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인구 통계에 따르면 50대(50~59세·1947~1956년생)는 513만3735명으로, 인구(4704만143명)의 10.9%를 차지하고 있다. 연령별 인구 분포에서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는 30대(17.4%)나 40대(17.1%)에 비하면 훨씬 적은 숫자다. 20대(15.6%)나 10대(13.9%)에 비해서도 적다.
50대는 기존의 피라미드형을 급속히 대체한 항아리형 인구 모형에서 배가 불룩 나온 부분을 바로 아래서 힘겹게 떠받치고 있는 세대다. 베이비 붐 세대(1955~1963년생)와 맞붙어 있고, 베이비 붐 세대의 진입으로 급속한 팽창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연령층이기도 하다.
한국의 50대는 전형적인 ‘낀 세대’에 속한다. 연부역강(年富力强)한 30·40대는 사회 각 영역에서 50대를 ‘쉰 세대’로 밀어내왔다. 이미 대기업 임원의 평균 연령은 40대로 내려선 지 오래고 요즘은 30대 임원도 등장하는 시대가 됐다. 현대차는 올해 승진 임원 평균 연령이 49.1세로, 사상 처음 50대 밑으로 내려왔다. 삼성그룹의 경우 올해 승진 임원의 평균 연령은 46.9세, 임원 평균 연령이 47.3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퇴직 연령은 54세다. 평균 근속기간은 20년9개월. 50대에 ‘아내 잃어버리는 것 다음으로 충격이 크다’는 실직(失職)이라는 수렁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도둑)’라는 말이 보여주듯 IMF 외환위기 이후 불기 시작한 ‘명퇴(명예퇴직)’ 바람은 퇴직 연령을 더 끌어내리고 있다.
50대는 ‘하강(下降)의 시기’라 할 수 있다. 퇴직뿐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각종 기능이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는 때다. 성적 기능의 저하는 50대의 가장 큰 고민과 충격 중 하나다. 하지만 50대는 바로 노인 세대로 편입되지 못한다. 가정에선 대개 자녀가 교육을 마치는 시기지만 자녀의 결혼이라는 마지막 대사(大事)가 기다리고 있다. 또 부모를 봉양해야 하는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인생의 하강곡선을 그리면서도 아직 부담이 상당히 몰려있는 시기라 할 수 있다.
50대는 스스로를 노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화여대 조성남·이동원 교수 등이 펴낸 ‘고령화 사회와 중상층 노인의 사회활동’(아산재단 연구총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50대 남성은 ‘노인이 되는 시기’를 65~70세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남성 451명에게 ‘노인이 되는 시기’를 물어본 결과 ‘65세’라는 답이 36.7%로 가장 많았고, ‘70세’라는 답이 33.9%를 차지했다. ‘퇴직 이후부터’라는 대답은 8.0%에 불과했다.
한국갤럽의 50대 여론조사에서도 현업에서 은퇴할 나이를 묻는 질문에 60~64세(36.8%)라는 답을 가장 많이 했다. 65~69세(22.1%)라는 답이 그 다음이었고, 55~60세(13.5%)라는 답은 훨씬 적었다. 스스로를 노인으로 인정하며, 연금 혜택 등 노인 대접을 받기 위해서라도 퇴직 후 10년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제3의 연령’이 50대라 할 수 있다.
실버 세대를 준비하는 50대 ‘그레이(grey) 세대’에게 ‘뉴(new) 실버 세대’의 등장은 자신을 ‘낀 세대’로 느끼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뉴 실버 세대는 기존의 수동적인 노인과 달리 퇴직 후에도 독립적이고 왕성한 활동을 즐기는 ‘신식 노인’들이다. 이들은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로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긴다.
은퇴 후에도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길 원하고 자녀와도 독립적인 생활을 한다. 은퇴 이후를 경제적·심리적으로 준비해온 여유 있는 노인세대로, 올해 60세를 맞은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가 전형이다.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는 이미 미국 시장을 바꾸는 거대 소비층으로 등장했다.
생업에서 물러나 노후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삶의 질’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현실에서 한국의 50대 역시 뉴 실버 세대를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여유 있는 노후 준비는 고사하고 고단한 생활전선에 여전히 내몰리고 있는 50대가 대부분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국의 50대는 노후자금에 대한 준비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의 50대 여론조사에서 ‘노후를 대비해 얼마 정도나 돈을 저축했느냐’는 질문에 ‘충분히 모았다’는 답은 7.2%에 불과했다. 반면 ‘전혀 모으지 못했다’(27.0%) ‘절반도 모으지 못했다’(25.1%)는 대답이 절반을 넘었다.
지난 8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 지역의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노후 자금을 준비하지 않고 있는 직장인(44.9%)이 14개월 전 같은 조사에 비해 9.5%포인트 증가했고, 특히 40ㆍ50대는 노후자금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사교육비 및 세금증가’를 꼽았다.
작년 6월 통계청이 전국 3만3000가구, 만 15세 이상 가구원 7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의 16.3%가 노후 준비를 자녀에게 의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 비율이 50대에선 1.5%로 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는 0.2%, 30대는 0.06%로 거의 의미 없는 수치를 나타냈다. 즉 50대는 부모를 봉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으로부터 봉양을 받지 못하는 첫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50대의 각박한 삶은 저축률의 증가에서도 나타난다. 우리나라 가계의 가구주 연령대별 저축률을 보면 20대 후반에 정점에 이른 뒤 떨어지기 시작해 45~49세에 바닥을 찍고 다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작년 말 LG경제연구원이 펴낸 ‘50대 이후 저축률 상승의 배경과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추적한 바에 따르면, 60세 이상 가구주의 저축률은 25~29세에서 9.2%, 30~34세 13%, 35~39세 25.7% 등으로 높아진 뒤 40~44세 21.6%, 45~49세 18.9%까지 떨어지다가 50~54세 28.1%, 55~59세 22.9%, 60세 이상 32.9%로 다시 높아졌다. 반면 가구주 연령대별 소비 증가율은 20대에서 정점을 이루다 점차 떨어져 50대 이상에서 가장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자녀 교육비 지출 일단락, 자녀 결혼비용 부담, 노후 불안, 강한 유산상속 의지 등과 관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자녀 교육비가 정점에 오른 40대 중반 이후 경제적 여유가 생기지만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처럼 소비를 즐기는 게 아니라 다시 돈을 모아야 하는 현실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자식을 위해 그 동안 모은 재산의 상당 부분을 떼주고 난 후 자신의 여생을 위해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우리 50대의 삶이었다.
최근에는 50대가 젊은층보다 더 일터로 내몰리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통계청의 2분기 취업자 조사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2340만9000명 가운데 50세 이상이 27.7%(649만4000명)로 40대(645만명ㆍ27.6%)나 30대(619만4000명ㆍ26.5%) 취업자 수를 처음 앞질렀다. 50대 이상 취업자 중 50대는 전체의 60% 정도인 388만7000명, 60세 이상이 260만7000명을 차지했다. 50대가 이른바 ‘황혼 취업’의 주력군인 셈이다.
대체로 2%대에 머물던 50대 취업자 증가율은 IMF 위기 직후인 1998년, 50대가 직장에서 대거 퇴출된 여파로 유일하게 감소세(-4.7%)를 기록했지만 최근 몇 년간 급등세를 보여왔다. 2004년 5.1%를 기록했고, 2005년에는 7.6%까지 치솟았다. 1998년 278만6000명에 불과하던 50대 취업자 수가 7년 만에 70만명이 더 늘어난 것이다.
노동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50대가 취업시장에 재진입 하더라도 자영업자 아니면 경비, 파출부 등 고용의 질이 낮은 직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