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89차 산행기록을 한꺼번에 올립니다.
원래 산행기는 다녀와서 바로 그 감흥을 올려야 하는데 등반대장의 게으름으로 2편을 함께 보고하게 됨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88차 산행에는 박우순 원장님이 신입회원으로 참여해서 새로운 활력을 주신 하루가 되었습니다. 입산주를 경험하게 해 주셨고 앞으로 산행에는 알콜도수가 좀 더 높아지게 될 것이라는 긴장감을 주셨습니다. ㅎㅎ 그래도 안전산행을 위해서 무리한 음주는 안 되겠지요?
88차 산행은 5월 12일(부처님오신 날)에 진행되었습니다. 모두 호성동 차량등록소에 모였고 7명이 김권희원장 차에 꽉차게 타고서 출발하였습니다. 87차 하산지점인 가죽재에서 산길을 찾아 팻말을 따라 올라갑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초입부터 산길이 없어지고 다시 마을길로 내려서게 됩니다. 험난한 비탈길을 다시 올라 20여분 헤맨뒤에 겨우 등산로에 들어섭니다. 이후부터 조약봉(조약치라고도 하구요, 여기서부터가 진짜 호남정맥이 시작됩니다. 여기서 남진하면 호남정맥, 북진하면 금남정맥이 됩니다.)까지는 약 2시간이 조금 더 걸려 도착합니다. 중간 쉬는 지점에서 우리는 우순형님이 내어주신 입산주 또는 휴식주의 맛을 보게 됩니다. 막걸리도 전주, 진안,장수의 대표막걸리를 모두 준비하셨더군요. 정말 깜짝 놀랬습니다.^^
조약봉 도착하기 직전에 임도가 하나 만나집니다. 여기에 제법 널찍한 공터가 있어 오늘은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합니다. 각자 준비한 도시락들을 꺼내 놓으니 진수성찬이 차려집니다. 여기에 막걸리, 맥주가 덧붙여진 푸짐한 점심식사를 여유롭게 즐깁니다. 점심을 먹고 바로 출발하니 조약봉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간단하게 기념촬영만 하고 이제 호남정맥으로 역사적인 첫걸음을 시작합니다. 이제 4구간에 들어섰는데 언제나 우리의 종착점이 나타날런지~
곰치로 향하는 길은 오르락 내리락 연속해서 작은 봉우리들을 넘어가야 했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곰치재는 아직도 멀었나본데 중간에 임도가 나타납니다. 지난 산행도 약간 무리가 있었나 싶어 오늘은 여기서 하산을 결정합니다. 내려서고 보니 웅치옛길, 세동리라는 마을입니다. 임도를 따라 한참 내려오니 멋들어지게 지어올린 한옥 민가가 나타납니다. 여기서 지원조를 부르고 우리는 민가 근처에서 발도 씻으며 휴식을 취합니다. 여기까지도 한행거리는 약 9km정도 된것 같습니다. 등반대장 휴대폰을 차에 두고 내려 트랭글 기록을 못해놔서 아쉬웠습니다.
참고사진을 몇 장 올려 드립니다.
89차 산행은 역시 호성동 차량등록소에 집결하여 움직입니다. 김권희원장 차에 5명이 타고 출발합니다. 오늘 원래 참석하기로 했던 몇 분이 갑작스런 상황으로 못 나왔다고 합니다. 곽섭원장님은 미리 준비했던 홍어회무침만 전달하고 귀가하셨다고 하네요, 형님 안주 잘 먹었습니다.
지난번 하산했던 세동리 임도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 산길 한켠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10시가 채 안되어 산행을 시작했으니 오늘은 그래도 많이 전진할 수 있으리라 기대를 해 봅니다. 산행 초반길은 매우 편안하게 숲길이 인도해 줍니다. 평탄항 길이 이어지다 전적비 팻말이 나옵니다. 잡시 후 제법 커다란 웅치전적비가 나오고 등산객 몇 분이 보입니다. 이곳 웅치 전투는 임진왜란시 매우 중요한 전투였으며 이 싸움에서 전력을 상당수 잃은 왜군들이 결국 전주성으로 진격을 포기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덕에 호남의 민중들이 전란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니 의미있는 전적비라 하겠습니다.
전적비를 지나 포장도로를 약간 내려가니 이제 만덕산 구간으로 접어들게 됩니다. 만덕산으로 오르는 길은 약간 급경사들이 이어집니다. 산행 깃점부터 만덕산까지 약 2시간 정도 걸었나 봅니다. 우리의 호남정맥 마루금은 만덕산 정상이 아니라 정상 직전에 설치된 송전시설물에서 좌측으로 휘어집니다. 여기에선 인증샷만 찍고 좀 더 앞으로 나아갑니다. 정상부근에는 따가운 햇살때문에 자리잡고 밥 먹을 장소가 없습니다. 10여분 전진하니 적당하게그늘진 장소가 나옵니다. 여기서 오늘 점심을 먹고 하산지점을 궁리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점심은 바다엄마가 마련해 온 찰밥으로 배불리 먹습니다. 회장님이 성당 바자회에서 사 오신 곡주가 오늘의 압권입니다. 막걸리로만 즐겨왔던 우리 산사모의 수수한 입맛이 단박에 상류층으로 신분상승하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술이 약간 모자란다 싶었지만 어김없이 심근형님이 준비해주신 오가피주는 우리들의 주량을 충분히 채워주었습니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전북대학교 총장임명에 관련한 비화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심근형님은 역시 전라북도 역사의 산 증인이십니다. ㅎㅎ
점심을 정말 느긋하게 먹고 충분한 휴식도 취한 후, 하산길을 시작합니다. 지도를 보면서 어디로 내려가야 할지 고민을 해 봅니다. 제 계획은 슬치라는 지점이었는데 그곳까지는 거리가 꽤 멀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아가는데 바로 좌측으로 임도길이 보입니다. 지도앱과 비교해보며 파악하니 여기서 더 전진하면 임도길이 멀어질거라는 판단이 생깁니다. 일단 여기서 탈출로를 만들어 나가자고 결정합니다. 그러나 온통 가시나무들 속에서 다시 후퇴를 하고 조금 멀리 돌아 새로운 탈출로를 찾아 내려 옵니다. 어느지점에선가 임도길로 이어진 산길이 우릴 맞이합니다. 겨우 하산을 완료하는 순간입니다. 오늘은 약간 아쉽지만 이렇게 89차 산행을 종료합니다. 이제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지원조 차량을 기다리면 됩니다.
하산길에는 아슬아슬한 암릉구간도 있었고 길이 아닌곳을 뚫고 내려오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래도 모두 무사히 산행을 종료하여 감사한 마음입니다. 지원조 차량을 만나고 다시 권희네 차량을 회수하여 우리는 최근 단골집이 된 호성동 동키치킨으로 향합니다. 여기서 뒷풀이를 마치고 7월 산행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아쉬운 작별시간을 가졌습니다.(등반대장 올림)
첫댓글
이번에 걸은 거리도 9.2km이니 적당히 걸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