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차 북한 사찰순례와 문화유적 답사기 (3)
글 /김형근
칠보산에 뜬 무지개
9월 6일은 칠보산으로 갔다. 오전 10시에 평양순안비행장에서 출발하여 함경북도 어랑비행장에서 내렸는데 1시간 정도 거리였다. 옆에는 북한 여성 주민이 앉았는데 고향이 청진이라 10년만에 추석을 맞이하여 아버지 묘에 성묘하러 간다고 한다. 73년생이라는 이 여성은 추석에 송편은 만들 줄 몰라 사먹지만 김치는 잘 담근다고 한다. 주부이면서 기계관련 일을 한다고 했다. 유엔산하기구 Unicef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몇 사람이 함께 탔는데 홍수 때문에 회룡에 간다고 한다. 이 사람들은 올 때도 또 비행기에서 만났다.
비행장에는 리웅벽 해동사업처장이 마중을 나왔다. 비포장 산길을 따라 27인승 버스로 3시간 정도 차로 갔다. 함경북도는 처음 방문하는데 벼농사를 하는 논도 드문드문 있지만 주로 옥수수 밭이 많았다. 산을 밭으로 개간한 곳도 많이 보였다. 중간에 김갑성 칠보산 명승지관리소 학술 및 보존연구원이 차에 올랐다. 우리 일행에게 칠보산을 설명하는 안내 강사이다. 지나가면서 북한의 영웅을 12명 배출한 명천영웅중학교라고 설명을 한다. 공식 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웅'. 북한 최고 등급의 칭호이자 훈장이다. 특별한 전공이 있는 군인, 경찰관, 고위정치인, 철도공무원, 올림픽 영웅 등이 받는다고 한다.
칠보산 해수욕장 뱃놀이
칠보산은 외칠보, 내칠보, 해칠보로 되어 있는데 개심사는 함경북도 명천군의 내칠보 개심대 지역에 있다. 칠보산을 설명하는 강사에 의하면 칠보산에는 7개 사찰과 20개 암자가 있었다고 한다. 7개 사찰은 개심사, 금정사, 의정사, 성림사, 중암사, 성덕사, 은봉사가 있었는데 한국전쟁중에 폭격으로 모두 없어지고 오직 개심사만이 전쟁 피해없이 남아있다. 금정사와 의정사터에는 부도가 있다고 한다. 칠보란 금,은, 진주, 산호, 마노, 파리(수정), 차거 등 7가지의 보물을 말하는데 칠보산은 2014년에 세계생물권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김정호 대동여지도에는 영풍령으로 표기가 되었다는 칠보산에는 300년 산다는 까마귀를 비롯하여 곰, 사슴, 노루가 많고, 소나무가 많아 특히 송이 버섯이 유명하다. 또 칠보산에는 북한에서 온천이 가장 많은 곳으로 16개의 온천이 있는데 유황온천도 있다고 한다. 칠보산에는 5삼이 있는데 산삼, 해삼, 석삼(돌에나는 버섯), 비삼(300년 된 까마귀 고기) 식삼(자연적으로 쓰러진 참나무 밑에서 나는 버섯)이 그것이라고 한다. 소나무를 비롯하여 나무가 울창하였는데 필자에게는 칡나무가 유달리 많이 보였다. 칠보산 안내강사로부터 칠보산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개심사에 도착한 것은 오후 3시 조금 지나서였다. 주지 덕수스님이 우리 일행을 맞이하였다. 전임 주지 광법스님의 제자라고 하는데 주지 직은 10년이 지났다고 한다.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였다는 덕수스님은 설명을 알기 쉽게 잘 하였다. 스님에 의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번이나 다녀간 개심사는 해방 후에 발견된 상량문에 의하면 발해 때인 826년 대원화상이 처음 세웠고 1377년과 1784년에 개축했다고 한다. 불상과 탱화는 300년이 지났는데 원래 개심사 주불은 묘향산 보현사를 복원한 후 보현사로 옮겨갔다고 한다. 그리고 전쟁때 파괴된 칠보산 여러 사찰들의 유물들이 개심사로 왔는데 이 유물들은 1,800년경에 제작되었다고 한다. 불상 바로 뒤에 모신 탱화는 성림사에서 모셨던 탱화라고 한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맞은편에는 만세루 왼편에 응향각, 오른편에 심검당, 스님의 생활숙소인 심검당과 만세루는 2011년에 새로 건축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뒤에 조그만 산신각이 있다. 총 6동의 건물이 있었다. 법당에는 탱화가 있었는데 왼편의 지장보살 탱화는 너덜너덜한 상태로 되어 있어 수리가 시급한 상태였다. 스님의 안내로 부도가 있는 곳으로 가서 부도와 부도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왼쪽부터 서산대사의 6대 제자로 함북 명천군 용안리 출생인 용안당 부도, 계암당 대사비와 부도, 성곡 연숙당 비와 부도 (기울여 졌는데 바로 세워도 또 기울어진다고 함)다. . 조선족들이 개심사를 많이 방문하고 있는데 관광객인 아니고 불교신자인 재미동포들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한다. 우리가 약 1시간 여 동안 머무는 동안 30여명의 여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사찰을 방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함경북도에는 개심사와 쌍계사 2개의 사찰이 있는데 미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쌍계사는 갈 수 없다는 통보를 미리 받았다. 이외에도 원래 가려고 했던 백두산과 명사십리 해수욕장, 통천의 총석정 등은 현지에 도착하여 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대부분 군사 시설과 관련이 있거나 도로사정 때문이다. 작년에 갔던 명사십리 해수욕장은 해수욕장 내부 사정 때문이고 백두산은 비행기 일정이 맞지 않아 갈 수가 없었다. 김소월의 ‘진달래 꽃’으로 유명한 영변의 약산에 있는 천주사는 아마도 핵발전소 시설 때문인지 지금까지 허락을 못받았는데 쌍계사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당분간 갈 수 없을 것 같다. 쌍계사를 갈 수가 없어서 이 지역에서는 사찰순례는 더 이상 할 수가 없어서 돌아가는 비행기 일정에 맞추어 4일간 칠보산과 주을(경성) 온천장 관광을 하면서 칠보산 해수욕장에서 뱃놀이도 하고 해수욕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뱃놀이와 해수욕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우리가 방문하는 시기는 마침 송이가 막 나기시작한 시기였다. 우리는 뜻밖에도 이 송이도 맛볼수 있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추석때 선물한 것이 바로 이 칠보산 송이라고 한다. 그 유명한 경성 온천장 뒤에 커다란 인공 연꽃과 해수관음상, 그리고 사슴 모형을 설치하여 불교적 세계관으로 만든 연못을 보게 되었다. 불교 사찰도 없는 이곳에서 어느 누가 불교적 세계관으로 조형물을 하여 연못을 만들었을까 몹시 궁금하였다.
9월 10일 구월산 월정사와 11일 성불사 방문
9월 10일에는 구월산 월정사를 방문하여 1년 만에 주지 스님과 반갑게 해후하였다. 예불도 함께 하고 세상사 이야기도 많이 하였다. 이번 순례에는 향을 많이 가지고 갔는데 ‘침향’도 많이 가지고 갔다. 향 공양에 대해 주지 법성스님은 아주 좋아하였다. 네년에 가게 된다면 더 많은 향을 가지고 가고 싶다. 이 스님은 원래 공대에서 공부를 하여서인지 물레방아를 이용하여 전기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다. 기온이 떨어지더라도 1년 중 11월 개월을 물레방아로 전기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밤에 전기불도 쓰고 TV 시청도 한다고 한다. 입구에서 부도를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그런데 부도가 또 있었다. 승방 뒤쪽 너럭 바위에서 식사를 하다가 그 부근에 우연하게 아름다운 부도와 비를 볼 수 있었다. 끄 뿐만 아니라 월정사를 나와 구월산 관광을 하다가 한 자리에 있는 원정사 5층탑과 사적비, 구월리 부도 등을 우연하게 볼 수 있어 즐거운 여행이었다. 원정사는 전쟁때 폭격으로 없어졌다. 작년에도 룡연폭포로 점심을 하러 갔다가 우연하게 정곡사 터와 부도들을 본 적이 있다.
11일 개성을 방문하고 오후 4시 무렵에 가곡 ‘성불사의 밤’으로 유명한 성불사에 도착하였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우리 일행은 2사람이 한 우산을 쓰고 성불사에 들어가 만세루에서 작년에도 만난적이 있는 주지 스님과 인사를 하고 스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일행 중에 한 사람이 가곡 성불사 이야기를 하면서 작곡가 홍난파와 작사자 이은상이 친일파였다고 하자 주지 스님은 뜻밖에 홍난파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하였다. 스님으로부터 연탄 심원사와 귀진사 이야기를 들었다. 내년에는 이 귀진사와 심원사를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웅전에 들어가 이번 순례의 마지막 예불을 하였다. 그리고 스님의 안내로 산신각을 볼 수 있었다. 이번이 3번째 방문인데 전에는 대웅전 뒤에 있어서 미처 못보았던 산신각이었다. 필자가 어린 시절 보았던 하지만 지금은 남한에서는 볼 수 없는 산신각이었다. 가지고 간 목탁을 선물로 스님께 드리고 이번 순례기간 중의 사찰순례를 마쳤다. 이번 여행중에는 비가 자주 내려 날씨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원래 예정했던 곳 중에서 백두산과 명사십리를 제외하고는 다 갈 수 있었다. 묘향산 금강굴은 비 때문이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