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또다른 삶의 내밀한 풍경입니다.
어디론가 떠나는 여행자의 마음은 부대끼던 삶의 지표를 내려놓고
얼마간의 정적과 함께 찾아오는 낯선 풍경들에게서 푸른 에너지를 느낌니다.
가족들과 함께 날짜를 맟추는 것부터 가야하는 목적지를 정하는 것과
무엇을 챙겨가야 하는 등등의 소소함까지도 즐길수 있어야 함을 배웁니다.
그리고 나의 생각과 다른 것들을 유연하게 받아들여야 함을 또 배웁니다.
여행은 우리 삶에서 가장 고결하고 숭고해지는 순간이며
번민하는 한 인간이 존재의 실상을 목격하는 성스러운 의식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여행은 스스로가 스스로를 발견하는 새로움이며
생생해지는 순간의 아름다운 기록이기도 합니다.
온가족이 함께 떠나는 첫날, 새로운 곳을 향한 순결한 마음
날씨의 변덕은 감수할 작정입니다.
주어진 조건이 어떠 하더라도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지금뿐이고 그 시간을 즐겨야 하는 것도 우리가족의 몫입니다.
도착하여 텐트를 칠 두평정도의 평상을 배정받아
남편과 아들은 힘을 다해 새 집을 짓습니다.
짐을 풀고 정리를 하고 자연속에 오롯한 내집을 장만하고
인테리어로 잎넓은 도토리나무에 메달아 놓은 유에프오 전등이
우리의 밤을 밝혀줄 유일한 빛입니다.
남편이 식사를 책임진다고 약속했지만
습관적으로 간섭을 하는 나는 어쩔수 없는 이십오년차 주부입니다.
두끼를 챙겨먹고 새색시처럼 성스럽게 첫날밤을 맞이합니다.
항아리속 같이 깊어진 밤하늘을 바라보며
별을 헤아리던 날은 가슴뜨겁게 행복하였습니다.
한 무리의 짐승처럼 이리저리 휘둘리며
지구라는 작은 행성 위에서 살다가는 존재들
우리 모두 밤하늘의 떠돌이 별처럼
잠시 반짝이게 눈물나는 시간 속을 살다가고 있음을
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산능선의 먹구름이 별들을 밀어내고 세상을 향해 빛금을 그으며
천둥번개가 치는 밤의 서정도 여름의 한 풍경입니다
그러다 소낙비가 내리는 개울가에서 다슬기 잡겠다고
발담그는 부자간의 정이 손전등아래에서 흔들립니다.
아침에 맑은 국으로 속을 달래주겠다는 야심찬 생각에
감사보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다슬기를 넣고 손수 수제비를 끓여주는데 오랜만에
해주는 음식이라 맛났고 고마웠습니다.
오랫만에 가족들이 한방에 나란히 누워 체온을 느끼는 것도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어색하지 않게 행복합니다.
자잘한 일상의 대화가 아닌 자연의 숨결이 소통이고
계곡의 깊이를 가름하기 힘든 숲을 바라보며
바람의 흐름을 따라 머리를 식히는 일도
산 능선의 수묵화같은 운무를 바라보며 탄성없는 침묵으로
마음길을 여는 것도 여행이 주는 행복입니다.
그냥 바라보기를 좋아합니다.
이유를 붙이지 않고 그 대상에 매료되어
온전하지 않지만 스스로의 느낌을 갖는 것을 좋아합니다.
밤새 빗소리 강하게 들려와도 아침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새벽 두시 비가 그치자 매미 요란하게 울어도 신경쓸 이유가 없었고
부시시한 얼굴로 아침바람을 맞으로 나와도 누군를 의식할 필요가 없었고
여명이 밝아오는 그 신세벽의 기운이 한없이 정갈하여 좋았습니다.
한밤중에 텐트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깬 남편은 "참 좋다." 합니다.
이런 날이 우리생에 몇번이나 있을까?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텐트에서 나와 평상에 앉아 어둠속 빗소리를 듣습니다.
잠잠하던 산중에 계곡물 흐르는 소리와 굵은 장대비 소리만 가득합니다.
마음의 빗장을 풀고 바라보는 자연은 숭고한 선물을 내어 놓고
우리를 안아주고 다독여 줍니다.
밤새 내린 비로 나무 잎사귀마다
풀잎마다 꽃잎마다 푸르게 세수를 하고 맑은 인사를 합니다.
여행자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의 계절을 살다
스러지는 저 들판의 꽃처럼 풀잎처럼
그러므로 우리는 언제나 이름없는 여행자가 됩니다.
길을 떠나든 지금 여기에서 머물든...
양산 토곡산 자락의 원동 자연휴양림, 산림욕장안에서 온전하게
자연인이 되어 바라보는 시선은 온통 초록이고
우리의 대화도 우리의 웃음도 산중처럼 푸르고 맑았습니다.
챙겨야할 그 무엇도
해야할 그 무엇도 없이 그져 나누었습니다.
물과 나무와 먼숲이 건네는 바람과
더 먼숲이 건네는 고요와 평화 그리고 사람의 눈길이 건네는
따스함까지 나누고 보태고 상냥해져 돌아왔습니다.
여행이 주는 것은 모든 것들과의 아름다운 소통임을 다시 느껴봅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아름답다는것을...
간소하게 준비하고 소박하게 보낸 휴가,
깊이를 잴수 없는 즐거움과 함께 가족들의 소중함과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이고 더러는 아픔이지만
살아갈 에너지라는 것을 인식합니다.
자분 자분 쉼을 얻고 돌아와 이제 내 자리에 앉았습니다.
사는게 꿈결같다하지만 벌써 다른세상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듯 합니다.
작은 들꽃 - 조병화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너나 나나 이 세상에선 소유할 것이 하나도 없단다
소유한다는 것은 이미 구속이며
욕심의 시작일 뿐
부자유스러운 부질없는 인간들의 일이란다
넓은 하늘을 보아라
그곳에 어디 소유라는 게 있느냐
훌훌 지나가는 바람을 보아라
그곳에 어디 애착이라는 게 있느냐
훨훨 떠가는 구름을 보아라
그곳에 어디 미련이라는 게 있느냐
다만 서로의 고마운 상봉을 감사하며
다만 서로의 고마운 존재를 축복하며
다만 서로의 고마운 인연을 오래오래
끊어지지 않게 기원하며
이 고운 해후를 따뜻이 해 갈 뿐
실로 고마운 것은 이 인간의 타향에서
내가 이렇게 네 곁에 머물며
존재의 신비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짧은 세상에서 이만하면 행복이잖니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너는 인간들이 울며불며 갖는
고민스러운 소유를 갖지 말아라
번민스러운 애착을 갖지 말아라
고통스러운 고민을 갖지 말아라
하늘이 늘 너와 같이하고 있지 않니
대지가 늘 너와 같이하고 있지 않니
구름이 늘 너와 같이하고 있지 않니
첫댓글 감사합니다--()
가족들과 아름다운 여름휴가를 보내고 오셨네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
소박하게 다녀왔습니다.
먹을것 준비해가고
적게 먹는다는 마음으로 다소 소홀하게 준비해간덕에
가족들도 소식하고 그랬습니다.
한결 바람이 선선해졌습니다. 평안하세요.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나는 듯한 느낌이 와 닿습니다.
이런 행복 누리신다고 그만 돌아오시라고 징징 그려도 그곳에서 "쿡"
하고 계셨군요 잘~다녀오신 티 팍팍 남미데이 ^^
텐트에 쿡한것이 아니라 계곡에 풍덩했습니다.
내키보다 깊은 물속에서 오랜만에 아이들과 물장구도 치고
다슬기도 잡고 근데 다슬기 잡아 수제비끓일때는 마음이 편치않았습니다.
에궁 그래도 맛나게 먹었으면서...
청향님 언제 기회되면 같이 갈래요?
뜻깊은 시간이였네요.
역시 휴가는 계곡입니다.
미루나무님 감사합니다.
윗지방은 여기보다 더 더운가요?
여름은 여름이니 더워야 한다지만 유난히 더운 여름이였지요.
곡식이 햇살에 단맛을 낼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