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음악 감상은 아무 설명 없이 각자 듣고 느끼는 방식이 최고이지만, 워낙 복잡한 음악 기법들과 영감이 집대성된 대곡인지라 (4악장만 25분/ 전곡은 1시간 15분 정도 걸립니다.) 전공자인 저도 처음 들었을 때에 이해하기가 어려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족이지만 약간의 감상 도우미용 해설을 덧붙이려고 합니다. 조금 번거로워도 해설을 읽고 나서 가사와 함께 감상하시면 더 큰 감동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1. 이 악장의 중간 부분은 “변주곡” 형식으로 쓰여졌습니다. 변주곡이란, 주제를 계속 반복하는 방식으로 작곡하는, 베토벤이 아주 좋아했던 장르입니다. 반복할 때마다 기본 뼈대에다 조금씩 변화를 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밑에 첨부한 가사에 보시면 8분 15초라고 표시된 구간이 기본 주제이고/ 9분 00초 구간은 변주 1번/ 9분 45초 구간은 변주 2번/ 10분 54초 구간은 변주 3번으로 구조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2. 서양 음악에서는 “말 그리기 (word-painting)”라고 하는 기법이 전통적으로 매우 자주 쓰입니다. 말 그리기란, 가사의 뜻이나 의미를 그림처럼 그려내는 기법을 뜻합니다. 그 방법은 아주 다양하지만, 예를 들어 “운다”이라는 말을 표현할 때는 몇 개의 내려가는 음으로 표현합니다. 왜냐하면 눈물이 떨어지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죠. “날아간다”라는 말은 위로 올라가는 음으로 표현되겠죠. 그리고 고음으로 올라갈수록 하늘, 천국, 천사, 마리아, 신 등을 표현한 것이고, 저음으로 계속 내려가면 땅, 지옥, 절망, 죽음 등의 가사를 상징합니다. 이런 식으로 음의 높낮이로 인한 어떤 위계질서가 생기게 됩니다. 즉, 음의 높낮이로 공간 (?) 적인 의미도 표현하게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서양 음악이 고음에 집착 (?)하는 이유가 바로 이 점 때문입니다. 이상적인 어떤 것을 표현하려면 결국 고음으로 결론 낼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곡에서 눈에 띄는 말 그리기 기법을 살펴보면,
1)10분 22초에 등장하는 “천사가 신 앞에 섭니다, 신 앞에, 신 앞에”라는 가사를 표현하기 위해서 점점 음이 높이 올라가게 되는 현상을 들을 수 있습니다.
2)16분 50초 구간 전체, 특히 18분 25초부터의 연타음들은 가사에서 묘사된, 별들의 반짝임을 절묘하게 표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3)22분 54초에 나타나는 “당신의 부드러운 날개”를 강조, 표현하기 위해 가사 한 음절 음절의 음들을 아주 길게 늘려가면서 소프라노의 음정이 최고음까지 올라갔다가 베이스가 최저음까지 내려가는 부분은 커다랗게 우리를 감싸 안고 있는 신의 “날개”의 모양을 그려내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마지막 24분 45초 구간에서 최후로 “낙원의 딸이여!”라고 찬양하자 화답하듯이 바로 연주되는 현악기들의 내려오는 음계는, 드디어 신의 불꽃이 하늘에서 땅으로 하강하여 현현하는 장면으로 해석 할 수 있습니다.
3. 다성 음악적인 표현이 나타나는 부분이 있는데, 다성 음악이란 가사와음이 다른 여러 성부들을 한꺼번에 연주하는 음악을 말합니다. 바로크 시대의 작곡가 요한 세바스챤 바흐가 완성시켜놓은 대위법에서 큰 영향을 받은 베토벤이 곡을 발전시켜 나갈 때 자주 쓰던 방식입니다. 이 곡의 18분 46초 이후, 가사가 거의 귀에 안 들릴 정도로 복잡한 다성 음악이 나타납니다. 돌림노래 내지는 푸가라고 볼 수 있는 이 후반부는 중간 중간 전체 합창이 같은 가사를 노래할 때를 빼 놓고는 매우 복잡하게 얽혀서 나타납니다. (그래서 가사를 맨 윗 성부인 소프라노 파트를 따라서 써놓았습니다만, 거의 알아듣기가 힘듭니다.) 이 다성 음악적인 후반부는 이미 앞에서 다 나왔던 가사들을 반복하면서, 음악적인 건축을 통해 위대한 천상의 소리를 찾으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비록 유란시아서나 예전 아단님 근원의 메시지 등에서 지구의 3차원 음악이나 악기는 다른 차원에 비해 많이 낙후되어 있어서 사람들을 깨우기가 어렵다고 언급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 교향곡은 지구의 음악 중에서는 최상의 곡들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럼 동영상 밑에 첨부된 가사와 함께 감상해주세요. (참고로 독일어 가사는 대략 알파벳 써있는 대로 발음되니까 생소하시더라도 함께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Symphony No. 9 D minor, op. 125 by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4. Movement "Presto-Allegro assai" Elisabeth Schwarzkopf, soprano Elsa Cavelti, contralto Ernst Haefliger, tenor Otto Edelmann, bass 루체른 페스티벌 코러스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도 여러 번 듣고서야 이해가 되었어요. 한 번 듣고 이해할 만한 음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마치 위대한 대 건축물을 한 번 쓱 보고 지나갈 수 없는 것 처럼요... 그리고 가사랑 맞춰서 들어보셔야 그 진가를 알 수 있으니까 (비록 저의 엉성한 문서 작업 탓에 보시기 힘드시겠지만) 그래도 꼭 같이 따라가면서 감상하시길 바래요.^^
첫댓글 지금에야 코덱을 깔고 음악을 듣네요~^^ 핀란디아 듣고 나와보니 새로운 음악이? 부처님의 키노트라 ?아주 좋네요^^ 잘들을게요. 마지막 강의료도 보냈어요 ㅎㅎ
강의료가 뭘까요? 아항ㅋㅋ 아무튼 음악이 들리신다니 너무 기뻐요~ 감사합니다, 송라님~~^^
안녕 초음님 수고가 많네요~ #9 역시 대단 합니다, 문외한이지만요.
조용히 몇번더 들어 봐야 겠어요 고마워요~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도 여러 번 듣고서야 이해가 되었어요. 한 번 듣고 이해할 만한 음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마치 위대한 대 건축물을 한 번 쓱 보고 지나갈 수 없는 것 처럼요...
그리고 가사랑 맞춰서 들어보셔야 그 진가를 알 수 있으니까 (비록 저의 엉성한 문서 작업 탓에 보시기 힘드시겠지만) 그래도 꼭 같이 따라가면서 감상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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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하게 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초음님 사무실에서 못듣고 지금 집에 와서 듣는중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소리가 사람의 목소리인데 합창으로 들으니 더욱 감동적입니다... 해설까지 넣어주시고 감사합니다^^사랑합니다^^
음악을 사랑하시는 보민님께서 감동을 나누어주시니 너무 좋아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