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자동차의 연비측정 기준이 바뀌면서 대부분 자동차의 연비가 종전과 달라졌다. 지난해 7월 개정된 ‘자동차 에너지 소비효율과 등급표시에 관한 규정’에 근거한 새 측정기준은 기존의 ‘6,400㎞를 주행후’가 아닌 ‘0~160㎞ 주행후’ 측정치다. 차를 잘 길들인 다음에 측정하는 게 아니라 출고 직후의 상태에서 측정토록 한 것이다.
자동차 회사의 공인연비가 실제와 크게 차이가 난다는 소비자 불만이 받아들여져 측정기준이 바뀐 것이다.
사실 그간의 공인연비는 최소한의 무게로, 최적의 주행여건으로 실험하기 때문에 실제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새 측정기준은 자동차가 최상의 컨디션이 아닌 보통의 상태에 있을 때를 기준으로 함으로써 대부분의 연비가 이전보다 훨씬 나빠졌다.
바뀐 연비에 따르면 휘발유값을 ℓ당 1,350원으로 잡고 연간 2만㎞를 주행한다고 가정할 때 마티즈Ⅱ(수동·18.1㎞/ℓ)는 연간 1백49만원의 휘발유값이 들지만 아반떼XD(자동·12.0㎞/ℓ)의 경우 연간 2백25만원, 그랜저XG 2.0(자동·8.8㎞/ℓ)의 경우 연간 3백68만원 들어가는 셈이다.
◇연비 거품이 많은 차종은=새 기준에 따른 측정 결과 연비 낙폭이 큰 대표적인 차종은 경차와 LPG엔진을 장착한 RV(레저용 차) 등으로 나타났다. 기름값을 아끼려고 경차·LPG 차량을 구입한 운전자들이 ‘속았다’고 느낄 만큼 연비는 최하위 등급이었다. 대표적인 경차 GM대우 마티즈Ⅱ CVT(무단자동변속기)는 기존 23.8㎞/ℓ(1등급)에서 17.0㎞/ℓ(4등급)로 연비가 28.6%나 떨어졌고 기아차 비스토(자동) 역시 기존 17.8㎞/ℓ(3등급)에서 12.7㎞/ℓ(5등급)로 28.7% 떨어지는 등 낙폭이 가장 컸다.
기아차의 대표적인 RV인 카렌스 1.8LPG(자동)는 기존 9.2㎞/ℓ(4등급)에서 7.2㎞/ℓ(5등급)로, 카렌스 1.8 LPG(수동)는 11.7㎞/ℓ(2등급)에서 9.2㎞/ℓ(4등급)로 떨어졌다. GM대우차의 대표적 RV인 레조 2.0LPG(수동)는 기존 9.6㎞/ℓ(4등급)에서 7.5㎞/ℓ(5등급)로 떨어졌다.
◇수입차의 연비는 오히려 높아져=수입차는 신규 연비와 기존 연비간 낙폭이 국산차에 비해 훨씬 작았다. 오히려 연비가 좋아진 경우도 많아 대조를 이뤘다. 폴크스바겐의 경우 뉴비틀 2.0은 기존 9.6㎞/ℓ에서 10.1㎞/ℓ로, 골프1.8터보는 11.3㎞/ℓ에서 12.0㎞/ℓ로, 보라 2.0은 9.6㎞/ℓ에서 10.6㎞/ℓ로 오히려 연비가 좋아졌다. 메르세데스-벤츠 E200은 새 측정기준 도입 후 9.8㎞/ℓ에서 10.2㎞/ℓ로, 포드 몬데오2.0은 9.0㎞/ℓ에서 9.5㎞/ℓ로, 볼보 S80 2.4는 8.9㎞/ℓ에서 9.8㎞/ℓ로 연비가 좋아졌다.
◇어느 차의 연비가 가장 좋은가=소형차(1,500事鎌?의 경우 리오 1.3SOHC(수동)의 연비가 15.4㎞/ℓ로 가장 우수했다. 준중형차(1,500~2,000에서는 아반떼XD(수동)과 라세티1.5DOHC(수동), SM3(수동)가 각각 14.5㎞/ℓ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중형차(2000?의 경우 SM520(자동)의 연비는 기존 11.3㎞/ℓ(3등급)에서 10.3㎞/ℓ(4등급)로 9% 하락했으나 중형차 중에서 가장 연비가 좋았다.
국산 대형차(3,000? 중에는 뉴그랜저XG DOHC 3.0의 연비가 기존보다 0.1㎞/ℓ 떨어진 8.5㎞/ℓ(2등급)로 가장 좋았다.
RV중에는 싼타페2.0 경유 VGT 2륜구동(수동) 모델의 연비가 14.5㎞/ℓ(1등급)로 가장 우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