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윤행원 |
날짜 : 11-12-17 09:18 조회 : 45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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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눈
오정자 수필집 ‘짝눈’을 읽었다. 그는 말한다. ‘글을 쓰면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소박한 것들 안에 행복이 담겨 있음을 깨달았다. 이제 더는 스스로 연민에 빠져 나 자신을 어둠 속에 가두어 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싶지 않다. 누구에게나 빛깔이 다를 뿐 저마다 고통이 있는 것이다. 고통이야 말로 삶을 아름답게 꽃 피울 수 있는 인생의 자양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여러 병고와 고통 속에서도 유머와 위트 그리고 여유가 넉넉해 보이는 글이다. 어느 시인은 자기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었다고 했지만, 작가는 삶의 여정에서 자기를 키운 건 팔 할이 병고였다고 한다. 그는 병고와 살면서 영혼은 맑아졌고 깊어졌다. 그리고 인생의 깊은 내면을 처절하게 성찰했다.
따지고 보면 우리들 인생은 모두가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간다. 가난도, 부유도, 질병도, 건강도 모두가 무거운 짐이다. 짐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무거운 짐으로 인해 사랑과 용서와 겸손을 알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를 점검하고 반성하고 수정을 하게 된다.
‘김치 로스트 비프스튜’를 읽노라면 군침이 돈다. 음식의 맛을 글자로 훑어내는 재능도 대단하지만 주위 사물에서 느긋한 의미를 터득하며 더욱 성숙해 지는 마음가짐을 알게 된다. 재미있으면서도 삶의 기미를 일깨워 주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그러다 보니 얼마 전의 일이 생각난다. 어느 문학동아리 모임을 내가 주관할 차례가 되어 회장과 의논하여 오정자 선생님을 특별 초청했다. 사당동 어느 조촐한 음식점이었다.
한 참 즐거운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 나는 오 작가의 옆으로 슬며시 가서 보드라운 손을 잡고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를 나직이 그러나 절실하게 불렀다. 사이몬과 가펑클처럼 감미로운 목소리는 아니지만 가사내용이 너무 좋아 노래를 통해 문우(文友)의 정(情)을 전달하고 싶었다. 나의 간절한 우정이기도 하지만, 우리 한국수필작가들의 오정자 작가에 대한 한결같은 마음이기도 하리라.
When you're weary Feeling small When tears are in your eyes I will dry them all I'm on your side oh When times get rough And friends just can't be found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lay me down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lay me down When you're down and out When you're on the street When evening falls so hard I will comfort you I'll take your part When darkness comes And pain is all around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lay me down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lay me down Sail on Silver Girl, Sail on by Your time has come to shine All your dreams are on their way See how they shine If you need a friend I'm sailing right behind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ease your mind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ease your mind -노래가사를 장황하게 늘어놓아 조금은 뭣 하지만, 내용이 워낙 좋아서 모두가 불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오 작가는 미국에 살면서 영어에 익숙한 사람이라 노래의미를 오죽이나 잘 알까마는 동석한 사람 중에 어느 누가 내용을 이해 못한다고 농담을 걸기에 중간 중간 자상하게(...) 해설까지 하면서 불렀다.
그 후 압구정동에서 출판기념회를 할 때 확인을 했지만 참석한 사람들의 몸짓과 표정은 너, 나 없이 오 작가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따뜻한 우정을 볼 수 있었다.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이라 덕을 베푼 사람은 반드시 좋은 이웃이 있다는 말이 생각난다. 그날 남정네 네 사람은 화려한 뷔페잔치를 실컷 하고도 밖으로 나와 막걸리를 장장 3시간 반 동안 마셨다. 하나같이 오 작가를 칭송하고 사모(思慕)(...)하고 존경하는 말투였다. 그는 평소에 그만큼 겸손하고 친절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훈훈했던 것이다.
오 작가는 수필을 재미있고 맛깔스럽게 쓴다. 은근하게 사람을 웃기기도 하고 때로는 애처롭게, 심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의 글은 정갈하고 아기자기 하고 아름답다. 깊은 사색이 있고 인생의 고통을 이겨낸 사람의 야무진 내공이 찬란하다. 수필가가 글을 맛깔스럽게 쓴다는 것은 대단한 매력이다.
2011년12월 석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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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희 |
11-12-17 09: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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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윤행원 선생님 벌써 '짝눈'을 다 읽으시고 격조 높은 감상문을 쓰셨군요. 선생님의 글 깊이 공감합니다. 문우의 정이 묻어나는 글이기도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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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
11-12-17 1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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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윤행원 이사님은 부지런하십니다. 또 항상 좋은 평을 해주시는 윤행원이사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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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화 |
11-12-17 17: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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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눈과 오정자 선생님에 대한 우정 어린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오정자 선생님의 따스한 품성과 작가회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여 미국이라는 먼 곳에 살아도 마음이 애틋하게 오고 가나 봅니다. 오정자 선생님으로 인해 근래에 보기 드문 흐뭇한 광경을 보고 들었습니다. 미국에 돌아가서도 건강하고 평안하기를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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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행원 |
11-12-18 09: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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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희 선생님, 임재문 선생님 그리고 이진화 선생님, 따뜻한 가슴에 감사를 드립니다. 문학계에 들어와서 항상 느낍니다만 文友의 情이 참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같은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인생의 열정을 태우는 모습은 아름답기도 합니다. 특히 한국수필 작가회 문우를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물론 남자도 많이 좋아하지만, 女子文友가 더욱 사랑스러울 때가 있습니다..하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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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녕순 |
11-12-18 18: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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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까지 병고에 시달리신 것을 몰랐습니다. 아픔을 견디고 이기며 캐낸 보석 들은 더욱 빛이 납니다. 출판기념회도 대단히 훌륭하였고 좋은 사진을 남겨 주셔서 더욱 감사합니다. 저서와 사진과 추억을 가슴에 간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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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인 |
11-12-19 1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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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행원 선생님, 어느새 다 읽으시고 정감어린 독후감을 쓰셨군요. 제가 아는 오정자 선생님도 편안하고 정이 많은 사람입니다. 저는 이제부터 읽어야하는데 선생님의 독후감이 오정자 선생님에겐 귀한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글이 정말 따뜻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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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명 |
11-12-21 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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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행원 선생님, 인정어린 독후감에서 성의있는 사람의 진정한 모습을 봅니다. 선생님은 사실, 그런 사람이지요. 장점이 많지만 특히 진정성 있는 멋이 넘치고 유쾌합니다. 그런 모습이 언제나 주위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지요. 오정자 선생님에 대한 글도 잘 읽었습니다. 저도 죽을 고비를 몇번 넘겨서인지 오정자선생님 출판기념회에서 울었습니다. 살아 있으니, 출판기념회도 하고 또 축하도 하려고 왔다는 마음에서지요. 60년만에 돌아온다는 임진년에도 두 분 선생님,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라고 복 빌어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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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행원 |
11-12-21 11: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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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명 선생님, 반갑습니다. 이 선생님의 넉넉한 가슴으로 좋은 말씀을 주셔서 어깨가 조금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하하.. 그날 가까이서 보니 가끔 눈을 훔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잘 발달이 된 감성을 가진 분이라 수필가다운 따스한 휴메니즘과 맑은 정서를 엿보게 됩니다.
앞서 두 선생님의 답글을 쓰고나서 이사명 선생님의 글이 올라와서 순서없이 쓰고 말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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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행원 |
11-12-21 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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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녕순 선생님 그리고 김자인 선생님, 감사합니다.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畵像)는 누구에게나 같은 생각으로 어필이 되는가 봅니다. 사람을 대할 때 어떤 사람은 좋은 인상을 가지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관리가 무엇보담 중요한가 봅니다. 두 선생님의 이미지(image) 역시 매우 훌륭합니다...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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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월 |
11-12-22 16: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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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행원 선생님의 서평이 아주 공감이 갑니다. 그 날 오정자 선생님의 출판 기념회는 마치 우리 작가회의 모든 분들이 한 데 모인듯 성황을 이루어 보기에 좋았던 것 같습니다. 멀리 이국 땅에서 한국에 나와 이런 멋진 결실과 보람을 맺었으니 그 동안의 고통이 조금 위로 받을 수 있었으리라 믿습니다. 한국 수필 문우들의 따스한 마음이 세밑을 훈훈하게 덥히는 듯 흐뭇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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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행원 |
11-12-23 2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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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월 선생님, 감사합니다. 수필가들은 거의 같은 정서 함량을 가지고 있는가 봅니다. 동료에 대한 이해심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동질감과 후메니즘 가득한 사랑이 뭉쳐 따스한 에너지가 되는 걸 봅니다. 좋은 우정으로 승화되는 모습은 언제나 마음 든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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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자 |
11-12-28 03: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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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행원 선생님 저급 체력으로 비행기를 타고 와 눈병, 발병이 나서 이제야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벌써 책을 다 읽고 장문의 감상문을 써 주셨네요. 과찬의 말씀에 쑥스러워집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가슴을 훈훈하게 하는 감상문 덕분에 두고두고 행복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문우의 정을 깊이 새기며 따뜻한 격려와 성원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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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자 |
11-12-28 03: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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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희 선생님, 임재문, 이진화 전임회장님, 김녕순, 김자인 선생님, 이사명, 김영월 부회장님, 고맙습니다. 세밑 추위를 녹이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작가회 동인 여러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 | |