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규민 <칼럼니스트>
오송 봉산리 옹기가마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청주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현장에 모여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 의견을 나눈 일이 있었다. 옹기가마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다른 지역의 옹기는 어떤 대접을 받는지 궁금했다.
전문가들은 울산 외고산옹기마을이 가장 유명하다고 한다.
예산과 아산, 상주에도 옹기를 보존하고 현대화하려는 노력이 있다고 귀띔해 준다. 여름휴가 대신 옹기를 찾아 나섰다. 먼저 추사고택에 들러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마음 자세를 가다듬었다. 지역의 여러 문화유산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상승효과를 내는지도 아울러 살펴보았다. 아직은 관광지도에 주변 볼거리를 소개하는 정도이지만 주변 여러 관광지를 연결하여 추천 관광일정표를 제시하기도 한다. 일정한 주제에 따라 여러 곳을 둘러보며 스탬프를 찍어 오면 선물을 주거나 입장료를 할인해 주기도 한다.
예산의 전통옹기는 전통 옹기가마와 생산시설이 보존되어 있는 것과 별개로 현대화한 가마에서 대량생산을 시도하고 있다.
다양한 옹기 생활용품을 생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좀 더 새로운 노력은 아산에서 볼 수 있었다. 옹기를 통한 발효음식체험전시장이 근사하게 들어서 있다. 오래된 전통 가마는 원형대로 보존하고 있지만 체험장에는 세련된 모습으로 가마를 재현해서 관광객들이 사진도 찍고 구조를 살펴볼 수도 있다. 다양한 체험시설과 현대화한 생산 유통시설도 갖춰져 있다.
외고산옹기마을은 마을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옹기공원이 있고, 옹기박물관이 있다. 옹기아카데미구역이 있다. 울주민속박물관도 있다. 마을 전체가 옹기를 주제로 꾸며져 있다. 골목길 하나도 그냥 두지 않고 예쁘게 꾸며 놓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기네스북에 등재된 옹기도 있다. 이곳에서 여는 옹기축제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전국의 옹기장을 둘러보며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전통 가마를 옛 모습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한 가정에 세워져 있는 간판에 “충청남도 지정 전통문화가정”이라고 적혀 있다. 지방 문화재는 보았지만 전통문화가정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충청남도는 전통문화 가정을 발굴하여 선양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역사성이 있고 예술성과 기능성이 뛰어난 보존하고 전승할만한 가치가 있는 가업을 선정한다. 동일한 직종을 직계가족이 대물림하여 전수하고 있는 가정이 주된 대상이다. 해당 지역만의 독특한 향토문화이거나 민족문화로서 대표성이 있는 분야, 산업화와 현대화로 인해 사라져가는 전래문화를 보호하고 전승할 필요성이 있는 분야에서 대를 이어 가업을 전승한 가정을 선정하게 된다.
지방정부는 이렇게 선정된 전통문화가정에 대하여 언론 매체를 통하여 홍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향토지적재산 사업계획에 포함하여 관리하고 지원한다. 보유한 기능이 역사적, 예술적으로 가치가 크거나 뛰어난 경우 무형문화재나 명장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육성하고 지도한다.
이밖에 인증가정에 중소기업 자금지원 우선권을 부여하기도 하고, 원자재 공급처 알선, 제품 소개, 지역기념품화, 구매알선 등을 하기도 한다.
충북 지역에서는 전통문화의 보존과 전승에 대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똑같은 옹기장에 대해 충청남도와 비교해 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지방정부의 문화에 대한 안목이 읽힌다. 울산의 외고산옹기마을에 비하면 오송 봉산리 옹기에 대한 대접은 누가 보거나 들을까 창피할 정도다. 보존대책을 세우라는 언론과 시민사회의 요구에 충청북도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충청북도가 문화예술을 대하는 수준은 새마을운동이나 중국의 문화대혁명 수준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는 듣고 있는가?
옹기는 바이오 문화산업이다. 옹기장의 솜씨에는 과학이 살아 숨 쉰다.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옹기에 대한 수요가 새롭게 창출되고 있다. 옹기는 전통문화나 관광산업으로 뿐 아니라 새로운 바이오산업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오송 봉산리 옹기터를 제대로 살려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