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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는 돌궐이지. 돌궐은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놈들이지만, 돌궐은 우리 손 안에 있어. 내게는 돌궐을 구슬려 거란과 말갈, 고려, 해 등을 제어할 방안이 서 있다.”
“저도 어마마마의 장담이 사실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이것 한 가지는 잊지 마셨으면 해요.”
“이것 한 가지가 뭐냐?”
“두고 보세요. 머잖아 고려는 재흥할 것입니다. 불과 수십 년 전, 천개소문(연개소문)이 끼친 환난을 잊지 않으셨겠죠?”
“너는 마치 의기 장렬한 고려의 신민 같구나.”
그 때 마침 시비가 두 사람의 입실을 알렸다.
“어서 데리고 들어오라.”
무 태후의 명에 잠시 후 고조영과 미시아가 실내로 들어왔다. 두 사람은 무 태후와 이단, 이영월에게 차례로 절했다.
조영과 미시아는 이단과 태평공주의 모의로, 심문소를 빠져나와 황제 이단의 처소에 숨어 있다가, 이단의 지시에 따라 현장에 출두한 것이다.
“어서 자리에 앉게.”
무 태후가 조영과 미시아에게 착석을 권했다.
“황공하옵니다.”
“내가 두 사람에게 요청하고 싶은 게 있네.”
무 태후가 조영과 미시아를 번갈아보며, 뜸을 들였다. 장내 모든 이들의 시선이 무 태후의 낯에 집중되었다.
“두 사람이 혼인하게.”
“···?”
조영과 미시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태평공주도 마찬가지다. 이단만이 무표정하게 고조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조영 장군이 미시아를 아내로 맞으라는 얘기네.”
순간 장내는, 무 태후의 뜬금없는 말에 정적이 감돌았다. 한참 후 고조영이 침묵을 깼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하오나, 저는 이미 밝힌 대로, 어릴 적에 정혼한 여인이 있어서, 불가불 폐하의 말씀을 받아들이기가 어렵사옵니다. 용납하소서.”
또 다시 좌중은 입을 닫아건다. 무 태후가 이단을 슬그머니 쳐다보았다. 이단은 못 본 척 딴전을 피우고 있다.
“고 장군의 부왕이 내게 국서를 보내왔네.”
고조영과 미시아가 좀 놀란 표정으로 무 태후를 바라다보았다.
“미시아가 본국에서 태자비 물망에까지 오른 적이 있다는구먼. 그 정혼녀는 혹시 미시아가 아닌가?”
“그건 소인이 알지 못하옵니다.”
“자네가 미시아와 혼인하기 원치 않는다면, 난 미시아를 후궁에 들이고 싶은데, 자네 의견은 어떤가?”
조영이 잠시 숙고하다가 대답한다.
“태후마마께서 그녀의 주인이시니 마마께서 미시아 아가씨의 신상을 결정하시든지 아니면 미시아 아가씨의 의견을 한 번 물어보시는 것이 낫지 않을는지요?”
무 태후가 미시아를 돌아보며 묻는다.
“네 의향은 무엇이냐?”
미시아가 대답하기 전 침묵을 지키고 있던 이단이 갑자기 입을 연다.
“난, 지금 있는 여자들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건 후궁들을 가리키는 말로서 미시아를 원치 않는다는 뜻이었으나, 달리 들으면 그의 모친 무 태후의 섭정에 관한 불만의 토로처럼 간주될 수도 있었다. 매사에 신중하고 언제나 양보하며 보신에 각별히 유의하던 이단치고는 좀 위험한 언사다.
총명한 조영은 이단의 내의內意를 알아차렸다. 이단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만사는 무 태후의 의사에 따라 결정된다는 함의가 그의 언중에 있었다. 무 태후가 이단의 낯에서 뭔가를 캐려는 듯 유심히 살펴보다가 미시아에게 눈을 돌렸다. 무 태후의 표정이, 미시아의 발언을 요청하고 있었다.
미시아가 다소 저어하는 태도로 입을 연다. “마마, 예전에도 말씀드렸듯이, 마마께서 만세를 사실 동안, 곁에서 모시다가 함께 늙어 죽는 것이 저의 염원이옵니다. 윤허해 주소서.”
“말은 갸륵하다만, 그게 너의 본심이란 말이냐?”
“그러하옵니다, 마마.”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은 고조영 장군이 아니더냐?”
무 태후가 입가에 이상한 웃음을, 여름 날 엿가락 녹듯 흘리며 미시아를 정면으로 주시했다. 바늘로 곪은 상처를 툭 터뜨리듯 정곡을 찔린 미시아가 속으로 움찔했으나 겉으로는 태연자약하게 대꾸했다.
“마마, 옛날에는 진정 그러했사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옵니다.”
“그 옛날이 언제냐?”
무 태후가 말꼬리를 잡고 늘어졌다. 미시아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을 찾았으나 쉽게 나오지 않았다. 간신히 몇 마디 토해냈다.
“작년 연말 즈음 영주에서 처음 만났을 때입니다.”
미시아는 무 태후가 자신과 조영의 관계를 고구마 줄기 캐듯 캐내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정신을 빠짝 차린 채, 실언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럼 지금은 왜 마음이 바뀌었느냐?”
“그건 마마께서도 이미 잘 알고 계시옵니다.”
그녀의 말인즉, 얼마 전 적취지 연회 후에 서원의 춘락원春樂院에서 잠을 자다 봉변을 당해 이제는 감히 고조영을 사모할 수 없게 되었다는 뜻이다.
무 태후의 입에서, 흐르던 물줄기가 끊어지듯 말이 중단되었다. 이단이 무 태후를 향해 무언가를 말하려 할 때, 밖에서 이단을 시종하는 내시의 헛기침 소리와 목소리가 들려왔다.
“폐하! 아뢸 것이 있사옵니다.”
“무어요?”
이단이 대답했다.
“송막도독 이진충의 딸 이루하가 황태후 폐하를 알현하고자 궁을 찾아왔사옵니다.”
이단이 무 태후의 얼굴을 쳐다보자 그녀가 대답했다.
“이리 데리고 오도록 하게.”
무 태후는 대답 후 아들 이단의 표정을 살피다가 물었다.
“이루하와 그녀의 비자 여미아도 대단한 미녀들이지. 자네가 일찍이 달밤에 적취지에서 보았을 터인데?”
“하하하! 소자도 보았사옵니다. 그런데 그들을 이리로 데려오라는 어마마마의 의중이 무엇인지 불민한 소자가 헤아릴 수 없사옵니다.”
갑자기 이단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그날 밤은 달빛과 등불이 있었지만 어두워서 얼굴들을 잘 감상할 수 없었겠지. 오늘 아직 낮이 밝은 동안에 다시 한 번 그녀들의 낯을 잘 익혀두게. 나중에 혹시 알겠는가? 그녀들이 궁 안에 들어올지도.”
무 태후는 무슨 심보였는지, 야릇한 말들을 지껄이며 이단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소자가 오늘 홍복을 받아 천하의 가인佳人들을 죄다 구경하게 된 것은, 어마마마의 크신 은덕인 줄 아옵니다.”
이단이 무표정하게, 생뚱맞은 대답을 했다. 무 태후의 낯빛이 잠깐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졌다.
조금 있으니, 태후의 비자가 두 처녀를 데리고 들어왔는데, 그녀들이 방안에 도착하는 순간, 갑자기 구름에 가렸던 해가 다시 얼굴을 내민 듯 분위기가 환해졌다.
실내로 들어온 이루하와 여미아가 차례로 무 태후와 황제 이단에게 절했다.
“어서들 일어나게. 무슨 용무로 나를 찾아왔는가?”
무 태후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루하를 향해 물었다.
“폐하, 그건 소녀의 여종 여미아가 폐하께 주청할 것이 있다고 해서 데리고 온 것이옵니다.”
무 태후가 두 눈에 날카로운 빛을 띠다가 눈빛을 고치며 말했다.
“일전에 태평공주가 그대들 두 사람의 자유로운 궁내 출입을 허용해 달라고 부탁했었는데, 오늘 두 사람이 감히 이곳 황제의 별전까지 오게 된 것은, 실로 공주의 부탁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네.”
무 태후는 자신의 선심을 알아달라는 듯 헛기침을 몇 번 한 후 여미아에게 물었다.
“그래 무슨 부탁할 일이 있어서 나를 찾았는가?”
“마마, 저의 자매 어처 극시아를 불쌍히 여겨달라고 간원하기 위해 찾아왔사옵니다.”
여미아가 단도직입적으로 심사를 털어놓았다.
“그녀는, 여기 있는 고 장군과 불미스런 일을 일으켜 내가 잠시 별실에 가두어 두었네.”
“마마, 사실이 그러하다면 어떤 벌을 받아야 하는지요?”
“무거우면 자진自盡형이고 가벼우면 궁외 추방이네.”
“마마, 소녀가 한 말씀 올리는 것을 용서하소서.”
여미아가 다시 꿇어 엎드렸다.
“···?”
“마마, 극시아는 임장청 대인의 외손녀이고 임장청 대인은 후고려의 개국공신이자 후고려왕의 총신인 것으로 아옵니다. 하오나 극시아가 후궁에 들어온 것은, 순전히 태후마마의 하해와 같은 배려 때문이었사옵니다. 그것은 대당과 고려의 안위와 평안을 위한 것이온데, 이제 극시아에게 벌을 가하시면, 함께 연루되었다는 고조영 장군도 화를 면치 못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대당과 후고려의 관계는 크게 냉각될 것이옵니다.”
여미아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천천히 이었다.
“지금, 후고려 임금이, 많은 고토를 잃고 마치 새끼 빼앗긴 암콤처럼 격분해 있음에도 장자인 고조영 장군과 개국공신의 외손녀들을 마마께 맡기신 것은, 대당에 살고 있는 고려백성들의 안위와 양국의 화해를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소녀는 믿고 있사옵니다.”
여미아의 음색이 더 간절해졌다.
“그러하오니, 이번 한 번만 너그러이 용서하시면, 고 장군은 마마의 은덕에 감격해 더욱 깊은 충정으로 대당과 마마를 섬길 것이고, 극시아도 역시 여기 계신 폐하(이단)의 낯을 보아 관대하게 대해주신다면, 마마께서도 홀가분해지시고 폐하께서도 기뻐하실 것이며, 이 소녀의 어린 가슴도 천근만근의 짐을 내려놓은 듯 가벼워질 것이옵니다. 마마, 부디 소녀의 간청을 외면하지 마소서.”
여미아의 말은, 그 내용이 지극히 평범했으나 그 어조와 언어에서 흘러나오는 이상한 호소력이 사람의 심장을 뒤흔들고 가슴 속에서 긍휼지심이 일어나게 했다.
무 태후는 여미아의 낯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가 속으로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 젊은 여인은 어째서 사람의 마음을 이토록 뒤흔들어 놓는 마력을 지니고 있는가? 이것이 혹시 천하의 요물이 아닐까? 살려두어서는 안 될, 일신과 나라를 망치게 할 경국지색의 요물이 아닌가 말이다.’
내면에 이런 의문이, 마치 촛불을 끈 후의 연기처럼 갑작스레 솟아올랐음에도 겉으로는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자네의 간곡한 요청이 그렇다면 나도 고려해 보겠네. 하지만 고 장군이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먼.”
무 태후가 고조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조영은, 무 태후의 낯을 보고 자기의 체면을 세워달라고 암묵적으로 지시하는 것 같은 압력을 느꼈지만, 굽히지 않고 대답했다.
“황태후 폐하, 소신은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정직과 진실, 순결을 삶의 좌표로 삼고 살아왔사옵니다. 어처 극시아 마마와의 얽힘은, 소신의 생에 있을 수 없는 수치이옵니다. 소신이 이런 일을 가장 싫어하고 혐오한다는 사실은, 여태까지 저를 보아오면서 황태후 폐하께서도 익히 깨닫고 계시리라 믿사옵니다. 이 사건의 이면에는 소인들을 해치기 위한 어떤 음모가 반드시 도사리고 있을 것이오니, 그것을 감안해주소서.”
무 태후가 불쾌한 낯으로 대꾸했다.
“그렇다면 누가 감히 이런 몹쓸 음모를 꾸몄단 말인가?”
“소신은 알 수 없사오나, 저희를 미워하는 사람들의 짓일 것으로 추측하옵니다.”
“누가 감히 내 목전에서 그대들을 미워한단 말인가?”
“그들은 소신들이 폐하께 신임 받는 것을 질투하는 무리이든지, 아니면 대당과 고려, 두 나라의 평화를 해치고 두 나라가 서로 싸울 때 어부지리를 얻고자 하는 자들일지도 모르옵니다.”
조영은 터놓고 말했다. 말을 빙빙 돌리거나 계략을 꾸밀 줄 모르는 조영의 우직한 발언은, 무 태후가 오히려 믿음직스럽게 생각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이 사건의 배후는 무 태후 자신이었지만, 무 태후는 조영의 말을 듣고 보니, 자신이 영주에서 수모를 겪고 그로 인한 분기 때문에 임장청과 고승의 무리를 뿌리 채 뽑아버리고자 하는 심모心謀가, 대국을 그르치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느껴졌다.
그 때 일만 회상하면 속에서는 불길이 치솟아 올랐으나, 그녀는 울화를 억누르고 헤아려 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토번이나 돌궐이 변경을 자꾸 괴롭히고 돌궐은 동도 낙양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정주定州(하북성 정주시)까지 내려와 노략질을 해대니 불안하기 짝이 없는데, 만일 후고려가 돌궐이나 신라와 손을 잡고 당나라를 향해, 나라 망하게 한 원수를 갚으려 국운을 걸고 군사라도 일으킨다면 이건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었다.
무태후도 태종 황제의 후궁으로 있던 젊은 시절, 고려의 대막리지 연개소문이 끼친 환난을 경험해 보았으므로 고려가 얼마나 사나운 존재인가를 익히 알고 있었다.
그 때 태종은 안시성 싸움에서 양만춘의 화살에 눈을 잃고 후퇴해야 했다. 이에 연개소문은 안시성주 양만춘의 기병들과 오골성주 추정국의 기병들로 하여금 퇴각하는 당나라 군사들을 바람같이 추격하게 하고 자신은 길을 앞질러가 태종을 기다린다. 이를 전해들은 태종 이세민이 눈물을 흘리며 사자를 보내 화해를 구걸하니, 연개소문은 이를 받아들이고 당당히 장안성까지 입성해 태종과 화친의 조약을 맺었었다<태백일사/고구려국본기>.
그 결과 조선의 옛 영토, 유주 북경 근방을 포함한 지금의 하북 산서 산동 및 회대淮岱 지방(태산과 회하 유역 중국동해안 평원지대)의 많은 부분이 고려로 귀속되고 발해군 하간현河間縣에는 고려성까지 개축되어, 고중상이 그 성을 맡았었다. 물론 그 후 고려가 망하면서 이 땅은 다시 당나라로 들어갔지만 말이다.
그 때 일을 회상하면 무 태후는 지금도 두려움과 부끄러움이 일어나 얼굴이 화끈거렸다. 무 태후는 못이긴 척 슬그머니 양보하며 자신의 하해와 같은 자비를 나타내기로 작정했다. 하지만 반역자에 대한 엄한 형벌이 무엇인지를 역력히 보임으로써 자신의 위엄과 체면을 세우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일이다. 그 일은 요행히도 적시에 전개된다.
무심한 눈길로 창문 밖을 바라다보고 있던 무 태후가 자신의 시비를 불러 명했다.
“어처 극시아를 이리 데려오도록 하라.”
얼마 후 어처 극시아가 초췌한 몰골로 현장에 나타났는데, 그녀는 장내에 황제 이단뿐만 아니라 태평공주와 이루하, 여미아, 미시아, 고조영 등 여러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몹시 놀라는 눈치였다. 그녀가 엎드려 태후에게 절하자 무태후가 짧게 말했다.
“내가 너의 실행을 잠시 용서하기로 했다. 두고 보겠다.”
극시아가 울먹거렸다.
“마마의 하해와 같은 은덕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옵니다.”
곁에서 그 광경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던 이단이 입을 열었다.
“극시아, 그대는 나의 어처요. 나도 그대의 실행을 용서하오.”
극시아는 억울한 심정에 얼굴을 들지 못하고 울음 섞인 음성으로 말했다.
“폐하의 너그러운 은총을 가슴 깊이 새기겠사옵니다.”
“어서 일어나시오.”
이단은 한 마디 털어놓고 무 태후에게 말했다.
“어마마마, 오늘 소자가 어마마마께서 찾아오실 줄 알고 조촐한 잔치를 마련했사온데, 이제 저녁이 가까워오니 부디 소자의 낯을 외면하지 말아주십시오.”
그 때 주변의 대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잔치치고 좋은 잔치가 없다는데, 설마 나쁜 잔치는 아니겠지?”
“나쁜 잔치인지도 모르죠.”
이단이 가볍게 내뱉으며 덧붙였다.
“지난 번 적취지 연회에 어마마마께서 저를 초대해주셨으므로 그에 대한 답례도 올릴 겸, 이 어여쁜 처자들의 얼굴도 다시 볼 겸 준비한 자리이옵니다.”
“하지만 어찌 하필 이 깊은 금중禁中의 처소···.”
무 태후가 여기까지 말하다 입을 다물었다. 무 태후는 예종 이단을 별관에 두고서 자유로운 바깥출입을 자제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 이단의 시종이 와서 식사준비가 끝났음을 알렸다.
“그렇다면, 적취지 연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을 죄다 부르는 게 좋겠네.”
무 태후가 고쳐 말했다.
“그게 좋겠습니다.”
이단이 시원하게 대답하고 무 태후에게 물었다.
“어마마마, 소자의 생일이 언제인지 알고 계시는지요?”
“유월 스무이튿 날이지. 그런데 그건 왜 묻는가?”
예종 이단은 662년 6월 22일생으로서 당년 스물다섯 살이었다.
“황공하옵니다. 제 생일은 아직 멀었지만,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지난 적취지 연회도 회의대사의 생신연이었으니만큼 오늘의 조촐한 잔치도 소자의 생일연이라고 알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언제 우리가 이렇게 모일 날이 또 있겠습니까?”
오랜만에 태평공주가 입을 열었다.
“그래요, 오라버니. 오늘은 고조영 장군과 극시아, 여미아 등도 마음의 짐을 벗은 홀가분한 날이니, 다들 울적한 기분을 풀었으면 좋겠어요.”
무 태후는 비자에게 지시해, 이해고와 연헌성, 무유서, 이기원, 이기창, 회의대사 등도 죄다 불러들였다.
(다음장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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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
2024. 11. 22. 늦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