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노산시조전국백일장 중등부 입상작품
♥장원
약속 / 정수인 (경주 양남중 3-2)
사과나무 심어 놓고 여름 내내 바쁜 걸음
온 산에 불이 붙어 자식 같은 열매 잃을까
화마를 온 등에 지고 달려가는 할머니
볕 좋은 날 배부르게 땀을 심은 거친 손
사과 꽃 피는 기슭에 손수 묻은 약속 하나
알알이 붉은색 치마 입혀 준다 했는데
붉은 혀가 삼킨 밭에 할머니 눈물 젖고
새끼 잃은 그 마음에 바람조차 울고 간다
또 다시 봄은 오겠지 다시 피울 약속처럼
♥차상1
약속 / 최윤지 (충남 태안여중 1-5)
아침마다 엄마 대신 아침밥 차려 주고
집 안 오면 동네방네 뛰어다닌 우리 오빠
비 올 땐 우산을 들고 제일 먼저 학교 왔지
이른 새벽 오빠가 한숨 쉬며 날 깨운다
비몽사몽 차 타고 도착한 곳은 훈련소 앞
사진을 한 장 찍을 때마다 우리는 울먹인다
오빠는 입대 전 나에게 약속한다
휴가 날 빨리 잡아 우리 동생 보겠다고
차에선 오빠에게 보낼 편지를 써 본다
♥차상2
약속 / 양세영 (충남 태안여중 2-3)
오늘도 할머니와 둘 뿐인 둥근 밥상
무릎 덮는 교복치마 불편해서 투정하며
바느질 솜씨 만큼은 최고라는 할머니
평생을 바느질로 자식들을 키워 낸
실력은 어디 가지 않는다며 땀 흘려
수선한 할머니가 고친 교복 신나서 입어 보면
허리는 커졌고 무릎보다 치렁치렁
더 늘어진 할머니가 만드신 교복 맵시
할머니 이거 정말 약속과 다르게 길잖아요!
♥차하1
약속 / 손효은 (충남 호서중 1-6)
불현듯 햇살처럼 달려가고 싶은 날도
집으로 힘없이 돌아와 문을 열면
기억을 잃어버리신 할머니가 하품해요
할머니 머릿속엔 지우개가 있는지
시간이 갈수록 기억은 사라지고,
이제는 내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죠
글썽글썽 할머니와 내눈에 맺힌 눈물 약속
해 저물고 달 뜨도록 두 손 모아 기도해요
이 모습 이대로도 좋으니 내 곁에 있어 줘요
♥차하2
약속 / 심현지 (시흥 함현중 3-1)
작년에 아빠와 무심히 했던 약속
시험을 잘 보면 용돈을 준다던 아빠
옳거니 땡잡았다 하며 승낙했던 그 약속
시험을 보고 나니 시험지 비가 주르륵
아빠와 나 사이에 흐르던 고요한 침묵
조용히 둘 다 자리를 떠나 묻혀 버린 그 약속
♥차하3
약속 / 김아영 (충남 태안여중 2-3)
서걱서걱 수학 시간 들려오는 판서 소리
선생님 목소리를 뚫고서 내 머릿속
흔드는 정체불명 이름 모를 낯설은 수학 공식
선생님 이건 왜 그래요 질문하면
수학적 약속이다 합의된 거 토 달지 마
모호한 선생님의 해설 후에 남는 건 공허함 뿐
난생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의 수학자와
약속을 했다니 억울한 내 마음
억지로 손가락 걸으니 싫어지는 수학 과목
♥참방1
약속 / 장윤서 (충북 충주여중 1-1)
한 달만 지나면 피곤한 기말고사
한 문제만 풀어도 지루해서 고생한다.
스르륵 눈이 감겨져도 정신을 차린다.
연필을 잡으며 한숨이 푹~ 나온다.
공부를 하려해도 딴생각이 뿅뿅뿅
자꾸만 핸드폰으로만 가게 되는 나의 시선
나와의 약속이 둥둥둥 떠오른다.
전원 끄고 다시 한번 마음잡아 책을 편다
이번엔 꼭 지키고 싶은 그 약속 파이팅!
♥참방2
약속 / 인서연 (충남 당진중 1-4)
오늘도 아홉시면 나만의 방송국에
접속한다 시끌벅적 인사하며 다가서는
사람들 나도 시청자에게 반가 반가 인사한다
내 앞에 산처럼 쌓여있는 떡볶이
열 그릇,시청자와 약속한 오늘 음식
주어진 한 시간 안에 먹어야 할 약속 시간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떡볶이
목에 걸린 떡볶이 청양고추 때문인가
냉수를 아무리 들이켜도 뱃속에 불이 난다
♥참방3
약속 / 윤라원 (충남 당진 송산중 1-3)
나만의 약속들로 채워진 일기장
그 안에 옮겨진 오래된 약속들
자신이 삶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 일기장
유리온실 백합이 되기 싫어 끝없이
닿을 수 없었던 길을 가던 한 아이
오늘도 바람을 맞고 살아나는 풀처럼
언제나 그랬듯이 앞으로 한 발짝
조금은 느려도 내 길을 가다 보면
마침내 도착하게 될 나만의 목적지
♥참방4
약속 / 김도원 (대구 한울안중 3-2)
그리워 말라 해도 자꾸만 생각나고
잊으라 다짐해도 마음 깊이 남아 있어
도무지 잊히지 않는 이름 가슴에 새겨두네
마주 잡은 그 손끝에 작은 약속 심어두고
가볍게 스쳐가듯 멀어진 지난 시절
그 약속 변하지 않고 마음에 살아있네
계절 따라 돌아오는 햇살 속의 그리움
말없이 마음 한 켠 조용히 머물다가
시간이 아무리 가도 약속은 살아있네
♥참방5
약속 / 백온유 (충남 당진 송악중 3-8)
하루 종일 아버지는 크레인에 매달려
하늘에서 사람들을 내려다보아요
새벽녘 별도 없는 밤 알람 소리 울리고
혼자서 일터로 향하는 아버지
학원비 약속은 지키려는 책임감
빨리 커 아버지가 일군 시간을 갚아야죠
퇴근 후에 소파에 코 골며 주무실 때
조용히 포근한 담요를 덮어줘요
아버지 옆에 누우면 행복한 잠이 와요
♥참방6
약속 / 정승현 (대구 한울안중 1-2)
친구들과 뛰어놀던 그 작은 놀이터
모래밭에 둘러앉아 손가락을 걸고서
영원히 친구하자는 약속을 새겨놨네
어느덧 하나둘씩 약속이 흐려지고
어쩌다 생각나서 부르는 옛 친구들
예전에 함께 맺었던 그 약속 기억할까
세월이 흘러가도 약속은 살아있어
가끔씩 만나면서 어색해진 사이에도
우리의 그 약속만은 가슴에 남아있네
♥참방7
약속 / 김정환 (대구 한울안중 2-2)
붉은 장미 하나 들고 너와 맺은 그 약속
햇살처럼 맑은 마음 서로 손을 맞잡고
그 순간 세상이 멈춰 가슴 속에 새겨놓네
시간이 지나면서 약속이 점점 흐려
내 마음은 시든 장미 고개 숙여 후회해
말했던 그 모든 말들이 바람에 흩어져가네
포기할까 망설이다 또다시 네 얼굴을
붉은 장미 시들어도 약속은 살아있어
그 안에 새로운 믿음 다시금 피어나네
♥참방8
약속 / 곽채린 (대구 한울안중 1-1)
오늘도 다시 나와 약속을 되새기고
무거운 마음 안에 조용히 다짐한다
끝까지 지켜내리라 마음에 새겨두네
지키려 애써 봐도 유혹이 자꾸 온다
뒤늦은 후회 속에 한숨만 내뱉으며
못다 한 그 다짐들이 밤새도록 맴돈다
창가에 달이 뜨고 졸음이 쏟아진다
고개를 숙인 채로 살짝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천천히 깨어 또다시 다짐하네
♥참방9
약속 / 최성현 (경기 고림중 2-1)
병원 의사 선생님이 써주신 처방전
물약 알약 일일이 챙겨주는 약사님
밥 먹고 삼십 분 뒤에 먹겠다고 약-속
아침 저녁 꼬박꼬박 약 먹으라는 어머니
오일치 다 먹으면 거뜬하게 낫겠지
약 속에 들어가 있는 건강한 약속들
♥참방10
약속 / 최은지 (대구 한울안중 3-1)
작은 손에 도토리를 하나씩 주워 담고
다 함께 손가락을 꼭 잡고 약속해
살며시 맑은 웃음에 소망을 담았네
넘어져 무릎까진 친구의 손을 잡고
작은 손 모아 사탕을 조심스레 나눠먹네
아파도 함께하니까 금세 잊고 웃었지
이제는 커버린 손 예전 기억 더듬으며
세월이 흘러가도 영원히 남을 약속
어린 손 우리 마음에 오래도록 살아가네
카페 게시글
입상작품
제36회 노산시조백일장 중등부 입상작
홍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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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6.25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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