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28회차
2012년 3월 11일
밀재~생화산-도장봉-강두재-대각산-곡두재
14.2km 4시간.
어제 ‘성가정산악회’에서 ’무사기원시산산행’으로
태백산 ≪유일사~장군봉~반재~당골≫ 9.1km
산행 마치고 뻐근하게 또 정맥산행이라~
푹 쌓인 눈길 따라 태백을 오르며
굵직한 눈꽃 덮인 세상을 만난 자매님들의 탄성과
천년 주목의 고고함을 카메라에 담는 형제님들의 셔터소리.
눈보라 치는 태백산 장군단에서 멋지게 ‘무사기원산행의 기도’를 드리고
하얀 눈밭에 마련해 온 홍어무침과 편육 그린소주와 막걸리.
어울리는 색깔들로 펼쳐놓고 오찬을 즐기는데
잠깐씩 구름 걷혀 햇살 퍼지며 파란 하늘도 색을 맞춘다.
흰색도 좋고, 회색도 좋고, 다 좋은 ‘성가정산악회’ 따라오면
날씨는 확실한데~~ 역시 구름 걷혔다.
망경사 지름길로 에둘러 내려오는데 그만
직녀포함 10여 명 이정표 놓치고 유일사 쪽으로~ 그냥 갑니다!
따라 내려온 죄(?)로 연약한 형제자매님들께 왕복1km 알바 시키고~
반재 하얀 눈길을 쏜살같이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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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상관없고, 알바 개의치 않는 ‘올올’이라지만 심상찮게 부는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들머리 밀재에서 산행 시작.
눈발마저 흩날리니 더 선득하다.
다행히 산길은 얼음구덩이도 다 녹아 폭신한 흙 길로 이어진다.
어제는 온통 하얗게 눈 덮인 태백이었는데
오늘은 축축한 갈색 낙엽으로 주단 깔린 호남정맥이라~
‘냉탕’ ’온탕’ 넘나들며 “마음속의 때”를 벗겨낸다.
태백의 정기를 받아서인지,
뒤풀이로 먹은 ‘오리한방백숙’의 약효인지
아니면 아침에 한 장 얻어 붙인 ‘홍삼파스’의 효능인지 컨디션 좋고,
몰아치는 바람 속에서도 끄덕 없이 생화산에 올랐다.
물 한 모금 마시는데도 바람불어 싸늘하다.
3월의 꽃샘바람치곤 태풍수준이다.
쏴아~ 쏴아~ 휘이잉~
뒷목을 때리는 바람(?)에 얼른 발걸음 옮긴다.
골바람 몰아치니 휘청거릴 지경이다.
앞선 선두그룹 뒤따라 줄 곳 달려가지만 좀처럼 잡히지 않고
후미 돌보는 남편과는 발걸음 못 맞추고 먼저 갑니다요~!
뒷목이 따가울 정도로 찬바람이 쏙쏙 파고드니
후드자켓을 두고 온 후회를 이제 와서 해봐야 소용없고
어제는 둘둘 말아 가져간 덕에 요긴하게 입었는데…
남쪽이라고~, 3월이라고~, 방심은 금물!
어쩌다 한번 필요한 비상장비의 필요성을 실감했당께!
흩어지는 눈발이 입 속에 닫는다.
한 알씩 알싸하게 녹는 맛!
눈방울 한 알씩 맛보는 이런 재미도 있네!
양지 녘에서 빵 한쪽 요기하고 또 일어선다.
혼자 오는 내내 선두님들이 깔아놓은 표지기가
놓치기 쉬운 갈림길에서 더 빛난다.
어제 한 알바는 알바도 아니여~! 속으로 되뇌지만 미안함으로 남고
더구나 밭으로 일궈진 애매한 곳마다,
임도로 다져놓은 구간마다, 용케 길 찾아 표지기 펄럭이니
선두의 고충과 수고에 감사합니다~!!
앞서가던 회원들과 발맞추며 강두재까지.
정맥산행 중엔 간간히 개 짖는 소리, 교회 종소리를 듣기도하고
밭에 나온 어르신들도 만날 수 있지만
인사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바삐 달려가야 하다니—
강두재 산밭 지나 대각산으로 오른다.
잠깐 쉴 틈조차 없이 가파른 오름을 가슴 션~하게 올랐다.
눈 앞에 백암산, 내장산 줄기가 빛 바랜 병풍처럼 펼쳐졌는데
붉디붉은 단풍으로 뽐내던 내장산이지만
옷 벗은 지금은 홀연히 나타나 숨 고르기 하며 때를 기다린다.
다음달이면 금새 물올라 연둣빛 세상을 만들 터이고,
또 여름 오고 가을.
해마다 바뀌는 나이라서 몇 살인지도 모르게 또 한 해가 가버릴 테지.
잠깐 쉴 새도 없이 바람이 등 떠밀어 일으켜 세운다.
가파르게 올랐듯이 가파르게 내려와 감성굴재에 내렸다.
여기가 끝이 아니여~.
밭 사이로 반쪽씩 잘라 만든 눈물겨운 표지기 따라
또 한번의 오름을 치고 오른다.
호남의 산은 늘씬한 대나무 숲이 멋지고,
울울창창 편백나무 숲이 더 멋지다.
태백산의 ‘주목’이 천 년! 그 자리를 지키고 섰다면
대나무, 편백나무는 백 년? 도 못 가고
대통밥 통으로, 대나무 자리로, 편백나무 베개와 마루로 깔려 헌신하는구나!
자작자작 떨어진 소나무 밭 누런 솔가지 밟으며 날머리 곡두재에 다다랐다.
14.2km 먼 길을 달려와 뜨거워진 발바닥과
매서운 찬바람에 식힌 머리로 “두한족열” 을 실천했으니
오늘의 완벽한(?) 건강체험.
거기에다 약간의 흠집을 남기려 막걸리 두 잔을 벌컥 마신다.
직녀 씀
첫댓글 알바는 아무나 하나요. ㅎㅎ 태백산 멋진 눈산행과 힘겨운 정맥산행 연속으로 하랴 고생하셨습니다.
시산제 빨리 올리라 산신령께서 노하셨나 무슨 봄바람이 태풍!!?? 매서운 바람도 알바도 지나고나면 즐거운 추억!!! 덕분에 산행기 보면서 되돌아보는 즐거움을 가져봅니다 감사합니다.
대단하십니다 산행기 잘보고 다시한번 호남정맥길을 회상하며 느끼고갑니다
수고많았습니다
봄바람은 살랑살랑~ 불어야 제맛인데....왕창! 한꺼번에 몰아치니....
바람에 떠밀려 힘든 줄도 모르고 달려왔어요~~~~~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