 것을 예닐곱 장씩 그리기도 한다. 그렇게 연습해야
완전한 내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궁모란 일곱 장을
그린 것 중 제일 잘됐다고 생각하는 한 쌍을 표구사에 두 폭 가리개를 만들어 달라고 맡겼다.
동내도서관 민화수업은 수요일이라
항상 한 시간 정도 수업을 하지 못하고 먼저 나와 복지관에 한글 가르치러 가야 하기에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을 때가 있어 민화수업을 포기하고 집에서
많이 그리는데, 수요일 오전 민화 그리던 시간에는 우선적으로 집에서도 혼자 민화를 그린다.
모든 일에는 기본이라는
게 있어서 그 기본 원리를 알아야 창작도 할 수 있고 남의 그림을 감상하기도 좋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지금 생각으로는 오래도록 민화를 그릴 생각이다.
드라마(마마)에 나왔던 민화를 그린 오순경 작가는 10만여 명이던 민화관련 인구가 드라마종영 이후 20만여 명으로 급증했다고
그의 저서 ‘아름다운 민화 컬러링북’에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