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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만찬] 조은정 - 시놉시스
신들의만찬. (가제)
1. 극본 조은정 / 연출 이동윤
2. 형식 주말특별기획 32부작 (2012년 1월 방송 예정)
3. 기획의도
가) 하나의 운명 두 명의 여자.
누군가 나를 대신해 내 이름으로 내 인생을 살고 있다면?
누군가 내가 평생 지키고 일궈온 인생의 주인이라며 내 자리를 내놓으라면?
어디서 성장하든 결국 제집을 찾아 돌아오는 연어처럼, 운명과 인연 속에서 서서히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인주.
삼신할미가 이미 정해놓은 운명도 노력으로 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며 끈질 기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또 하나의 인주.
이 드라마는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천재적인 요리능력을 바탕으로 무섭게 성 장하는 준영, 어머니를 닮고 싶은 바램과 준영을 이기고 싶은 욕망으로 극 한의 노력을 보여주는 인주가 전통한식을 배경으로 자신의 자리를 찾으며 운명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나) 인생엔 누구나 한 번쯤 목숨을 걸고 얻고 싶은 게 있다.
최고가 되겠다는 꿈을 위해 쉼 없이 도전하는 준영 vs 인주
한 여자의 행복을 위해선 모든 걸 버릴 수 있는 도윤 vs 재하
1인자의 자리를 얻기 위해 평생을 걸고 싸워온 도희 vs 백설
그들은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기다리지 않는다. 가끔은 반칙도 하고 심각 한 부상을 입기도 하지만 능동적으로 경쟁하며 치열하게 싸운다. 솔직하게 욕망을 드러내며 대결하는 이들의 뜨거운 열정은 보는 시청자들에게 대리만 족을 선사할 것이다.
다) 현재 전세계의 음식은 하나의 문화로 인정받고 있는 추세이다. 이미 프랑스, 지중해식 요리, 멕시코 요리가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가 되었고, 건강과 웰빙 을 바탕으로 차세대 블루칩으로 꼽히는 우리의 전통한식 또한 그 문화전쟁 에 이미 참여중이다.
한 번 먹으면 그대로 맛을 낼 줄 아는 타고난 미각과 소유자 준영. 천재적 인 재능은 없지만 체계적인 교육과 준영을 이기고 싶은 욕망으로 거칠 게 없는 인주. 두 사람 중.. “아리랑”의 진정한 주인은?
우리나라 전통 궁중 음식의 메카인 가상의 “아리랑” 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주인공들의 멋진 대결. 이제, 아리랑을 차지하기 위한 그녀들의 불꽃 튀는 배틀이 시작된다.
* 아리랑* 삼청동에 위치한 우리나라 최고의 국립 전통한식 교육기관 및 국내외인을 위한 전통한식점으로서 국가적 큰 행사는 모두 이 곳에서 행해진다.
혹자는 아리랑을 두고 조선 최고의 수랏간이 부활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4. 등장인물
고준영 (26)
"22년 만에 찾은 하인주라는 이름, 하지만 그 자리엔 이미 다른 사람이 있다.“
한번 맛보면 똑같이 만들어내는 절대미각과 기막힌 재주 덕에 이 미 면목동 근방의 식당들을 평정한 “다운 식당” 수석주방장이다.
음식 먹고 튀는 놈은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밥값을 받아내고 마는 다혈질이지만,
불쌍한 노인들에겐 월급인상을 포기하면서까지 밥을 대접할 만큼 측은지심의 지존이기도 하다.
죽을 만큼 힘들거나 외로우면 장소불문하고 신나는 댄스음악을 고 막이 터져라 부르고,
좋은 일이 생기면 꼭 사진 찍고 다이어리에 기록하며 행복을 사재기 해둔다.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이후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믿는 그녀가 사는 방법이다.
홍콩에서 만난 재하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가 같이 전통한식 전수를 받고 있는 친구의 약혼자라는 사실을 알고 괴롭다.
결국 인주의 모함으로 비참하게 아리랑에서 쫓겨난 준영은
친모 도희의 라이벌인 백설의 수제자가 되어 다시 한 번 설욕을 다짐한다.
☞ 어릴 적, 근사한 인형의 집을 갖고 있던 짝꿍 이후 처음으로 부러운 친구가 생겼다.
존경하는 스승님을 엄마로 갖고 태어나고, 짝사랑하는 재하를 약혼자로 둔 인주가 만약 나라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꿈이 어느 날 현실이 되었다. 사실은 내가 하인주라니......
그 자리를 되찾기엔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끝까지 나를 인정하지 않는 그 아이를 용서할 순 없다.
하인주라는 내 이름을 찾고 날 기억 못하는 엄마에게 자란 존재를 보여주기 위해서도 꼭 아리랑의 주인이 될 것이다.
하인주 (26) 도희의 딸.
“1985년 10월 31일생 이연우.. 내가 태어난 날찌와 이름이다.
그리고.... 22년이 지난 지금, 난 1986년 12월 24일생 하인주로 살고 있다.
어린 시절.. 유일한 가족이었던 엄마를 잃은 날, 운명적으로 도희를 만나면서 죽은 인주를 대신해 도희의 딸로 살아간다.
전통한식기능보유자인 엄마 도희의 뒤를 이을 유일한 수제자.
도희를 닮아 언제나 백조처럼 우아하고 단아한 모습으로 남들 앞에선 절대 중심을 잃는 법이 없고,
도희로부터 물려받은 듯한 외모와 실력, 화목한 가족, 완벽한 미래의 남편까지....
세상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그녀가 사실은 얼마나 피 말리는 전쟁을 치르며 살아 왔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우리 인주 엄마를 참 많이 닮았네.."
이 소리를 듣기위해 지난 22년 간 죽을힘을 다해 노력했다.
그렇게 지켜온 하인주라는 이름인데 어느 날 웬 여자가 내 자리의 진짜 주인이라며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넘본다.
삼신할미의 실수로 잠시 우리들 자리가 엉켰지만 22년간 이 이름과 자리를 지켜온 건 나다. 내가 진짜 하인주다.
김도윤 (30) 백설의 아들.
"날 좋아해 달란 거 아냐. 넌 그냥 가만히 있기만 하면 돼.“
7년 전, 어머니의 수술 거부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어머니와 관계된 모든 걸 버리고 집을 나왔다.
돈 없어도 하룻밤 정도는 얼빠진 여자에게 숙식 제공 받을 수 있는 비주얼과 맞을 말만 골라 해도 살아남을만한 싸움실력이
지금 유일한 재산이다. 그냥 하루하루 내키는 대로 살며 내일도 희망도 없던 남자가 준영을 만나 조금씩 달라지더니
급기야 아리랑의 허드렛일 보조에서 냉철하고 유능한 사업가로 변신,
준영을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벌이던 재하와 사업적으로도 라이벌이 된다.
☞ 우연히 TV에서 본 엄마라는 여자는 소원대로 승승장구하여 매스컴에서 인터뷰를 요청할 만큼 명예와 부를 한꺼번에 쥐었다.
“제 아들이요? 파리에서 유학중이에요. 딸이 없어서 그런가? 워낙 다정한 성격이라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전화해서 걱정하고
수다 떠는 통에 귀찮아 죽겠어요”
여기서 얘기하는 아들이 김포 허름한 식당에서 콩나물국밥을 먹고있는 나 김도윤이다.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환하게 웃는 엄마라는 여자의 얼굴을 본 순간 내가 발길을 옮긴 곳은 “아리랑” 이다.
자신의 천적이자 평생의 라이벌.... 도희 밑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내 얼굴을 본 백설여사의 표정,.. 진짜 혼자보기 아깝다.
처음엔 그 여자의 표정만 보고 나가려고 했다. 어떤 이유로든 어머니와 부딪치는 일은 달갑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고준영 그 여자가 이상하게 내 발길을 무겁게 한다.
이 여자가 원하는 건 다 해주고 싶다.
이게, 나를 쳐다봐주지도 않는 그 여자가 바라보는 놈과 비슷해지기 위해 죽기보다 싫은 엄마에게 무릎을 꿇고,
아버지 목숨을 대신한 이 거지같은 회사를 맡은 이유다.
최재하 (31) 건축 설계사. 인주의 약혼자.
"하인주 그녀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맺어진 운명이었다.
MIT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그 해 대한민국 건축대전 건축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수재로 훈훈한 외모, 안정된 집안..
이 정도면 잘난 척 할만도 하련만 인성까지 흠잡을 데 없으니 옆에 있으면 괜히 신경질 나게 하는 위인이다.
상냥하고 부드러운 성격 탓에 검도, 수영 산악자전거를 즐길 만큼 만능 스포츠맨에
지독한 승부욕까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흔 치 않다.
타고난 친절함으로 가끔 바람둥이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사실은 집안에서 맺어준 인주에게 더없이 성실하고 다정한 남자다.
☞ “재하 오빠가 제일 좋아” “난 이담에 오빠랑 결혼 할 거야”
가족 모임 때마다 조르던 4살 꼬마가 22년 후, 정말 내 약혼녀가 될 줄이야...
어른들 말처럼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준영을 만나기 전까지는...
마음먹은 대로 하지 못한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준영을 만난 후 자꾸 생각과 행동이 어긋난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준영의 집 쪽으로 옮기는 이건.. 내가 아니다.
운 좋게도 노력에 비해 꽤 많이 갖고 태어나서 한 번도 누군가를 부러워 해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준영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고, 그녀 옆에 마음대로 있을 수 있는 김도윤 저 녀석이 지금은 너무 부럽다
성도희(50대) 인주 모.
현 전통한식 기능보유자이며 “아리랑” 대표를 맡고 있다.
22년 전, 자신 때문에 딸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기억을 잃어버린 채, 우연히 만난 어린 연우를 인주로 알고 평생 산 다. 전통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대단하고 언제나 품위와 기품 이 넘치지만, 단 한 사람. 백설에게만은 예외다. 함께 전통한식을 전수 받았지만 세계화라는 명목으로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백설은 대놓고 무시한다.
재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자신과 닮은 준영에게 왠지 정이 가 수 제자로 들이지만, 오해로 인해 내치게 되고.. 그 후, 준영이 백설의 수제자가 됐다는 사실을 알고는 완전하게 돌아선다. 준영을 이겨 인 주를 아리랑의 주인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 다.
그러나 대결 중, 사실은 준영이 자신의 친딸임을 알게 되고.....
백설(50대) 도윤 모. 대한민국 최고의 식품회사 (주) 사나래 회장.
도희와 함께 선노인의 손꼽히는 수제자였으나, 기능보유자 시험에서 탈락, 평생 도희에게 2인자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비록 도희에게 기능보유자 자리는 빼앗겼지만 탁월한 사업수단으로
전통음식을 상품화시키는데 성공, 사업 첫 해 10개국에 수출하는 성 과를 이뤄냈다. 단기간에 대한민국 최고의 회사라는 위업을 달성한 철의 여인. 기능보유자로서 전통을 고수하고 지키려는 도희와는 달 리 시대와 장소에 맞게 적당히 변형시켜 한식 세계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승승장구하는 회사와 다르게 아들 도윤만은 뜻대 로 되지 않지만 별로 상관없다. 부모에게 돈과 힘만 있다면 언젠가 는 찾아오는 게 자식이니까... 그리고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
라이벌 도희에게 버림받은 준영을 수제자로 삼으면서 도희에게 설 욕할 수 있는 후일을 기약하는데.. 아리랑의 후계자를 찾기 위한 대 결이 열리자 가진 인맥과 능력을 총동원에 준영을 지원한다. 이번만 큼은 절대 질 수 없다.
후에, 도윤이 사랑하는 준영이 사실은 라이벌 도희의 친딸임을 알고
자신의 야망을 위해 수양딸을 삼으려고 하는데..
하인우 (32) 도희의 아들.
살아온 32년 동안 세 명의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사랑하는 여동생, 베스트 프렌드와 결혼한 첫사랑, 신혼여행에서 돌 아오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내 친구.
친구의 죽음 후 도망치듯 해남으로 내려가 보건소에서 환자들을 돌 본다.
이미 적자로 돌아선 작은 화실을 운영하며 힘들게 살고 있는 첫사 랑. 그리고 가장 사랑했던 친구 녀석의 아들..
두 사람을 보호자라는 명목 하에 도와주지만. 연민으로 시작된 마음은 사랑 으로 변한다. 아직도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영주. 어머니 의 반대....... 앞이 캄캄하지만 더 이상 물러나는 일은 없다. 또다시 만약이란 놈을 앞세워 후회하고 싶지 않으니까.
이영주 (32) 인우의 첫 사랑.
조용하고 차분한 천상여자다.
신혼 초 일찍 남편을 잃고, 아들 찬이와 함께 작은 화실을 운영하며 살아간다. 남편이 죽은 지 8년, 이제는 단지 찬이 엄마라는 이름만 남아있을 뿐.. 남편이 죽던 날, 꿈도 사랑도, 여자로서의 인생도 모 두 끝났다고 생각 했다. 인우의 마음을 애써 모른 채 하지만 어느 순간 남 편보다 인우의 자리가 크다는 걸 깨닫고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하영범 (50대) 도희 남편. 서울 명문대 사학과 교수.
무뚝뚝한 듯 하지만 속정이 깊은 우리네 아버지다.
아내가 기능보유자가 된 후로 교수 하영범 이외에 누구의 남편이란
타이틀이 따라다니지만 오히려 아내를 자랑스러워하며 전폭적인 외 조를 해준다.
지금 키우고 있는 인주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 아이의 학
교 졸업식, 생일, 약혼식등 특별한 날이 되면 친딸 인주가 생각 나 가슴 한 쪽이 서늘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시체를 발견하지 못했으 니 어딘가에 살아 있을거라 굳게 믿고, 22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주 를 찾고 있다.
후에, 딸이 죽음에 이르게 된 이유가 아내의 부정 때문이란 사실을 알게 되고, 충격에 휩싸이는데..
선노인 (70대) 재하의 할머니이자 무형문화재 조선왕조 전통한식 명예 기능보유자.
우리나라 전통한식의 체계를 잡은 장본인으로서 수많은 제자를
길러냈고, ‘아리랑’ 의 대표 자리에 있는 동안 음식을 통한 문화
사절 노릇을 톡톡히 했다.
기증보유자로서 30년을 살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도희에게 자리
를 물려주고 지금은 서울 근교에서 장을 담그며 소박하게 도인처럼
산다.
평소엔 소박한 차림새와 허허 실실 소탈한 말투로 시골할머니와 다 름 없지만, 음식 앞에선 평생 전통음식을 지켜온 장인으로서의 포스 를 뿜어주신다.
처음 준영의 재능을 발견하고 전통한식의 길로 들어서게 한 장본인.
자신이 길러낸 수제자 도희와 백설을 뛰어 넘는 새로운 피를 찾기 위해 아리랑의 진정한 후계자를 뽑기 위한 대결을 제시한다.
성다운 (26) 준영의 친구. 태권도 사범.....
학창시절, 껌 좀 씹었던 알아주는 언니로 통했지만
불에 달궈진 연탄찌개로 엄마한테 제대로 맞은 후, 유일한 재능인 싸움을 직업으로 승화시킨다.
정 많고 의리도 있는 나름 괜찮은 여잔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 는 불같은 성격이 문제다.
아는 화장품은 베이비로션, 옷장 속엔 트레이닝복 세 벌이 전부인 그녀가 갑자기 여자가 되고 싶어 한 까닭은?
다운 모 (50대) 딸 다운을 혼자 키우며 작은 기사 식당을 운영한다.
준영 양부가 준영을 데리고 아랫방으로 이사 올 때부터 혼자 준영 양부를 짝사랑했었다.
준영 양부가 죽은 후에도 혼자가 된 준영을 딸처럼 예뻐하고 아낀다.
요리에 관해선 희안한 재주를 가진 준영 덕에 매상에 도움을 톡톡히 받고 있다. 좀 시끄럽긴 하지만 정이 많다.
최성준 (50대) 재하 부, 선노인의 아들. 현재 외교부 제2차관이다.
곧은 성격이지만 부드럽고 따뜻해 많은 사람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어머니인 선노인의 영향으로 전통음식과 문화에 대한 조예가 깊고
외교부에 근무하면서 어머니처럼 전통문화사절이 되기를 꿈꿨다.
어릴 때부터 선노인의 최고 음식만 먹고 자라온 성준의 인생 최대 고역은 아내 선주의 요리솜씨.
태생적으로 미각과 후각을 잃은 듯 내놓는 요리마다 반전이지만 아내를 사랑해서 언제나 내색하지 않 고 말없이 먹어준다.
자신이 어머니만큼 요리를 잘한다고 믿는 선주의 환상도 본인 탓이 기에 할 말 없다.
효자에 애처가라 하루가 참 바쁘다.
오선주 (50대) 재하 모. 사랑스럽고 애교 많은 현모양처.
똑같은 재료로 어쩜 그렇게 맛없게 할 수 없는지..
“신이 버린 미각”을 지닌 여인이다.
시어머니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요리의 대가이지만
워낙 낙천적인 성격이라 별로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상냥한 그녀지만....
어느새 남편과 아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미래의 며느리감 인주에게
절대 주방은 내어줄 수 없다며 일생일대의 의지를 불태운다.
찬이 (8살) 영주 아들.
학교에 입학 할 나이지만 엄마와 홈스쿨링을 하며 집에서 공부한다. 인우를 아빠처럼 좋아하고 따른다.
임도식 (40대) 아리랑 주방장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아리랑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갑자기 나타난 준영이 주방의 체계를 흐리고 아리랑에 적합하지 않
다고 생각, 준영을 오해해 한동안 차갑고 냉정하게 대하며
준영에게 어려움을 준다.
그러나 후에, 준영의 진가를 알게 되면서 준영에게 감화되는데..
그 외 주방식구들
5. 줄거리
history
1986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인주의 4번째 생일이자 전통한식 연구가인 도희가 드디어 스승의 후계자로 인정 (전수교육 조교) 받은 날. 크루즈 여행을 준비한 영범은 가족을 위해 선상에서 파티를 열어주고...
사랑하는 남편과 딸, 개구쟁이 아들 인우까지... 누가 봐도 더 없이 행복한 가족을 보며 도희는 가슴이 벅찬데..
그때, 생일을 맞은 손님을 위한 특별서비스라며 케이크를 직접 내온 크루즈선의 한국인 헤드쉐프. 식구들의 환호 속에 우연히 그의 얼굴을 보고 놀라는 도희..
첫사랑... 이곳에서 그를 만날 줄이야. 이 남자를 위해선 목숨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무서운 아버지의 반대만 아니었어도 자금 내 앞에 저 사람이 앉아 있었을지도.......
술기운과 아픈 첫사랑에 대한 미련으로 아주 잠시 미치게 가슴이 뛰었고... 그날 밤,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첫사랑을 찾은 도희...
그 잠깐의 설렘이 어떤 참담한 결과를 낳을지 정말 몰랐었다.
자다 깨 엄마를 찾아다니다 낯선 남자와 안고 있는 엄마를 발견한 어린 인주.
도희는 이상한 예감에 돌아봤다 소스라치게 놀란다. 인주와 눈이 마주친 것....
4살짜리 어린아이도 어미가 부끄러운 짓을 하는 걸 아는 것일까.
첫사랑 어깨 너머 마주친 인주의 눈빛이 얼마나 차가운지... 그대로 얼어붙어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도희. 정신을 차리고 쫓아나가지만 인주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난간에서 인주의 찢어진 드레스 자락이 발견되는데...
하얗게 질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검은 바다를 멍하니 보다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대로 바다로 뛰어드는 도희를 잡는 영범.
행복했던 가족여행이 그렇게 악몽으로 변해버린 순간이었다.
인주가 없어진지 벌써 4일째.
경찰과 해양수색대까지 동원돼서 찾았지만 거센 바람과 빠른 조류탓에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수사는 4일 만에 종결되고.. 인주는 그렇게 죽었다.
“엄마~ 엄마~ ”
인주의 목소리에 눈을 뜨는 도희. 오열과 혼절을 반복하다 병원에 실려와 의식을 잃었던 도희가 깨서 의아한 표정으로 병실 안을 둘러본다. 분명 가족 여행 중이었는데,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뭔가 지독한 꿈을 꾼 것 같긴 한데 기분만 좋지 않을 뿐 명확치 않았다.
인주는 왜 또 보이지 않는 건지.. 불안한 마음에 인주를 찾으러 나가는 도희.
운명의 아이
그 시각, 바닷가 절벽 앞에 서 있는 어린 연우와 엄마.
평소와는 다르게 무서운 표정으로 말없이 바다만 응시하고 있는 엄마를 겁나는 듯 바라보는 어린 연우. 딸을 위해 낮엔 식당으로 밤엔 밤무대 무용수로 사람 취급 못 받으면서도 열심히 살았는데 결국 돌아온 건 시한부판정.
독해져야 한다. 아무도 책임져줄 수 없는 세상에 혼자 남겨지는 게 어떤 고통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엄마는 딸과 함께 떠나기로 결심을 하고...
충혈 된 눈으로 바라보다 연우의 손을 잡는 엄마.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는 어린 딸 연우,
“무서워 엄마..”
“조금만 참아... 금방 끝날 거야. 미안해, 우리 딸.”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리던 엄마는 이를 악물고 몸을 던지려는데 무의식적으로 온 힘을 다해 엄마에게서 손을 빼는 연우. 순간,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던 엄마는 균형을 잃고 그대로 아래로 추락하고, 엄마를 찾으며 자지러지듯 우는 연우....
인주를 찾아 혼자 바닷가를 헤매던 도희.
“엄마~ 엄마~ ”
인주의 목소리다. 내 딸이, 어린 내 딸이 울면서 나를 찾고 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정신없이 뛰어가는 도희.
엄마를 찾으며 서럽게 울고 있는 인주를 발견하고 꼭 껴안는데..
“인주야, 엄마야.”
“나 인주 아니야! 연우야!”
“우리 인주, 화났어? 엄마라니까.”
“저리 가! 우리 엄마 아니야 우리 엄마 아니야!”
처음 보는 아이를 무조건 끌어안고 인주라며 달래고 있는 도희. 그런 도희가 무서운 듯 악을 쓰며 울어대고 있는 여자아이..
뒤늦게 뛰어온 영범은 처음 보는 여자아이를 인주라 굳게 믿고 달래는 도희를 망연자실해서 바라보는데..
잠시 후, 병실 안에서 잠이 든 도희와 어린아이를 착잡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영범은 아이 주머니에서 비닐로 꽁꽁 싸인 채 떨어진 쪽지를 발견하는데...
언제, 어떤 분이 이 편지를 발견하실지 모르지만 이미 저희 모녀는 이 세상을 떠난 후이겠죠. 어미 잘못 만난 것 말고는 아무 잘못도 없는 꽃 같은 아이입니다. 아이만 혼자 두고 갈 수 없어 그 생명을 제 손으로 거둔 모진 어미지만 감히 부탁드립니다. 누군가 이 아이를 발견하신다면 화장시켜 좋은 곳으로 보내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이 은혜는 지옥에 가서라도 갚아드리겠습니다.
망연히 침대를 바라보는 영범.
천금 같은 딸을 잃고 기억마저 잃은 한 엄마와, 엄마를 잃고 울다 지쳐 잠이 든 작은 여자 아이가 보인다.. 참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처음부터 이렇게 만나야하는 운명이었는지도..........
아내를 살리기 위해, 딸의 죽음을 거부하기로 하고 인주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의 기억이 희미해질 때까지 외국에서 살다 오리라 결심하는 영범.
1986년 12월 28일 내 예쁜 딸 인주가 4일 만에 다시 돌아왔다.
22년 후.......
국립 최대의 전통한식 연수기관이자 최고급 한식당, “아리랑”의 야외정원에선 많은 사람들의 축하 속에서 화려한 약혼식이 시작된다.
어느새 약혼을 앞둔 아름다운 여인으로 성장해있는 연우, 아니 26살 하인주.
이제 그녀는 누가 뭐래도 전통한식 기능보유자인 성도희의 완벽한 딸이자 수제자로서, 엄마의 대를 이어 우리나라 전통한식의 계보를 잇게 될 차세대 재목이다.
지금 이 순간, 세상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인주가 사실은 하루하루 피 말리는 전
쟁을 치르며 살아 왔다 는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미국에서 살던 어린 시절, 오빠 인우와 아빠의 서재에서 공놀이를 하다 액자를 깨뜨린 날.... 그림 안쪽에 숨겨진 여자아이 사진을 보고 직감적으로 그 애가 원래 하인주라는 걸 깨달았다. 아빠가 그렇게 화만 내지 않았어도 그림 안쪽에 숨겨진 여자아이 사진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 후부터였다. 매일 밤마다 사진 속의 여자아이가 돌아오는 악몽을 꾼 것은..
매년, 12월 24일이면 문을 잠그고 서재에 들어가 사진을 보며 울던 아빠.
이날만큼은 다정한 아빠도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우연히 마주친 아빠의 눈이 거긴 내 딸 자리야...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책망하는 듯 보여 고개를 떨어뜨리는 어린 인주.
그때부터 지금까지 누구 대신이 아닌 진짜 인주로 사랑 받기위해 한 번도 일등을 놓친 적 없었고, 부모님 뜻에 어긋나 본 적 없다.
나를 지금 이 자리에 서게 만든 건, 삼신할미도 애꿎은 운명도 아니다..
바로 나, 하인주이다.
그리고 오늘 더욱 인주를 빛나게 해준 한 사람.. 최재하.
인주가 재하를 처음 만난 건 사춘기인 중학교 3학년.. 집안모임에서였다.
소위 집안끼리 이미 약속되어 있던.... 처음부터 만나야 할 인연이었다.
“ 니가 인주구나. 어릴 때도 귀여웠는데 여전히 예쁘네”
다정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 후 인주는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을 생각해 본 적 없다. 긴 시간동안 한결 같이 나를 바라봐 주었고, 한 번도 날 실망시킨 적 없는, 미소가 무척 따뜻한 남자다.
“예비신부가 엄마 닮아서 참하고 예쁘네.”
“신랑 인물은 어디 빠지고? 완전 선남선녀지 뭐야.”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에 재하를 마주보며 환하게 미소 짓는 인주.
한편, 서울일각 다운식당 앞.
“줄을 서시오! 어허... 거기 아저씨! 새치기는 곤란하죠!!”
다운의 교통정리 속에 끝없이 줄 서 있는 사람들. 준영의 야심찬 세 번째 신메뉴..
보양 해장국 대박!
친구 다운네 군식구로 얹혀살던 준영이 다운 식당 주방장으로 변신, 연일 대박을 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맛의 복제다.
유명한 식당일수록 각자 노하우와 비법이 숨겨져 있는 법, 한 번 먹어본 음식은 기가 막히게 똑같이 맛을 내는 준영은 그 맛을 재현해 새로운 메뉴로 재탄생시켰고. 와인 쭈꾸미, 콩나물 국밥, 매실 제육볶음 등, 원조를 능가하는 그녀의 솜씨는 이미 동네를 평정한지 오래.
준영이 처음부터 다운 집에서 앉혀 살았던 건 아니다.
5년 전, 노상에서 장사를 하던 엄마가 뺑소니에 치어 돌아가시기 전까지만 해도 소박했지만 행복한 가족이었다.
엄마의 죽음 후 몇 년을 술에 빠져 살던 아빠는 큰돈을 벌어온다며 홍콩으로 떠났고, 7개월 전 다급하게 목돈이 필요하다고 한 후 연락이 끊긴 상태다.
아빠가 돌아올 날을 기다리며 다운기사식당 수석주방장으로 힘차게 살고 있는 준영.
한창 식당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시간, 갑자기 험악한 남자들 여럿이 들이닥쳐 가게를 난장판으로 만든다. 손님들은 놀라 도망가고... 다운과 함께 남자들을 말리다 힘에 부치자 준영은 남자들을 물어버린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에요!”
“니가 우리 집 40년된 육수비법 훔쳐갔잖아! 어린 게... 도대체 어떻게 안 거야?”
준영이 똑같이 낸 맛이 문제였다. 근방에 소문이 퍼지면서 원조 식당 주인에게까지 준영의 이야기가 들어간 것. 가게는 이미 아수라장이 됐고, 처음 당하는 수모에 풀죽어 앉아 있는 준영.
“거 봐, 내가 그렇게 남의 집 비법 훔치다가 탈 날거라고 했지!“
가끔씩 식당에 밥을 얻어먹으러 오는 선노인의 말에 섭섭한 준영.
“훔친 게 아니에요. 누구한테 물어본 적도 없구요. 그냥 한 번 먹어봤을 뿐인데..”
물론 전통한식의 대가인 선노인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리고 준영의 그 신기한 재주는 선노인이 불쌍한 노인을 가장해 매주 이 식당에 앉아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즈음, 기다리던 아버지를 찾았다는 전화를 받고 뛸 듯이 기뻐하는 준영은
아버지를 찾기 위해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데...
예기치 못한 사랑
낯선 사람들, 말도 통하지 않은 타국에서 아버지를 찾아 정처 없이 떠돈지 벌써 일주일 째... 가져온 돈도 아버지를 데려오겠다던 거지같은 사기꾼에게 날린지 오래.
그나마 음식축제에서 만난 한국 팀들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돌아 갈 비행기 값도 없이 홍콩 노숙자가 될 뻔 했다. 생각 할수록 화나고 아빠 걱정에 미치기 일보 직전,
돈을 가져간 사기꾼과 마주친 준영, 나한테 했듯이 어리숙해 보이는 한국남자한테 열심히 작업중이다.
준영은 그대로 달려드는데... 사기꾼은 놀라 달아나 버리고, 황당한 재하.
약혼식이 끝나자마자 홍콩으로 날아온 재하는 공항에서 중요한 설계 도안이 든 가방을 소매치기 당했고, 간신히 일행을 잡아 경찰이 오는 동안 시간을 끌던 중이었었다. 수십억짜리 프로젝트가 사기꾼, 아니 저 여자 때문에 눈앞에서 날아 갈 판이다. 책임지라며 불같이 화내는 재하를 보며 미안해지는 준영.
이틀째 준영과 함께 사기꾼을 찾으러 다니는 재하, 처음부터 이 여자와 얽히는 게 아니었다. 클라이언트와 약속한 시간은 거의 다가오고, 태평한 저 여자는 세 시간 후에 얼마가 날아가는지 전혀 감 못 잡고 여전히 아빠 타령뿐이다.
재하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를 쯤 경찰서에서 사기꾼 일당을 잡았다는 연락이 오고.... 뛰어가는 두 사람.
다행히 설계 도안은 무사했다. 안도한 재하는 여전히 아빠를 찾으며 소리 지르는 한심한 준영을 뒤로 하고 나오려는데.. 사기꾼 입에서 나오는 홍콩 말에 걸음을 멈춘다.
“(홍콩어) 고재철 그 자식 벌써 죽었어요.”
“맞아요. 우리 아빠가 고재철이에요! 우리 아빠를 아세요? 와, 드디어 찾았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고맙다며 펄쩍펄쩍 뛰는 준영 때문에 잘 들리진 않지만, 대충 들어보면 이 여자의 아빠는 상해에서 불법으로 짝퉁가방들을 유통하는 일을 했고 7개월 전 큰 사건에 연류 되어 도망 다니다 누군가의 손에 죽었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소리다. 아빠 이름만 알아듣고 계신 곳을 안다고 생각했는지 뛸 듯이 기뻐하는 여자.
얼굴이 그렇게 환하지만 않았어도 그대로 발길을 돌렸을지도 모른다.
재하는 준영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통역을 해주는데..
“ 상해에서.... 7개월 전에 사고가 있었나봐...... 너희 아버지 그때 돌아가셨대.”
자기 탓도 아닌데 흙빛으로 변한 준영의 표정을 보고 말할 수 없이 미안해지는 재하.
이미 시신은 화장해서 뿌린지 오래고, 지금은 유품조차 찾기 힘들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 아예 말문을 닫아버린 준영. 말도 안통하고 아무도 없는 타국에서 와 줄 친척 한 명 없다는 준영을 모른 척 할 수 없었던 재하는 경찰서로, 주중대사관으로 뛰어다니며 보호자 역할을 하게 되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파리한 안색으로 재하의 뒤를 쫓아다니는 준영의 얼굴에선 아무 표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차라리 그게 더 슬퍼 보이는 재하.
“차라리 실컷 울기라도 하지 그래요”
“벌주는 거에요 지금...... 7개월 동안 아빠가 죽은 줄도 모르고 웃고..... 아빠 원망하고.... 맛있는 거 먹고..... 편히 자고....그게 너무 미안하고 나한테 화가나서.... 지금 벌 주고 있는 거에요. 그래서 못 울어요. ”
아마 지금 이 여자가 알고 있는 가장 큰 벌일 것이다. 목까지 차버린 준영의 슬픔이 그대로 전해져와 가슴 아픈 재하는 준영을 안아주고.. 그동안 억누르던 설움이 한꺼번에 터지듯 서럽게 우는 준영.. 그 동안 어떻게 참았는지...
연민인지 동정인지 잘 모르겠다. 그냥 지금 이 여자가 내 품에서 울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울다 지친 준영을 두고 갈 수 없어 준영의 옆에서 밤을 지새우는 재하.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뜬 재하는 준영이 이미 떠났다는 사실에 가슴이 내려앉고..... 테이블 위에 남겨진 쪽지를 발견하고 펴보는데.
" 고맙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 준영- “
그게 그녀와의 마지막이었다.
한국으로 돌아 온지 일주일.
여전히 바쁘게 일하고 이틀에 한 번쯤은 약혼녀인 인주와 데이트하고.. 똑같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지갑 속에 넣어둔 준영의 쪽지가 아니었다면 홍콩에서의 일은 꿈이 아니었을까 의심했을 만큼.
변한 게 있다면 걸으면서 자꾸 주위를 둘러보는 버릇이 생겼다는 것. 그 넓은 홍콩에서도 만난 인연인데....이 좁은 서울에서라면 한번쯤 마주치진 않을까.........
7일을 꼬박 누워있다 일어나는 준영.
아버지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도, 이제 완벽히 혼자라는 것도 실감이 나지 않지만
문 밖에서 하루 종일 종종대며 걱정하는 다운이 때문이라도 이제 일어나야한다.
물건을 정리하다 재하가 사준 우산이 보이고...
최재하....이 사람이 없었다면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을까?
지금도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그립지만 어차피 꿈같은 사람이었다. 이제 현실로 돌아와 엄마와 아빠 몫까지 씩씩하게 살아야한다.
만나야 할 인연.
삼청동, 869번지.... 그 동안 식당에서 준영에게 공짜로 밥을 얻어먹었던 선 할머니가 이번엔 당신이 밥 한 끼 사고 싶다며 적어 주고 간 주소다.
주소를 들고 이리저리 골목을 헤매던 준영은 드디어 869번지를 발견하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보는데. 여긴 아리랑?
직접 와 본 건 처음이지만 국빈들이 올 때마다 종종 뉴스에 등장하는 우리나라 최고 한식당 아리랑을 모를 리 없다.
일반인은 쉽게 들어가기도 힘든 이곳에 그 불쌍한 할머니가 왜..??
아리랑 안으로 들어간 준영은 신기한 듯 구경하며 야외정원을 두리번거리다 연못에 가득 핀 연꽃을 보고 멈춰 선다. 처음 보는 연꽃이지만 왠지 낯설지 않은 모습에 한참을 넋 놓고 있다,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데... 연꽃 위에 떨어진 핸드폰을 집으려다 물에 빠지고 마는 준영.
어린 시절, 사고이후 본능적으로 물을 두려워하는 준영은 깊지 않은 물에도 죽을 것처럼 허우적대며 소리 지르고... 계단을 내려오던 도희는 준영을 보고 들어가 구해낸다.
흠뻑 젖은 것도 모자라 벌벌 떨고 있는 준영이 안쓰러운 도희는 직원에게 인주의 옷을 가져오도록 이르고... 인주의 옷을 준영에게 입혀주는데....
“딱 맞네. 우리 딸 옷인데”
“고맙습니다.”
비록 서로 알아보진 못하지만 22년 만에 만난 모녀의 첫 해후이다.
허드렛일이라도 좋으니 준영을 무조건 주방에 취직 시키라는 선노인의 명령에 의아한 도희. 스승님이 아리랑을 도희에게 넘긴 후, 이런 지시를 내린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더구나, 데리고 있어보면 이유를 알 거라며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으시다니..
스승의 말을 거역할 수 없어 도희는 일단 준영을 들이기로 하는데..
재회
할머니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한식 기능장이었다는 것도 믿기지 않는데 갑작스런 취직까지.......얼떨떨한 준영.
기껏해야 설거지와 뒷정리, 야채 다듬는 일이 전부지만 아리랑 주방에서 신기한 음식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떨린다.
그렇게 새로운 생활에 적응 할 때쯤 별채로 음식을 내가던 준영은 인주 옆에 앉아있는 재하를 보고 놀라는데..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못하는 재하.
의아해하는 인주에게 두 사람의 인연을 설명하는 재하를 보며 준영은 불편한 듯 자리를 피한다.
아주 가끔 행복한 꿈을 꾼 적이 있었다. 그 날 아침 내가 도망치지 않았다면 우린 어떻게 됐을까.... 우연히 다시 만난다면... 그때는 도망치지 말아야지....... 역시 꿈은 꿈으로 끝나야 했다. 그림같이 잘 어울리는 인주와 재하를 보며 가슴 아픈 준영.
놀란 건 재하도 마찬 가지였다. 준영이 아리랑에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하지만 더 당황스러운 건 그녀를 다시 만났다는 사실에 설렌다는 것.
하지만 재하 곁에는 인주가 있었다. 스스로도 이해되지 않는 감정에 화나고 답답하기만 한데.... 운명처럼 다시 만났지만 서로 마음은 감춘 채 지내는 재하와 준영.
피는 물보다 진하다?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갈 테니 인주에게 직접 음식을 준비하라고 시키는 선노인.
선노인이 아리랑에 불쌍한 독거노인들을 데려와 밥을 대접하는 건 흔한 일이었지만 인주에게 직접 시킨 건 처음이다.
도희를 이을 아리랑의 후계자로 인주가 적합한지 선노인만의 테스트가 시작된 것임을 감지한 도희와 인주는 평소와 다르게 최고의 음식을 선보이고, 배가 고픈 노인들은 하나 둘 그릇을 비워 가는데....
식사가 끝난 후, 칭찬을 기대하며 선노인에게 불려간 인주는 식탁을 보고 당황한다.
갈비나 평범한 반찬들은 거의 비워진 반면 공을 들인 주력 메뉴 도미면, 어채 등의 접시는 거의 그대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인주에게 그 이유를 묻는 선노인. 인주는 참담한 표정으로 실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대답하는데..
지나가던 준영을 불러 세워.. 메인음식들을 맛을 보게 한 후 다시 묻는 선노인.
“맛이 없니?”
“아니요.. 너무 맛있어요. 이런 음식은 처음 먹어봐요”
“그렇게 맛있는데 왜 나물이나 갈비보다 인기가 없었을까? ”
“저 같아도 그랬을 거 같은데요? 누구나 평소 먹고 싶었거나 익숙한 음식에
손이 먼저 가잖아요. 특히 배가 많이 고플 땐... 아마 할머니들도 처음 본 음식이 부담스러우셨을 거예요.“
“니가 40년 주방에 있던 내 제자보다 낫구나.. 음식을 만들 땐 먹는 사람부터
생각하라고 그리 일렀는데 대체 뭘 가르친 건지.”
혀를 차며 친구들과 나가는 선노인. 인주는 테스트를 망쳤다는 생각에 울며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싸해진 분위기를 감지하고 어리둥절한 준영..
묻는 말에 대답했을 뿐인데 뭐가 잘못된 거지?
그 사건 후에도 선노인은 아리랑에 들를 때마다 준영을 챙겨주며 전통음식에 대해 얘기해주기도 하고 농담도 스스럼없이 하며, 마치 친 할머니처럼 각별하게 대하는데..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에 의아한 도희.
스승님과 함께한 40년간 저런 모습은 처음이다. 저 아이에게 정말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인가?
어느 날 새벽, 식재료를 확인하러 온 도희.
주방엔 자신이 낮에 연구생들에게 특강하면서 만들었던 임자수탕이 끓고 있고.. 준영은 옆에서 졸고 있다. 임자수탕은 가정에서 쉽게 먹는 음식이 아닌데... 언제 이런 음식을 배웠지? 육수 맛을 보는 도희.. 재료가 완벽하게 들어가지 않아 좀 부족하긴 했지만 제법 흉내는 낸 맛이었다.
소리에 자다 깬 준영은 놀라 일어나고 어쩔 줄 모르는데..
"죄송합니다. 주방장님이 남은 재료를 써도 된다고 하셔서.“
“너 이 음식 먹어본 적 있니? ”
“네.”
"언제?“
”낮에 선생님 특강 끝내시고 설거지 하려는데.. 좀 남았길래...
맛이 진짜 환상이었어요. 저녁 내내 생각나서... 다신 안 그러겠습니다.“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듯 어쩔 줄 몰라 하는 준영을 보며 어이가 없는 도희.
지금 이 아이는 낮에 남은 걸 조금 먹어본 것으로 음식을 만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믿기지 않아 준영에게 몇 가지 테스트를 시키는 도희.
정식으로 교육을 받지 않아 주먹구구식이긴 하지만.. 이 아이 분명히 대단한 미각과 후각을 지녔다. 이제야 선노인이 이 아이를 왜 데려왔는지 알 것 같다.
준영 vs 인주
제자들과는 별도로 인주에게는 특별히 따로 전수자 수업을 시켜왔던 도희.
딸인 인주는 성실하고 눈썰미가 있어 곧잘 따라오긴 하지만, 타고난 감각이 부족해 진정한 맛을 내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라이벌 없이 성장하는 거목은 없다. 아마 준영의 타고난 재주가 인주의 성장을 도울 것이다. 도희는 준영에게 앞으로는 인주와 함께 수업을 받으라고 지시한다.
갑작스런 도희에 제의에 당황하는 준영. 어릴 때부터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 주방 일을 도맡아 했고 다운이네 식당에서 칭찬도 꽤나 들었지만.... 여긴 동네 기사식당이 아닌 우리나라 최고의 한식당인 “아리랑”이 아닌가.
인주에게 폐가 될 거란 이유로 정중하게 거절하는 준영. 실망하는 도희 앞에서 함께 배울 수 있게 해 달라고 진심으로 부탁한 사람은 다름 아닌 인주였다.
준영은 모르는 건 자기가 가르쳐줄테니 걱정 말라며 친구를 자청하는 인주를 뿌리 칠 수 없어 고심 끝에 승낙하고...
재하의 약혼녀...... 상상 이상으로 완벽하다. 재하의 따뜻한 미소를 볼 때마다 미친 듯 떨리는 심장도 그녀를 보면 진정이 된다. 상대가 돼야 질투도 하고 희망을 품지... 저 여잔 태생부터 나와 다르다.
물론 인주가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기쁘게 생각 할 만큼 바보는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준영이란 아이가 계속 신경 쓰이던 중이었다.
여전히 친절하고 다정하지만 재하가 홍콩에 다녀 온 후로 무언가 변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20살 때까지 아침에 눈을 뜨면 하는 일이 식구들 얼굴을 살피는 일이었다. 혹시 엄마 기억이 돌아온 건 아닐까. 아빠가 화나진 않았을까.... 이젠 표정, 아니 숨소리로도 그 사람 생각을 알 수 있다. 이런 내가... 7년 동안 연인으로 지냈던 사랑하는 사람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 할리 없다.
재하의 눈을 쫓던 어느 날.. 그의 눈이 준영에게 가 있음을 알고 당황스러운데..
에이... 말도 안 된다. 아무렴 저런 아이를... 유난히 동정심이 많은 재하의 성격을 생각하며 마음을 돌려보지만 아련하게 보는 재하의 눈빛이........ 홍콩부터 한국까지 이어진 두 사람의 질긴 인연이 영 마음에 걸려 왔었다. 그런데 이번엔 기초적인 수업도 거치지 않은 저 무지한 아이와 후계자 수업을 받아야 하다니...
어릴 때부터 자신의 것은 강박증처럼 처절하게 지키고 살아왔던 인주였다.
우연히 몇 번 맞아 떨어진 일로 이 아이가 특별한 재능이라도 타고 난 양 칭찬받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마음 같아선 당장 쫓아내고 싶지만, 이대로 쫓아내면 엄마는 그 아이에게 말도 안 되는 환상을 품은 채 살아 갈 것이다. 이렇게 된 거.... 무지한 이 아이와 자신이 얼마나 다른지 보여주기로 마음먹는 인주. 물론 이건 재하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한편, 아리랑에서의 재회 후 자신이 그 동안 얼마나 준영을 그리워했었는지 깨달은 재하는 인주와 준영이 함께 후계자 수업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무겁다. 어느 새 이렇게 준영이 마음속에 들어온 걸까.
머리는 안 되는 거 아는데.. 언제부턴가 술을 취해 정신을 차려보면 준영의 집 앞이다. 잠깐 느끼는 호기심이나 연민이라기엔 나 혼자 너무 많이 와버렸다.
무엇보다도 인주의 얼굴을 보는 게 괴롭고 미안한 재하.
항상 인주를 만난 건 행운이라고 생각했었다.
뜨겁진 않았지만 적당히 설렜고 7년 동안 큰 싸움 한 번 해 본 적 없을 정도로 평온했는데.. 혼자인 준영이 안쓰러워 가진 단순한 동정심일 뿐이라고 수 백 번 다짐해 봐도,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뛴다.
7년간 자신만을 봐온 약혼자를 버릴 용기도, 준영을 마음에서 지울 수도 없는 자신이 한심하지만 이젠 나도 어쩔 수 없다. 아리랑을 찾는 이유가... 내 아름다운 약혼녀 때문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 때문이라고 해도.
꽃은 피어나고..
수업 받은 지 3개월 ...
만만히 볼 교육이 아니었다. 전통한식은 다운식당 주방에서 하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능숙한 칼질을 위해 몇 천 개의 무를 썰고 제대로 된 국물을 우려내기 위해 몇 날 며칠을 불 앞에 있었는지 모른다.
차라리 음식실습은 쉬웠다.
지난 한 달 동안 읽은 전통한식에 관한 이론서만 해도 평생 읽은 책보다 많을 것이다. 낮엔 실습교육과 재료연구.. 밤엔 이론서 외우기와 또다시 연습..
우리나라에 전통한식이 이렇게 많았던가.. 이름은 또 왜 이렇게 어렵게 지어 놓은 건지.. 머리는 용량초과에 모자란 잠으로 체력과 피부는 엉망이지만..
하면 할수록 제 옷을 입은 듯 점점 빠져드는 준영.
어느 날, 주방에 놔둔 준영의 칼이 없어졌다.
그 칼은 도희에게 첫 수업 날 받은 소중한 선물이다. 정신없이 찾다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보니 잃어버린 게 아니라 일부러 숨겼구나.. 느끼는 준영.
하긴 그들은 몇 년을 하고도 엄두도 못 낼 전수자 수업인데, 어딘가에서 뚝 떨어진 준영이 곱게 보일 리 없다. 다 괜찮으니 칼만은 돌려 달라고 부탁하지만..요지부동인데....
이뿐 아니었다. 분명 깨끗하게 치운 곳인데 갑자기 더럽혀져 있거나, 애써 만든 음식에 누가 양념을 더 넣은 듯 음식을 망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준영은 전부 자신이 감당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꿋꿋하게 일을 하며 공부를 계속한다.
오래 버티지 못하고 제 발로 나갈 거란 인주의 예상은 무너지고, 오히려 하루가 다르게 일취월장하는 준영을 보며 화가 나 견딜 수 없는 인주.
더 황당한 건 도희답지 않은 파격적인 교육 방식이었다.
언제나 기본을 중시했던 그녀였기에 자신은 기본기를 익히는 몇 년 동안 칼과 불 앞엔 얼씬도 못했는데.. 고작 석 달 밖에 안 된 준영에게 전통한식 전수라니... 기가 막힌 인주.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자신도 엄마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다. 준영의 기를 죽이기 위해 몇 년간 연습한 음식을 선보였는데, 이내 어깨너머로 슥 보고 순식간에 따라할 때나, 끓는 냄새만으로 이런 양념이 들어간 게 맞냐며 물어올 때면 놀랍기도 하고 왠지 모를 허탈감으로 할 말을 잃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전통음식은 예민한 미각과 후각이 전부가 아니다. 근본 없이 얄팍한 재주만 믿고 나대는 게 얼마나 갈 수 있을까... 비웃으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드는 불안감에 작업실에서 밤을 지새워 연습을 하는 인주.
한편, 도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는 인주와 준영을 보며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느끼고 흐뭇한데...
준영은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가르치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아이다. 또한 지켜볼수록 인성이며 성품이 반듯해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백설과 자신은 실패했지만 두 사람이 마음만 잘 맞는다면 오랜 시간 함께 걸으며 서로 격려할 수 있는 좋은 동료이자 버팀목이 될 것이다.
전통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외로운 싸움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인주에게는 훌륭한 경쟁자가, 자신에게는 든든한 제자가 한 명 더 생겼음을 기뻐하는 도희.
또 다른 사랑
한편, 준영을 멀리서 지켜보는 또 한 사람의 남자, 도윤.
기술도 없이 아리랑 주차 겸 주방 허드렛일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도희의 라이벌인 백설의 외아들이다.
도윤은 처음부터 아리랑에 오래 있을 생각이 없었다. 그저 어머니인 백설 여사의 속만 뒤집어 놓고 미련 없이 떠나면 그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주방에 들어온 준영이 자꾸 신경을 건드린다.
준영이 도윤과 처음 만난 날,. 준영은 묻는 말에 대답도 없이 무시하고 가는 도윤을 주방장이 말한 청각장애자로 오해한다.
정작 주방에 당하는 사람은 본인 같은데 안쓰러운 얼굴로 자신을 보는 준영이 어이없는 도윤.
언제는 자기 혼자 오해해 나를 불쌍한 청각 장애인을 만들고 호들갑 떨더니.. 다음엔 옆에 앉아 이 집 사위를 사랑하네 어쩌네.. 신파극을 연출하고... 오해가 풀린 후엔 내가 말 하고 들을 줄 안다는 이유로 사기꾼이라고 몰아붙이며 분해 어쩔 줄 몰라 하다, 비밀을 지켜달라며 혼자 동맹을 맺고는 처음 보는 이상한 요리를 해줬다. 요즘 유행한다는 조울증인가?
아무튼 처음부터 끝까지 시끄러운 이 여자랑도 끝이라 생각하고 짐을 꾸리던 어느 날, 아들에게 도둑누명을 씌워 쫓아내기 위해 어머니가 친히 아리랑까지 찾아오셨다. 놀랄 건 없다. 도희에게 내가 친아들 이란 게 밝혀지느니 차라리 죽는 걸 선택 할 분이니까. 예상대로 어머니는 나를 값비싼 키홀더 도둑으로 몰며 길길이 뛰고..
모든 사람이 근본 없이 들어온 도윤을 의심하며 신고하자고 할 때 자신은 도윤을 믿는다며 기어이 수십 개의 쓰레기통을 다 뒤져 키홀더를 찾아온 고준영..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처음이다.. 누군가 자신을 믿어주는 거..
그 뒤부터였다. 숨 쉬는 거 이외엔 아무 관심 없던 도윤이 다른 누군가를 보게 된 건..
남자의 질투
힘들어도 요리에 꿋꿋이 정진하던 어느 날, 첫 테스트에서 합격점을 받고 날아갈 것 같은 준영. 처음으로 합격을 받은 “섭산적”만큼은 꼭 재하에게 주고 싶다.
물론 딴 뜻은 없다. 홍콩에서부터 지금까지 신세만 지고 갚을 길이 없었으니까... 이렇게라도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
설레는 얼굴로 음식을 포장해서 재하에게 가려던 순간, 인주와 재하가 어른들과 함께 결혼 날짜를 잡고 있음을 알게 되고.. 당황한 준영은 주방으로 들어와 그대로 주저앉는다. 약혼한 사이이니 결혼하는 건 당연한데 왜 이렇게 온 몸이 떨리는지...
바들바들 떨고 있던 준영은 어느새 다가와 얄밉게 섭산적을 먹고 있는 도윤을 보고 화가 치미는데..
“누가 마음대로 남의 음식 먹으래요. 그냥 둬요.. 주인은 따로 있으니까”
“치사하게 먹는 거 갖고... 안 먹는다. 근데 있지. 임자 있는 음식 훔쳐 먹는 것만 도둑 아니거든.. 임자 있는 사람 넘보고 막 요리해다 주는 거, 그것도 도둑이다.. 아마 형량은 더 높을걸..“
가슴에서 뭔가 쿵 떨어지는 준영.. 이 남자 항상 이런 식이다. 화를 내고 싶지만 도윤의 말이 다 맞아 화도 낼 수 없다.
인주를 볼 때마다 미안하고 죄스러웠지만 혼자 생각만 하는 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조차 힘들게 됐다.
진짜 재하와 이별이라도 하는 듯 서럽게 우는 준영.
여느 때처럼 그릇정도가 날아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도윤은 갑작스러운 준영의 눈물에 당황해 어쩔 줄 모르고....
울음을 그치지 않는 준영을 보다 그대로 키스하는 도윤.
나도 믿기지 않지만 정말 다른 뜻은 없었다. 그저, 준영의 울음소리를 멈추고 싶다는 생각밖에...
갑작스런 키스사건은 주방에 있는 각종 요리도구로 다 맞아본 걸로 일단락 되는 듯 했지만, 문제는 사건 현장을 본 주방 식구가 있었다는 것.
주방식구들의 놀림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준영은 진실을 밝히라고 화를 내지만... 도윤은 이렇게 된 거 당분간 가짜 애인놀이로 재하와의 관계를 깨끗이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고. 말도 안 된다며 화를 내려는 찰라, 인주와 웃으며 걸어오는 재하를 본 준영은 자기도 모르게 도윤 옆에 서서 어색하게 웃으며 재하를 본다.
다정한 두 사람 모습을 보며 타오르는 질투심에 이번만큼은 죽을힘을 다해도 표정관리가 쉽지 않은 재하.
정작 화나는 건 질투 할 자격조차 없는 비겁한 자신이다.
인주는 철들기 전부터 이미 어른들을 통해 인연으로 맺어졌었고 항상 운명이라고 믿어왔었다. 준영을 사랑하지만 10년 넘게 믿어온 운명을 거스르고 어른들을 실망시키기엔 용기가 없어서 지금껏 도망쳤는데..
이제 더 이상은 자신을 속일 자신이 없다고 느끼는 재하, 책임감 없고 비겁한 놈이라도 어쩔 수 없다.
늦은 밤 찾아와 진심어린 고백을 하는 재하를 믿기지 않는 듯 보는 준영.
혼자 꿈꾸던 상상 속의 일들이 눈앞에서 일어났다. 감동스럽고 행복하지만 차마 재하의 손을 잡을 순 없는데.. 그는 아무것도 아닌 날 제자로 받아주고, 전통한식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눈뜨게 해준 도희의 예비사위이자, 인주의 약혼자다.
더구나 재하는 자신보다 인주 옆에 있을 때 빛이 난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준영은 독한 마음을 먹고 도윤을 핑계로 냉정하게 거절한다.
준영을 원망하기보다 너무 늦게 온 자기 잘못 이라며 오히려 미안해하는 재하 모습에 마음 아픈 준영.
진짜 하인주는 나야!
준영의 거절과는 상관없이 더 이상 인주를 기만 할 순 없는 재하는 파혼을 결심하지만, 이를 먼저 눈치 챈 인주는 양가 어른들을 이용해 재하의 입을 막는다.
완벽한 하인주의 인생에서 파혼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재하가 준영에게 흔들리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런 아이에게 재하가 마음을 뺏겼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 동안 모른 척 했다.
필요한 건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재하는 자신과 식구들을 버리고 사랑을 택할 만큼 순수하지도 어리석지도 않다는 걸 알았기에..... 그런데 예상이 빗나갔다.
고준영이 대체 뭐라고 엄마도 모자라 재하까지.... 도저히 용서 할 수 없는 인주.
준영의 친구를 가장한 채 쫓아낼 빌미를 찾던 인주는 준영의 지갑 속에서 오래된 가족사진을 발견하고 하얗게 질리는데....
양부와 양모 사이에서 방긋 웃고 있는 5살 난 여자아이...... 아빠 서재 액자 뒤에 숨겨져 있는 여자아이와 너무 닮았다. 어린 시절, 밤마다 이 아이가 돌아오는 악몽을 꾸곤 했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서재에 들어가 예전 사진을 찾아 비교해 보는 인주... 역시 같은 아이다.
그럴 리 없는데... 그 아이는 분명히 죽었는데... 애써 마음을 추스르고 준영에겐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친구 다운을 찾아 준영의 과거를 확인하고 경악하는 인주. 진짜 하인주가 살아있었다. 자신이 평생 꿈꾸던 악몽이 현실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혼란스럽고 무섭지만 가까스로 냉정을 찾는 인주.
정신차려야 한다. 그 아이는 이미 4살 때 죽었다. 22년간 하인주로 불리고, 피 말리는 노력으로 그 이름을 지킨 건 나다. 내가 진짜 하인주다.
도희와 다정하게 웃으며 함께 요리를 하는 준영을 보자 피가 거꾸로 솟는 인주.
고준영..... 지금 보니 엄마랑 너무 많이 닮았다.
얼굴, 타고난 솜씨, 목소리까지... 내가 그렇게 닮고 싶어 평생 몸부림치다 이제야 간신히 흉내 내게 된 것들을 저 아인.... 처음부터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음모의 시작
그 무렵, 한참 제자를 길러내는 재미에 푹 빠져있던 도희.
같은 음식을 만들면서도 스타일과 접근방식이 다른 두 아이가 흥미롭고 기특한 도희는 준영과 인주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고자 하는데..
토요일에 있을 아리랑 창립기념일에 각자 가장 자신 있는 궁중 음식 중 한 가지씩 내어놓고 마지막에 남은 양으로 채점을 할 것이라는 게 도희의 시험문제다.
아리랑 창립기념일은 일 년에 한 번 있는 아리랑의 큰 행사 중 하나로 우리나라 전통한식 대가들은 물론, 정계인사, 미식가로 유명한 해외 인사들까지 자청해서 모두 모이는 자리다.
시험이긴 하지만 그런 자리에 자신의 요리를 선보일 수 있게 되다니... 어리둥절한 준영.
놀란 건 인주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은 칼을 잡은 지 7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연회에 음식을 낼 수 있었다.
한 없이 따뜻하고 다정한 엄마였지만, 음식 앞에서만은 딸에게조차 틈을 보이지 않는 철두철미한 분인데, 이제 3개월도 안된 아이에게 연회에 내놓을 음식을 시키다니.... 역시 피가 당기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인가?
그간 죽을힘을 다해 노력했던 시간이 억울하고 서러워 눈물이 나는 인주는 모든 것들을 한 순간에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지는데...... 만약 이대로 엄마 기억이 돌아오고, 준영이 친 딸인 게 밝혀지면 모두 끝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준영을 쫓아내기로 마음먹는 인주.
준영은 닭을 주재료로 쓰기만하면 만들기만 한다면 무슨 음식이든 상관없다는 도희의 말에 고민한다. 한 번도 연회를 보지 못한 준영은 오는 사람들의 입맛이 어떤지.... 어느 정도 규모인지 음식선정부터 난감하기만 한데...
이 때, 닭요리 중 작년에 가장 인기 있었던 음식은 금중탕(錦中湯) 인데, 그걸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의하는 인주.
금중탕이라면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에 선보였을 정도로 진연에 자주 올라가는 음식이니, 내보이기에는 알맞은 음식이었다.
경쟁이라기보다는 서로 도와가며 두 사람 다 잘 해보자고 악수를 청하는 인주.
가까이 다가가기에는 차가운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재하에 대한 죄책감과 부러움에 준영 스스로 인주를 멀리했는지도 모른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뭉클한 준영은 인주의 속마음을 까마득히 모른 채 손을 맞잡는데....
초계탕을 만들기로 한 인주는 재료 준비 중 육수에 필요한 당귀를 못 샀다며
준영에게 부탁한다. 자신이 인주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만으로 기쁜 준영은 아는 사람을 통해 최상품 당귀를 구해다 주고...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다정한 동료로 서로 도와가며 준비하는 두 사람...
다시 끊어진 끈
연회 당일.... 하나 둘, 해외에서 도착한 귀빈들도 자리를 채우고.. 드디어 상에 올려지는 준영의 금중탕과 인주의 초계탕.
물론 비공식적인 테스트이기에 그 누구에게도 평가를 부탁하진 않는다.
긴장된 얼굴로 지켜보는 준영과 인주...
결과는 인주의 승리, 당연한 일이었다. 아니 이 순간, 준영에게 결과는 중요치 않았다. 사실 재료 선정부터 까다로운 손님들의 식성까지 고려해 자신을 도와준 건 다름 아닌 인주다. 훌륭한 스승님과 기꺼이 친구가 돼 준 인주에게 너무나 감사한 준영.
도희는 연회가 끝나고서야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테스트에 대해서 고백한다.
두 사람 다 훌륭하다며 박수치는 사람들 속에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는 준영과 인주. 그런데 순간 사람들이 하나 둘 구토를 하기 시작하고 도희와 준영은 하얗게 질린다. 사람들은 인주와 준영을 보며 웅성대고 연회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한 두 명도 아니고, 음식을 먹은 사람의 반 이상이 쓰러지거나 상태가 좋지 않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리랑에서 위험한 음식이 나오다니..
원인을 찾기 위해 주방으로 뛰어가는 도희.
재료들은 모두 신선한 최상급이고 아무 문제도 없었다. 한참동안 재료를 살피던 도희는 쓰다 남은 당귀를 들고 놀라는데..
“육안으로 구별 안 될 만큼 똑같이 생겨서 개당귀라고도 불리지만 이건 당귀가 아니야. 부자.... 잘못 먹으면 죽을 수도 있는 독초야.“
인주는 원망스러운 듯 바들바들 떨며 준영을 바라보고, 하얗게 질려 고개 젓는 준영.
다행히 극소량만 들어간 탓에 복통과 위장장애를 일으켰을 뿐 목숨을 잃은 사람은 없었지만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만약 그랬다면 아리랑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화가 난 도희는 준영에게 당귀를 건네 준 청년을 찾아내 무섭게 책임을 묻는다. 벌벌 떨다 갑자기 준영을 노려보는 청년.
“저는 잘못이 없어요. 처음부터 저 여자가 부탁한 건 당귀가 아니라 부자였단 말이에요.”
말도 안 된다...... 내가 대체 왜... 절대 아니라며 억울해하는 준영을 보며 부들부들 떠는 도희. 제자들 사이의 경쟁과 신경전이라면 이미 백설과 신물 나게 겪었다. 저 아이의 재능이 탐나 파격적인 대우를 해 주며 아꼈는데... 그 신뢰를 이렇게 갚다니... 더구나 그 대상은 딸인 인주였다. 도희는 그동안 쏟았던 애정만큼 분노가 치미는데...
"억울하겠지? 인주한테 덮어씌우려고 했는데 되려 네가 당하게 생겼으니까.
당장 신고라도 하고 싶지만 니 하찮은 재능에 눈이 어두워서 널 몰라본
내 죄도 있으니 이쯤하마..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
처음 보는 도희의 차갑고 냉정한 모습에 할 말을 잃는 준영.
그렇게 끊어지는 진짜 모녀의 인연을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인주..
그녀를 위한 길..
사실, 도윤은 이 사건의 진범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마음 약한 재하도련님이야 기껏 청년에게 찾아가 사실을 확인하고 괴로워하는 게 전부겠지만,
준영이 범인이 아니라고 확신하는 자신에게 그런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
도윤은 청년을 협박해 그 일을 사주한 진짜 범인이 인주임을 밝혀내지만 입을 다물기로 하는데.........
진실이 밝혀지면 재하의 약혼녀가 범인이란 사실을 알게 될 것이고, 재하와 준영이 더욱 가까워질지도 모른다.
그건.. 죽기보다 싫었다. 준영의 누명을 벗겨주는 대신 다른 길을 선택하기로 하는 도윤.
얼마 후, 눈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도윤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백설.
날 바퀴벌레보다 싫어하지만 그만큼 빼닮아 고집스럽고 독한 녀석이었다.
죽어도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아들이 지금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
“니가 원하는 게 뭐야, 원하는 게 있을 거 아니야”
“준영일 수제자로 삼아주세요. 그리고 최고로 만들어주세요.
준영이라면 지난 번 키홀더 사건으로 백설에게도 꽤 인상 깊은 아이다.
의외의 대답이었지만 마침 새로운 프랜차이즈를 시작하면서 혼자 버겁던 참에
도윤이 제 발로 돌아 와준다면 백설이 손해 볼 건 없었다.
더구나 스승님과 도희가 수제자로 인정했던 아이라면 실력은 이미 입증 됐을 터,
천성적으로 도도하고, 자신을 은근히 무시하던 도희가 본인이 버린 물건을 주워다 최고로 키워내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무척 궁금해지는 백설.
그즈음.. 힘든 날을 보내고 있는 준영을 찾아와 유명 한정식 부주방장을 추천하는 재하. 그에게 바라는 건 이런 게 아니었다.
믿음... 다른 사람들이 다 의심해도 재하만은 믿어주길 바랬는데. 흔들리는 재하 눈빛을 보며 모든 것이 무너지는 준영..
어차피 아리랑도 재하도 처음부터 자신에게 맞는 옷이 아니었다.
더 이상 음식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준영. 몸이라도 힘들어야 그나마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견디던 어느 날, 준영 눈앞에 신문광고를 들이대는 다운... “전통요리 경연대회”.
대상 수상자에게는 최고의 전문가로부터 전통요리를 전수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가슴이 뛰는 준영. 잘만 되면 다시 요리를 계속 배울 수 있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전통요리에 매진한다면
스승님도 언젠가는 진심을 알아주실 거라는 다운의 설득에 희망이 생기는 준영은 경연대회에 참가하기로 하고...
경연 당일......
현직에 있는 요리사도 참여한 자리기에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준영은 도희에게 배운 대로 최선을 다해 경연을 치른다.
칼과 불 앞에서 눈이 빛나는 준영을 멀리서 지켜보며 도윤은 자신의 계획이 옳았다고 확신하고...
대상소식에 기뻐하며 경연 주최측 대표를 만나러 간 준영은 정장을 하고 백설과 앉아 있는 도윤 모습에 어리둥절한데...
이번 전통요리 경연을 주최한 대표가 한식프랜차이즈 기업 주식회사 사나래 회장 백설이고,
그의 친아들이 도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놀라는 준영.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건가. 더 이상 덥수룩한 수염에 후줄근한 차림으로 날 놀려먹던 도윤이 아니었다.
이미 올 줄 알기라도 한 듯 여유 있는 도윤을 보며 이 모든 일이 그의 시나리오임을 눈치 챈 준영은
화가 나 트로피와 상금을 반납하고... 백설은 그런 준영을 당돌하다는 듯 보는데.
"물론 경연대회는 도윤이 작품이지만 널 뽑은 건 나야.. 아들 장난에 수 천 만원을 쓸 만큼 모성이 강한 엄마도 아니고.
내 제자로 들어오지 않을래? 내가 널 최고로 만들어 줄 수 있어.“
"음식은 최고의 자리에서 만드는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해 정성으로 만드는 거 라고 스승님께 배웠습니다,
회장님과 전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백설회장이 스승님과 적을 둔 사이라는 건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련 없이 나오는 준영.
그 성격에 쉽게 넘어가 줄 거라곤 기대 안했지만 단번에 거절하는 준영에게 화가 나는 도윤..
사과하고 달래도 보고 몇 번씩 찾아가보지만 요지부동이다.
더구나 자신이 어떻게 쫓겨난 지는 까맣게 모른 채 여전히 인주와 도희에게 미안해 하는 모습이라니....
화가 난 도윤은 모든 진실을 밝히고, 준영은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도윤을 본다. 그럴 리가 없다..
인주 같이 모든 걸 다 가진 애가 왜 그런 짓을.. 믿지 못하는 준영에게 당귀를 판 청년을 데려와 확인시켜주는 도윤,
모든 진실을 안 준영은 화가 나 아리랑으로 달려가는데..
오랜만에 도희와 인주를 대면하는 준영은 힘겹게 진실을 말하지만,
대답 대신 리얼한 눈물 연기를 선보이며 신파를 연출하는 인주 모습에 기가 막힌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인주에게 달려드는 준영.
그 순간, 도희는 뻔뻔한 준영을 참지 못하고 따위를 때리고. 준영은 놀란 눈으로 백설을 본다.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 건가? 요리 할 땐 무엇보다 정성과 진실된 마음을 담으라고 가르치셨던 곧은 분이셨다.
그런 스승님도 진실보단 딸의 눈물이 먼저 보이는 엄마였던 것이다.
닮은 구석도 많고 사제지간을 떠나 무언가 많이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맞은 얼굴보다는 마음이 아파 눈물 나는 준영..
뛰어 나오는 준영을 뒤쫓아 나오는 인주. 좀 전과 다르게 여유 있는 모습이다.
“나 원망 말고 니 욕심을 탓 해. 처음부터 네 자리가 아니었어.”
“그럼 내 자리는 어딘데? ”
“니가 더 잘 알잖아 기사식당 주방이든 시장골목이든 너한테 어울리는 곳으로 돌아가! 가서 다신 오지 말란 말이야!”
“나 한번도 그런 생각해본 적 없는데.. 니 말 들으니까 욕심 생긴다.
너 틀렸어. 지금부터 보여줄게. 진짜 내자리가 어딘지.“
다시 시작되는.........
인주와 헤어진 후 바로 백설을 찾아간 준영은 그녀의 수제자가 되기로 하고.. 새로운 스승과 수업을 시작한다.
전통음식 만큼은 그대로 보존하고 전수해야 의미가 있다는 황도희와 다르게
우리나라 전통음식에 변형을 가미해서라도 세계화를 이뤄내고야 말겠다는 포부를 가진 백설의 수업방식은
시작부터 도희와는 달랐다.
백설에게 직접 전통음식을 배우던 준영은 아예 백설집으로 옮겨 사업에 필요한 외국어와 매너,
해외 마케팅까지 하루 24시간이 모자라게 공부하고 익힌다.
준영을 가르칠수록 왜 깐깐한 선노인과 도희가 눈여겨봤는지 알게 되는 백설.
물론 재능도 출중하지만 총명하고 당찬 면까지... 자신의 수제자로 손색이 없다.
아들 도윤의 마음을 알면서도 가슴앓이 시키는 건 좀 얄밉지만,
어차피 며느리는 좋은 집안의 여식을 들일 생각이었던 백설은 준영이 도윤에게 다른 마음 품어주지 않는 것이 오히려 고마웠다.
그 후, 백설은 사적인 행사는 물론 공식행사에도 준영을 데리고 다니며 자신의 수제자로 소개 시키고...
전통한식 연구가 협회 모임에 갔다가 백설 옆에서 웃고 있는 준영을 보는 도희.
백설의 수제자가 되었다는 얘긴 들었지만, 직접 보니 더욱 배신감이 든다.
어쩌면 인주말대로 처음부터 백설과 짜고 계획적으로 아리랑에 들어 왔는지도 모른다.
평생 날 못 꺾어 안달인 백설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으니까..
분하고 화나는 도희는 눈앞의 준영을 없는 사람인양 무시하고, 점점 깊어지는 오해에 가슴이 아픈 준영.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모녀 사이는 그렇게 걷잡을 수 없이 어긋나기만 하고..
준영을 보고 놀란 건 인주도 마찬가지다. 아리랑을 나가면 다신 볼 일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백설의 수제자라니...
마지막까지 왜 그렇게 당당했는지 이유를 알 것 같다.
자신을 보고도 화내기는커녕 여유 있게 미소까지 짓는 준영을 보며 왠지 불안한데..
한편, 재하는 우연한 기회에 준영이 쫓겨난 당귀 사건의 진짜 범인이 인주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여전히 착한 얼굴로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인주를 보며 할 말을 잃는다.
어리석은 자신을 탓하며 준영에게 달려가지만 자신에게 전에 없이 차가운 준영을 보고
그녀에게 진짜 상처를 준 건 인주가 아닌 자신이라는 걸 깨닫는다.
재하는 혼자 아파했을 준영을 위해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아무도 몰래 준영에게 부모님을 찾아주기로 마음먹는데...
요즘 들어 몰래 전화통화도 많이 하고 부쩍 바빠진 재하가 의심스러운 인주.
혹시 준영을 만나는 건 아닌지 불안해하다 몰래 재하의 통화목록을 보는데..
재하가 바쁜 이유가 다름 아닌 준영의 친부모를 찾아주는 일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 인주는 충격을 받고...
준영이 자기한테 어떤 짓을 하려고 했는지 벌써 잊었냐며 따지는데, 사과는 커녕 안쓰럽다는 듯 보는 재하.
인주를 이렇게 만든 것도 다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모르는 척 하려 했는데..
이제 더 이상 그녀와 마주보고 앉아있을 자신이 없다.
인주에게 이별을 고하지만, 오히려 어른들을 설득해 결혼 날짜를 당기는 인주.
재하는 어쩔 수 없이 결혼 날짜를 잡으려 모인 양가 부모님 앞에서 파혼을 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하고 양가 식구들은 당황하는데..
이번만큼은 재하의 마음을 절대 돌릴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인주.
이 모든 게 준영 탓이다. 그녀가 오기 전엔 아무 일 없었다.
재하 vs 도윤
도윤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주식회사 “사나래” 본사 신축 건물의 설계를 맡게 된 재하는
완벽한 CEO로 변신한 도윤이 당황스러운데..
재하의 설계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컴플레인을 거는 도윤.
의뢰인으로서라기보다는 다분히 감정이 섞긴 행동이었지만 재하 또한 얌전히 물러 날 마음은 없다.
주인집 사위와 주방보조에서 설계사와 의뢰인으로 만난 두 남자의 신경전은 계속되고.....
어느 날, 도윤의 저녁 초대를 받은 재하.
한 식구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식탁에 앉아있는 준영을 보며 기분이 묘한데...
그 순간, 준영에게 반지를 내밀며 깜짝 프러포즈를 하는 도윤..
물론 재하 앞에서 보여주고 싶은 유치한 감정이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안 어울리게 온갖 오그라드는 이벤트도 생각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대놓고 그 자리에서 거절 못 할 방법은 이것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예상이 맞았다.
한편, 세 사람 사이에 오가는 미묘한 신경전을 부드러운 얼굴로 지켜보고 있는 백설.
처음 도윤이 준영을 위해 무릎을 꿇었을 때, 이런 일을 예상 못한 백설이 아니었다.
자신이 결혼을 반대 한다고 도윤이 들을 리 없을 터,
준영이 처음 수제자로 들어 온 날 무슨 일이 있어도 도윤과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었던 백설이다.
도윤의 갑작스러운 프러포즈에 가장 당황한 건 준영이었다.
만나기만 하면 항상 으르렁거리기 바쁜 우리 두 사람이 결혼을?
생각해보면 표현방법이 거칠고 서툴러서 그렇지 힘든 일 있을 때마다 위로해준 건 도윤이었다.
이제야 그가 했던 행동들이 이해가 가는 준영.
어울리지 않게 진지한 모습으로 고백하는 도윤에게서 진심이 느껴져 뭉클하지만..
백설에게 한 약속이 아니라도 그의 청혼을 받아들일 순 없다.
그러기엔 오늘 오랜만에 본 재하 모습이 너무 많이 가슴에 남는다.
준영이 반지를 돌려주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별스럽지 않게 받는 도윤.
“알았어. 대신 니꺼니까 나중에라도 찾아 가. 올해 지나도 안 찾아가면 확 버려 버릴 거야.”
이젠 안다.. 저렇게 툭툭 던지는 거친 말속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진심이 담겼는지..
도윤의 미소에 괜히 더 미안해지는 준영.
새로운 별..
유럽과 아시아 최고 요리사 대표들이 초대돼 한국 음식을 체험하는 공식행사가 아리랑에서 열렸다.
아리랑에서 하는 공식행사는 대표인 도희가 하는 것이 원칙이나
주최측에서 자신들과 교류가 두터운 백설을 특별 지명했다는 소식을 접하는 도희.
아마도 백설의 넓은 인맥과 사업적 수완 때문일 것이다.
굴욕스러운 일이지만 이 정도 일에 흔들려 백설을 즐겁게 해줄 생각은 전혀 없다.
당귀 사건으로 쫓겨 난 이후, 처음으로 아리랑에 온 준영.
아직도 곳곳에 도희가 가르쳐줬던 따뜻한 말과 가르침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하다.
여전히 인사조차 받지 않는 냉정한 도희지만, 오늘만큼은 최선을 다해 자신의 성장을 보여주고 싶다.
백설의 말대로 외국어와 각국의 요리, 식문화에 대해 공부해두길 잘 한 일이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각국 대표 요리사들도 자국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애정으로 무장된 준영에게
마음을 열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런 준영이 이끄는 한식 체험행사는 성공적이었다.
인주는 백설보다 더 메인이 되어 활약하는 준영을 질투 어린 눈으로 보다 화가 나서 들어가 버리고...
역시 참는데 한계를 느끼고 점점 표정 관리가 힘들어 보이는 도희를 보며 환하게 미소 짓는 백설.
전통한식 전문가들에게 준영의 이름이 회자되고 있을 즈음, 프랑스 대통령이 방한한다.
이번 기회로 지난번의 모욕을 설욕하리라 다짐한 도희는 또 한 번 뒤통수를 맞는데...
준영을 인상 깊게 본 자국 요리 전문가의 추천으로 프랑스 대통령 역시 백설과 준영에게 만찬준비를 부탁한 것.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만찬은 준비되고.. 다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만찬이 진행되는 가운데,
갑자기 프랑스 대통령이 식사를 멈춘다. 방한하기 전부터 계속 속이 좋지 않았는데 결국 탈이 난 것.
다들 주치의를 부른다, 쉬어야 한다며 난리법석을 떨고 있을 때
준영은 미리 준비한 매실차를 내놓고 간단한 지압으로 대통령의 증세를 회복시킨다.
미리 프랑스 대통령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던 준영의 준비성 덕분이었다.
행사는 끝났지만 그 이후의 파장은 생각보다 컸다.
업계사람들은 준영을 주목하기 시작하고, 백설의 인터뷰는 쏠린 관심에 기름을 붓는데..
"그날 고준영의 활약이 대단했죠. 전통요리 관계자분들도 혜성처럼 등장한 준영이를 주목하고 있구요..
더구나 이번 프랑스 대통령을 도운 일은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 수제자지만, 그 정도 능력이라면 다음 아리랑 주인이 되지 말란 법도 없지 않겠어요?“
비공식적이긴 했지만 도희의 딸 인주가 차기 아리랑의 주인이 될 거라는 건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자존심이 상한 인주는 신문을 찢어버리며 우는데.. 그런 인주를 보고 엄하게 야단치는 도희.
이 정도 일로 흔들린다면 인주는 자신의 뒤를 이을 수 없다.
백설과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준영과 인주는 앞으로 죽을 때까지 라이벌로 살아가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인주가 좀 더 강해져야 했다.
도희의 굳은 표정을 보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 인주.
아리랑 주인을 찾아라!
멀리 떨어져 신선놀음을 하고 있는 선노인도 아끼는 제자들과 그 수제자들 사이의 싸움과 활약을 잘 알고 있었다.
한국의 전통요리를 대표하는 두 사람의 신경전은 건전하게 경쟁할 땐 약이 되겠지만,
도를 넘어 싸움이 되면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 자명했다.
때가 됐다고 판단하고, 백설과 도희를 부르는 선노인.
도희를 이을 아리랑의 후계자를 뽑을 것이며 후계자 지명은 두 사람의 수제자 중 한 명씩 추천,
그 두 명이 세 번씩 경합을 벌여 두 번 이긴 승자가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것.
후계자는 아리랑의 대표로서 우리나라 전통한식의 차기 기능보유자가 됨은 물론,
문화재위원회와 함께 유네스코에 전통한식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한 마디로 이번 대결의 승자가 전통한식의 새로운 후계자가 되는 셈.
기가 막힌 도희,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는 당연히 인주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갑작스런 후계자 싸움이라니..
만약 백설의 제자인 준영이 이긴다 해도 내가 그 아이를 가르칠 리가 없다는 걸 아실 텐데.. 혹시 내가 물러나시길 바라는 걸까?
지난 30년간 전통한식전수와 아리랑을 위해 인생 전부를 바쳐온 도희였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미 도희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지 않으시는 데다 지금은 뒷방으로 물러나 계시지만
아리랑의 명예에 흠집이 가는 일이라면 대통령의 청도 단호히 거절하시는 분이 아닌가..
어차피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이 기회에 백설과 준영을 확실히 꺾어 인주의 자리를 견고히 해 놓겠다고 결심하는 도희.
한편, 선노인의 제안에 날아갈 듯 기쁜 백설,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 동안 한식 사업으로 많은 부를 쌓고, 국위선양을 한다는 자부심으로도 지워지지 않았던 그것,
전통한식 이수자로서의 자존심을 저버리고 오로지 돈벌이에 눈이 멀었다는 오명이었다.
전통을 잇는다는 오만함으로 아리랑의 주인임을 내세우며 은근히 나를 무시했던 도희.
이제 딸 인주가 아닌 백설의 제자, 그것도 자신이 한 번 버린 아이가 후계자가 되면 그 자존심에 오래 버티진 못할 터,
어차피 스스로 내려오게 될 것이다.
도윤이 새로 시작하는 한식 프랜차이즈를 성공시키고, 준영이 아리랑의 후계자가 된다면
백설 인생에 양 날개를 달게 단 것이나 진배없다.
결전이 끝날 때까지 사업은 도윤에게 맡기고 준영에게 모든 걸 걸기로 결심하는 백설.
대결은 세 번, 매주 수요일 날 치러진다.
선 노인은 첫 번째 과제로 조선시대 왕의 탄신일 진연을 재현하라는 명을 내리고.... 도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전통적인 한식의 재현이라면 기능보유자인 자신쪽에 조금 더 유리한 과제일 수 있었다.
백설도 그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어차피 후계자가 되려면 한 번은 넘어야 할 과제였다.
선노인의 의중을 파악하려는 노력 끝에 준영과 인주는 각자 스승의 도움을 받아 진연 준비에 들어간다.
밝혀지는 진실
그즈음.. 재하는 준영의 친부모를 찾을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하고 기뻐한다.
혹시나 해서 신문사에 다니는 친구를 통해 22년 전 실종된 여자아이를 찾는 광고가 없었는지 알아보던 중..
실종 시기, 장소, 나이가 거의 일치하는 글을 발견한 것이다. 광고 의뢰인을 확인하러 간 재하는 의외에 대답에 놀란다.
22년 전 신문광고를 낸 사람이 자신이 맞긴 한데, 자신은 친구의 부탁을 받았을 뿐이라는 것.
그동안 숱한 장난전화에 시달렸다며 확인차 준영의 사진을 요구하는 남자.
재하가 준영의 사진을 보여주자, 남자는 자기 친구와 코와 입매가 똑같다며 자기 아이라도 찾은 듯 눈물까지 글썽이고..
친아버지의 전화번호를 주는데.....
믿기지 않은 듯 전화번호를 보는 재하, 익숙한 그 번호는 분명 인주의 아버지이자 장인이 될 하영범의 번호였다.
당장이라도 영범에게 연락하겠다는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재하는 일단 그 자리를 나온다.
혼란스러운 재하. 인주 집안과는 할아버지 때부터 가깝게 지낸 사이라 어릴 때부터 보았고, 분명 인우와 인주 남매뿐이었다.
더구나 인주와 준영은 26살 동갑이 아닌가? 섣불리 영범에게 물을 수 없어.. 인주에게 물어보는 재하.
혹시 쌍둥이였는지... 22년 전 바닷가에서 잃어버린 동생이 없는지....
농담처럼 던진 질문에 인주는 평소와 다르게 이성을 잃고 흥분 하는데...
인주가 가장 두려워하던 날이 왔다.
준영이 진짜 인주인 걸 알고 난 후부터 항상 반복되던 꿈...
준영이 내방으로 들어와 내 침대에 자고 있고, 식구들이 아무도 자신을 못 알아보는 끔찍한 꿈...
인주가 또 무언가 속이고 있다는 걸 느끼고 영범에게 직접 물어 볼 테니 더 이상 상관 말라며 일어나는 재하.
그때였다, 인주가 무릎을 꿇은 것은..
재하를 믿기로 하고 모든 걸 털어놓는 인주.
인주의 말에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보는 재하. 고준영이 사실은 하인주라니........
세상과 자신을 속이고 22년간 다른 사람 이름을 빌어 살았다는 인주의 말에 재하는 할 말을 잃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인주였다. 그 동안 진실을 알면서 왜 모르는 척 한건지.
준영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라며 일어나려는 순간.
이번 시합이 끝날 때까지만 모른 척 해달라고 울며 매달리는 인주.
재하는 안타까운 눈으로 인주를 본다.
지금 눈앞의 여자는 매사 너무나 완벽하고 당당해서 때로는 거리감이 느껴질 정도였던 하인주가 아니다.
단지, 누군가에게 또다시 따뜻한 가족과 집을 빼앗길까봐 두려움에 떨며 버둥거리는 5살 꼬마아이......
그 동안 인주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것 같다. 이성을 잃고, 울며 매달리는 인주를 안타깝게 보는 재하는 마음이 복잡한데.....
그날 밤, 준영을 찾아가 멀리서 바라보는 재하. “ 할아버지가 늘 말씀하신 운명이 너였니........ 니가 진짜 인주였니....”
그녀는 처음 만날 때부터 달랐다.
보이지 않은 끈으로 엉켜있던 실타래가 풀리는 듯 비로소 그 이유를 알고 슬프게 미소 짓는 재하.
지금이라도 모든 걸 밝히고, 준영의 자리를 찾아주고 싶지만 차마 절벽에 서 있는 인주를 밀 순 없다.
기막힌 상황에 어떤 판단도 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재하.
그즈음......... 애타게 누군가의 전화를 기다리는 영범.
친구는 분명 사진 속의 아이가 나와 꼭 닮았다고 했다. 진짜 인주가 살아있을까?
22년 동안 세상을, 그리고 아내를 속이고 살아왔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확인해야 한다.
아무리 기다려도 전화는 오지 않고... 초조해지는 영범.
대결은 시작되고
드디어 대결의 날. 문화부장관을 비롯한 정계와 문화계 인사들, 전통한식계의 원로들과 미국의 CIA, 이탈리아의 ICIF,
프랑스의 르 꼬르동 블루의 원장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있는 가운데..
모든 준비가 끝난 아리랑 안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차 있다.
조선시대 진연이 열렸던 때처럼 따로 숙설소를 지어 음식을 해줄 사람들과 함께 대기하고 있는 인주.
숙설소를 따로 짓진 않았지만 도감에 근거해 모든 준비를 마친 준영. 두 사람은 서로를 한 번 쳐다보는데...
드디어, 선노인의 신호가 떨어지고. 분주하게 음식을 하는 준영과 인주.
모두가 바쁘게 오가고, 정신없는 가운데 인주와 준영은 일사분란하게 각자의 팀을 지휘하며 음식을 하고..
따로 마련된 자리에 앉아 두 사람을 초조하게 지켜보는 도희와 백설.
응원하는 상대는 달랐지만 이 순간 그들의 마음은 똑같았다. 우리나라 전통한식의 진정한 후계자 탄생을 지켜보는 것.
시간이 흘러 모든 준비가 끝나고.. 서는 준영과 인주.. 두 사람을 바라보는 재하와 도윤..
뜨겁게 얽히는 네 사람의 눈빛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